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지워도 지워도…몰카 영상 유포에 자살 고민까지

입력 2017.08.2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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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강남의 한 병원이 발칵 뒤집혔다. 한 남자 간호사가 탈의실에서 여자 간호사들이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하다 걸린 것이다. 선반 위에 설치된 휴대전화는 꽃병 등 사무용품에 가려져 있었다. 경찰이 해당 휴대전화에 저장된 영상을 확인해보니 여자 간호사들의 상반신이 찍혀 있었다고 한다.

이 병원은 사건 이후 남녀 간호사 탈의실을 분리했다. 기존에는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지난달엔 현직 판사가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로 여성을 촬영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몰카 범죄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2011년 1,523건에서 2013년엔 4,823건, 2015년엔 7,623건으로 급증했다.


'지워도 지워도...' 제목만 바꿔 계속 올라와

몰카 영상이 성인 사이트나 SNS에 유포되면서 더 큰 2차 피해를 낳는 경우도 늘고 있다. 취재진은 몰카 영상을 삭제해주는 민간 업체가 각종 성인 사이트에서 삭제 의뢰 영상을 찾아 지우는 과정을 살펴봤다. 한 성인 사이트 게시판에서 '몰카'라고 검색하니 몰카 영상 수만 건이 검색됐다. 게시글 상당수는 여자 친구와의 성관계 장면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다. 이들 영상은 대체로 100원에서 500원을 내면 다운받을 수 있다.

같은 몰카 영상이 제목만 달리해서 계속 올라오는 경우도 많다. 몰카 영상 삭제 업체 직원은 "지금 똑같은 영상을 여러 사이트에서 10건 이상 찾았다"며 "사람들이 다운받아 하드디스크에 저장해놓은 영상까지 지울 순 없어서 지워도 지워도 계속 올라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성인 사이트는 몰카 영상을 더 많이 끌어모으기 위해 이벤트를 벌이기도 한다. 올해 폐쇄 조치된 모 성인사이트는 회원들이 올린 몰카 영상에 순위를 매겨 5백만 원의 상금을 주기도 했다. 하예나 디지털성범죄아웃 대표는 "성인 사이트에 영상을 올렸을 때 회원들의 환호와 호응을 받고, 회원 등급이 올라가는 식으로 인정 욕구가 충족되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유포 영상 30%는 '리벤지 포르노'...자살 고민까지

몰카 영상 삭제 업체인 산타크루즈 컴퍼니가 삭제 의뢰 천8백여 건을 분석한 결과, 이렇게 유통되는 몰카 영상의 30%는 과거 연인이 악의적으로 유포한,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분실과 해킹으로 인한 유출도 21%나 차지했다.

김호진 대표는 "영상 유포 사실을 알기 전과 후는 삶이 180도 바뀐다"며 피해자들은 "누가 스마트폰만 들고 있어도 자기를 찍는 것 같고 삼삼오오 모여 희희덕거리며 웃고 있으면 자기를 보고 웃는 것처럼 느낀다"고 말했다. 또 "늘 삶과 죽음을 갈등하는 상태가 된다"며 "자살에 대한 갈등을 하는 분들이 전체 의뢰인의 5%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몰카 범죄 70%는 벌금형·집행유예"

몰카는 당사자에게 지속적으로 피해를 끼치는 범죄지만 처벌은 관대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의 분석에 따르면 몰카 범죄의 70%는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휴대전화로 여자 후배의 허벅지를 촬영한 대학생 24살 박 모 씨에 대해 법원은 벌금 3백만 원을 선고했다. 이달 7일엔 USB 형태의 카메라로 화장실에서 동료 여직원을 촬영하려다 발각된 39살 박 모 씨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전문가들은 몰카 범죄의 양형 기준을 높이고, 영상 유포 행위에 대해 성폭력범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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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지워도 지워도…몰카 영상 유포에 자살 고민까지
    • 입력 2017-08-23 14:54:27
    취재후·사건후
지난 4일 강남의 한 병원이 발칵 뒤집혔다. 한 남자 간호사가 탈의실에서 여자 간호사들이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하다 걸린 것이다. 선반 위에 설치된 휴대전화는 꽃병 등 사무용품에 가려져 있었다. 경찰이 해당 휴대전화에 저장된 영상을 확인해보니 여자 간호사들의 상반신이 찍혀 있었다고 한다.

이 병원은 사건 이후 남녀 간호사 탈의실을 분리했다. 기존에는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지난달엔 현직 판사가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로 여성을 촬영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몰카 범죄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2011년 1,523건에서 2013년엔 4,823건, 2015년엔 7,623건으로 급증했다.


'지워도 지워도...' 제목만 바꿔 계속 올라와

몰카 영상이 성인 사이트나 SNS에 유포되면서 더 큰 2차 피해를 낳는 경우도 늘고 있다. 취재진은 몰카 영상을 삭제해주는 민간 업체가 각종 성인 사이트에서 삭제 의뢰 영상을 찾아 지우는 과정을 살펴봤다. 한 성인 사이트 게시판에서 '몰카'라고 검색하니 몰카 영상 수만 건이 검색됐다. 게시글 상당수는 여자 친구와의 성관계 장면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다. 이들 영상은 대체로 100원에서 500원을 내면 다운받을 수 있다.

같은 몰카 영상이 제목만 달리해서 계속 올라오는 경우도 많다. 몰카 영상 삭제 업체 직원은 "지금 똑같은 영상을 여러 사이트에서 10건 이상 찾았다"며 "사람들이 다운받아 하드디스크에 저장해놓은 영상까지 지울 순 없어서 지워도 지워도 계속 올라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성인 사이트는 몰카 영상을 더 많이 끌어모으기 위해 이벤트를 벌이기도 한다. 올해 폐쇄 조치된 모 성인사이트는 회원들이 올린 몰카 영상에 순위를 매겨 5백만 원의 상금을 주기도 했다. 하예나 디지털성범죄아웃 대표는 "성인 사이트에 영상을 올렸을 때 회원들의 환호와 호응을 받고, 회원 등급이 올라가는 식으로 인정 욕구가 충족되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유포 영상 30%는 '리벤지 포르노'...자살 고민까지

몰카 영상 삭제 업체인 산타크루즈 컴퍼니가 삭제 의뢰 천8백여 건을 분석한 결과, 이렇게 유통되는 몰카 영상의 30%는 과거 연인이 악의적으로 유포한,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분실과 해킹으로 인한 유출도 21%나 차지했다.

김호진 대표는 "영상 유포 사실을 알기 전과 후는 삶이 180도 바뀐다"며 피해자들은 "누가 스마트폰만 들고 있어도 자기를 찍는 것 같고 삼삼오오 모여 희희덕거리며 웃고 있으면 자기를 보고 웃는 것처럼 느낀다"고 말했다. 또 "늘 삶과 죽음을 갈등하는 상태가 된다"며 "자살에 대한 갈등을 하는 분들이 전체 의뢰인의 5%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몰카 범죄 70%는 벌금형·집행유예"

몰카는 당사자에게 지속적으로 피해를 끼치는 범죄지만 처벌은 관대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의 분석에 따르면 몰카 범죄의 70%는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휴대전화로 여자 후배의 허벅지를 촬영한 대학생 24살 박 모 씨에 대해 법원은 벌금 3백만 원을 선고했다. 이달 7일엔 USB 형태의 카메라로 화장실에서 동료 여직원을 촬영하려다 발각된 39살 박 모 씨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전문가들은 몰카 범죄의 양형 기준을 높이고, 영상 유포 행위에 대해 성폭력범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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