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대규모 단수…재난 문자는 4시간 ‘늑장’

입력 2017.08.17 (08:33) 수정 2017.08.1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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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그제 광복절 오후 울산에선 대형 송수관로 누수로 수십만 가구에 수돗물 공급이 끊겼습니다.

단수는 이튿날 아침까지 계속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단수 지역 주민들이 더 분통을 터뜨린 건 재난 문자 메시지입니다.

사고 발생 4시간이 지나서야 단수를 알리는 재난 문자가 도착했기 때문인데요.

이미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데, 식수를 미리 확보하라고 보낸 안내 메시지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습니다.

재난 상황을 시민들이게 빨리 알려 피해를 줄이고자 도입된 재난 문자 메시지, 왜 이렇게 늑장 대응이 반복되고 있는 건지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광복절 오후, 울산시 남구입니다.

왕복 8차선 도로가 원래 모습을 잃고 물바다가 됐습니다.

버스와 승용차가 흙탕물이 흘러내리는 도로 위를 지나갑니다.

<녹취> 인근 주유소 관계자 : “10분 만에 도로가 잠겨서 이쪽 차선은 경찰들이 다 막고 저쪽 차선 가운데만 차량 운행이 됐습니다. 경찰이 (차량 통행을) 차단해서 장사하는 데 지장이 많았습니다.”

갑작스러운 물난리의 원인은 대형 송수관로 파손입니다.

정수장에서 각 배수지로 물을 공급하는 지름 1천2백mm짜리 송수관의 이음부가 파열됐기 때문입니다.

<녹취>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14일, 15일 이틀간 비가 오고 난 다음에 15일 오후 늦게 그렇게 관의 이음부가 이탈됐거든요. 거기서 물이 샜는데…….”

이 사고로 약 1만 7천 톤의 수돗물이 도로로 쏟아졌습니다.

정수장과 이어지는 주요 송수관이다 보니, 울산 남구와 동구, 울주군 등 수십만 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습니다.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단수 사태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단수 지역 주민 : “설거지도 못 하고 아무것도 못 하고 있어요. 빨리 수돗물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불편합니다.”

밤새 수돗물 공급이 정상화되길 기다렸지만, 일부 지역에선 다음 날 아침 출근 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수돗물 공급이 재개됐습니다.

<녹취> 단수 지역 주민 : “화장실 물 내리고 이럴 때 그거(불편을) 말로 어떻게 다해요. 밥은 물을 처음에 트니까 구정물이 나와서 아예 밥은 못 했어요.”

시민들이 더 분통을 터뜨린 건 긴급 재난 문자 메시지입니다.

수돗물 공급이 끊긴 지 네 시간이 지난 그제 오후 8시 반쯤 단수를 알리는 재난 문자가 시민들에게 도착했습니다.

이미 수돗물 공급이 끊긴 상황에서 '물을 미리 확보하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온 겁니다.

<녹취> 단수 지역 주민 : “단수되고 난 뒤에 '미리 물을 확보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는 행정을 하는 건가, 안 하는 건가. 지금.”

<녹취> 단수 지역 주민 : “단수가 됐다는 안내 문자가 떴을 때는 이미 물이 졸졸 밖에 안 나와요. 그때는 늦어서 물을 못 받았죠. 문자만 일찍 왔으면 준비를 다 했죠. 그런데 늦은 시간에 생수를 사러 가지도 못 하고…….”

이렇게 수돗물 공급이 끊긴 지 네 시간만에 도착한 긴급 재난 문자는 시민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손님 맞을 준비를 못한 음식점도 장사를 망쳤습니다.

<인터뷰> 이연화(식당 운영) : "(오전) 7시 되어서 물 복구가 됐다는데 9시가 넘었는데도 물이 찔끔찔끔 나오고 장사 어떻게 하라고……."

울산시청과 상수도사업본부에는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녹취>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화장실 사용을 하든지 샤워를 하든지 해야 하는데 (물이) 안 나오고 바로 그런 걸 체감을 하니까 민원이 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상수도 본부가 울산시 재난 상황실에 단수 알림 문자 내용을 보낸 건 그젯밤 8시 7분.

사고 발생 3시간 반이 지난 뒤였습니다.

이 문자는 시청 재난 상황실에서 곧바로 시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울산시에서 행정안전부로 다시 내용을 알리고, 시민들에게 문자 메시지가 발송되기까지 20분이 더 흘렀습니다.

