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테러 난 카탈루냐 “스페인 지하디즘 중심지”

입력 2017.08.2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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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연쇄 테러가 일어난 북동부 카탈루냐 주(州)는 북쪽으로는 피레네산맥을, 동쪽과 남쪽으로는 지중해를 거느려 세계적인 관광지로 꼽혀왔지만 바르셀로나와 캄브릴스 등지에서 잇따라 발생한 테러 이후 '스페인 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처지에 몰렸다.

20일(현지시간) AFP통신과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스페인의 싱크탱크 레알 엘카노 연구소는 이달 초 펴낸 보고서에서 테러 혐의로 스페인에서 체포된 인물들의 25%가량이 바르셀로나와 그 인근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카탈루냐의 주도(州都)인 바르셀로나와 주변의 광역도시 일원이 스페인 내 이슬람 성전주의 테러리즘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간 방과르디아는 이슬람 원리주의의 일종인 '살라피즘'을 설파하는 기도소가 카탈루냐 지역에서만 50곳 넘게 운영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서구문화 배척을 내세운 살라피즘은 세속에 물들고 변질한 이슬람 교리를 7세기 이전의 순수주의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슬람 근본주의다.

바르셀로나·헤로나·레리다·타라고나의 4개 주(州)가 모인 카탈루냐는 스페인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지역으로 꼽힌다. 대부분 북아프리카에서 넘어온 이민자들로 모로코 출신들이 다수를 이룬다.

카탈루냐의 무슬림 이민자들은 상당수가 스페인땅을 밟은 지 오래되지 않은 신규 이민자들로, 이들은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될 가능성이 다른 유럽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프랑스와 영국 등에서는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오래전에 건너온 무슬림 이민자들의 후손이 서구 사회의 차별과 멸시 등을 겪으며 종교적 극단주의에 경도되는 사례가 많이 보고됐지만, 스페인은 그동안 이런 경향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테러가 카탈루냐 지역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이런 평가는 휴짓조각이 됐다. 테러 용의자 대부분이 이 지역의 소도시 리폴에서 자란 무슬림 이민자 2세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스페인 경찰은 용의자들이 최근 몇 달 사이에 급진화하면서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된 케이스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당국은 테러 이후 종적을 감춘 이맘(이슬람 성직자) '압델바키 에스 사티'라는 인물이 10대 후반과 20대의 용의자들을 극단적 폭력사상에 심취하게 한 것으로 보고 그를 쫓고 있다.

엘파이스 등 일부 언론은 알델바키가 바르셀로나 차량 테러가 일어나기 하루 전인 지난 16일 알카나르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1명 이상이 죽고 6명이 다친 이 폭발 사고는 테러 용의자들이 범행에 쓸 고성능 액체폭탄 TATP(트라이아세톤 트라이페록사이드)를 제조하다가 부주의로 일으킨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연쇄 테러로 카탈루냐지방이 새삼 주목을 받았지만, 테러 전문가들은 이 지역이 이미 오래전부터 스페인 지하디즘(이슬람 성전주의)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한다.

스페인에서 체포된 첫 이슬람 성전주의자인 알제리무장이슬람그룹(GIA)의 조직원이 1995년 검거된 곳이 카탈루냐지방이었다.

2001년 9·11 동시다발 테러 당시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에 비행기를 충돌할 때 조종사 역할을 했던 테러리스트 모하메드 아타 역시 테러를 실행에 옮기기 전까지 카탈루냐 지역에 체류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08년에는 바르셀로나의 지하철역에 테러를 벌이려던 일당들의 계획이 상당히 진전된 상황에서 모의범들이 일망타진된 적도 있다.

