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정치도 경제도 냉랭…삭막한 한중수교 25주년

입력 2017.08.24 (10:07) 수정 2017.08.2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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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정치도 경제도 냉랭…삭막한 한중수교 25주년

[특파원리포트] 정치도 경제도 냉랭…삭막한 한중수교 25주년

23일 저녁 한중 수교 25주년을 기념하는 리셉션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다.
중국에서는 현직 주요 인사가 아닌 천주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주빈으로 참석했고, 한국 측에서는 김장수 주중대사가 참석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측은 중국우호협회로부터 초청장을 받으면서 축사만 준비하면 된다고 통보를 받았고, 사전에 리셉션에 중국 측에서 누가 오는지 리셉션 진행 세부 일정도 받지 못했다.


이날 행사는 별다른 축하 공연 없이 양국 국가를 제창한 후 한중 양측 축사 그리고 바로 만찬으로 짧게 끝났다. 중국 측은 '다 아는 이유로' 한중 관계가 경색 국면을 맞았다며, 사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불편함을 드러냈다. 리셉션은 만찬까지 1시간 반 만에 끝났다. 25주년 기념행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초라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24일 따로 25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중국은 꺾어지는 해인 5년과 10년을 매우 중시한다. 지난 2012년 8월 한중 수교 20주년에는 한국과 중국이 20주년 행사를 공동 개최했다. 당시 주석 취임이 유력했던 시진핑 부주석이 이례적으로 참석했고, 양제츠 외교부장, 왕자루이 당 대외연락부장 등 당정의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밀월 관계였던 당시의 한중 상황을 반영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2017년 8월, 행사도 따로따로 개최할 뿐 아니라 서로 간의 소통 없이 의례적인 기념식만 가진다.


한중관계는 수교 후 25년간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중국은 여전한 북한의 후원자였고 미운 막내아들이었지만 버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경제 교류는 빠르게 늘어 교역 규모는 33배 증가했다. 그래서 흔히 한중관계를 '政冷經熱(정냉경열), 정치는 냉랭하지만, 경제는 뜨겁다' 라는 말로 대변하기도 했다. 그 사이에 동북공정, 마늘파동, 대북제재를 놓고 긴장 관계를 겪기도 했지만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열병식에 참여하면서 한중 관계는 政熱經熱 (정열경열), 정점을 찍었다.


그런데 2016년 7월 사드 배치 결정이 이뤄진 후 중국은 사드가 중국의 안보를 침해한다며 경제 분야에서 보복을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이 가장 아쉬워하는 한류와 여행부터 시작해 취약한 부분부터 공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사회 전반으로 확대돼, 지금의 한중관계는 잘 살다가 이혼한 부부로 비유되기도 한다. 이혼한 부부의 감정은 보통 사람 사이보다 더 하다는 것이다. '政冷經冷'(정냉경냉)이다.

2012년 중국은 일본과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영토 분쟁으로 대립하면서 일본산 불매 운동을 했다. 그리고 일본에 그 후유증은 5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모든 나라가 마찬가지지만 중국은 국경과 안보 문제에는 타협하지 않는다. 사드 문제가 1~2년 안에 해결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다.


중국은 사드 보복을 기화로 중국 문화 고유의 영역을 침해한다는 한류 콘텐츠를 제한하는 한편 제조업에서 자신들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이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화장품과 헬스 등 미용과 서비스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력은 여전히 중국에 우위에 있다. 한국이 경쟁력 있는 분야에서는 중국 진출을 주저할 필요가 없다.

최근 한중 관계는 政熱經熱(정열경열) 최정점에서 政冷經冷(정냉경냉) 까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이런 사이 중국 속 한국인들은 '이게 중국이다' 라고 전제를 하고 차분하게 중국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된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지나치게 과열되기도 했고 너무 의존하기만 했던 지난 25년 한중 관계를 되새겨보며 새로운 한중 관계를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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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정치도 경제도 냉랭…삭막한 한중수교 25주년
    • 입력 2017-08-24 10:07:43
    • 수정2017-08-24 10:08:23
    특파원 리포트
23일 저녁 한중 수교 25주년을 기념하는 리셉션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다. 중국에서는 현직 주요 인사가 아닌 천주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주빈으로 참석했고, 한국 측에서는 김장수 주중대사가 참석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측은 중국우호협회로부터 초청장을 받으면서 축사만 준비하면 된다고 통보를 받았고, 사전에 리셉션에 중국 측에서 누가 오는지 리셉션 진행 세부 일정도 받지 못했다. 이날 행사는 별다른 축하 공연 없이 양국 국가를 제창한 후 한중 양측 축사 그리고 바로 만찬으로 짧게 끝났다. 중국 측은 '다 아는 이유로' 한중 관계가 경색 국면을 맞았다며, 사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불편함을 드러냈다. 리셉션은 만찬까지 1시간 반 만에 끝났다. 25주년 기념행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초라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24일 따로 25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중국은 꺾어지는 해인 5년과 10년을 매우 중시한다. 지난 2012년 8월 한중 수교 20주년에는 한국과 중국이 20주년 행사를 공동 개최했다. 당시 주석 취임이 유력했던 시진핑 부주석이 이례적으로 참석했고, 양제츠 외교부장, 왕자루이 당 대외연락부장 등 당정의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밀월 관계였던 당시의 한중 상황을 반영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2017년 8월, 행사도 따로따로 개최할 뿐 아니라 서로 간의 소통 없이 의례적인 기념식만 가진다. 한중관계는 수교 후 25년간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중국은 여전한 북한의 후원자였고 미운 막내아들이었지만 버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경제 교류는 빠르게 늘어 교역 규모는 33배 증가했다. 그래서 흔히 한중관계를 '政冷經熱(정냉경열), 정치는 냉랭하지만, 경제는 뜨겁다' 라는 말로 대변하기도 했다. 그 사이에 동북공정, 마늘파동, 대북제재를 놓고 긴장 관계를 겪기도 했지만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열병식에 참여하면서 한중 관계는 政熱經熱 (정열경열), 정점을 찍었다. 그런데 2016년 7월 사드 배치 결정이 이뤄진 후 중국은 사드가 중국의 안보를 침해한다며 경제 분야에서 보복을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이 가장 아쉬워하는 한류와 여행부터 시작해 취약한 부분부터 공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사회 전반으로 확대돼, 지금의 한중관계는 잘 살다가 이혼한 부부로 비유되기도 한다. 이혼한 부부의 감정은 보통 사람 사이보다 더 하다는 것이다. '政冷經冷'(정냉경냉)이다. 2012년 중국은 일본과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영토 분쟁으로 대립하면서 일본산 불매 운동을 했다. 그리고 일본에 그 후유증은 5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모든 나라가 마찬가지지만 중국은 국경과 안보 문제에는 타협하지 않는다. 사드 문제가 1~2년 안에 해결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다. 중국은 사드 보복을 기화로 중국 문화 고유의 영역을 침해한다는 한류 콘텐츠를 제한하는 한편 제조업에서 자신들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이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화장품과 헬스 등 미용과 서비스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력은 여전히 중국에 우위에 있다. 한국이 경쟁력 있는 분야에서는 중국 진출을 주저할 필요가 없다. 최근 한중 관계는 政熱經熱(정열경열) 최정점에서 政冷經冷(정냉경냉) 까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이런 사이 중국 속 한국인들은 '이게 중국이다' 라고 전제를 하고 차분하게 중국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된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지나치게 과열되기도 했고 너무 의존하기만 했던 지난 25년 한중 관계를 되새겨보며 새로운 한중 관계를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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