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용하는 ‘언어의 온도’는?

입력 2017.08.1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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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용하는 '언어 온도'는 몇 도쯤 될까.'

최근 '말'과 관련된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말과 단어의 어원을 따뜻하게 풀어쓴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는 40만 부가 팔리며 2017년 상반기 종합 도서 판매 1위에 올랐다.

독설과 사이다 발언이 난무하는 요즘, 현대인들에겐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가 필요했던 걸까. 말과 글에 나름 온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기주 작가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과 글 온도가 소중하며, 적당히 온기 있는 언어는 슬픔도 감싸 안아줄 수 있다"고 말한다.


2017년 화제의 책 '언어의 온도'를 KBS 1TV '서가식당(19일, 토요일 밤 11시 20분)'에서 만나본다.

언어의 온도란?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갔을 때의 일이었다.

의사: 박 원사님. 이 교수님, 최 작가님.. 오늘은 기분이 어떠세요? 상태가 많이 호전되셨네요. 곧 퇴원해도 될 것 같아요.

남자: 선생님, 저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왜 환자들의 호칭을 원사님, 교수님, 작가님... 이렇게 부르시는 거예요?

의사:나이 드신 분들에게 어르신이나 환자라는 표현보다, 은퇴 전 직함을 불러드리려고 해요. 그러면 가장 건강하게 일할 때를 떠올리며, 병마와 싸우려는 의지를 더 굳게 다지시는 것 같아서요. 병원에서는 사람의 말 한마디가 의술이 될 수 있어요.

- "언어의 온도" 말도 의술이 될 수 있을까? 中-

의사가 호칭을 바꿔 불렀을 뿐인데, 환자들이 삶에 대한 의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환자가 아닌 한 명의 사회구성원으로 존중하며 한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셈이다. 이기주 작가가 말하는 '언어의 온기'는 사소하지만 강력한 힘으로 나타난다.



무심코 쓴 말이 내 언품?!

격과 수준을 의미하는 한자 '품(물건 품, 品)'의 구조를 뜯어보면 말의 성격이 드러난다.

'말'을 뜻하는 입구(口)자 세 개로 이뤄져 있는데, 내 말 세 마디가 상대방이 나를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사람의 언품은 어떨 때 드러날까. 이기주 작가는 "의식하지 않고 말할 때 드러난다."라며 프랑스의 한 카페를 예시로 들었다.


프랑스의 한 카페에서는 고객이 커피를 어떻게 주문하느냐에 따라 커피값을 차등 적용한다. "커피"라고 반말로 주문하면 7유로, "커피 주세요"는 4.3유로 친절하게 인사와 함께 "안녕하세요, 커피 한 잔 주세요." 라고 주문하면 1.5유로인 식이다. 말 한마디에 커피값을 비싸게 치러야 할 수도, 저렴하게 마실 수도 있다. 커피를 주문하는 말 한마디에도 언품이 드러난다고 본 카페 주인의 방침인 셈이다.


말의 품격은 사회의 품격

말은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인 동시에 우리 사회를 반영한다. 그렇다면 우리 말 속에선 우리 사회의 어떤 모습이 배어 나올까. 많이 노출된 단어들을 보면 그 시대상을 읽을 수 있다.

시대별 유행어를 보면, 한국전쟁 이후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룬 70년대엔 '에너지 절약', '위장취업', '제비족', '삥땅'이 자주 쓰이는 등 경제 관련 유행어가 많았다. 80년대엔 '따봉', '뻥이야', '음메 기죽어' 등이 자주 사용돼 세태 풍자성 유행어보다 단순한 웃음을 위해 만들어진 말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IMF 경제 위기를 겪었던 90년대에는 '경제 위축', '우째 이런 일이' 등의 말들이 자주 쓰였고, 지난 1년간 '탄핵', '국정농단', '비선 실세', '집권 남용' 등의 말이 자주 쓰였다. 이처럼 언어는 시대를 읽는 키워드가 되기도 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독(讀)한 서재'

이호영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언어의 온도'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제임스 w.페니 베이커의 '단어의 사생활'을 꼽았다. 이 교수는 "언어는 지문과 같아서 우리가 무심코 한 마디를 내뱉더라도 상대방은 나의 인생, 정체성,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라며 "이 책은 우리의 언어와 심리와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기주 작가는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의 '침묵의 기술'을 권했다. "사람들은 매일 수많은 말을 쏟아내고 살고 있지만, 말이야말로 쉼이 필요하다"며 "이 책은 침묵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실생활에서 침묵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한다"라며 함께 읽어볼 것을 권했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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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이 사용하는 ‘언어의 온도’는?
    • 입력 2017-08-19 08:10:13
    사회
'내가 사용하는 '언어 온도'는 몇 도쯤 될까.'

