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자도 졸려요”…‘폭풍 졸음’ 원인은?

입력 2017.08.1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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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경부 고속도로에서 대형 사고가 일어났다. 원인은 대형 버스 기사의 졸음운전. 단몇 초 동안의 졸음은 2명 사망,16명 부상이라는 참사로 이어졌다.

최근 잇따른 대형 교통사고의 원인이 졸음운전으로 밝혀지면서 다양한 규제와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졸음운전 사고의 치사율은 18.5%로,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 치사율보다 2.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졸음운전이 유독 치사율이 높은 이유는 뭘까. KBS '생로병사의 비밀'이 교통안전공단의 안전지도 아래 가상 졸음운전 실험을 진행했다. 깜빡 조는 시간을 4초로 가정하고 시속 100km 속도로 4초간 눈을 감고 운전을 실험한 결과, 110m의 거리를 전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졸음운전은 운전자가 위험 상황을 인지하지 못해 속도를 줄이거나 브레이크를 밟는 등의 회피 반응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 도로 위의 숨겨진 살인자 '히든 킬러(Hidden Killer)'라고 불리는 이유다.

졸음운전 부르는 ‘수면 장애’

얼마 전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아찔한 경험을 했다는 강생권(64) 씨는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졸음 때문에 평소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일 밤 일찍 잠자리에 드는 강 씨는 "12시간 이상 자는데도 낮이면 몰려오는 졸음을 참을 수 없다"라며 고통을 호소한다. 수면다원검사를 실시한 결과, 강 씨에게서 심한 코골이와 함께 시간당 100회에 가까운 수면무호흡증이 발견됐다. 뇌의 잦은 각성으로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던 셈이다.

임길택(68) 씨 역시 수시로 쏟아지는 심각한 졸림 증상으로 고생해 왔다. 수면다원검사 결과 임 씨는 '기면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면병은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지거나, 갑자기 앞으로 넘어지거나 근육의 마비가 나타나는 탈력발작까지 동반하는 증상을 보인다.


연구에 따르면 수면무호흡증, 기면병 등의 수면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 졸음운전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최대 8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졸음을 치료해야 할 질병이 아닌 '단순 피로'로 생각하고 있다. 졸음에 대한 인식전환과 함께 사전 진단과 치료가 절실한 상태다.

버스 기사들의 수면 실태는?


버스 운전기사 역시 졸음운전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제작진은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홍승철 교수팀과 함께 올해 3월 경기도의 한 버스회사 소속 기사(총 304명)의 수면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운전기사 중 '스스로 수면의 질이 불량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68.4%로 나타났고, 불면증을 호소하는 이들은 40%에 달했다. 특히 졸음운전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수면무호흡증 고위험군이 27.6%, 실제로 낮에 자주 졸림을 느끼는 위험군 역시 13.2%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 기사들은 업무 특성상 수면 시간과 운동 시간이 부족해 평균 체중이 비만에 가까웠다. 문제는 체중이 증가할수록 수면무호흡증이 발병할 확률도 6배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천만’ 화물차 졸음운전

장거리·야간 운행이 잦은 화물차 기사들 역시 졸음운전의 위험이 크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양광익 교수팀과 삼성 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조사를 따르면 화물차 기사들은 심각한 수면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110명의 조사대상 중 무려 90% 이상이 수면무호흡증에 시달렸고, 지난 한 달간 졸음운전을 경험한 사람도 절반이 넘었다. 지난 1년간 한 번 이상 졸음운전 사고를 낸 사람도 10%가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화물차는 차체가 크고 무거워서 졸음운전 사고가 날 경우 일반 승용차 사고보다 치사율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버스, 화물차 기사들의 수면 문제는 우리나라 어느 회사나 대동소이한 문제"라고 추정했다.


일본, ‘사전 진단’으로 졸음운전 막는다!


일본은 2003년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졸음운전을 막는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계기는 2003년 벌어진 신칸센 졸음운전 사고였다. 시속 270㎞로 달리던 고속열차의 기관사가 8분간 졸음운전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일본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2004년 일본 정부는 졸음운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트럭, 버스, 택시 협회 등 운수 관련 단체와 공동으로 기금을 분담해 '수면무호흡증 검진 위탁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일본 운전 기사들은 3년마다 집에서 간이 수면 검사 기계로 무료 수면무호흡증 검사를 받게 됐다. 수면장애가 발견될 경우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아 큰 부담 없이 정밀 수면다원검사와 양압기 치료를 할 수 있다.

‘졸음도 병이다’…국가 인식변화 필요

'생로병사의 비밀'의 실험 결과 수면무호흡증을 앓던 버스 기사와 화물차 기사들은 정밀수면다원검사와 양압기 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수면으로 돌아왔다. 숨 돌릴 틈 없는 근무 여건에 놓인 기사들은 '졸음'을 앓고 있지만,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수면다원검사와 양압기 치료는 '그림의 떡'이다.


현재 한국에서 정밀 수면 검사나 치료를 받으려면 개인이 큰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졸음운전 사고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선 국가 차원에서 운전자의 수면 건강을 치료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국가 의료보험 확대에 수면다원검사나 양압기 치료에 대한 의료보험 확대적용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하며 "단계적으로 공공 운수종사자들의 수면 실태를 조사하고, 이들을 사전 치료해야만 공공의 안전을 지키고 졸음운전 피해를 줄일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생로병사의 비밀(16일,수요일 밤 10시, KBS 1TV)'은 졸음을 병으로 간주하고, 수면 질환을 사전에 진단, 치료하는 방법과 대안을 제시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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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시간 자도 졸려요”…‘폭풍 졸음’ 원인은?
    • 입력 2017-08-16 15:3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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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경부 고속도로에서 대형 사고가 일어났다. 원인은 대형 버스 기사의 졸음운전. 단몇 초 동안의 졸음은 2명 사망,16명 부상이라는 참사로 이어졌다.

