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한 삵, 새끼 출산…‘자연을 자연답게’

입력 2017.08.16 (18:13) 수정 2017.08.1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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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간에 올라 앉은 두 마리, 언뜻 고양이처럼 보이지만 아닙니다. 멸종위기2급 삵입니다. 왼쪽은 어미, 오른쪽 작은 녀석은 새끼입니다. 어미 삵과 새끼를 함께 보는 건 극히 드뭅니다. 더구나 인공 시설물인 난간 위라니.

산책로 위의 새끼 삵 세 마리.산책로 위의 새끼 삵 세 마리.

새끼는 또 있습니다. 길에서 세 마리가 뛰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어미는 풀숲에 숨어 있습니다. 이렇게 삵이 마음껏 뛰노는 곳이 어디일까요? 바로 안산갈대습지공원입니다. 3년 전 방사한 암컷 삵이 새끼를 낳은 겁니다. 새끼 크기를 보면 지난 달인 7월 중순에 태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어미로부터 젖을 먹는 모습도 목격됐습니다.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삵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삵


새끼를 낳은 어미 삵새끼를 낳은 어미 삵

어미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태어났습니다. 태어난 지 2년 뒤인 2014년, 다른 삵 4마리와 함께 시화호에 방사됐습니다. 하지만 한 달 뒤 한 마리가 굶어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한 달 간격으로 또 두 마리가 잇따라 숨졌습니다. 두 마리의 사망 원인은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삵 방사. 2014년 3월.삵 방사. 2014년 3월.

지난해(2016) 서울대공원은 또 두 마리를 방사했습니다. 얼마 뒤 한 마리가 교통사고로 숨졌습니다. 결국 두 차례 방사한 7마리 가운데 4마리가 숨진 겁니다. 인공시설에서 태어난 탓에 야생에 적응하지 못하는 걸까요? 의구심과 함께 동물원이 충분한 적응 훈련도 없이 방사했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출산으로 그런 우려는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인공시설에서 태어난 삵이 방사된 뒤 야생에서 새끼를 낳은 건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입니다.

갈대습지공원 데크 위를 걷는 삵 가족갈대습지공원 데크 위를 걷는 삵 가족

삵의 터전이 된 안산갈대습지공원.삵의 터전이 된 안산갈대습지공원.

새끼 삵들은 갈대습지공원이 안방인 듯 돌아다닙니다. 산책로와 난간을 따라 걷거나 습지를 헤엄쳐 건너기도 합니다. 물론 야행성이라 저녁부터 새벽까지 활동하니 사람들 눈에는 잘 띄지 않지요. 하지만 흔적은 많습니다.

데크 위에 놓인 삵 배설물.데크 위에 놓인 삵 배설물.

데크와 산책로 곳곳에 삵의 배설물이 즐비합니다. 삵은 고양이와 달리 배설물을 숨기지 않습니다. 눈에 띄는 곳에 버젓이 노출합니다. 맹수가 사라진 한반도에서 사실상 최상위 포식자인 만큼, 자신의 영역을 마음껏 과시하는 거겠죠.

깃털과 뼈가 보이는 삵 배설물.깃털과 뼈가 보이는 삵 배설물.


배설물을 살펴보면 먹이를 알 수 있습니다. 속이 빈, 하얀 뼈와 깃털이 눈에 띕니다. 새를 사냥한 겁니다. 요즘 안산갈대습지공원에서는 수백 마리의 꿩들이 새끼를 키우고 있습니다. 새끼 꿩을 사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변에 삵의 먹잇감은 많습니다. 새와 들쥐뿐만 아니라 물고기, 참게도 풍부합니다. 인공으로 조성된 공원이지만 사람의 간섭을 줄이다 보니 삵이 새끼를 키울 수 있을 만큼 생태적 다양성이 건강해진 겁니다.

방사 전 야생 적응 훈련 때 들쥐를 사냥한 삵방사 전 야생 적응 훈련 때 들쥐를 사냥한 삵


서울대공원은 새끼 삵의 유전자를 확보해 방사한 암컷과의 친자 관계를 확인할 예정입니다. 수컷은 지난 2016년에 방사한 녀석으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암컷과 함께 돌아다니던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삵의 번식은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멸종위기종을 증식해 야생에서 개체 수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동물원의 존재 가치를 높여줍니다. 또 우리 생태계가 균형을 잡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관악산 정상의 고양이 떼.관악산 정상의 고양이 떼.

관악산 정상에 고양이가 떼를 지어 다닙니다. 청계산과 북한산에도 고양이가 많습니다. 등산객이나 이른바 '캣맘'이 주는 음식을 먹으며 고양이가 늘고 있는 겁니다. 고양이는 야생의 조류나 다람쥐 등을 해쳐 생태계를 교란시킵니다.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진 야생에서 고양이가 활개를 치는 겁니다.

안산갈대습지공원을 활보하는 삵.안산갈대습지공원을 활보하는 삵.

안산갈대습지공원에도 고양이가 10여 마리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 마리도 없습니다. 삵이 자리 잡은 뒤 고양이는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습니다. 삵은 수시로 자기 영역을 점검하고 다니며 흔적을 남깁니다. 삵의 흔적을 본 고양이가 아예 근처에도 접근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동물원 측은 이번 시화호의 번식 성공을 계기로 관악산이나 북한산에 삵을 방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삵이 정착할 경우 고양이가 사라져 야생의 생태계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을 자연답게! 삵의 번식은 자연의 새로운 희망입니다.



