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보다 가혹한 길’…열여섯 소녀의 ‘순례’

입력 2017.08.1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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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고품격 4부작 UHD 다큐멘터리 '순례'를 선보인다.

9월 방송되는 다큐멘터리 '순례'는 KBS가 '차마고도' 등 수많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축적한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인간'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담아낸 휴먼 다큐멘터리다.

제작진은 '순례'라는 명제 아래 어딘가로 걸어가는 사람들을 최장 450일에 걸쳐 관찰, 변화하는 개인의 삶과 가치관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코드로 풀어낼 예정이다.


다큐멘터리 '순례' 제작에는 뛰어난 작품성을 보여준 '차마고도'와 '도자기','색,네 개의 욕망' 제작진이 참여하는 등 KBS의 다큐멘터리 제작 역량이 집대성됐다.

제작진은 인도 북부 라다크 지역, 페루 안데스 산맥과 잉카문명, 세네갈 레트바호수, 미국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등 4대륙, 지구 4분의 1(12,000km) 바퀴에 걸친 전 여정을 각 편의 출연자들과 동행하며 최첨단 카메라와 특수촬영장비를 이용해 UHD(초고화질)로 담아냈다.

인종과 살아가는 모습은 다르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가족, 친구에 대한 사랑과 신과 구원을 향한 끝없는 행진 그리고 깨달음과 치유의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순례'의 첫 장을 여는 1편은 히말라야 산골 소녀 쏘남 왕모의 이야기를 다룬 '안녕, 나의 소녀 시절이여'다. 쏘남 왕모가 가난한 산골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비구니로 출가하는 슬픈 사연과 승려로서의 수행을 통해 바라보고 겪게 되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안녕, 나의 소녀 시절이여


모든 강이 얼어붙는 1월, 히말라야의 산바람은 유독 날카롭다. 영하 30도, 해발 5,200m 잘룽카포 산을 넘는 200여 명의 승려 속에 16살의 어린 비구니 '쏘남 왕모'가 있다.

죽음의 고개라 불릴 정도로 강추위와 칼바람은 물론 원주민들조차 고산병에 쓰러지는 험난한 산악지대를 지나던 중 '쏘남 왕모' 역시 쓰러져 정신을 잃고 만다.


'쏘남 왕모'의 가족은 부모와 5형제 그리고 양 20여 마리다.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세 명의 동생들은 도시에서 가정부와 승려로 살아가고 있다. '쏘남 왕모' 역시 7년 전 도시에서 가정부로 일만 하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친구들은 고등학생이지만 '쏘남 왕모'는 이제 중학생이다.

얼마 안 되는 보리밭을 경작하여 자급자족하고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양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가족에게 '가난' 말고도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있다. 언제 나타나 양들을 죽일지 모를 '설표'다. 이 위협적인 존재로부터 양들을 지키기 위해 소녀는 매일 밤 양우리 옆에서 노숙한다.


쏘남 왕모는 가난한 집 숟가락 하나 덜어보겠다는 마음으로 승려가 되기로 한다. 소녀의 부모는 여섯 명의 자식 중 넷이나 떠나보내야만 하는 서글픈 현실을 원망하고 출가를 반대하지만, 오히려 가난한 산골 생활보다는 승려로 살아가는 편이 소녀를 위한 길이라 여기게 된다.

출가하고 한 달도 채 안 돼 떠나게 된 순례길은 소녀에게 산골 가난보다 더 가혹한 길이다. 이 새로운 인생의 여정에서 소녀는 어른이 되어간다.


소녀의 순례, 패드 야트라

'순례' 제1편 '안녕, 소녀 시절이여'의 주요 배경은 '라다크'로 인도 대륙의 최북단, 히말라야 산맥을 타고 앉은 잠무카슈미르주에 있다. '고갯길의 땅'이란 뜻의 라다크는 험난한 지리적 폐쇄성으로 인해 오랫동안 문명의 손길을 타지 않다가 1974년 개방 이후 헬레나 노르베르 호지의 '오래된 미래'로 유명세를 탔다.