카탈루냐는 지중해와 험준한 피레네산맥을 거느리고 있어 도주와 은신에 유리하고, 유럽 최대 무슬림 사회를 둔 프랑스와도 국경을 맞대고 있어 여러모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암약하기 좋은 조건을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레알 엘카노 연구소의 카롤라 가르시아 칼보 연구위원은 AFP통신에 "지리적으로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의 지하디즘 테러 활동의 중심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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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쇄테러 난 카탈루냐 “스페인 지하디즘 중심지”
    • 입력 2017-08-20 19:24:52
    국제
스페인에서 연쇄 테러가 일어난 북동부 카탈루냐 주(州)는 북쪽으로는 피레네산맥을, 동쪽과 남쪽으로는 지중해를 거느려 세계적인 관광지로 꼽혀왔지만 바르셀로나와 캄브릴스 등지에서 잇따라 발생한 테러 이후 '스페인 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처지에 몰렸다.

20일(현지시간) AFP통신과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스페인의 싱크탱크 레알 엘카노 연구소는 이달 초 펴낸 보고서에서 테러 혐의로 스페인에서 체포된 인물들의 25%가량이 바르셀로나와 그 인근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카탈루냐의 주도(州都)인 바르셀로나와 주변의 광역도시 일원이 스페인 내 이슬람 성전주의 테러리즘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간 방과르디아는 이슬람 원리주의의 일종인 '살라피즘'을 설파하는 기도소가 카탈루냐 지역에서만 50곳 넘게 운영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서구문화 배척을 내세운 살라피즘은 세속에 물들고 변질한 이슬람 교리를 7세기 이전의 순수주의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슬람 근본주의다.

바르셀로나·헤로나·레리다·타라고나의 4개 주(州)가 모인 카탈루냐는 스페인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지역으로 꼽힌다. 대부분 북아프리카에서 넘어온 이민자들로 모로코 출신들이 다수를 이룬다.

카탈루냐의 무슬림 이민자들은 상당수가 스페인땅을 밟은 지 오래되지 않은 신규 이민자들로, 이들은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될 가능성이 다른 유럽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프랑스와 영국 등에서는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오래전에 건너온 무슬림 이민자들의 후손이 서구 사회의 차별과 멸시 등을 겪으며 종교적 극단주의에 경도되는 사례가 많이 보고됐지만, 스페인은 그동안 이런 경향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테러가 카탈루냐 지역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이런 평가는 휴짓조각이 됐다. 테러 용의자 대부분이 이 지역의 소도시 리폴에서 자란 무슬림 이민자 2세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스페인 경찰은 용의자들이 최근 몇 달 사이에 급진화하면서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된 케이스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당국은 테러 이후 종적을 감춘 이맘(이슬람 성직자) '압델바키 에스 사티'라는 인물이 10대 후반과 20대의 용의자들을 극단적 폭력사상에 심취하게 한 것으로 보고 그를 쫓고 있다.

엘파이스 등 일부 언론은 알델바키가 바르셀로나 차량 테러가 일어나기 하루 전인 지난 16일 알카나르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1명 이상이 죽고 6명이 다친 이 폭발 사고는 테러 용의자들이 범행에 쓸 고성능 액체폭탄 TATP(트라이아세톤 트라이페록사이드)를 제조하다가 부주의로 일으킨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연쇄 테러로 카탈루냐지방이 새삼 주목을 받았지만, 테러 전문가들은 이 지역이 이미 오래전부터 스페인 지하디즘(이슬람 성전주의)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한다.

스페인에서 체포된 첫 이슬람 성전주의자인 알제리무장이슬람그룹(GIA)의 조직원이 1995년 검거된 곳이 카탈루냐지방이었다.

2001년 9·11 동시다발 테러 당시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에 비행기를 충돌할 때 조종사 역할을 했던 테러리스트 모하메드 아타 역시 테러를 실행에 옮기기 전까지 카탈루냐 지역에 체류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08년에는 바르셀로나의 지하철역에 테러를 벌이려던 일당들의 계획이 상당히 진전된 상황에서 모의범들이 일망타진된 적도 있다.

카탈루냐는 지중해와 험준한 피레네산맥을 거느리고 있어 도주와 은신에 유리하고, 유럽 최대 무슬림 사회를 둔 프랑스와도 국경을 맞대고 있어 여러모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암약하기 좋은 조건을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레알 엘카노 연구소의 카롤라 가르시아 칼보 연구위원은 AFP통신에 "지리적으로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의 지하디즘 테러 활동의 중심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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