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폐비닐로 바꿔치기…중국산 담배 밀수

입력 2017.08.18 (08:34) 수정 2017.08.1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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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우리 돈으로 한 갑에 만 원 정도 하는 중국산 담배입니다.

비싼 값에도 중국 부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고 하는데요.

면세점에선 반 값에 살 수 있어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의 필수 쇼핑 품목이라고 합니다.

사드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자 이 담배의 판매도 급감했습니다.

한 담배 수입상이 판로가 막힌 이 면세 담배를 빼돌려 시중에 불법 유통시킨 혐의로 세관에 적발됐습니다.

34만 갑, 시가 20억 원 어치입니다.

중국산 면세 담배가 들어있어야 할 컨테이너를 폐비닐로 채워 놓고, 세관의 단속을 피하려 했습니다.

담배 밀수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인천항의 화물 터미널입니다.

세관의 이동식 엑스레이 촬영 차량이 한 컨테이너 옆으로 다가 갑니다.

중국산 담배가 실려 있다는 컨테이너입니다.

<인터뷰> 박춘배(인천본부세관 조사총괄과 조사 팀장) : "우리나라 면세점에서 판매하기 위해 들여온 담배인데, 판매가 부진하다는 사유로 반송 수출 신고를 했습니다. 근데 중국에서 반입된 담배인데 반송 지가 베트남으로 돼있어서……."

엑스 레이 검사기로 비추자 컨테이너에 실린 화물의 형태가 나타납니다.

그런데 담배라고 하기에는 뭔가 이상해 보입니다.

<인터뷰> 박춘배(인천본부세관 조사총괄과 조사 팀장) : "저희가 이동형 화물 컨테이너 검색기를 투입해서 검색한 결과 굉장히 투명한 물체가 있는 것으로 판단이 돼서 바로 개장 검색을 실시하니까 그 안에서 담배가 나와야 하는데 담배가 아닌……."

컨테이너를 열자 담배 대신 폐비닐이 쏟아져 나옵니다.

원래 컨테이너에 실려 있어야 할 담배가 어디론가 빼돌려진 겁니다.

<녹취> 한성일(인천본부세관 조사총괄과 조사 국장) : "면세점 납품용으로 수입한 중국산 담배 34만 갑. 시가 20억 원 상당이 중국 단체 관광객 급감으로 판매가 부진하자 이를 베트남으로 수출한 것처럼 수출 신고 후 인천항으로 보세운송 도중 시중으로 빼돌리고……."

지난 7월 중국 국적의 53살 최 모 씨는 중국산 면세 담배 34만 갑을 한국으로 들여옵니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에게 판매할 목적이었는데, 중국 현지에선 만 원 정도 하는 고급 담배입니다.

<녹취> 한성일(인천본부세관 조사총괄과 조사 국장) : "이 담배는 중국 부유층들이 즐겨 찾는 담배로써 중국 현지에서도 8천 원에서 만 원 정도에 판매되는 담배입니다. 중국산 담배는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주로 많이 사 가는데……."

애초에는 중소 면세점에 이 담배를 납품하려 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사드 배치 논란으로 중국 관광객이 뚝 끊기자 면세점의 중국 담배 판매량도 덩달아 급감했습니다.

<인터뷰> 박춘배(인천본부세관 조사총괄과 조사 팀장) : "일부가 실제로 면세점에 납품되고 전시까지 됐었던 상태고요. 그런데 여러 사정으로 인해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급감을 했고 반송 수출 신고를 한 것입니다."

결국, 최 씨는 처음 수입할 때 신고한 면세점이 아닌 일반 시중에서 담배를 유통시키기로 마음 먹습니다.

우선 세관에 면세 담배 반송 요청을 한 뒤, 보세 창고에 담배를 보관했습니다.

그리고 담배가 컨테이너에 실려 인천항 보세 구역으로 옮겨질 때를 노렸습니다.

담배를 인천항의 한 물류창고로 몰래 빼돌린 뒤, 미리 준비해둔 트럭 두 대에 나눠 실었습니다.

빼돌려진 담배가 도착한 곳은 평택의 한 물류창고입니다.

담배 밀수를 추적해온 세관이 이 창고를 덮쳤습니다.

창고 문을 열고 검은 비닐에 싸여 있는 상자를 뜯자 문제의 중국산 담배가 나옵니다.

<인터뷰> 박춘배(인천본부세관 조사총괄과 조사 팀장) : "컨테이너에 다시 물건을 실은 다음에 정상적으로 이동을 했으면 다시 수출하는 배가 있는 부두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중간에 공범 강 모 씨가 운영하는 일반 창고로 이 컨테이너가 가게 됩니다."

담배가 차 있어야 할 컨테이너는 눈속임을 위해 폐비닐로 채워 보세 구역으로 보냈습니다.