최근 잇따른 대형 교통사고의 원인이 졸음운전으로 밝혀지면서 다양한 규제와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졸음운전 사고의 치사율은 18.5%로,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 치사율보다 2.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졸음운전이 유독 치사율이 높은 이유는 뭘까. KBS '생로병사의 비밀'이 교통안전공단의 안전지도 아래 가상 졸음운전 실험을 진행했다. 깜빡 조는 시간을 4초로 가정하고 시속 100km 속도로 4초간 눈을 감고 운전을 실험한 결과, 110m의 거리를 전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졸음운전은 운전자가 위험 상황을 인지하지 못해 속도를 줄이거나 브레이크를 밟는 등의 회피 반응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 도로 위의 숨겨진 살인자 '히든 킬러(Hidden Killer)'라고 불리는 이유다.

졸음운전 부르는 ‘수면 장애’

얼마 전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아찔한 경험을 했다는 강생권(64) 씨는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졸음 때문에 평소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일 밤 일찍 잠자리에 드는 강 씨는 "12시간 이상 자는데도 낮이면 몰려오는 졸음을 참을 수 없다"라며 고통을 호소한다. 수면다원검사를 실시한 결과, 강 씨에게서 심한 코골이와 함께 시간당 100회에 가까운 수면무호흡증이 발견됐다. 뇌의 잦은 각성으로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던 셈이다.

임길택(68) 씨 역시 수시로 쏟아지는 심각한 졸림 증상으로 고생해 왔다. 수면다원검사 결과 임 씨는 '기면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면병은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지거나, 갑자기 앞으로 넘어지거나 근육의 마비가 나타나는 탈력발작까지 동반하는 증상을 보인다.


연구에 따르면 수면무호흡증, 기면병 등의 수면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 졸음운전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최대 8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졸음을 치료해야 할 질병이 아닌 '단순 피로'로 생각하고 있다. 졸음에 대한 인식전환과 함께 사전 진단과 치료가 절실한 상태다.

버스 기사들의 수면 실태는?


버스 운전기사 역시 졸음운전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제작진은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홍승철 교수팀과 함께 올해 3월 경기도의 한 버스회사 소속 기사(총 304명)의 수면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운전기사 중 '스스로 수면의 질이 불량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68.4%로 나타났고, 불면증을 호소하는 이들은 40%에 달했다. 특히 졸음운전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수면무호흡증 고위험군이 27.6%, 실제로 낮에 자주 졸림을 느끼는 위험군 역시 13.2%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 기사들은 업무 특성상 수면 시간과 운동 시간이 부족해 평균 체중이 비만에 가까웠다. 문제는 체중이 증가할수록 수면무호흡증이 발병할 확률도 6배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천만’ 화물차 졸음운전

장거리·야간 운행이 잦은 화물차 기사들 역시 졸음운전의 위험이 크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양광익 교수팀과 삼성 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조사를 따르면 화물차 기사들은 심각한 수면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110명의 조사대상 중 무려 90% 이상이 수면무호흡증에 시달렸고, 지난 한 달간 졸음운전을 경험한 사람도 절반이 넘었다. 지난 1년간 한 번 이상 졸음운전 사고를 낸 사람도 10%가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화물차는 차체가 크고 무거워서 졸음운전 사고가 날 경우 일반 승용차 사고보다 치사율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버스, 화물차 기사들의 수면 문제는 우리나라 어느 회사나 대동소이한 문제"라고 추정했다.


일본, ‘사전 진단’으로 졸음운전 막는다!


일본은 2003년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졸음운전을 막는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계기는 2003년 벌어진 신칸센 졸음운전 사고였다. 시속 270㎞로 달리던 고속열차의 기관사가 8분간 졸음운전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일본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2004년 일본 정부는 졸음운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트럭, 버스, 택시 협회 등 운수 관련 단체와 공동으로 기금을 분담해 '수면무호흡증 검진 위탁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일본 운전 기사들은 3년마다 집에서 간이 수면 검사 기계로 무료 수면무호흡증 검사를 받게 됐다. 수면장애가 발견될 경우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아 큰 부담 없이 정밀 수면다원검사와 양압기 치료를 할 수 있다.

‘졸음도 병이다’…국가 인식변화 필요

'생로병사의 비밀'의 실험 결과 수면무호흡증을 앓던 버스 기사와 화물차 기사들은 정밀수면다원검사와 양압기 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수면으로 돌아왔다. 숨 돌릴 틈 없는 근무 여건에 놓인 기사들은 '졸음'을 앓고 있지만,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수면다원검사와 양압기 치료는 '그림의 떡'이다.


현재 한국에서 정밀 수면 검사나 치료를 받으려면 개인이 큰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졸음운전 사고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선 국가 차원에서 운전자의 수면 건강을 치료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국가 의료보험 확대에 수면다원검사나 양압기 치료에 대한 의료보험 확대적용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하며 "단계적으로 공공 운수종사자들의 수면 실태를 조사하고, 이들을 사전 치료해야만 공공의 안전을 지키고 졸음운전 피해를 줄일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생로병사의 비밀(16일,수요일 밤 10시, KBS 1TV)'은 졸음을 병으로 간주하고, 수면 질환을 사전에 진단, 치료하는 방법과 대안을 제시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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