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45일 동안 열심히 땅 파서…남의 기름 몰래 빼돌려

입력 2017.08.23 (11:05) 수정 2017.08.2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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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45일 동안 맨손으로 땅을 파서 발견한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기름을 훔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기존 송유관 절도는 중장비를 이용해 땅을 파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은 한 달 넘게 손으로 땅을 파서 기름을 훔친 것인데, 수법이 기상천외해 대한송유관공사가 또 다른 절도 현장이 없는지 조사중이다.

송유관 지나는 토지 임대…삽과 호미로 45일간 땅굴 파

이모(50)씨 등은 지난 3월 충북 옥천군의 한 공터를 임대해 조립식 창고를 지었다.

이들은 엉뚱하게도 좁은 창고에서 삽과 호미를 들고 열심히 주변 땅을 파기 시작했다.

한달 반동안 깊이 4m, 길이 40m 땅굴을 판 이들은 소문으로만 듣던 송유관을 발견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은 곧바로 송유관을 고무호스로 연결해 기름을 빼냈다.

송유관 운영자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루에 약 1∼2만ℓ만 훔쳐 화물트럭을 개조한 기름탱크에 실었다.

맨손으로 어렵게 뚫은 땅굴 주변에는 폐쇄회로(CC)TV까지 달아 불시 단속에 대비하기도 했다.

전북 익산경찰서는 송유관까지 40m 땅굴을 뚫어 기름을 훔친 일당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이들이 기름을 훔치기 위해 뚫은 땅굴을 감시하는 CCTV(사진제공: 전북 익산경찰서)전북 익산경찰서는 송유관까지 40m 땅굴을 뚫어 기름을 훔친 일당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이들이 기름을 훔치기 위해 뚫은 땅굴을 감시하는 CCTV(사진제공: 전북 익산경찰서)

휘발유·경유 37ℓ만 훔쳐 주유소에 싼 가격에 판매

이들이 이렇게 3달 동안 훔친 기름은 무려 37만ℓ, 시중 판매가격으로 4억8천만원에 달했다.

이들은 훔친 기름을 전북 익산과 김제의 주유소 2곳에 휘발유는 1ℓ당 950원, 경유는 750원에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팔았다.

주유소 주인들은 이들이 훔친 기름을 판매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상적으로 유통된 기름보다 훨씬 싼 가격에 현혹돼 구매했다.

충북 옥천군 한 창고에 이모(50)씨 등이 송유관 기름을 훔치기 위해 뚫은 땅굴 내부. 이들은 송유관에서 기름 37만ℓ(시중 판매가격 4억8천만원 상당)를 훔쳐 익산과 김제의 주유소에 팔아넘겼다.(사진제공: 전북익산경찰서)충북 옥천군 한 창고에 이모(50)씨 등이 송유관 기름을 훔치기 위해 뚫은 땅굴 내부. 이들은 송유관에서 기름 37만ℓ(시중 판매가격 4억8천만원 상당)를 훔쳐 익산과 김제의 주유소에 팔아넘겼다.(사진제공: 전북익산경찰서)

익산경찰, 주범 2명 구속…주유소 주인등 4명 입건

하지만 이들의 은밀한 거래는 범행을 눈치챈 경찰 단속에 한 달도 안 돼 탄로 났다.

경찰은 훔친 기름이 주유소에 흘러들어 간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이 파낸 땅굴에서 고무호스와 CCTV 등을 압수했다.

이씨는 "예전에 하던 사업이 망해서 먹고 살기가 어려웠다. 철로 주변에 송유관이 묻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는 사람들과 땅을 팠다"고 말했다.

전북익산경찰서는 이씨 등 2명을 송유관 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범행을 도운 김모(40)씨와 주유소 주인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 송유관 절도는 중장비를 이용해 땅을 파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은 한 달 넘게 손으로 땅을 팠다"며 "대한송유관공사에 이 사실을 통보하고 또 다른 절도 현장이 없는지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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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23 11:05:20
    • 수정2017-08-23 14:48:22
    취재K
무려 45일 동안 맨손으로 땅을 파서 발견한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기름을 훔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기존 송유관 절도는 중장비를 이용해 땅을 파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은 한 달 넘게 손으로 땅을 파서 기름을 훔친 것인데, 수법이 기상천외해 대한송유관공사가 또 다른 절도 현장이 없는지 조사중이다.

송유관 지나는 토지 임대…삽과 호미로 45일간 땅굴 파

이모(50)씨 등은 지난 3월 충북 옥천군의 한 공터를 임대해 조립식 창고를 지었다.

이들은 엉뚱하게도 좁은 창고에서 삽과 호미를 들고 열심히 주변 땅을 파기 시작했다.

한달 반동안 깊이 4m, 길이 40m 땅굴을 판 이들은 소문으로만 듣던 송유관을 발견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은 곧바로 송유관을 고무호스로 연결해 기름을 빼냈다.

송유관 운영자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루에 약 1∼2만ℓ만 훔쳐 화물트럭을 개조한 기름탱크에 실었다.

맨손으로 어렵게 뚫은 땅굴 주변에는 폐쇄회로(CC)TV까지 달아 불시 단속에 대비하기도 했다.

전북 익산경찰서는 송유관까지 40m 땅굴을 뚫어 기름을 훔친 일당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이들이 기름을 훔치기 위해 뚫은 땅굴을 감시하는 CCTV(사진제공: 전북 익산경찰서)
휘발유·경유 37ℓ만 훔쳐 주유소에 싼 가격에 판매

이들이 이렇게 3달 동안 훔친 기름은 무려 37만ℓ, 시중 판매가격으로 4억8천만원에 달했다.

이들은 훔친 기름을 전북 익산과 김제의 주유소 2곳에 휘발유는 1ℓ당 950원, 경유는 750원에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팔았다.

주유소 주인들은 이들이 훔친 기름을 판매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상적으로 유통된 기름보다 훨씬 싼 가격에 현혹돼 구매했다.

충북 옥천군 한 창고에 이모(50)씨 등이 송유관 기름을 훔치기 위해 뚫은 땅굴 내부. 이들은 송유관에서 기름 37만ℓ(시중 판매가격 4억8천만원 상당)를 훔쳐 익산과 김제의 주유소에 팔아넘겼다.(사진제공: 전북익산경찰서)
익산경찰, 주범 2명 구속…주유소 주인등 4명 입건

하지만 이들의 은밀한 거래는 범행을 눈치챈 경찰 단속에 한 달도 안 돼 탄로 났다.

경찰은 훔친 기름이 주유소에 흘러들어 간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이 파낸 땅굴에서 고무호스와 CCTV 등을 압수했다.

이씨는 "예전에 하던 사업이 망해서 먹고 살기가 어려웠다. 철로 주변에 송유관이 묻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는 사람들과 땅을 팠다"고 말했다.

전북익산경찰서는 이씨 등 2명을 송유관 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범행을 도운 김모(40)씨와 주유소 주인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 송유관 절도는 중장비를 이용해 땅을 파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은 한 달 넘게 손으로 땅을 팠다"며 "대한송유관공사에 이 사실을 통보하고 또 다른 절도 현장이 없는지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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