관계 기관에서 울산시 재난상황실로, 다시 행정안전부의 승인을 받아 긴급 재난 문자가 발송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상수도 본부에선 상황 파악에 시간이 걸려 문자메시지 발송도 지연됐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채수(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 급수부장) : “단수를 한다는 자체가 시민들에게 많은 불편을 끼치는 것이지 않습니까. 저희도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안 되겠다.' 판단이 서야…….”

수돗물 공급이 정상화되는 시간까지 오락가락 발표하면서 시민들의 혼란은 가중됐습니다.

울산시는 어제 오후 울산 전역의 수돗물 공급이 정상화됐다고 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흙탕물이 계속 나오기도 했습니다.

<녹취> 단수 지역 주민 : “오후 2시까지 계속 물 시꺼멓던데요. 틀었는데.”

<녹취> 단수 지역 주민 : “아직 색깔이 뿌연 게 좀 그래요. 이게 한참 나중에는 멀겋게 안 돼. 많이 나아진 게 이래요.”

늑장 재난 문자가 문제가 된 건 이번 만이 아닙니다.

지난 5월 강릉 지역에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민가까지 화마에 휩싸이고 있는데도 주민들은 한 통의 재난 문자도 받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경주에 강진이 발생했을 때도 지진 발생을 알리는 재난 문자가 뒤늦게 발송됐습니다.

재난 문자 메시지 발송을 위해선 복잡한 보고 절차를 거쳐야 해 시간이 지연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정부는 이런 부작용이 계속 나타나자 어제 긴급 재난 문자 발송과 관련한 개선 사항을 내놓았습니다.

신속한 초동 대처를 위해 어제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긴급 재난 문자를 보낼 수 있는 송출 권한을 준 겁니다.

<녹취> 강명구(사무관/행정안전부 상황총괄담당관실) : “재난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이제 초동 대처를 하기 위해서는 현장 상황에 밝은 지자체에서 직접 승인하는 게 바람직할 거라고 판단이 돼서 지자체에다가 송출 승인 권한을 부여하게 된 겁니다.”

이번 조치로 재난 상황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알림이 아니라, 시민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재난 문자 시스템이 갖춰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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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7 08:37:21
    • 수정2017-08-17 09: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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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광복절 오후 울산에선 대형 송수관로 누수로 수십만 가구에 수돗물 공급이 끊겼습니다.

단수는 이튿날 아침까지 계속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단수 지역 주민들이 더 분통을 터뜨린 건 재난 문자 메시지입니다.

사고 발생 4시간이 지나서야 단수를 알리는 재난 문자가 도착했기 때문인데요.

이미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데, 식수를 미리 확보하라고 보낸 안내 메시지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습니다.

재난 상황을 시민들이게 빨리 알려 피해를 줄이고자 도입된 재난 문자 메시지, 왜 이렇게 늑장 대응이 반복되고 있는 건지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광복절 오후, 울산시 남구입니다.

왕복 8차선 도로가 원래 모습을 잃고 물바다가 됐습니다.

버스와 승용차가 흙탕물이 흘러내리는 도로 위를 지나갑니다.

<녹취> 인근 주유소 관계자 : “10분 만에 도로가 잠겨서 이쪽 차선은 경찰들이 다 막고 저쪽 차선 가운데만 차량 운행이 됐습니다. 경찰이 (차량 통행을) 차단해서 장사하는 데 지장이 많았습니다.”

갑작스러운 물난리의 원인은 대형 송수관로 파손입니다.

정수장에서 각 배수지로 물을 공급하는 지름 1천2백mm짜리 송수관의 이음부가 파열됐기 때문입니다.

<녹취>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14일, 15일 이틀간 비가 오고 난 다음에 15일 오후 늦게 그렇게 관의 이음부가 이탈됐거든요. 거기서 물이 샜는데…….”

이 사고로 약 1만 7천 톤의 수돗물이 도로로 쏟아졌습니다.

정수장과 이어지는 주요 송수관이다 보니, 울산 남구와 동구, 울주군 등 수십만 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습니다.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단수 사태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단수 지역 주민 : “설거지도 못 하고 아무것도 못 하고 있어요. 빨리 수돗물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불편합니다.”

밤새 수돗물 공급이 정상화되길 기다렸지만, 일부 지역에선 다음 날 아침 출근 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수돗물 공급이 재개됐습니다.

