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中위안부 영화 ‘22’ 돌풍…우리 위안부 영화는 9월로 밀려

입력 2017.08.22 (11:03) 수정 2017.08.2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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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000만 관객 영화'를 이른바 역대급 흥행의 기준으로 삼지만, 인구 13억 7천만 명의 중국에선 '1,000만'으로 명함을 내밀긴 힘들다. 지금 중국에서 연일 흥행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중국판 람보 '전랑2'의 경우를 보면 개봉 18일만인 지난 14일, 중국 내 티켓 판매수입이 16억 7천만 위안을 넘어섰다. 우리 돈 7천900억 원이 넘는 액수다. 중국에서는 몇 명이 관람했는지에 대한 공식 통계를 내놓지 않지만, 티켓 평균 가격이 50위안 전후인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8,000만 장 이상의 티켓이 팔려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판 람보 ‘전랑2’…흥행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중국판 람보 ‘전랑2’…흥행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전랑 2'는 전직 특수 부대원인 주인공이 아프리카 내전국가에 혼자 뛰어들어 난민과 중국인들을 구출해 필사의 탈출을 하는 내용인데, 건군 90년 기념일 즈음에 개봉해 애국주의 색채가 짙은 전쟁영화로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중이다. 중국 영화계에서는 최종적으로 1억 장의 티켓 판매 돌파를 낙관하고 있다. 우리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메가톤급 흥행작들이 경쟁하고 있는 곳이 바로 중국 영화판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최근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다. 흥행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다큐멘터리 영화 '22'의 돌풍이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22’,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애를 다뤘다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22’,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애를 다뤘다

'22'는 중국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생애를 다룬 영화로 '세계 위안부의 날'인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다. 제작비를 건지기도 어려울 거란 우려 속에서 어렵사리 상영 영화관을 구해 문을 열었던 영화 '22'는 개봉 당일 상영관 수가 전체의 1.5%에 불과했지만, 이틀 만에 8.9%를 넘어섰고, 좌석 점유율은 31.8%까지 치솟았다. 그전까지 점유율 1위를 줄곧 유지했던 '전랑2'는 이날 좌석 점유율이 12.8%에 머물렀다. 흥행 1위 영화를 밀어낸 '22'의 돌풍에 중국 영화매체들은 '기적 같은 선전'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영화 '22'는 개봉 8일 만에 티켓 판매로 1억 2600만 위안, 우리 돈 214억 원이 넘는 수입을 올렸다. 250만 장 이상의 티켓이 팔려나간 셈이다.

할머니들의 과거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려내 감동을 주고 있다할머니들의 과거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려내 감동을 주고 있다

이 다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아픈 과거를 파고들어 상처를 드러내기보다는 할머니들의 과거를 치유하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려내 감동을 주고 있다. 다큐를 제작한 감독 '궈커(郭柯)'는 준비과정에서 투자 자본이 갑자기 철수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으며 5년간에 걸쳐 영화를 만들어냈다. 감독은 영화 기획단계인 2012년 당초 32명의 할머니를 인터뷰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제목을 '32'로 정했으나, 2014년 제작에 착수할 때 22명으로 줄면서 '22'로 변경했다.

영화 제목은 '22'이지만, 영화가 개봉하는 올해 생존한 중국 내 위안부 할머니는 8명으로 또 줄었다. 출연하신 할머니 22명 가운데 영화를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분이 무려 14명이나 되는데, 그중에는 한국인 박차순 할머니도 포함돼 있다. 1923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박 할머니는 1942년 중국 내 일본군 점령지로 끌려가 해방 전까지 일본군 위안소에서 모진 고통을 겪어야 했다. 박 할머니는 해방 이후 위안소를 벗어난 뒤 '마오인메이'라는 중국 이름으로 후베이 성 샤오간에 정착해 살다가, 결국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올해 1월 타국에서 별세했다.

