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까지 버스타고 두 시간?…문화 향유 기회 늘려야
입력 2017.08.24 (06:00)
수정 2017.08.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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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까지 버스타고 두 시간?…문화 향유 기회 늘려야
천안의 한 중학교 학급 학생들에게 공연을 얼마나 자주 보는지 물어봤습니다. '최근 3년간 뮤지컬 등의 공연을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손을 든 학생은 단 세 명. 학급 인원의 10%에 불과했습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관심이 적어서일까요?
시내에 있는 공연장으로 학생들이 가는 길을 동행해 봤습니다. 인근 역까지 걸어간 뒤 천안 시내로 향하는 전철을 타고, 다시 뙤약볕 아래에서 20여 분을 기다려 버스를 갈아타야합니다. 결국 공연장에 도착한 건 출발한지 두 시간이나 지난 뒤였습니다.
인구 65만 명의 천안시에 전문 공연장은 단 한 곳. 학생들은 공연 한 번 보려면 시내까지 나와야 한다며 불편함을 토로했습니다. 학교에서 단체 관람을 간 것 외에는 뮤지컬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습니다. 공연에 관심이 없다면 모를까, 관심이 있는데도 찾아가기가 힘들어 멀리하게 된다는건 분명 개선의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문화기반시설 36%가 수도권에…문화 격차 ‘심각’
천안시만의 상황은 아닙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문화기반시설은 모두 2,595곳. 이 가운데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에 36.4%가 몰려있습니다. 1개 시도 당 평균 문화시설수를 봐도 수도권은 315개, 비 수도권은 118개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수도권 인구가 많은 탓도 있겠지만, 인구가 적은 곳에 산다고 해서 충분한 문화접근권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 당연시될 수는 없습니다. 지역간 문화격차 해소를 위해 다양한 대안들이 꾸준히 논의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 농촌 마을 빈 집에 사는 피아니스트?
최근 전북 완주문화재단이 흥미로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청년작가 한 달 살기' 프로젝트. 문화시설 기반을 단기간에 확충하기는 어려운 현실에 맞춰, 예술가들을 완주로 데려와 주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높이는 겁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젊은 예술가들은 한 달간 완주 농촌마을에 머물며 작품활동을 하게 됩니다. 물론, 집 안에 틀어박혀 작업만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주민들과 교류하고 작업물도 공유합니다.
사람의 온기도 느껴지지 않던 빈 농가에서는 젊은 피아니스트의 자작곡이 울려퍼집니다. 피아니스트가 머물며 곡을 쓰는 빈 집의 마당은 주민들을 위한 콘서트홀로 변합니다. 변변한 의자도 없어 아무데나 걸터앉아야 하지만 주민들에게는 남부럽지 않은 '마을 안 공연장'입니다.
'피아노 치는걸 보지 못했던 어르신들 앞에서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고...아무도 없던 빈집에서 음악 소리가 들리니 좋다'며 웃음짓던 마을 주민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평소 얻기 힘들었던 예술 향유의 기회를 동네 안에서 얻는겁니다.
마을 주민들만 수혜를 받는건 물론 아닙니다. 고즈넉한 마을에서의 생활은 예술가들에게도 영감을 줍니다. 피아니스트 임자연씨는 마을 풍경에서 영감을 얻어 '고산 느티나무'라는 곡도 작곡했습니다. 마을 어르신들과의 대화, 연주를 기쁘게 들어주는 주민들 모두 예술의 원천이자 동기 부여가 된다고 합니다. 재단에서 거주 공간과 소정의 생활비를 지원한다는 점도 매력입니다. 예술가와 주민 모두 상생하고 있는 셈입니다.
■ 강원 영월군에서 서울 공연장의 무대를 본다?
