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검출 달걀’에 불안감 증폭…정부 “인체에 해롭진 않아”

입력 2017.08.21 (17:21) 수정 2017.08.2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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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 검출 달걀’에 불안감 증폭…정부 “인체에 해롭진 않아”

‘농약 검출 달걀’에 불안감 증폭…정부 “인체에 해롭진 않아”

친환경 산란계 농장에서 44년 전 국내에서 사용이 금지된 농약인 ‘DDT’가 검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식품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계속되고 있다.

어제(2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5~17일 전국 683개 친환경 인증 농장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 결과, 경북 영천과 경산에 위치한 친환경 농장 2곳의 달걀에서 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 일명 DDT가 검출됐다.

과거 살충제로 광범위하게 사용된 DDT는 인체에 흡수되면 암과 감각 이상, 마비, 경련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맹독성 물질이다.

특히 체내 흡수 후 물질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인 ‘반감기’가 최대 24년으로 알려졌다.

1939년 개발된 DDT는 강력한 살충효과로 주목받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널리 보급됐다. 하지만 무분별한 DDT 살포가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지적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엄격히 금지됐다. 한국은 1973년에 DDT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농식품부는 “DDT가 검출된 2개 농가는 정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친환경 농장 인증 기준에 미달한 68곳에 포함됐던 곳”이라고 밝혔다.

원칙적으로 친환경 농가에서 생산한 농축산물에선 적은 양이라도 농약이 검출되면 안된다.

다만 농약의 경우 직접 살포하지 않아도 토양이나 사료 등을 통해 닭의 체내에 흡수될 가능성이 있어 잔류 허용 기준치인 0.1㎎/㎏ 이내로 검출된 경우에는 ‘친환경’ 마크를 떼고 일반 달걀로 유통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경북 2개 농가에서 검출된 DDT는 각각 0.047㎎/㎏(영천 농장)과 0.028㎎/㎏(경산 농장)로 허용 기준치 이하여서 친환경 인증은 취소되지만, 적합 농가로 분류됐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DDT의 경우 과거 무분별하게 사용됐던 농약이어서 토양조사를 하면 지금도 검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반감기가 길고 검출량이 소량이어서 농가에서 직접 구입해 사용했는지, 의도치 않게 흡수된 건지 판단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DDT 확인하고도 나흘간 침묵한 정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은 지난 17일 영천과 경산 농장에서 생산된 달걀에 DDT 성분이 들어있는 것을 최종 확인했다.

농관원은 바로 농림축산식품부와 해당 자치단체 등 관련 기관에 공문을 보내 이를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농관원과 농식품부, 자치단체 모두 해당 내용을 20일 오후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그날 저녁 농식품부가 이를 공식 인정했다.

농관원은 이와 관련해 "민감한 성분이다 보니 몇 번 검사했고 17일 최종 판정을 한 뒤 관련 기관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경북도 관계자는“농관원에서 공문을 받고 조치할 사항을 물었지만 참고하라는 답변만 들었다”며 “농식품부에서 DDT 검출을 알리지 않은 상태고 검사 대상 살충제 성분 27종도 아니어서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DDT 검출 소식에 정부가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뒤늦게 해명 자료를 내고 DDT 외에 클로르페나피르, 테트라코나졸 등 2가지 농약 성분이 추가로 검출된 사실을 공개했다.

이로써 친환경 무항생제 달걀에서 검출된 농약 성분은 기존 5종에서 8종으로 늘었다.

농장주 반발 “DDT 농약 안 쳐, 역학조사 하자”

DDT가 검출된 경북 영천시 한 산란계 농장의 모습.DDT가 검출된 경북 영천시 한 산란계 농장의 모습.

DDT가 검출된 경북 영천의 농장주 A 씨는 “DDT 농약을 구할 수도 없고 친 적도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A 씨는 오늘(21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친환경 농장을 만드는 데 모든 혼을 들였는데 이렇게 나와 황당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경산 농장주는 연락이 닿지 않았지만, 영천 농장주와 마찬가지로 “DDT를 친 적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농장은 정부 조사 결과에 반발해 출하를 중단한 상태다.