대부분의 인도인은 힌두교를 믿지만, 이 지역 사람들 대부분은 티베트 불교를 믿는다. 티베트 망명 정부도 인도 북서부 '다람살라'에 있다. '순례' 1편에서 쏘남 왕모가 출가하는 곳도 티베트 불교의 한 종파인 드룩파의 본산 격인 '헤미스 곤파(혹은 헤미스 곰빠)'다.

티베트 불교의 한 종파인 드루크파의 수행 중 하나인 '패드 야트라(발의 여정)' 순례자들이 얼어붙은 설산을 물들인다. 죽음의 고개라 불릴 정도로 강추위와 칼바람은 물론, 원주민들조차 고산병에 쓰러지기 일쑤인 험난한 겨울 산악지대를 통과하는 가혹한 여정이다.


현지인들조차 힘들어하는 해발 5,129m, 잘룽 카포(Zalung Karpo)는 만년설이 쌓여있는 지역이라 야크가 먼저 가면서 눈을 헤쳐 길을 만들면 승려들이 그 뒤를 따른다. 실제로 촬영 도중 많은 승려가 이곳에서 고산병에 쓰러졌다. 이 산을 넘다 몇몇 외국 등산객들은 고산병으로 죽음을 맞기도 했을 정도로 위험한 지역이다.

'순례' 제작진은 '패드 야트라' 전 여정을 동행하며 밀착 취재했다. 더욱 생동감 넘치는 영상을 전달하기 위해 때론 순례자들을 미리 앞질러서, 때론 뒤따르며 다채로운 앵글과 화각으로 '패드 야트라'의 모든 순간들을 오롯이 담아냈다.


'순례'는 오는 9월 7일(목) 밤 10시 1편 '안녕, 나의 소녀 시절이여'를 시작으로 8일 2편 '신의 눈물', 14일 3편 '집으로 가는 길', 15일 4편 '4,300km, 한 걸음 나에게로'가 KBS 1TV를 통해 방송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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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난보다 가혹한 길’…열여섯 소녀의 ‘순례’
    • 입력 2017-08-18 10:53:23
    방송·연예
KBS가 고품격 4부작 UHD 다큐멘터리 '순례'를 선보인다.

9월 방송되는 다큐멘터리 '순례'는 KBS가 '차마고도' 등 수많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축적한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인간'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담아낸 휴먼 다큐멘터리다.

제작진은 '순례'라는 명제 아래 어딘가로 걸어가는 사람들을 최장 450일에 걸쳐 관찰, 변화하는 개인의 삶과 가치관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코드로 풀어낼 예정이다.


다큐멘터리 '순례' 제작에는 뛰어난 작품성을 보여준 '차마고도'와 '도자기','색,네 개의 욕망' 제작진이 참여하는 등 KBS의 다큐멘터리 제작 역량이 집대성됐다.

제작진은 인도 북부 라다크 지역, 페루 안데스 산맥과 잉카문명, 세네갈 레트바호수, 미국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등 4대륙, 지구 4분의 1(12,000km) 바퀴에 걸친 전 여정을 각 편의 출연자들과 동행하며 최첨단 카메라와 특수촬영장비를 이용해 UHD(초고화질)로 담아냈다.

인종과 살아가는 모습은 다르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가족, 친구에 대한 사랑과 신과 구원을 향한 끝없는 행진 그리고 깨달음과 치유의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순례'의 첫 장을 여는 1편은 히말라야 산골 소녀 쏘남 왕모의 이야기를 다룬 '안녕, 나의 소녀 시절이여'다. 쏘남 왕모가 가난한 산골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비구니로 출가하는 슬픈 사연과 승려로서의 수행을 통해 바라보고 겪게 되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안녕, 나의 소녀 시절이여


모든 강이 얼어붙는 1월, 히말라야의 산바람은 유독 날카롭다. 영하 30도, 해발 5,200m 잘룽카포 산을 넘는 200여 명의 승려 속에 16살의 어린 비구니 '쏘남 왕모'가 있다.