<녹취> 단수 지역 주민 : “화장실 물 내리고 이럴 때 그거(불편을) 말로 어떻게 다해요. 밥은 물을 처음에 트니까 구정물이 나와서 아예 밥은 못 했어요.”

시민들이 더 분통을 터뜨린 건 긴급 재난 문자 메시지입니다.

수돗물 공급이 끊긴 지 네 시간이 지난 그제 오후 8시 반쯤 단수를 알리는 재난 문자가 시민들에게 도착했습니다.

이미 수돗물 공급이 끊긴 상황에서 '물을 미리 확보하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온 겁니다.

<녹취> 단수 지역 주민 : “단수되고 난 뒤에 '미리 물을 확보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는 행정을 하는 건가, 안 하는 건가. 지금.”

<녹취> 단수 지역 주민 : “단수가 됐다는 안내 문자가 떴을 때는 이미 물이 졸졸 밖에 안 나와요. 그때는 늦어서 물을 못 받았죠. 문자만 일찍 왔으면 준비를 다 했죠. 그런데 늦은 시간에 생수를 사러 가지도 못 하고…….”

이렇게 수돗물 공급이 끊긴 지 네 시간만에 도착한 긴급 재난 문자는 시민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손님 맞을 준비를 못한 음식점도 장사를 망쳤습니다.

<인터뷰> 이연화(식당 운영) : "(오전) 7시 되어서 물 복구가 됐다는데 9시가 넘었는데도 물이 찔끔찔끔 나오고 장사 어떻게 하라고……."

울산시청과 상수도사업본부에는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녹취>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화장실 사용을 하든지 샤워를 하든지 해야 하는데 (물이) 안 나오고 바로 그런 걸 체감을 하니까 민원이 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상수도 본부가 울산시 재난 상황실에 단수 알림 문자 내용을 보낸 건 그젯밤 8시 7분.

사고 발생 3시간 반이 지난 뒤였습니다.

이 문자는 시청 재난 상황실에서 곧바로 시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울산시에서 행정안전부로 다시 내용을 알리고, 시민들에게 문자 메시지가 발송되기까지 20분이 더 흘렀습니다.

관계 기관에서 울산시 재난상황실로, 다시 행정안전부의 승인을 받아 긴급 재난 문자가 발송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상수도 본부에선 상황 파악에 시간이 걸려 문자메시지 발송도 지연됐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채수(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 급수부장) : “단수를 한다는 자체가 시민들에게 많은 불편을 끼치는 것이지 않습니까. 저희도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안 되겠다.' 판단이 서야…….”

수돗물 공급이 정상화되는 시간까지 오락가락 발표하면서 시민들의 혼란은 가중됐습니다.

울산시는 어제 오후 울산 전역의 수돗물 공급이 정상화됐다고 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흙탕물이 계속 나오기도 했습니다.

<녹취> 단수 지역 주민 : “오후 2시까지 계속 물 시꺼멓던데요. 틀었는데.”

<녹취> 단수 지역 주민 : “아직 색깔이 뿌연 게 좀 그래요. 이게 한참 나중에는 멀겋게 안 돼. 많이 나아진 게 이래요.”

늑장 재난 문자가 문제가 된 건 이번 만이 아닙니다.

지난 5월 강릉 지역에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민가까지 화마에 휩싸이고 있는데도 주민들은 한 통의 재난 문자도 받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경주에 강진이 발생했을 때도 지진 발생을 알리는 재난 문자가 뒤늦게 발송됐습니다.

재난 문자 메시지 발송을 위해선 복잡한 보고 절차를 거쳐야 해 시간이 지연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정부는 이런 부작용이 계속 나타나자 어제 긴급 재난 문자 발송과 관련한 개선 사항을 내놓았습니다.

신속한 초동 대처를 위해 어제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긴급 재난 문자를 보낼 수 있는 송출 권한을 준 겁니다.

<녹취> 강명구(사무관/행정안전부 상황총괄담당관실) : “재난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이제 초동 대처를 하기 위해서는 현장 상황에 밝은 지자체에서 직접 승인하는 게 바람직할 거라고 판단이 돼서 지자체에다가 송출 승인 권한을 부여하게 된 겁니다.”

이번 조치로 재난 상황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알림이 아니라, 시민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재난 문자 시스템이 갖춰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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