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수도산으로 향했던 반달곰의 희망은 이뤄질까

입력 2017.08.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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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수도산으로 향했던 반달곰의 희망은 이뤄질까

김천 수도산으로 향했던 반달곰의 희망은 이뤄질까

지리산을 떠나 90km를 이동해 김천 수도산으로 갔던 반달곰 KM-53, 이 놈은 도대체 왜 두 번씩이나 김천으로 향했을까.

곰을 원서식지인 지리산에 다시 방사할 것인지, 아니면 수도산에 둘 것인지, 이 문제가 오늘(17일) 환경부 워크숍을 통해 결정된다.

'반달가슴곰과 사람의 공존'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워크숍에는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의 평가를 위해 환경단체와 학계, 기관 등에서 나온 전문가 70여 명이 참여해 KM-53의 거취와 반달가슴곰 서식지 확대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두 번씩이나 매스컴을 장식했던 이 반달가슴곰은 2015년 1월 태어난 수컷이다. 그해 10월 지리산에 방사됐으나 귀에서 발신기가 떨어져 위치 파악이 되지 않다가 올해 6월 15일 서식지에서 90㎞나 떨어진 김천시 수도산에서 발견됐다.

그동안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서식지를 벗어나 이동한 것은 15km 떨어진 경남 함양이 최대였다. KM-53은 이보다 무려 6배나 더 멀리 간 것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반달곰을 곧바로 지리산으로 데려와 자연적응 등 훈련을 시키고 지난달 6일 지리산에 재방사했다. 한데 곰은 또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곰은 일주일 후 경남 함양과 거창을 거쳐 다시 수도산으로 탈출했다가 포획됐다.

왜 곰은 그 먼 거리를 이동해 두 차례나 수도산으로 갔을까.


해발 1,317m인 수도산은 반달가슴곰의 서식 고도(1천m 부근)에 적합하다고 한다. 단지봉(1천317m), 두리봉(1천133m), 가야산(1천430m) 등과 연결돼 서식 고도가 곰이 살기에 적합하다고 하다는 것.

여기에 먹이 환경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나물, 산딸기, 버찌류 등 반달곰이 좋아하는 먹이가 다수 있다.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스스로 살 곳을 찾아 이동한 데다 다시 포획될 때까지 닷새간 움직이지 않고 머물렀다는 점에서 곰이 원하는 곳에서 살도록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지리산지리산

김천시 “수도산을 곰 서식지로 지정해달라”

김천시도 수도산을 반달곰 서식지로 지정해 줄 것을 공식 요청하고 나섰다.

박보생 김천시장은 지난 14일 환경부를 찾아가 반달가슴곰 서식지로 수도산을 지정하면 서식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올무 등 불법 엽구 제거, 주민·관광객 안전 확보 등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수도산을 포함한 백두대간 가야지맥 일대를 광역화한 반달가슴곰 서식지 겸 국립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가야지맥으로 연결된 성주, 고령, 거창, 무주, 영동 등을 묶어 반달가슴곰이 서식하는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반달가슴곰의 서식 확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광선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부장은 “반달가슴곰의 서식지를 넓히려면 밀렵 도구 제거나 인근 주민에 대한 교육, 홍보 활동도 병행돼야 한다”며 “KM-53의 거취뿐 아니라 반달가슴곰의 서식지 확대, 분산에 대해 전반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서식지 확대 필요”

정부가 2004년부터 추진한 반달가슴곰 종 복원 사업 결과, 현재 지리산에는 총 47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다. 총 38마리를 방사했는데, 그중 15마리가 죽었지만, 새끼가 제법 많이 태어나 50마리 가까운 곰이 살고 있다.


환경부는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최소생존 개체군(MVP)의 수를 50마리 정도로 봤다. 즉 지리산에서 야생곰이 살기 위해서는 50마리 정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현재 거의 그 수준까지 왔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반달 가슴곰 확대를 논의해볼 시점이라고 말한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는 “방사된 동물과 인간의 접촉도 줄이고 지나친 관심을 피하려면 무엇보다 서식지 면적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번 일을 계기로 곰 서식지 확대를 논의해 보겠다는 계획이다.