죽음의 고개라 불릴 정도로 강추위와 칼바람은 물론 원주민들조차 고산병에 쓰러지는 험난한 산악지대를 지나던 중 '쏘남 왕모' 역시 쓰러져 정신을 잃고 만다.


'쏘남 왕모'의 가족은 부모와 5형제 그리고 양 20여 마리다.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세 명의 동생들은 도시에서 가정부와 승려로 살아가고 있다. '쏘남 왕모' 역시 7년 전 도시에서 가정부로 일만 하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친구들은 고등학생이지만 '쏘남 왕모'는 이제 중학생이다.

얼마 안 되는 보리밭을 경작하여 자급자족하고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양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가족에게 '가난' 말고도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있다. 언제 나타나 양들을 죽일지 모를 '설표'다. 이 위협적인 존재로부터 양들을 지키기 위해 소녀는 매일 밤 양우리 옆에서 노숙한다.


쏘남 왕모는 가난한 집 숟가락 하나 덜어보겠다는 마음으로 승려가 되기로 한다. 소녀의 부모는 여섯 명의 자식 중 넷이나 떠나보내야만 하는 서글픈 현실을 원망하고 출가를 반대하지만, 오히려 가난한 산골 생활보다는 승려로 살아가는 편이 소녀를 위한 길이라 여기게 된다.

출가하고 한 달도 채 안 돼 떠나게 된 순례길은 소녀에게 산골 가난보다 더 가혹한 길이다. 이 새로운 인생의 여정에서 소녀는 어른이 되어간다.


소녀의 순례, 패드 야트라

'순례' 제1편 '안녕, 소녀 시절이여'의 주요 배경은 '라다크'로 인도 대륙의 최북단, 히말라야 산맥을 타고 앉은 잠무카슈미르주에 있다. '고갯길의 땅'이란 뜻의 라다크는 험난한 지리적 폐쇄성으로 인해 오랫동안 문명의 손길을 타지 않다가 1974년 개방 이후 헬레나 노르베르 호지의 '오래된 미래'로 유명세를 탔다.


대부분의 인도인은 힌두교를 믿지만, 이 지역 사람들 대부분은 티베트 불교를 믿는다. 티베트 망명 정부도 인도 북서부 '다람살라'에 있다. '순례' 1편에서 쏘남 왕모가 출가하는 곳도 티베트 불교의 한 종파인 드룩파의 본산 격인 '헤미스 곤파(혹은 헤미스 곰빠)'다.

티베트 불교의 한 종파인 드루크파의 수행 중 하나인 '패드 야트라(발의 여정)' 순례자들이 얼어붙은 설산을 물들인다. 죽음의 고개라 불릴 정도로 강추위와 칼바람은 물론, 원주민들조차 고산병에 쓰러지기 일쑤인 험난한 겨울 산악지대를 통과하는 가혹한 여정이다.


현지인들조차 힘들어하는 해발 5,129m, 잘룽 카포(Zalung Karpo)는 만년설이 쌓여있는 지역이라 야크가 먼저 가면서 눈을 헤쳐 길을 만들면 승려들이 그 뒤를 따른다. 실제로 촬영 도중 많은 승려가 이곳에서 고산병에 쓰러졌다. 이 산을 넘다 몇몇 외국 등산객들은 고산병으로 죽음을 맞기도 했을 정도로 위험한 지역이다.

'순례' 제작진은 '패드 야트라' 전 여정을 동행하며 밀착 취재했다. 더욱 생동감 넘치는 영상을 전달하기 위해 때론 순례자들을 미리 앞질러서, 때론 뒤따르며 다채로운 앵글과 화각으로 '패드 야트라'의 모든 순간들을 오롯이 담아냈다.


'순례'는 오는 9월 7일(목) 밤 10시 1편 '안녕, 나의 소녀 시절이여'를 시작으로 8일 2편 '신의 눈물', 14일 3편 '집으로 가는 길', 15일 4편 '4,300km, 한 걸음 나에게로'가 KBS 1TV를 통해 방송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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