멋진 무대를 보기엔 공연장이 너무 멀다면, 그 물리적 거리를 좁힐 방법은 없을까요? 서울 예술의 전당은 강원 영월군 등 지역 곳곳에 공연 실황을 동시에 전달하는 'sac on screen' 프로젝트를 진행중입니다. 영화관이나 마을 문예 회관 등에 설치된 스크린에 서울에서 진행중인 무대를 생중계하는겁니다.
덕분에 영월군의 작은 마을 영화관에서는 한 달에 두 번씩 서울의 공연 무대가 펼쳐집니다. 스크린에 오케스트라의 무대가 담기고, 음악소리가 울려퍼지면, 주민들도 공연에 빠져듭니다. 공연을 직접 현장에서 보는 것만큼은 못할지라도, 서울과 지역간의 물리적 거리를 없애고 문화적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는 주목할만합니다.
■ 문화격차, 어떻게 줄여나갈까?
지역간 문화격차는 꾸준히 지적되어온 문제입니다. 그간 마을 영화관을 늘리고 문예회관을 곳곳에 설립하는 등, 문화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 진행돼왔습니다. 하지만 문화 인프라를 단기간에 확충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당장 시설을 늘려놓아도, 마땅한 활용방안을 찾는것이 새로운 문제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완주군의 청년작가 한 달 살기, 예술의 전당의 공연 실황 중계 프로젝트가 의미 있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프라를 늘려나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색다른 방법으로 지역의 문화 향유 기회를 높이고 주민들의 문화적 관심도를 키울만한 방법은 없을까요?
심리적 거리와 물리적 거리, 둘 모두를 좁힐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 사업을 기대해봅니다.
시내에 있는 공연장으로 학생들이 가는 길을 동행해 봤습니다. 인근 역까지 걸어간 뒤 천안 시내로 향하는 전철을 타고, 다시 뙤약볕 아래에서 20여 분을 기다려 버스를 갈아타야합니다. 결국 공연장에 도착한 건 출발한지 두 시간이나 지난 뒤였습니다.
인구 65만 명의 천안시에 전문 공연장은 단 한 곳. 학생들은 공연 한 번 보려면 시내까지 나와야 한다며 불편함을 토로했습니다. 학교에서 단체 관람을 간 것 외에는 뮤지컬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습니다. 공연에 관심이 없다면 모를까, 관심이 있는데도 찾아가기가 힘들어 멀리하게 된다는건 분명 개선의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문화기반시설 36%가 수도권에…문화 격차 ‘심각’
천안시만의 상황은 아닙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문화기반시설은 모두 2,595곳. 이 가운데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에 36.4%가 몰려있습니다. 1개 시도 당 평균 문화시설수를 봐도 수도권은 315개, 비 수도권은 118개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수도권 인구가 많은 탓도 있겠지만, 인구가 적은 곳에 산다고 해서 충분한 문화접근권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 당연시될 수는 없습니다. 지역간 문화격차 해소를 위해 다양한 대안들이 꾸준히 논의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 농촌 마을 빈 집에 사는 피아니스트?
최근 전북 완주문화재단이 흥미로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청년작가 한 달 살기' 프로젝트. 문화시설 기반을 단기간에 확충하기는 어려운 현실에 맞춰, 예술가들을 완주로 데려와 주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높이는 겁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젊은 예술가들은 한 달간 완주 농촌마을에 머물며 작품활동을 하게 됩니다. 물론, 집 안에 틀어박혀 작업만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주민들과 교류하고 작업물도 공유합니다.
사람의 온기도 느껴지지 않던 빈 농가에서는 젊은 피아니스트의 자작곡이 울려퍼집니다. 피아니스트가 머물며 곡을 쓰는 빈 집의 마당은 주민들을 위한 콘서트홀로 변합니다. 변변한 의자도 없어 아무데나 걸터앉아야 하지만 주민들에게는 남부럽지 않은 '마을 안 공연장'입니다.
