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지물’ 경찰 위치추적기…신변보호 받던 50대 女 피살 충격

입력 2017.08.25 (15:20) 수정 2017.08.26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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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지물’ 경찰 위치추적기…신변보호 받던 50대 女 피살 충격

‘무용지물’ 경찰 위치추적기…신변보호 받던 50대 女 피살 충격

헤어진 동거남으로부터 위협을 느낀 50대 여성이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았지만, 나흘 만에 살해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이 여성은 살해되기 바로 전 경찰이 준 위치추적기(스마트워치)로 긴급신고했지만, 경찰이 사건 현장에서 떨어진 엉뚱한 곳으로 출동하는 바람에 동거남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어 위치추적기가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변보호 받던 50대 여성, 前 동거남 흉기에 피살

지난 21일 오후 6시 35분쯤 부산 강서구의 한 민속주점 앞 거리에서 주점 업주 A(여. 57) 씨가 흉기에 찔려 숨졌다.

경찰에 붙잡힌 용의자는 A 씨와 11년 동안 동거하다 지난달 헤어진 배 모(남. 58) 씨.

사건 발생 7∼8분 전쯤 민속주점을 찾은 배 씨가 A 씨에게 돈을 달라며 행패를 부리다 A 씨가 주점 밖으로 달아나자 쫓아가 흉기를 휘두른 것이다.

그런데 A 씨는 사건 발생 4일 전 부산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배 씨는 헤어진 이후에도 A 씨의 아파트를 3차례 찾아와 욕설하며 행패를 부렸고, 사건 일주일 전에는 아파트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누르며 침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두려움을 느낀 A 씨는 지난 17일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고 위치 추적이 가능한 스마트워치도 받았다.

스마트워치 받아 언제든 경찰 추적 가능한 상황

스마트워치 버튼을 누르면 112로 긴급신고가 자동 접수된다. 유족에 따르면 A 씨는 항상 스마트워치를 차고 다녀 긴급상황 시 버튼만 누르면 경찰추적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사건 당일 오후 6시 28분쯤 A 씨는 배 씨가 자신이 운영하던 민속주점에 찾아와 돈을 요구하자 스마트워치를 눌렀다.

그러나 경찰이 도착한 시간은 11분이 지난 오후 6시 39분이었다. 경찰은 오후 6시 37분 주점이 아니라 A 씨의 아파트로 출동했다가 다시 450m가량 떨어진 주점에 도착한 것이다.


유족 "경찰 대처만 잘했어도 죽지 않았다." 분통

그사이 배 씨는 A 씨를 살해하고 달아났다. 유족들은 "얼마나 절박했으면 신변보호를 요청했겠느냐"며 "경찰이 대처만 잘했어도 죽지 않을 목숨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은 스마트워치의 표시 반경이 너무 넓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표시된 위치 반경 내에 A 씨의 집과 주점이 모두 있었지만 112상황실은 집 주소만 알고 있어서 집으로 순찰차를 먼저 보냈다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스마트워치는 GPS·와이파이·셀(Cell) 가운데 한 가지 방식으로 작동한다.

건물 밖에 있다면 위치가 반경 5~30m로 표시되는 GPS나 와이파이 방식으로 작동하지만, 건물 내부에 있으면 기지국 단위로 반경이 표시되는 셀 방식으로 잡힌다.

A 씨가 주점 앞 거리에서 살해될 당시 112상황실은 순찰차를 A 씨 집으로 출동하도록 지령을 내렸다. 기지국 반경 내 A 씨 집과 주점이 모두 포함돼 있었지만, 상황실은 집 주소밖에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A 씨가 주점 앞 거리에서 살해될 당시 112상황실은 순찰차를 A 씨 집으로 출동하도록 지령을 내렸다. 기지국 반경 내 A 씨 집과 주점이 모두 포함돼 있었지만, 상황실은 집 주소밖에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점 앞에서 ‘버튼’ 눌렀는데 순찰차 집으로 출동