<인터뷰> 박춘배(인천본부세관 조사총괄과 조사 팀장) : "빈 컨테이너에는 폐비닐을 전부 가득 채워서 마치 담배인 것처럼 한 다음에 담배는 평택으로 보내고, 폐비닐이 들어있는 컨테이너는 원래 가기로 했던 목적지 부두로 이동을 하게 된 것입니다."

수출입 편의를 위해 일정 구역에서 관세 부과를 일시 보류하는 보세운송제도를 악용한 겁니다.

<녹취> 한성일(인천본부세관 조사총괄과 조사 국장) : "이들 밀수입 조직은 평소 세관 주변에서 수출입 물품 보세운송이나 창고업 등을 하였기 때문에 세관의 규정이나 절차를 잘 알고 있었고, 이를 이용하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렇게 빼돌린 담배는 중국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지역으로 팔려나갔습니다.

<인터뷰> 박춘배(인천본부세관 조사총괄과 조사 팀장) : "국내 판매책이 있습니다. 그들한테 담배를 넘겨서 서울 대림동이나 안산 등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그 지역 중국인들 대상으로 음성적으로 판매할 목적으로 그렇게 밀수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30만 갑을 압수했는데 4만 갑은 이미 국내 판매책들에게 인도가 된 상태였습니다."

서울의 한 중국 물품 판매점.

중국산 담배를 찾는다고 하자 서랍 깊숙한 곳에서 상자를 꺼냅니다.

<녹취> 중국 물품 판매점 주인 : "(중국 담배도 취급하나요? OOO 있어요? ) 중국 담배요? 네."

<녹취> 중국 물품 판매점 주인 : "얘는 5천 원. 제일 잘 나가는 건 이거. 지금 다른 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돼요."

이번에 세관에 적발된 담배와 같은 종류의 중국산 담배, 국내에 정식 수입 되지 않는 담배가 면세 가격에 은밀히 팔리고 있었습니다.

<녹취> 중국 물품 판매점 주인 : "옛날보다 가격이 좀 많이 올랐어요. 그만큼 우리가 들여오는 게 힘드니까 가격이 올라요. (근데 이거 어디서 구하셨어요? 이런 걸?) 가져오는 사람들이 있어요."

세관은 2015년 담뱃값 인상 이후 담배 밀수입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담배에 대한 화물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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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폐비닐로 바꿔치기…중국산 담배 밀수
    • 입력 2017-08-18 08:41:22
    • 수정2017-08-18 09: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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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돈으로 한 갑에 만 원 정도 하는 중국산 담배입니다.

비싼 값에도 중국 부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고 하는데요.

면세점에선 반 값에 살 수 있어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의 필수 쇼핑 품목이라고 합니다.

사드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자 이 담배의 판매도 급감했습니다.

한 담배 수입상이 판로가 막힌 이 면세 담배를 빼돌려 시중에 불법 유통시킨 혐의로 세관에 적발됐습니다.

34만 갑, 시가 20억 원 어치입니다.

중국산 면세 담배가 들어있어야 할 컨테이너를 폐비닐로 채워 놓고, 세관의 단속을 피하려 했습니다.

담배 밀수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인천항의 화물 터미널입니다.

세관의 이동식 엑스레이 촬영 차량이 한 컨테이너 옆으로 다가 갑니다.

중국산 담배가 실려 있다는 컨테이너입니다.

<인터뷰> 박춘배(인천본부세관 조사총괄과 조사 팀장) : "우리나라 면세점에서 판매하기 위해 들여온 담배인데, 판매가 부진하다는 사유로 반송 수출 신고를 했습니다. 근데 중국에서 반입된 담배인데 반송 지가 베트남으로 돼있어서……."

엑스 레이 검사기로 비추자 컨테이너에 실린 화물의 형태가 나타납니다.

그런데 담배라고 하기에는 뭔가 이상해 보입니다.

<인터뷰> 박춘배(인천본부세관 조사총괄과 조사 팀장) : "저희가 이동형 화물 컨테이너 검색기를 투입해서 검색한 결과 굉장히 투명한 물체가 있는 것으로 판단이 돼서 바로 개장 검색을 실시하니까 그 안에서 담배가 나와야 하는데 담배가 아닌……."

컨테이너를 열자 담배 대신 폐비닐이 쏟아져 나옵니다.

원래 컨테이너에 실려 있어야 할 담배가 어디론가 빼돌려진 겁니다.

<녹취> 한성일(인천본부세관 조사총괄과 조사 국장) : "면세점 납품용으로 수입한 중국산 담배 34만 갑. 시가 20억 원 상당이 중국 단체 관광객 급감으로 판매가 부진하자 이를 베트남으로 수출한 것처럼 수출 신고 후 인천항으로 보세운송 도중 시중으로 빼돌리고……."