A 씨는 “지금 산란계 농장을 하는 곳이 옛날에는 과수원 자리였던 것으로 안다”면서 “이것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어 역학조사를 하자고 민원을 넣었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영천과 경산 농장 모두 과거 과수원이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흙에 과거 사용한 DDT가 남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소비자단체와 역학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살충제 달걀, 인체에 해로울 정도의 독성은 없어”


한편 식품 당국은 ‘살충제 달걀’이 인체에 해를 가할 정도의 독성을 함유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최성락 식약처 차장은 이날 오후 기자 브리핑을 통해 “DDT 등 추가로 검출된 3개 농약 성분에 대해 위해 평가를 실시할 것”이라면서 “DDT의 경우에는 지금까지 알려진 자료를 바탕으로 하면 위해 우려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 발견된 피프로닐, 비펜트린 등 5종의 살충제 물질에 대해서도 “위해평가 결과 한 달 정도 지나면 대부분 몸 밖으로 배출돼 건강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피프로닐이 최대로 검출된 달걀을 섭취한다고 가정했을 때 하루 동안 1~2세는 24개, 3~6세는 37개, 성인은 126개까지 먹어도 위해하지 않고 평생 매일 2.6개씩 먹어도 건강에 큰 문제는 없다는 설명이다.

비펜트린의 경우 매일 1~2세는 7개, 3~6세는 11개, 성인은 39개의 달걀을 먹어도 위해하지 않고 평생 매일 36.8개를 먹어도 괜찮다는 계산이다.


식품 독성 전문가인 권훈정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도 ‘살충제 달걀’에 대해 과도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화합물에 따라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매일 한두 개 반 정도씩 70년간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위험물질의 존재 자체로 너무 걱정하기보다는 한 번에 얼마의 양을 얼마나 지속해서 먹는지를 따져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밝힌 위해 평가는 보수적인 평가를 위해 농약 물질 검출 값 중 최고치를 극단적으로 달걀을 많이 먹을 경우에 대입해 계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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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21 17:21:39
    • 수정2017-08-21 17:26:31
    취재K
친환경 산란계 농장에서 44년 전 국내에서 사용이 금지된 농약인 ‘DDT’가 검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식품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계속되고 있다.

어제(2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5~17일 전국 683개 친환경 인증 농장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 결과, 경북 영천과 경산에 위치한 친환경 농장 2곳의 달걀에서 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 일명 DDT가 검출됐다.

과거 살충제로 광범위하게 사용된 DDT는 인체에 흡수되면 암과 감각 이상, 마비, 경련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맹독성 물질이다.

특히 체내 흡수 후 물질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인 ‘반감기’가 최대 24년으로 알려졌다.

1939년 개발된 DDT는 강력한 살충효과로 주목받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널리 보급됐다. 하지만 무분별한 DDT 살포가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지적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엄격히 금지됐다. 한국은 1973년에 DDT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농식품부는 “DDT가 검출된 2개 농가는 정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친환경 농장 인증 기준에 미달한 68곳에 포함됐던 곳”이라고 밝혔다.

원칙적으로 친환경 농가에서 생산한 농축산물에선 적은 양이라도 농약이 검출되면 안된다.

다만 농약의 경우 직접 살포하지 않아도 토양이나 사료 등을 통해 닭의 체내에 흡수될 가능성이 있어 잔류 허용 기준치인 0.1㎎/㎏ 이내로 검출된 경우에는 ‘친환경’ 마크를 떼고 일반 달걀로 유통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경북 2개 농가에서 검출된 DDT는 각각 0.047㎎/㎏(영천 농장)과 0.028㎎/㎏(경산 농장)로 허용 기준치 이하여서 친환경 인증은 취소되지만, 적합 농가로 분류됐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DDT의 경우 과거 무분별하게 사용됐던 농약이어서 토양조사를 하면 지금도 검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반감기가 길고 검출량이 소량이어서 농가에서 직접 구입해 사용했는지, 의도치 않게 흡수된 건지 판단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DDT 확인하고도 나흘간 침묵한 정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은 지난 17일 영천과 경산 농장에서 생산된 달걀에 DDT 성분이 들어있는 것을 최종 확인했다.

