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수가 없어요”…‘울릉도’ 오지 마을 사람들

입력 2017.08.1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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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의 외딴 섬 울릉도. 그 울릉도에서도 가장 외딴곳, '섬 속의 섬'에 자리 잡은 오지마을이 있다.

편리하고 쾌적한 삶을 찾아 도시로 나서는 요즘 젊은이들과 달리 고생했던 옛 추억, 가족, 나이 등을 이유로 고향을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산다는 것은 무엇이며, 고향이란 어떤 의미일까.

'어머니'는 고향 같은 존재


곁에 계신 것만으로도, 고향을 지키고 계신 것만으로도 든든한 존재 '어머니'. 그 어머니를 찾아 떠난 울릉도에서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석봉산 아래 홀로 사는 김재선(89) 할머니다.

김재선 할머니는 지난해 이맘때 평생 친구처럼 함께해 온 남편을 먼저 떠나보냈다. 자식들은 농사를 그만두고 도시에 나가 함께 살자고 하지만, 할머니는 선뜻 이곳을 떠나지 못한다. 자신이 떠나면 자식들이 찾아올 고향이 없어질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할머니의 자식 사랑은 끝이 없다. 크고 예쁜 것, 입에 단 것 하나라도 생기면 자식들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자식들이 찾아온다고 전화라도 하는 날이면 곱게 화장을 하고, 온갖 음식을 차리며 맞을 준비에 분주해진다.

그러나 이곳은 외딴 섬 울릉도가 아닌가. 곧 도착한다는 소식에도 자식들의 걸음이 한없이 더디고 느리게 느껴진다.

"내 인생은 '산밭'에 있어"


울릉도 최고봉인 해발 900m 성인봉 자락에 자리 잡은 천부리 석포마을. 이말남(90) 할머니는 가파른 언덕만큼이나 굽은 등으로, 쉬지 않고 밭일을 한다.

할머니 곁에는 무뚝뚝하지만 속정이 깊은 넷째 아들 김한근(59) 씨가 있다. 할머니에게 아들은 곁에 있어 외롭지 않은 든든한 존재이다. 아들에게도 어머니는 오지 마을 생활을 견디게 하는 버팀목이다.

할머니는 손끝에 물이 마를 새 없을 정도로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90 나이에도 아직 그 거친 손으로 산밭을 일군다. 석포마을에서 이말남 할머니가 가꾼 감자를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할머니에게 산밭은 어떤 의미이기에 구십 평생 떠나지 못하고 있는 걸까.

부부는 서로에게 섬이 되었다


"여기는 자기가 부지런하면 얼마든지 먹고 살 수 있어요"

박상규(74), 이춘자(74) 부부의 시장은 텃밭이다. 시장처럼 없는 게 없을 만큼 명이나물에 고추, 도라지, 호박, 무화과 등 다양한 채소들이 가득하다.

'욕심부리지 않으면 땅은 먹고 살게 해준다'. 부부는 오지에 살며 자급자족의 철학을 깨달았다. 이제는 읍내에 나가 장 보는 일도 드물다. 남편은 이제 이발도 스스로 해낸다.

휑한 오지 마을에서 부부는 그렇게 혼자 일어서는 법을 배워나가고 있다.

울릉도 오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는 19일 KBS 1TV '다큐 공감'(밤 8시 5분)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문경림 kbs.petit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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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떠날 수가 없어요”…‘울릉도’ 오지 마을 사람들
    • 입력 2017-08-18 11:44:18
    방송·연예
동해의 외딴 섬 울릉도. 그 울릉도에서도 가장 외딴곳, '섬 속의 섬'에 자리 잡은 오지마을이 있다.

편리하고 쾌적한 삶을 찾아 도시로 나서는 요즘 젊은이들과 달리 고생했던 옛 추억, 가족, 나이 등을 이유로 고향을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산다는 것은 무엇이며, 고향이란 어떤 의미일까.

'어머니'는 고향 같은 존재


곁에 계신 것만으로도, 고향을 지키고 계신 것만으로도 든든한 존재 '어머니'. 그 어머니를 찾아 떠난 울릉도에서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석봉산 아래 홀로 사는 김재선(89) 할머니다.

김재선 할머니는 지난해 이맘때 평생 친구처럼 함께해 온 남편을 먼저 떠나보냈다. 자식들은 농사를 그만두고 도시에 나가 함께 살자고 하지만, 할머니는 선뜻 이곳을 떠나지 못한다. 자신이 떠나면 자식들이 찾아올 고향이 없어질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할머니의 자식 사랑은 끝이 없다. 크고 예쁜 것, 입에 단 것 하나라도 생기면 자식들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자식들이 찾아온다고 전화라도 하는 날이면 곱게 화장을 하고, 온갖 음식을 차리며 맞을 준비에 분주해진다.

그러나 이곳은 외딴 섬 울릉도가 아닌가. 곧 도착한다는 소식에도 자식들의 걸음이 한없이 더디고 느리게 느껴진다.

"내 인생은 '산밭'에 있어"


울릉도 최고봉인 해발 900m 성인봉 자락에 자리 잡은 천부리 석포마을. 이말남(90) 할머니는 가파른 언덕만큼이나 굽은 등으로, 쉬지 않고 밭일을 한다.

할머니 곁에는 무뚝뚝하지만 속정이 깊은 넷째 아들 김한근(59) 씨가 있다. 할머니에게 아들은 곁에 있어 외롭지 않은 든든한 존재이다. 아들에게도 어머니는 오지 마을 생활을 견디게 하는 버팀목이다.

할머니는 손끝에 물이 마를 새 없을 정도로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90 나이에도 아직 그 거친 손으로 산밭을 일군다. 석포마을에서 이말남 할머니가 가꾼 감자를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할머니에게 산밭은 어떤 의미이기에 구십 평생 떠나지 못하고 있는 걸까.

부부는 서로에게 섬이 되었다


"여기는 자기가 부지런하면 얼마든지 먹고 살 수 있어요"

박상규(74), 이춘자(74) 부부의 시장은 텃밭이다. 시장처럼 없는 게 없을 만큼 명이나물에 고추, 도라지, 호박, 무화과 등 다양한 채소들이 가득하다.

'욕심부리지 않으면 땅은 먹고 살게 해준다'. 부부는 오지에 살며 자급자족의 철학을 깨달았다. 이제는 읍내에 나가 장 보는 일도 드물다. 남편은 이제 이발도 스스로 해낸다.

휑한 오지 마을에서 부부는 그렇게 혼자 일어서는 법을 배워나가고 있다.

울릉도 오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는 19일 KBS 1TV '다큐 공감'(밤 8시 5분)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문경림 kbs.petit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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