최근 '말'과 관련된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말과 단어의 어원을 따뜻하게 풀어쓴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는 40만 부가 팔리며 2017년 상반기 종합 도서 판매 1위에 올랐다.

독설과 사이다 발언이 난무하는 요즘, 현대인들에겐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가 필요했던 걸까. 말과 글에 나름 온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기주 작가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과 글 온도가 소중하며, 적당히 온기 있는 언어는 슬픔도 감싸 안아줄 수 있다"고 말한다.


2017년 화제의 책 '언어의 온도'를 KBS 1TV '서가식당(19일, 토요일 밤 11시 20분)'에서 만나본다.

언어의 온도란?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갔을 때의 일이었다.

의사: 박 원사님. 이 교수님, 최 작가님.. 오늘은 기분이 어떠세요? 상태가 많이 호전되셨네요. 곧 퇴원해도 될 것 같아요.

남자: 선생님, 저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왜 환자들의 호칭을 원사님, 교수님, 작가님... 이렇게 부르시는 거예요?

의사:나이 드신 분들에게 어르신이나 환자라는 표현보다, 은퇴 전 직함을 불러드리려고 해요. 그러면 가장 건강하게 일할 때를 떠올리며, 병마와 싸우려는 의지를 더 굳게 다지시는 것 같아서요. 병원에서는 사람의 말 한마디가 의술이 될 수 있어요.

- "언어의 온도" 말도 의술이 될 수 있을까? 中-

의사가 호칭을 바꿔 불렀을 뿐인데, 환자들이 삶에 대한 의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환자가 아닌 한 명의 사회구성원으로 존중하며 한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셈이다. 이기주 작가가 말하는 '언어의 온기'는 사소하지만 강력한 힘으로 나타난다.



무심코 쓴 말이 내 언품?!

격과 수준을 의미하는 한자 '품(물건 품, 品)'의 구조를 뜯어보면 말의 성격이 드러난다.

'말'을 뜻하는 입구(口)자 세 개로 이뤄져 있는데, 내 말 세 마디가 상대방이 나를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사람의 언품은 어떨 때 드러날까. 이기주 작가는 "의식하지 않고 말할 때 드러난다."라며 프랑스의 한 카페를 예시로 들었다.


프랑스의 한 카페에서는 고객이 커피를 어떻게 주문하느냐에 따라 커피값을 차등 적용한다. "커피"라고 반말로 주문하면 7유로, "커피 주세요"는 4.3유로 친절하게 인사와 함께 "안녕하세요, 커피 한 잔 주세요." 라고 주문하면 1.5유로인 식이다. 말 한마디에 커피값을 비싸게 치러야 할 수도, 저렴하게 마실 수도 있다. 커피를 주문하는 말 한마디에도 언품이 드러난다고 본 카페 주인의 방침인 셈이다.


말의 품격은 사회의 품격

말은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인 동시에 우리 사회를 반영한다. 그렇다면 우리 말 속에선 우리 사회의 어떤 모습이 배어 나올까. 많이 노출된 단어들을 보면 그 시대상을 읽을 수 있다.

시대별 유행어를 보면, 한국전쟁 이후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룬 70년대엔 '에너지 절약', '위장취업', '제비족', '삥땅'이 자주 쓰이는 등 경제 관련 유행어가 많았다. 80년대엔 '따봉', '뻥이야', '음메 기죽어' 등이 자주 사용돼 세태 풍자성 유행어보다 단순한 웃음을 위해 만들어진 말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IMF 경제 위기를 겪었던 90년대에는 '경제 위축', '우째 이런 일이' 등의 말들이 자주 쓰였고, 지난 1년간 '탄핵', '국정농단', '비선 실세', '집권 남용' 등의 말이 자주 쓰였다. 이처럼 언어는 시대를 읽는 키워드가 되기도 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독(讀)한 서재'

이호영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언어의 온도'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제임스 w.페니 베이커의 '단어의 사생활'을 꼽았다. 이 교수는 "언어는 지문과 같아서 우리가 무심코 한 마디를 내뱉더라도 상대방은 나의 인생, 정체성,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라며 "이 책은 우리의 언어와 심리와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기주 작가는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의 '침묵의 기술'을 권했다. "사람들은 매일 수많은 말을 쏟아내고 살고 있지만, 말이야말로 쉼이 필요하다"며 "이 책은 침묵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실생활에서 침묵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한다"라며 함께 읽어볼 것을 권했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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