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성추행’ 멕시코 외교관, 경찰 신고 늦어진 까닭은?

입력 2017.08.1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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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던 주한 멕시코 대사관 소속 무관(외교공관에 머무르며 군사 관련 외교를 맡는 군인이자 외교관 신분의 장교) A대령이 멕시코로 돌아간 건 이달 4일. 경찰의 두 번째 출석 요구를 받은 바로 다음날이었다.

당초 A대령은 경찰 조사에 응하겠다는 뜻을 주한 멕시코 대사관 측을 통해 전달해왔기에 우리 외교부는 주한 멕시코 대사대리를 초치, 엄중 항의하는 한편 향후 경찰 조사에 협조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런데 A대령이 범행을 저지른 기간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였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피해자가 경찰서를 찾아 고소장을 접수한 건 지난달 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고소장 접수까지 반 년 가량의 시간이 걸린 셈인데, 이 기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외교부가 조치를 취해달라" vs "경찰 신고가 우선"

외교부는 올해 초 별도의 정보를 통해 A대령의 범행 사실을 인지하고 피해 직원을 불러 사건 경위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외교부가 A대령을 상대로 강제 추방 등의 강력한 조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피해자에게 경찰 신고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정식으로 경찰에 접수된 사건이 아닌데 피해자의 증언만으로 당사국에 항의하는 건 대단한 외교적 실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에 정식으로 사건이 접수돼야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도울 수 있었기에 이 부분을 설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피해자와 외교부 간에 대응 방안을 놓고 갈등이 이어지면서 시간이 걸렸고, 피해자는 결국 외교부의 설득을 받아들여 지난달 말 경찰 신고에 이르게 된 것이다.

"A대령에 대한 향후 처벌은?"

그렇다면 A대령에 대한 조사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주한 멕시코 대사관 측은 "A대령이 본국에 예정된 일정이 있어 일시 귀국했을 뿐 이달 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라는 뜻을 우리 외교부 측에 전달했다. 조사를 피하기 위해 출국한 것이 아니라 불가피한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종로경찰서 관계자 역시 "A대령이 외교관으로서 아직 공식적으로 면책특권을 행사한 것은 아니다"며 "예정대로 귀국하면 수사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외교관은 면책특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고 해서 강제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우리 측 관계자 중 한 명은 "A대령이 진급 심사를 위해 본국으로 귀국한 것으로 안다"고 밝혀왔다. 다시 말해 장군 진급을 눈 앞에 둔 민감한 시기이고, 실제로 장군 진급이 유력해질 경우 A대령이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는 뜻이다.

이 경우 우리 외교부가 멕시코 측에 정식으로 항의하고 멕시코 국내법에 따라 처벌해 줄 것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국내에서 법적 처벌 절차를 진행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번 사건을 놓고 외교부의 대응이 무작정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외교관의 면책특권 및 외교적 절차 등을 고려해 적절한 판단을 내렸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저지른 범죄 사실에 대해 A대령이 면책특권이란 '방패'를 내세워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넘어가는 것 역시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음은 자명하다. 남은 기간 동안 최종적으로 혐의를 확인하고, 그 혐의가 인정되면 A대령이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향후 진행 결과를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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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사건건] ‘성추행’ 멕시코 외교관, 경찰 신고 늦어진 까닭은?
    • 입력 2017-08-18 15:36:37
    사사건건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던 주한 멕시코 대사관 소속 무관(외교공관에 머무르며 군사 관련 외교를 맡는 군인이자 외교관 신분의 장교) A대령이 멕시코로 돌아간 건 이달 4일. 경찰의 두 번째 출석 요구를 받은 바로 다음날이었다.

당초 A대령은 경찰 조사에 응하겠다는 뜻을 주한 멕시코 대사관 측을 통해 전달해왔기에 우리 외교부는 주한 멕시코 대사대리를 초치, 엄중 항의하는 한편 향후 경찰 조사에 협조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런데 A대령이 범행을 저지른 기간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였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피해자가 경찰서를 찾아 고소장을 접수한 건 지난달 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고소장 접수까지 반 년 가량의 시간이 걸린 셈인데, 이 기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외교부가 조치를 취해달라" vs "경찰 신고가 우선"

외교부는 올해 초 별도의 정보를 통해 A대령의 범행 사실을 인지하고 피해 직원을 불러 사건 경위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외교부가 A대령을 상대로 강제 추방 등의 강력한 조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피해자에게 경찰 신고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정식으로 경찰에 접수된 사건이 아닌데 피해자의 증언만으로 당사국에 항의하는 건 대단한 외교적 실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에 정식으로 사건이 접수돼야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도울 수 있었기에 이 부분을 설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피해자와 외교부 간에 대응 방안을 놓고 갈등이 이어지면서 시간이 걸렸고, 피해자는 결국 외교부의 설득을 받아들여 지난달 말 경찰 신고에 이르게 된 것이다.

"A대령에 대한 향후 처벌은?"

그렇다면 A대령에 대한 조사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주한 멕시코 대사관 측은 "A대령이 본국에 예정된 일정이 있어 일시 귀국했을 뿐 이달 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라는 뜻을 우리 외교부 측에 전달했다. 조사를 피하기 위해 출국한 것이 아니라 불가피한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종로경찰서 관계자 역시 "A대령이 외교관으로서 아직 공식적으로 면책특권을 행사한 것은 아니다"며 "예정대로 귀국하면 수사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외교관은 면책특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고 해서 강제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우리 측 관계자 중 한 명은 "A대령이 진급 심사를 위해 본국으로 귀국한 것으로 안다"고 밝혀왔다. 다시 말해 장군 진급을 눈 앞에 둔 민감한 시기이고, 실제로 장군 진급이 유력해질 경우 A대령이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는 뜻이다.

이 경우 우리 외교부가 멕시코 측에 정식으로 항의하고 멕시코 국내법에 따라 처벌해 줄 것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국내에서 법적 처벌 절차를 진행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번 사건을 놓고 외교부의 대응이 무작정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외교관의 면책특권 및 외교적 절차 등을 고려해 적절한 판단을 내렸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저지른 범죄 사실에 대해 A대령이 면책특권이란 '방패'를 내세워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넘어가는 것 역시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음은 자명하다. 남은 기간 동안 최종적으로 혐의를 확인하고, 그 혐의가 인정되면 A대령이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향후 진행 결과를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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