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보드 만들어요”…수상한 신혼부부?

입력 2017.08.1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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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욜로(You Only Live Once의 앞글자를 딴 약자)'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라는 뜻이다. 불확실한 미래의 행복을 추구하기보다 현재의 삶에 충실하며 지금의 모습에서 행복을 느끼고 싶다는 젊은이들의 가치관이 담겨 있다.

심재훈(36), 윤하진(29) 부부도 이른바 '욜로'족이다. 불확실한 내일보다 후회 없는 오늘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취업하기 어렵다는 대기업 문을 과감하게 박차고 나왔다.

행복을 찾기 위한 그들의 모험은 어떤 모습일까.

더 어려운 길을 선택한 이유


서울 성북구 정릉 북한산 아래에 심재훈·윤하진 부부의 보금자리가 있다. 맨 처음 눈에 띄는 건 문의 색깔이다. 파란색, 바다를 연상시킨다.

그래서일까. 이 집에서는 서프보드를 만드는 목공 기계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남편 재훈 씨는 몇 날 며칠 목재를 갈고 닦으며 보드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원래 목공을 전공했나 했더니 그건 또 아니란다.

산에서 서퍼보드를 만드는 이 부부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 사실 부부는 4년 전,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대기업에서 신입 사원 동기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런데 이 부부는 왜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그만두고 한 겨울에도 반팔로 일해야 할 만큼 힘든 중노동을 선택했을까.

재훈 씨는 직장생활을 하던 중 선배의 죽음을 겪었고, 하진 씨는 두 달 동안 아이를 보지 못하는 선배의 삶을 목격했다. 선배들의 모습이 미래의 내 삶이 될 것이란 생각에 두 사람은 현재에 충실한 삶을 택하게 됐다.

"밥은 먹고 살아요"


'신혼집'하면 흔히 새 가구와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생각한다. 그러나 심재훈·윤하진 부부의 집은 조금 특별하다. 우유 박스로 만든 침대 프레임과 버려진 팔레트를 이용해 만든 화장대가 이들의 혼수품이다.

수입이 1/3로 줄어든 만큼 만들 수 있는 것은 직접 만들어 소비를 줄이고 있다. 하지만 이 모습을 본 양가 부모님들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특히 부부의 선택에 가장 큰 반대를 했던 건 하진 씨 부모님이었다. 하진 씨는 소위 말하는 '엄친딸'이었다.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다니던 중 취업에 성공했고, 수석 졸업까지 한 수재였다. 기대가 컸기에 부모님은 딸의 선택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부모님과의 갈등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지금은 '두집살림' 중


결혼 3개월 차 신혼부부의 움직임이 바쁘다. 거실에 짐을 한 보따리 싸놓더니 냉장고를 비워내 정신없이 차 트렁크에 짐을 싣는다.

사실 심재훈·윤하진 씨 부부는 일주일에 반은 서울 정릉 집, 반은 가평 집에 사는 두집살림을 하고 있다. 그들이 서울 아파트 대신 시골에 또 다른 집을 마련한 이유는 무엇일까.

부부는 "팔고 싶은 집이 아니라 살고 싶은 집이 있다"라며 서울-가평을 오가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여름 휴가철에는 가평 집에 시댁인 재훈 씨 가족이 찾아올 예정이다. 재훈 씨 부모님은 "대기업을 나와서 굳이 서퍼보드를 만들어야 하느냐?"며 만류를 했었다. 부모님의 가평 방문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파도가 항상 오듯 인생의 기회도 다시 온다"


부부는 좋아하는 서핑을 하고 직접 만든 보드를 테스트하기 위해 충남 태안의 만리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이날은 파도가 약해 서핑을 제대로 타지 못했지만 "괜찮다"라고 여유롭게 말한다. 부부는 "어차피 파도는 다시 오잖아요. 인생의 기회도 다시 올 거예요"라며 또다시 느긋하게 삶을 즐기는 태도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가끔 부부에게 "그렇게 살아도 괜찮나요?"라고 묻는다. "인생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라는 게 부부의 대답이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이 부부가 선택한 인생. 그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16일(수) 방송되는 KBS '사람과 사람들'(저녁 7시 35분, 1TV)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문경림 kbs.petit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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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서 보드 만들어요”…수상한 신혼부부?
    • 입력 2017-08-16 11:52:46
    사회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욜로(You Only Live Once의 앞글자를 딴 약자)'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라는 뜻이다. 불확실한 미래의 행복을 추구하기보다 현재의 삶에 충실하며 지금의 모습에서 행복을 느끼고 싶다는 젊은이들의 가치관이 담겨 있다.