영화 '22'가 성공을 거둔 데에는 제작비 조달부터 개봉관 확보까지 중국 유명 영화인들이 발 벗고 지원에 나선 것도 한몫 했지만, 개봉일을 '세계 위안부의 날'인 8월14일로 잡을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주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안부 할머니를 다룬 우리 영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블록버스터들의 경연장인 8월에 결국 상영관을 잡지 못하고 9월로 개봉이 밀렸다는 소식은 그래서 더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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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中위안부 영화 ‘22’ 돌풍…우리 위안부 영화는 9월로 밀려
    • 입력 2017-08-22 11:03:51
    • 수정2017-08-22 11:11:49
    특파원 리포트

우리는 '1,000만 관객 영화'를 이른바 역대급 흥행의 기준으로 삼지만, 인구 13억 7천만 명의 중국에선 '1,000만'으로 명함을 내밀긴 힘들다. 지금 중국에서 연일 흥행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중국판 람보 '전랑2'의 경우를 보면 개봉 18일만인 지난 14일, 중국 내 티켓 판매수입이 16억 7천만 위안을 넘어섰다. 우리 돈 7천900억 원이 넘는 액수다. 중국에서는 몇 명이 관람했는지에 대한 공식 통계를 내놓지 않지만, 티켓 평균 가격이 50위안 전후인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8,000만 장 이상의 티켓이 팔려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판 람보 ‘전랑2’…흥행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전랑 2'는 전직 특수 부대원인 주인공이 아프리카 내전국가에 혼자 뛰어들어 난민과 중국인들을 구출해 필사의 탈출을 하는 내용인데, 건군 90년 기념일 즈음에 개봉해 애국주의 색채가 짙은 전쟁영화로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중이다. 중국 영화계에서는 최종적으로 1억 장의 티켓 판매 돌파를 낙관하고 있다. 우리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메가톤급 흥행작들이 경쟁하고 있는 곳이 바로 중국 영화판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최근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다. 흥행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다큐멘터리 영화 '22'의 돌풍이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22’,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애를 다뤘다
'22'는 중국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생애를 다룬 영화로 '세계 위안부의 날'인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다. 제작비를 건지기도 어려울 거란 우려 속에서 어렵사리 상영 영화관을 구해 문을 열었던 영화 '22'는 개봉 당일 상영관 수가 전체의 1.5%에 불과했지만, 이틀 만에 8.9%를 넘어섰고, 좌석 점유율은 31.8%까지 치솟았다. 그전까지 점유율 1위를 줄곧 유지했던 '전랑2'는 이날 좌석 점유율이 12.8%에 머물렀다. 흥행 1위 영화를 밀어낸 '22'의 돌풍에 중국 영화매체들은 '기적 같은 선전'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영화 '22'는 개봉 8일 만에 티켓 판매로 1억 2600만 위안, 우리 돈 214억 원이 넘는 수입을 올렸다. 250만 장 이상의 티켓이 팔려나간 셈이다.

할머니들의 과거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려내 감동을 주고 있다
이 다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아픈 과거를 파고들어 상처를 드러내기보다는 할머니들의 과거를 치유하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려내 감동을 주고 있다. 다큐를 제작한 감독 '궈커(郭柯)'는 준비과정에서 투자 자본이 갑자기 철수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으며 5년간에 걸쳐 영화를 만들어냈다. 감독은 영화 기획단계인 2012년 당초 32명의 할머니를 인터뷰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제목을 '32'로 정했으나, 2014년 제작에 착수할 때 22명으로 줄면서 '22'로 변경했다.

영화 제목은 '22'이지만, 영화가 개봉하는 올해 생존한 중국 내 위안부 할머니는 8명으로 또 줄었다. 출연하신 할머니 22명 가운데 영화를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분이 무려 14명이나 되는데, 그중에는 한국인 박차순 할머니도 포함돼 있다. 1923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박 할머니는 1942년 중국 내 일본군 점령지로 끌려가 해방 전까지 일본군 위안소에서 모진 고통을 겪어야 했다. 박 할머니는 해방 이후 위안소를 벗어난 뒤 '마오인메이'라는 중국 이름으로 후베이 성 샤오간에 정착해 살다가, 결국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올해 1월 타국에서 별세했다.

영화 '22'가 성공을 거둔 데에는 제작비 조달부터 개봉관 확보까지 중국 유명 영화인들이 발 벗고 지원에 나선 것도 한몫 했지만, 개봉일을 '세계 위안부의 날'인 8월14일로 잡을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주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안부 할머니를 다룬 우리 영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블록버스터들의 경연장인 8월에 결국 상영관을 잡지 못하고 9월로 개봉이 밀렸다는 소식은 그래서 더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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