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딸 살해’ 양부모 중형…“민간 입양 헛점 투성이”

입력 2017.08.2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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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경기도 포천에서 6살 된 입양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불태운 양부모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는 오늘(23일) 입양 딸을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불태운 혐의로 기소된 양어머니 김 모(31) 씨에게 무기징역을, 양아버지 주 모(48) 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부부는 지난해 9월 28일 밤 경기도 포천의 한 아파트에서 “벌을 준다”며 딸의 온 몸을 투명테이프로 묶고 물과 음식을 주지 않은 채 17시간 가량 방치해 다음 날 숨지게 했다.

부부는 평소 손찌검은 물론이고 투명테이프로 온몸을 묶어 짧게는 5시간에서 길게는 26시간 동안 아무런 음식도 주지 않고 화장실이나 베란다에 감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가 식탐이 많고 자꾸 보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 와중에도 부부는 고깃집에서 외식하고 영화를 보는 등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끔찍한 학대가 오랜 기간 계속되면서 키 92cm, 몸무게 15kg이던 딸은 사망 당시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게 마른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6살 피해자의 생전 모습.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6살 피해자의 생전 모습.

아파트 보증금 700만 원이 전 재산이었던 부부는 차량과 귀금속 구입 등으로 수천만 원의 카드빚을 지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딸에 대한 학대를 더한 것으로 드러났다.

딸이 숨지자 부부는 그동안의 학대 행위가 드러날까 두려워 포천의 한 야산에서 시신을 불태운 뒤 훼손하기까지 했다. 평소 딸을 학대한 동거인 임 모(20) 씨도 시신훼손에 가담했다.

이들은 이튿날 승용차로 100km 떨어진 인천 소래포구 축제장까지 이동해 “딸을 잃어버렸다”고 허위 실종신고를 했다가 행적을 추적한 경찰에 범행이 들통 났다.

1심은 살인·사체손괴·상습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김 씨와 주 씨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부부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2심과 대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부부와 함께 살며 첫째 딸 노릇을 했던 임 모(20) 씨는 학대에 가담한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믿고 맡겼다 가슴에 딸 묻은 친모

친모 A(38) 씨는 지난 2014년 어린 딸을 이웃사촌인 주 씨 부부에게 입양시켰다.

양모가 친모로부터 “남편과 이혼해 딸을 키우기 힘들다”는 말을 듣고 합의로 입양을 결정했다. 현행 민법은 개인 간 합의로 입양하는 `민간 입양'을 허용하고 있다.

친모는 딸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대성통곡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친모는 이웃에 입양돼 잘 자라고 있는 것으로 믿었던 피해자가 학대 끝에 사망해 그 시신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충격과 슬픔, 분노로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합의만 하면 끝…허술한 민간 입양

이 사건을 계기로 일각에선 민간 입양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피해 아동의 양부가 전과 10범이었지만 법원에서 입양 허가를 받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개인 간 입양은 입양기관을 통하는 경우와 달리 양부모 자격심사나 사후 점검 등 입양특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양아버지 주 모 씨. 양아버지 주 모 씨.

친부모와 양부모가 서로 합의하고 기본적인 서류만 갖추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입양가족의 범죄사실 여부와 인적증명서, 소득증명서 등의 서류를 제출해야 하지만 성범죄 전과 등 큰 무리가 없는 한 대부분 통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입양 후 아이가 잘 양육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는 사후관리는 아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관 입양은 사전검증도 까다롭지만, 입양 후 1년에 4번 사회복지사가 불시에 가정을 방문해 아동 상태를 점검하는 등의 사후관리를 한다.