'피아노 치는걸 보지 못했던 어르신들 앞에서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고...아무도 없던 빈집에서 음악 소리가 들리니 좋다'며 웃음짓던 마을 주민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평소 얻기 힘들었던 예술 향유의 기회를 동네 안에서 얻는겁니다.
마을 주민들만 수혜를 받는건 물론 아닙니다. 고즈넉한 마을에서의 생활은 예술가들에게도 영감을 줍니다. 피아니스트 임자연씨는 마을 풍경에서 영감을 얻어 '고산 느티나무'라는 곡도 작곡했습니다. 마을 어르신들과의 대화, 연주를 기쁘게 들어주는 주민들 모두 예술의 원천이자 동기 부여가 된다고 합니다. 재단에서 거주 공간과 소정의 생활비를 지원한다는 점도 매력입니다. 예술가와 주민 모두 상생하고 있는 셈입니다.
■ 강원 영월군에서 서울 공연장의 무대를 본다?
멋진 무대를 보기엔 공연장이 너무 멀다면, 그 물리적 거리를 좁힐 방법은 없을까요? 서울 예술의 전당은 강원 영월군 등 지역 곳곳에 공연 실황을 동시에 전달하는 'sac on screen' 프로젝트를 진행중입니다. 영화관이나 마을 문예 회관 등에 설치된 스크린에 서울에서 진행중인 무대를 생중계하는겁니다.
덕분에 영월군의 작은 마을 영화관에서는 한 달에 두 번씩 서울의 공연 무대가 펼쳐집니다. 스크린에 오케스트라의 무대가 담기고, 음악소리가 울려퍼지면, 주민들도 공연에 빠져듭니다. 공연을 직접 현장에서 보는 것만큼은 못할지라도, 서울과 지역간의 물리적 거리를 없애고 문화적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는 주목할만합니다.
■ 문화격차, 어떻게 줄여나갈까?
지역간 문화격차는 꾸준히 지적되어온 문제입니다. 그간 마을 영화관을 늘리고 문예회관을 곳곳에 설립하는 등, 문화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 진행돼왔습니다. 하지만 문화 인프라를 단기간에 확충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당장 시설을 늘려놓아도, 마땅한 활용방안을 찾는것이 새로운 문제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완주군의 청년작가 한 달 살기, 예술의 전당의 공연 실황 중계 프로젝트가 의미 있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프라를 늘려나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색다른 방법으로 지역의 문화 향유 기회를 높이고 주민들의 문화적 관심도를 키울만한 방법은 없을까요?
심리적 거리와 물리적 거리, 둘 모두를 좁힐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 사업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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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장까지 버스타고 두 시간?…문화 향유 기회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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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08-24 06:00:42
- 수정2017-08-24 06:01:46
천안의 한 중학교 학급 학생들에게 공연을 얼마나 자주 보는지 물어봤습니다. '최근 3년간 뮤지컬 등의 공연을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손을 든 학생은 단 세 명. 학급 인원의 10%에 불과했습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관심이 적어서일까요?
시내에 있는 공연장으로 학생들이 가는 길을 동행해 봤습니다. 인근 역까지 걸어간 뒤 천안 시내로 향하는 전철을 타고, 다시 뙤약볕 아래에서 20여 분을 기다려 버스를 갈아타야합니다. 결국 공연장에 도착한 건 출발한지 두 시간이나 지난 뒤였습니다.
인구 65만 명의 천안시에 전문 공연장은 단 한 곳. 학생들은 공연 한 번 보려면 시내까지 나와야 한다며 불편함을 토로했습니다. 학교에서 단체 관람을 간 것 외에는 뮤지컬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습니다. 공연에 관심이 없다면 모를까, 관심이 있는데도 찾아가기가 힘들어 멀리하게 된다는건 분명 개선의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문화기반시설 36%가 수도권에…문화 격차 ‘심각’
천안시만의 상황은 아닙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문화기반시설은 모두 2,595곳. 이 가운데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에 36.4%가 몰려있습니다. 1개 시도 당 평균 문화시설수를 봐도 수도권은 315개, 비 수도권은 118개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수도권 인구가 많은 탓도 있겠지만, 인구가 적은 곳에 산다고 해서 충분한 문화접근권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 당연시될 수는 없습니다. 지역간 문화격차 해소를 위해 다양한 대안들이 꾸준히 논의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 농촌 마을 빈 집에 사는 피아니스트?