지난 7월 중국 국적의 53살 최 모 씨는 중국산 면세 담배 34만 갑을 한국으로 들여옵니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에게 판매할 목적이었는데, 중국 현지에선 만 원 정도 하는 고급 담배입니다.

<녹취> 한성일(인천본부세관 조사총괄과 조사 국장) : "이 담배는 중국 부유층들이 즐겨 찾는 담배로써 중국 현지에서도 8천 원에서 만 원 정도에 판매되는 담배입니다. 중국산 담배는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주로 많이 사 가는데……."

애초에는 중소 면세점에 이 담배를 납품하려 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사드 배치 논란으로 중국 관광객이 뚝 끊기자 면세점의 중국 담배 판매량도 덩달아 급감했습니다.

<인터뷰> 박춘배(인천본부세관 조사총괄과 조사 팀장) : "일부가 실제로 면세점에 납품되고 전시까지 됐었던 상태고요. 그런데 여러 사정으로 인해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급감을 했고 반송 수출 신고를 한 것입니다."

결국, 최 씨는 처음 수입할 때 신고한 면세점이 아닌 일반 시중에서 담배를 유통시키기로 마음 먹습니다.

우선 세관에 면세 담배 반송 요청을 한 뒤, 보세 창고에 담배를 보관했습니다.

그리고 담배가 컨테이너에 실려 인천항 보세 구역으로 옮겨질 때를 노렸습니다.

담배를 인천항의 한 물류창고로 몰래 빼돌린 뒤, 미리 준비해둔 트럭 두 대에 나눠 실었습니다.

빼돌려진 담배가 도착한 곳은 평택의 한 물류창고입니다.

담배 밀수를 추적해온 세관이 이 창고를 덮쳤습니다.

창고 문을 열고 검은 비닐에 싸여 있는 상자를 뜯자 문제의 중국산 담배가 나옵니다.

<인터뷰> 박춘배(인천본부세관 조사총괄과 조사 팀장) : "컨테이너에 다시 물건을 실은 다음에 정상적으로 이동을 했으면 다시 수출하는 배가 있는 부두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중간에 공범 강 모 씨가 운영하는 일반 창고로 이 컨테이너가 가게 됩니다."

담배가 차 있어야 할 컨테이너는 눈속임을 위해 폐비닐로 채워 보세 구역으로 보냈습니다.

<인터뷰> 박춘배(인천본부세관 조사총괄과 조사 팀장) : "빈 컨테이너에는 폐비닐을 전부 가득 채워서 마치 담배인 것처럼 한 다음에 담배는 평택으로 보내고, 폐비닐이 들어있는 컨테이너는 원래 가기로 했던 목적지 부두로 이동을 하게 된 것입니다."

수출입 편의를 위해 일정 구역에서 관세 부과를 일시 보류하는 보세운송제도를 악용한 겁니다.

<녹취> 한성일(인천본부세관 조사총괄과 조사 국장) : "이들 밀수입 조직은 평소 세관 주변에서 수출입 물품 보세운송이나 창고업 등을 하였기 때문에 세관의 규정이나 절차를 잘 알고 있었고, 이를 이용하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렇게 빼돌린 담배는 중국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지역으로 팔려나갔습니다.

<인터뷰> 박춘배(인천본부세관 조사총괄과 조사 팀장) : "국내 판매책이 있습니다. 그들한테 담배를 넘겨서 서울 대림동이나 안산 등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그 지역 중국인들 대상으로 음성적으로 판매할 목적으로 그렇게 밀수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30만 갑을 압수했는데 4만 갑은 이미 국내 판매책들에게 인도가 된 상태였습니다."

서울의 한 중국 물품 판매점.

중국산 담배를 찾는다고 하자 서랍 깊숙한 곳에서 상자를 꺼냅니다.

<녹취> 중국 물품 판매점 주인 : "(중국 담배도 취급하나요? OOO 있어요? ) 중국 담배요? 네."

<녹취> 중국 물품 판매점 주인 : "얘는 5천 원. 제일 잘 나가는 건 이거. 지금 다른 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돼요."

이번에 세관에 적발된 담배와 같은 종류의 중국산 담배, 국내에 정식 수입 되지 않는 담배가 면세 가격에 은밀히 팔리고 있었습니다.

<녹취> 중국 물품 판매점 주인 : "옛날보다 가격이 좀 많이 올랐어요. 그만큼 우리가 들여오는 게 힘드니까 가격이 올라요. (근데 이거 어디서 구하셨어요? 이런 걸?) 가져오는 사람들이 있어요."

세관은 2015년 담뱃값 인상 이후 담배 밀수입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담배에 대한 화물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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