[연관 기사] [뉴스9] [단독] 가족 일군 삵…“자연 적응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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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6 18:13:14
    • 수정2017-08-16 22:06:48
    취재K
난간에 올라 앉은 두 마리, 언뜻 고양이처럼 보이지만 아닙니다. 멸종위기2급 삵입니다. 왼쪽은 어미, 오른쪽 작은 녀석은 새끼입니다. 어미 삵과 새끼를 함께 보는 건 극히 드뭅니다. 더구나 인공 시설물인 난간 위라니.

산책로 위의 새끼 삵 세 마리.
새끼는 또 있습니다. 길에서 세 마리가 뛰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어미는 풀숲에 숨어 있습니다. 이렇게 삵이 마음껏 뛰노는 곳이 어디일까요? 바로 안산갈대습지공원입니다. 3년 전 방사한 암컷 삵이 새끼를 낳은 겁니다. 새끼 크기를 보면 지난 달인 7월 중순에 태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어미로부터 젖을 먹는 모습도 목격됐습니다.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삵

새끼를 낳은 어미 삵
어미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태어났습니다. 태어난 지 2년 뒤인 2014년, 다른 삵 4마리와 함께 시화호에 방사됐습니다. 하지만 한 달 뒤 한 마리가 굶어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한 달 간격으로 또 두 마리가 잇따라 숨졌습니다. 두 마리의 사망 원인은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삵 방사. 2014년 3월.
지난해(2016) 서울대공원은 또 두 마리를 방사했습니다. 얼마 뒤 한 마리가 교통사고로 숨졌습니다. 결국 두 차례 방사한 7마리 가운데 4마리가 숨진 겁니다. 인공시설에서 태어난 탓에 야생에 적응하지 못하는 걸까요? 의구심과 함께 동물원이 충분한 적응 훈련도 없이 방사했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출산으로 그런 우려는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인공시설에서 태어난 삵이 방사된 뒤 야생에서 새끼를 낳은 건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입니다.

갈대습지공원 데크 위를 걷는 삵 가족
삵의 터전이 된 안산갈대습지공원.
새끼 삵들은 갈대습지공원이 안방인 듯 돌아다닙니다. 산책로와 난간을 따라 걷거나 습지를 헤엄쳐 건너기도 합니다. 물론 야행성이라 저녁부터 새벽까지 활동하니 사람들 눈에는 잘 띄지 않지요. 하지만 흔적은 많습니다.

데크 위에 놓인 삵 배설물.
데크와 산책로 곳곳에 삵의 배설물이 즐비합니다. 삵은 고양이와 달리 배설물을 숨기지 않습니다. 눈에 띄는 곳에 버젓이 노출합니다. 맹수가 사라진 한반도에서 사실상 최상위 포식자인 만큼, 자신의 영역을 마음껏 과시하는 거겠죠.

깃털과 뼈가 보이는 삵 배설물.

배설물을 살펴보면 먹이를 알 수 있습니다. 속이 빈, 하얀 뼈와 깃털이 눈에 띕니다. 새를 사냥한 겁니다. 요즘 안산갈대습지공원에서는 수백 마리의 꿩들이 새끼를 키우고 있습니다. 새끼 꿩을 사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변에 삵의 먹잇감은 많습니다. 새와 들쥐뿐만 아니라 물고기, 참게도 풍부합니다. 인공으로 조성된 공원이지만 사람의 간섭을 줄이다 보니 삵이 새끼를 키울 수 있을 만큼 생태적 다양성이 건강해진 겁니다.

방사 전 야생 적응 훈련 때 들쥐를 사냥한 삵

서울대공원은 새끼 삵의 유전자를 확보해 방사한 암컷과의 친자 관계를 확인할 예정입니다. 수컷은 지난 2016년에 방사한 녀석으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암컷과 함께 돌아다니던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삵의 번식은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멸종위기종을 증식해 야생에서 개체 수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동물원의 존재 가치를 높여줍니다. 또 우리 생태계가 균형을 잡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관악산 정상의 고양이 떼.
관악산 정상에 고양이가 떼를 지어 다닙니다. 청계산과 북한산에도 고양이가 많습니다. 등산객이나 이른바 '캣맘'이 주는 음식을 먹으며 고양이가 늘고 있는 겁니다. 고양이는 야생의 조류나 다람쥐 등을 해쳐 생태계를 교란시킵니다.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진 야생에서 고양이가 활개를 치는 겁니다.

안산갈대습지공원을 활보하는 삵.
안산갈대습지공원에도 고양이가 10여 마리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 마리도 없습니다. 삵이 자리 잡은 뒤 고양이는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습니다. 삵은 수시로 자기 영역을 점검하고 다니며 흔적을 남깁니다. 삵의 흔적을 본 고양이가 아예 근처에도 접근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동물원 측은 이번 시화호의 번식 성공을 계기로 관악산이나 북한산에 삵을 방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삵이 정착할 경우 고양이가 사라져 야생의 생태계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을 자연답게! 삵의 번식은 자연의 새로운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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