심재훈(36), 윤하진(29) 부부도 이른바 '욜로'족이다. 불확실한 내일보다 후회 없는 오늘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취업하기 어렵다는 대기업 문을 과감하게 박차고 나왔다.

행복을 찾기 위한 그들의 모험은 어떤 모습일까.

더 어려운 길을 선택한 이유


서울 성북구 정릉 북한산 아래에 심재훈·윤하진 부부의 보금자리가 있다. 맨 처음 눈에 띄는 건 문의 색깔이다. 파란색, 바다를 연상시킨다.

그래서일까. 이 집에서는 서프보드를 만드는 목공 기계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남편 재훈 씨는 몇 날 며칠 목재를 갈고 닦으며 보드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원래 목공을 전공했나 했더니 그건 또 아니란다.

산에서 서퍼보드를 만드는 이 부부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 사실 부부는 4년 전,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대기업에서 신입 사원 동기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런데 이 부부는 왜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그만두고 한 겨울에도 반팔로 일해야 할 만큼 힘든 중노동을 선택했을까.

재훈 씨는 직장생활을 하던 중 선배의 죽음을 겪었고, 하진 씨는 두 달 동안 아이를 보지 못하는 선배의 삶을 목격했다. 선배들의 모습이 미래의 내 삶이 될 것이란 생각에 두 사람은 현재에 충실한 삶을 택하게 됐다.

"밥은 먹고 살아요"


'신혼집'하면 흔히 새 가구와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생각한다. 그러나 심재훈·윤하진 부부의 집은 조금 특별하다. 우유 박스로 만든 침대 프레임과 버려진 팔레트를 이용해 만든 화장대가 이들의 혼수품이다.

수입이 1/3로 줄어든 만큼 만들 수 있는 것은 직접 만들어 소비를 줄이고 있다. 하지만 이 모습을 본 양가 부모님들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특히 부부의 선택에 가장 큰 반대를 했던 건 하진 씨 부모님이었다. 하진 씨는 소위 말하는 '엄친딸'이었다.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다니던 중 취업에 성공했고, 수석 졸업까지 한 수재였다. 기대가 컸기에 부모님은 딸의 선택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부모님과의 갈등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지금은 '두집살림' 중


결혼 3개월 차 신혼부부의 움직임이 바쁘다. 거실에 짐을 한 보따리 싸놓더니 냉장고를 비워내 정신없이 차 트렁크에 짐을 싣는다.

사실 심재훈·윤하진 씨 부부는 일주일에 반은 서울 정릉 집, 반은 가평 집에 사는 두집살림을 하고 있다. 그들이 서울 아파트 대신 시골에 또 다른 집을 마련한 이유는 무엇일까.

부부는 "팔고 싶은 집이 아니라 살고 싶은 집이 있다"라며 서울-가평을 오가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여름 휴가철에는 가평 집에 시댁인 재훈 씨 가족이 찾아올 예정이다. 재훈 씨 부모님은 "대기업을 나와서 굳이 서퍼보드를 만들어야 하느냐?"며 만류를 했었다. 부모님의 가평 방문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파도가 항상 오듯 인생의 기회도 다시 온다"


부부는 좋아하는 서핑을 하고 직접 만든 보드를 테스트하기 위해 충남 태안의 만리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이날은 파도가 약해 서핑을 제대로 타지 못했지만 "괜찮다"라고 여유롭게 말한다. 부부는 "어차피 파도는 다시 오잖아요. 인생의 기회도 다시 올 거예요"라며 또다시 느긋하게 삶을 즐기는 태도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가끔 부부에게 "그렇게 살아도 괜찮나요?"라고 묻는다. "인생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라는 게 부부의 대답이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이 부부가 선택한 인생. 그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16일(수) 방송되는 KBS '사람과 사람들'(저녁 7시 35분, 1TV)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문경림 kbs.petit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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