농관원은 바로 농림축산식품부와 해당 자치단체 등 관련 기관에 공문을 보내 이를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농관원과 농식품부, 자치단체 모두 해당 내용을 20일 오후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그날 저녁 농식품부가 이를 공식 인정했다.

농관원은 이와 관련해 "민감한 성분이다 보니 몇 번 검사했고 17일 최종 판정을 한 뒤 관련 기관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경북도 관계자는“농관원에서 공문을 받고 조치할 사항을 물었지만 참고하라는 답변만 들었다”며 “농식품부에서 DDT 검출을 알리지 않은 상태고 검사 대상 살충제 성분 27종도 아니어서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DDT 검출 소식에 정부가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뒤늦게 해명 자료를 내고 DDT 외에 클로르페나피르, 테트라코나졸 등 2가지 농약 성분이 추가로 검출된 사실을 공개했다.

이로써 친환경 무항생제 달걀에서 검출된 농약 성분은 기존 5종에서 8종으로 늘었다.

농장주 반발 “DDT 농약 안 쳐, 역학조사 하자”

DDT가 검출된 경북 영천시 한 산란계 농장의 모습.
DDT가 검출된 경북 영천의 농장주 A 씨는 “DDT 농약을 구할 수도 없고 친 적도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A 씨는 오늘(21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친환경 농장을 만드는 데 모든 혼을 들였는데 이렇게 나와 황당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경산 농장주는 연락이 닿지 않았지만, 영천 농장주와 마찬가지로 “DDT를 친 적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농장은 정부 조사 결과에 반발해 출하를 중단한 상태다.

A 씨는 “지금 산란계 농장을 하는 곳이 옛날에는 과수원 자리였던 것으로 안다”면서 “이것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어 역학조사를 하자고 민원을 넣었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영천과 경산 농장 모두 과거 과수원이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흙에 과거 사용한 DDT가 남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소비자단체와 역학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살충제 달걀, 인체에 해로울 정도의 독성은 없어”


한편 식품 당국은 ‘살충제 달걀’이 인체에 해를 가할 정도의 독성을 함유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최성락 식약처 차장은 이날 오후 기자 브리핑을 통해 “DDT 등 추가로 검출된 3개 농약 성분에 대해 위해 평가를 실시할 것”이라면서 “DDT의 경우에는 지금까지 알려진 자료를 바탕으로 하면 위해 우려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 발견된 피프로닐, 비펜트린 등 5종의 살충제 물질에 대해서도 “위해평가 결과 한 달 정도 지나면 대부분 몸 밖으로 배출돼 건강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피프로닐이 최대로 검출된 달걀을 섭취한다고 가정했을 때 하루 동안 1~2세는 24개, 3~6세는 37개, 성인은 126개까지 먹어도 위해하지 않고 평생 매일 2.6개씩 먹어도 건강에 큰 문제는 없다는 설명이다.

비펜트린의 경우 매일 1~2세는 7개, 3~6세는 11개, 성인은 39개의 달걀을 먹어도 위해하지 않고 평생 매일 36.8개를 먹어도 괜찮다는 계산이다.


식품 독성 전문가인 권훈정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도 ‘살충제 달걀’에 대해 과도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화합물에 따라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매일 한두 개 반 정도씩 70년간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위험물질의 존재 자체로 너무 걱정하기보다는 한 번에 얼마의 양을 얼마나 지속해서 먹는지를 따져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밝힌 위해 평가는 보수적인 평가를 위해 농약 물질 검출 값 중 최고치를 극단적으로 달걀을 많이 먹을 경우에 대입해 계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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