재혼가정 증가 등으로 민간 입양이 기관입양보다 많은 상황이지만 안전장치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지적에 복지부는 민간 입양에 대해서도 양부모 교육을 실시하고 복지 서비스 연계가 필요한 경우 관련 인프라와 연결하는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시적인 양부모 교육으로 아동 학대 위험을 차단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때문에 기관 입양처럼 민간 입양에 대한 사전·사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김진석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양부모에 대한 자격관리와 입양대상 아동에 대한 관리 등 모든 부분에 대해서 공공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으로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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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양 딸 살해’ 양부모 중형…“민간 입양 헛점 투성이”
    • 입력 2017-08-23 16:51:50
    취재K
지난해 9월 경기도 포천에서 6살 된 입양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불태운 양부모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는 오늘(23일) 입양 딸을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불태운 혐의로 기소된 양어머니 김 모(31) 씨에게 무기징역을, 양아버지 주 모(48) 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부부는 지난해 9월 28일 밤 경기도 포천의 한 아파트에서 “벌을 준다”며 딸의 온 몸을 투명테이프로 묶고 물과 음식을 주지 않은 채 17시간 가량 방치해 다음 날 숨지게 했다.

부부는 평소 손찌검은 물론이고 투명테이프로 온몸을 묶어 짧게는 5시간에서 길게는 26시간 동안 아무런 음식도 주지 않고 화장실이나 베란다에 감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가 식탐이 많고 자꾸 보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 와중에도 부부는 고깃집에서 외식하고 영화를 보는 등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끔찍한 학대가 오랜 기간 계속되면서 키 92cm, 몸무게 15kg이던 딸은 사망 당시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게 마른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6살 피해자의 생전 모습.
아파트 보증금 700만 원이 전 재산이었던 부부는 차량과 귀금속 구입 등으로 수천만 원의 카드빚을 지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딸에 대한 학대를 더한 것으로 드러났다.

딸이 숨지자 부부는 그동안의 학대 행위가 드러날까 두려워 포천의 한 야산에서 시신을 불태운 뒤 훼손하기까지 했다. 평소 딸을 학대한 동거인 임 모(20) 씨도 시신훼손에 가담했다.

이들은 이튿날 승용차로 100km 떨어진 인천 소래포구 축제장까지 이동해 “딸을 잃어버렸다”고 허위 실종신고를 했다가 행적을 추적한 경찰에 범행이 들통 났다.

1심은 살인·사체손괴·상습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김 씨와 주 씨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부부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2심과 대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부부와 함께 살며 첫째 딸 노릇을 했던 임 모(20) 씨는 학대에 가담한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믿고 맡겼다 가슴에 딸 묻은 친모

친모 A(38) 씨는 지난 2014년 어린 딸을 이웃사촌인 주 씨 부부에게 입양시켰다.

양모가 친모로부터 “남편과 이혼해 딸을 키우기 힘들다”는 말을 듣고 합의로 입양을 결정했다. 현행 민법은 개인 간 합의로 입양하는 `민간 입양'을 허용하고 있다.

친모는 딸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대성통곡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친모는 이웃에 입양돼 잘 자라고 있는 것으로 믿었던 피해자가 학대 끝에 사망해 그 시신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충격과 슬픔, 분노로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합의만 하면 끝…허술한 민간 입양

이 사건을 계기로 일각에선 민간 입양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피해 아동의 양부가 전과 10범이었지만 법원에서 입양 허가를 받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개인 간 입양은 입양기관을 통하는 경우와 달리 양부모 자격심사나 사후 점검 등 입양특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양아버지 주 모 씨.
친부모와 양부모가 서로 합의하고 기본적인 서류만 갖추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입양가족의 범죄사실 여부와 인적증명서, 소득증명서 등의 서류를 제출해야 하지만 성범죄 전과 등 큰 무리가 없는 한 대부분 통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입양 후 아이가 잘 양육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는 사후관리는 아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관 입양은 사전검증도 까다롭지만, 입양 후 1년에 4번 사회복지사가 불시에 가정을 방문해 아동 상태를 점검하는 등의 사후관리를 한다.

재혼가정 증가 등으로 민간 입양이 기관입양보다 많은 상황이지만 안전장치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지적에 복지부는 민간 입양에 대해서도 양부모 교육을 실시하고 복지 서비스 연계가 필요한 경우 관련 인프라와 연결하는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시적인 양부모 교육으로 아동 학대 위험을 차단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때문에 기관 입양처럼 민간 입양에 대한 사전·사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김진석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양부모에 대한 자격관리와 입양대상 아동에 대한 관리 등 모든 부분에 대해서 공공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으로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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