최근 전북 완주문화재단이 흥미로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청년작가 한 달 살기' 프로젝트. 문화시설 기반을 단기간에 확충하기는 어려운 현실에 맞춰, 예술가들을 완주로 데려와 주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높이는 겁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젊은 예술가들은 한 달간 완주 농촌마을에 머물며 작품활동을 하게 됩니다. 물론, 집 안에 틀어박혀 작업만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주민들과 교류하고 작업물도 공유합니다.
사람의 온기도 느껴지지 않던 빈 농가에서는 젊은 피아니스트의 자작곡이 울려퍼집니다. 피아니스트가 머물며 곡을 쓰는 빈 집의 마당은 주민들을 위한 콘서트홀로 변합니다. 변변한 의자도 없어 아무데나 걸터앉아야 하지만 주민들에게는 남부럽지 않은 '마을 안 공연장'입니다.
'피아노 치는걸 보지 못했던 어르신들 앞에서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고...아무도 없던 빈집에서 음악 소리가 들리니 좋다'며 웃음짓던 마을 주민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평소 얻기 힘들었던 예술 향유의 기회를 동네 안에서 얻는겁니다.
마을 주민들만 수혜를 받는건 물론 아닙니다. 고즈넉한 마을에서의 생활은 예술가들에게도 영감을 줍니다. 피아니스트 임자연씨는 마을 풍경에서 영감을 얻어 '고산 느티나무'라는 곡도 작곡했습니다. 마을 어르신들과의 대화, 연주를 기쁘게 들어주는 주민들 모두 예술의 원천이자 동기 부여가 된다고 합니다. 재단에서 거주 공간과 소정의 생활비를 지원한다는 점도 매력입니다. 예술가와 주민 모두 상생하고 있는 셈입니다.
■ 강원 영월군에서 서울 공연장의 무대를 본다?
멋진 무대를 보기엔 공연장이 너무 멀다면, 그 물리적 거리를 좁힐 방법은 없을까요? 서울 예술의 전당은 강원 영월군 등 지역 곳곳에 공연 실황을 동시에 전달하는 'sac on screen' 프로젝트를 진행중입니다. 영화관이나 마을 문예 회관 등에 설치된 스크린에 서울에서 진행중인 무대를 생중계하는겁니다.
덕분에 영월군의 작은 마을 영화관에서는 한 달에 두 번씩 서울의 공연 무대가 펼쳐집니다. 스크린에 오케스트라의 무대가 담기고, 음악소리가 울려퍼지면, 주민들도 공연에 빠져듭니다. 공연을 직접 현장에서 보는 것만큼은 못할지라도, 서울과 지역간의 물리적 거리를 없애고 문화적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는 주목할만합니다.
■ 문화격차, 어떻게 줄여나갈까?
지역간 문화격차는 꾸준히 지적되어온 문제입니다. 그간 마을 영화관을 늘리고 문예회관을 곳곳에 설립하는 등, 문화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 진행돼왔습니다. 하지만 문화 인프라를 단기간에 확충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당장 시설을 늘려놓아도, 마땅한 활용방안을 찾는것이 새로운 문제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완주군의 청년작가 한 달 살기, 예술의 전당의 공연 실황 중계 프로젝트가 의미 있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프라를 늘려나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색다른 방법으로 지역의 문화 향유 기회를 높이고 주민들의 문화적 관심도를 키울만한 방법은 없을까요?
심리적 거리와 물리적 거리, 둘 모두를 좁힐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 사업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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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기자 mjnew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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