경찰 관계자는 "셀 방식으로 위치가 전송되면 반경이 500~600m로 확 늘어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다"며 "A 씨의 주점과 아파트 모두 반경 500m 내에 있어 이전에 행패를 부렸던 아파트부터 확인했다. 순찰차가 중앙선을 넘고 신호를 위반하며 달려갔지만, 퇴근길 정체로 현장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범행 2시간 전인 오후 4시 30분께 신변보호대상자 순찰업무를 하는 지구대 경찰관은 주점을 찾아와 A 씨의 안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대와 112상황실 간 정보 공유에 허점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국의 경찰서에는 A 씨의 것과 동일한 기종의 스마트워치가 2천50대 보급돼 있고, 이 중 600여 대가 현재 신변보호 대상자에게 지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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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용지물’ 경찰 위치추적기…신변보호 받던 50대 女 피살 충격
    • 입력 2017-08-25 15:20:13
    • 수정2017-08-26 05:44:12
    취재K
헤어진 동거남으로부터 위협을 느낀 50대 여성이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았지만, 나흘 만에 살해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이 여성은 살해되기 바로 전 경찰이 준 위치추적기(스마트워치)로 긴급신고했지만, 경찰이 사건 현장에서 떨어진 엉뚱한 곳으로 출동하는 바람에 동거남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어 위치추적기가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변보호 받던 50대 여성, 前 동거남 흉기에 피살

지난 21일 오후 6시 35분쯤 부산 강서구의 한 민속주점 앞 거리에서 주점 업주 A(여. 57) 씨가 흉기에 찔려 숨졌다.

경찰에 붙잡힌 용의자는 A 씨와 11년 동안 동거하다 지난달 헤어진 배 모(남. 58) 씨.

사건 발생 7∼8분 전쯤 민속주점을 찾은 배 씨가 A 씨에게 돈을 달라며 행패를 부리다 A 씨가 주점 밖으로 달아나자 쫓아가 흉기를 휘두른 것이다.

그런데 A 씨는 사건 발생 4일 전 부산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배 씨는 헤어진 이후에도 A 씨의 아파트를 3차례 찾아와 욕설하며 행패를 부렸고, 사건 일주일 전에는 아파트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누르며 침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두려움을 느낀 A 씨는 지난 17일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고 위치 추적이 가능한 스마트워치도 받았다.

스마트워치 받아 언제든 경찰 추적 가능한 상황

스마트워치 버튼을 누르면 112로 긴급신고가 자동 접수된다. 유족에 따르면 A 씨는 항상 스마트워치를 차고 다녀 긴급상황 시 버튼만 누르면 경찰추적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사건 당일 오후 6시 28분쯤 A 씨는 배 씨가 자신이 운영하던 민속주점에 찾아와 돈을 요구하자 스마트워치를 눌렀다.

그러나 경찰이 도착한 시간은 11분이 지난 오후 6시 39분이었다. 경찰은 오후 6시 37분 주점이 아니라 A 씨의 아파트로 출동했다가 다시 450m가량 떨어진 주점에 도착한 것이다.


유족 "경찰 대처만 잘했어도 죽지 않았다." 분통

그사이 배 씨는 A 씨를 살해하고 달아났다. 유족들은 "얼마나 절박했으면 신변보호를 요청했겠느냐"며 "경찰이 대처만 잘했어도 죽지 않을 목숨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은 스마트워치의 표시 반경이 너무 넓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표시된 위치 반경 내에 A 씨의 집과 주점이 모두 있었지만 112상황실은 집 주소만 알고 있어서 집으로 순찰차를 먼저 보냈다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스마트워치는 GPS·와이파이·셀(Cell) 가운데 한 가지 방식으로 작동한다.

건물 밖에 있다면 위치가 반경 5~30m로 표시되는 GPS나 와이파이 방식으로 작동하지만, 건물 내부에 있으면 기지국 단위로 반경이 표시되는 셀 방식으로 잡힌다.

A 씨가 주점 앞 거리에서 살해될 당시 112상황실은 순찰차를 A 씨 집으로 출동하도록 지령을 내렸다. 기지국 반경 내 A 씨 집과 주점이 모두 포함돼 있었지만, 상황실은 집 주소밖에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점 앞에서 ‘버튼’ 눌렀는데 순찰차 집으로 출동

경찰 관계자는 "셀 방식으로 위치가 전송되면 반경이 500~600m로 확 늘어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다"며 "A 씨의 주점과 아파트 모두 반경 500m 내에 있어 이전에 행패를 부렸던 아파트부터 확인했다. 순찰차가 중앙선을 넘고 신호를 위반하며 달려갔지만, 퇴근길 정체로 현장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범행 2시간 전인 오후 4시 30분께 신변보호대상자 순찰업무를 하는 지구대 경찰관은 주점을 찾아와 A 씨의 안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대와 112상황실 간 정보 공유에 허점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국의 경찰서에는 A 씨의 것과 동일한 기종의 스마트워치가 2천50대 보급돼 있고, 이 중 600여 대가 현재 신변보호 대상자에게 지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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