환경부 노희경 생물다양성 과장은 “KM-53을 울타리에 가둘 가능성은 희박하고, 지리산 재방사와 수도산 방사를 놓고 심도 있는 검토를 할 것”이라며 "이번 논의에 따라 곰 서식지 확대에 대한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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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천 수도산으로 향했던 반달곰의 희망은 이뤄질까
    • 입력 2017-08-17 07:00:08
    취재K
지리산을 떠나 90km를 이동해 김천 수도산으로 갔던 반달곰 KM-53, 이 놈은 도대체 왜 두 번씩이나 김천으로 향했을까.

곰을 원서식지인 지리산에 다시 방사할 것인지, 아니면 수도산에 둘 것인지, 이 문제가 오늘(17일) 환경부 워크숍을 통해 결정된다.

'반달가슴곰과 사람의 공존'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워크숍에는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의 평가를 위해 환경단체와 학계, 기관 등에서 나온 전문가 70여 명이 참여해 KM-53의 거취와 반달가슴곰 서식지 확대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두 번씩이나 매스컴을 장식했던 이 반달가슴곰은 2015년 1월 태어난 수컷이다. 그해 10월 지리산에 방사됐으나 귀에서 발신기가 떨어져 위치 파악이 되지 않다가 올해 6월 15일 서식지에서 90㎞나 떨어진 김천시 수도산에서 발견됐다.

그동안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서식지를 벗어나 이동한 것은 15km 떨어진 경남 함양이 최대였다. KM-53은 이보다 무려 6배나 더 멀리 간 것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반달곰을 곧바로 지리산으로 데려와 자연적응 등 훈련을 시키고 지난달 6일 지리산에 재방사했다. 한데 곰은 또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곰은 일주일 후 경남 함양과 거창을 거쳐 다시 수도산으로 탈출했다가 포획됐다.

왜 곰은 그 먼 거리를 이동해 두 차례나 수도산으로 갔을까.


해발 1,317m인 수도산은 반달가슴곰의 서식 고도(1천m 부근)에 적합하다고 한다. 단지봉(1천317m), 두리봉(1천133m), 가야산(1천430m) 등과 연결돼 서식 고도가 곰이 살기에 적합하다고 하다는 것.

여기에 먹이 환경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나물, 산딸기, 버찌류 등 반달곰이 좋아하는 먹이가 다수 있다.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스스로 살 곳을 찾아 이동한 데다 다시 포획될 때까지 닷새간 움직이지 않고 머물렀다는 점에서 곰이 원하는 곳에서 살도록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지리산
김천시 “수도산을 곰 서식지로 지정해달라”

김천시도 수도산을 반달곰 서식지로 지정해 줄 것을 공식 요청하고 나섰다.

박보생 김천시장은 지난 14일 환경부를 찾아가 반달가슴곰 서식지로 수도산을 지정하면 서식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올무 등 불법 엽구 제거, 주민·관광객 안전 확보 등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수도산을 포함한 백두대간 가야지맥 일대를 광역화한 반달가슴곰 서식지 겸 국립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가야지맥으로 연결된 성주, 고령, 거창, 무주, 영동 등을 묶어 반달가슴곰이 서식하는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반달가슴곰의 서식 확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광선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부장은 “반달가슴곰의 서식지를 넓히려면 밀렵 도구 제거나 인근 주민에 대한 교육, 홍보 활동도 병행돼야 한다”며 “KM-53의 거취뿐 아니라 반달가슴곰의 서식지 확대, 분산에 대해 전반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서식지 확대 필요”

정부가 2004년부터 추진한 반달가슴곰 종 복원 사업 결과, 현재 지리산에는 총 47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다. 총 38마리를 방사했는데, 그중 15마리가 죽었지만, 새끼가 제법 많이 태어나 50마리 가까운 곰이 살고 있다.


환경부는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최소생존 개체군(MVP)의 수를 50마리 정도로 봤다. 즉 지리산에서 야생곰이 살기 위해서는 50마리 정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현재 거의 그 수준까지 왔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반달 가슴곰 확대를 논의해볼 시점이라고 말한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는 “방사된 동물과 인간의 접촉도 줄이고 지나친 관심을 피하려면 무엇보다 서식지 면적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번 일을 계기로 곰 서식지 확대를 논의해 보겠다는 계획이다.

환경부 노희경 생물다양성 과장은 “KM-53을 울타리에 가둘 가능성은 희박하고, 지리산 재방사와 수도산 방사를 놓고 심도 있는 검토를 할 것”이라며 "이번 논의에 따라 곰 서식지 확대에 대한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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