‘인간 사냥’ 남산 중정 ‘肉국’은 어떤 곳?

입력 2017.08.1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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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사냥’ 남산 중정 ‘肉국’은 어떤 곳?

‘인간 사냥’ 남산 중정 ‘肉국’은 어떤 곳?

"안으로 들어가면 일반 사무실과 같았지요. 그러나 사무용품은 거의 없었습니다. 빈 책상과 각목, 5파운드 곡괭이가 있었지요. 바닥도 사무실처럼 매끈매끈한 것도 아니고 그냥 시멘트를 발라서 굳혀 높은 바닥이고 양쪽으로 붙박이 의자가 있었어요...그들은 두 책상 사이에 철봉을 걸고 거기에 나를 거꾸로 매달아 고문하였습니다."

50년 만에 무죄 판결이 내려진 '민청학련' 사건의 피해자 최민화 씨가 털어놓는 1970년대 남산 중앙정보부에 대한 기억이다. 당시 '남산에 간다'는 말은 '지옥에 간다'는 의미와 다름없었다. 혹독한 고문으로 악명이 높았던 중앙정보부 6국 건물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을 고기처럼 짓이긴다고 해서 '6국'이 아니라 고기 육자를 써 '肉국'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알려진 경찰청의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과 함께 군부 독재정권의 잔혹함을 상징하는 곳이다.


중앙정보부 6국은 주로 대학생들을 집중적으로 사찰하고 수사를 담당했다. 건물 건립시기는 명확하지 않지만 머릿돌엔 1972년 4월 5일이란 날짜와 함께 중앙정보부장 이후락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후 지금의 국정원인 안기부가 1995년 자리를 옮기면서 서울시가 매입해 제2청사로 사용해 왔고 지금은 지하를 제외한 건물 지상부는 모두 철거된 상태다.



서울시가 이 장소를 인권 공간으로 새롭게 조성하기로 했다.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수 년동안 전문가, 시민들과 논의한 끝에 내린 결정이다. '중앙정보부 6국'의 '6'을 그대로 살려 부끄러운 역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기억6'으로 이름을 지었다. 내년 8월까지 지상1층, 지하 1층의 전시실과 함께 300㎡ 규모의 광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전시실은 빨간 대형 우체통 모양으로 만들어 진다. 서울시는 "거대 권력에 의한 폭력이 이뤄졌던 공간을 소통의 공간으로 회복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라고 설명했다. 지하에는 '인민혁명당 사건'과 '민청학련 사건' 등에 대한 고문수사가 이뤄졌던 취조실을 재현하기로 했다. 1층에서도 내려다 볼 수 있는 구조로 만들 계획이다. 1층에선 검색이 가능한 자료실을 마련하고 관련 영상을 상영할 계획이다.


광장은 이미 해체한 건물 잔해를 활용해서 6개의 기둥을 세울 계획이다. 각 기둥에는 고통의 역사를 기억하고 반복하지 말자는 의미를 담은 문구가 새겨진다. 서울시는 "고통의 역사는 감추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 창조적으로 재구성해야 어두운 역사를 치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위적이고 폐쇄적이었던 공간을 시민들에게 돌려줘 의미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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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 사냥’ 남산 중정 ‘肉국’은 어떤 곳?
    • 입력 2017-08-16 10:48:51
    취재K
"안으로 들어가면 일반 사무실과 같았지요. 그러나 사무용품은 거의 없었습니다. 빈 책상과 각목, 5파운드 곡괭이가 있었지요. 바닥도 사무실처럼 매끈매끈한 것도 아니고 그냥 시멘트를 발라서 굳혀 높은 바닥이고 양쪽으로 붙박이 의자가 있었어요...그들은 두 책상 사이에 철봉을 걸고 거기에 나를 거꾸로 매달아 고문하였습니다."

50년 만에 무죄 판결이 내려진 '민청학련' 사건의 피해자 최민화 씨가 털어놓는 1970년대 남산 중앙정보부에 대한 기억이다. 당시 '남산에 간다'는 말은 '지옥에 간다'는 의미와 다름없었다. 혹독한 고문으로 악명이 높았던 중앙정보부 6국 건물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을 고기처럼 짓이긴다고 해서 '6국'이 아니라 고기 육자를 써 '肉국'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알려진 경찰청의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과 함께 군부 독재정권의 잔혹함을 상징하는 곳이다.


중앙정보부 6국은 주로 대학생들을 집중적으로 사찰하고 수사를 담당했다. 건물 건립시기는 명확하지 않지만 머릿돌엔 1972년 4월 5일이란 날짜와 함께 중앙정보부장 이후락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후 지금의 국정원인 안기부가 1995년 자리를 옮기면서 서울시가 매입해 제2청사로 사용해 왔고 지금은 지하를 제외한 건물 지상부는 모두 철거된 상태다.



서울시가 이 장소를 인권 공간으로 새롭게 조성하기로 했다.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수 년동안 전문가, 시민들과 논의한 끝에 내린 결정이다. '중앙정보부 6국'의 '6'을 그대로 살려 부끄러운 역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기억6'으로 이름을 지었다. 내년 8월까지 지상1층, 지하 1층의 전시실과 함께 300㎡ 규모의 광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전시실은 빨간 대형 우체통 모양으로 만들어 진다. 서울시는 "거대 권력에 의한 폭력이 이뤄졌던 공간을 소통의 공간으로 회복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라고 설명했다. 지하에는 '인민혁명당 사건'과 '민청학련 사건' 등에 대한 고문수사가 이뤄졌던 취조실을 재현하기로 했다. 1층에서도 내려다 볼 수 있는 구조로 만들 계획이다. 1층에선 검색이 가능한 자료실을 마련하고 관련 영상을 상영할 계획이다.


광장은 이미 해체한 건물 잔해를 활용해서 6개의 기둥을 세울 계획이다. 각 기둥에는 고통의 역사를 기억하고 반복하지 말자는 의미를 담은 문구가 새겨진다. 서울시는 "고통의 역사는 감추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 창조적으로 재구성해야 어두운 역사를 치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위적이고 폐쇄적이었던 공간을 시민들에게 돌려줘 의미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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