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1500일 갈등’…결국 문닫는 용산 화상경마장

입력 2017.08.26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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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 ‘1500일 갈등’…결국 문닫는 용산 화상경마장

[사사건건] ‘1500일 갈등’…결국 문닫는 용산 화상경마장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천막 농성장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천막 농성장

지난 24일은 용산 주민대책위가 화상 경마도박장 반대운동을 한 지 1,576일, 천막 농성을 시작한 지 1,311일이다. 1,500일 넘는 갈등 끝에 용산 주민대책위와 마사회는 내일(27일) 협약식을 맺기로 했다. 청와대에서 열린 대책위·을지로위원회·한국마사회 간담회에서 오는 12월 말까지 용산 화상경마장을 폐쇄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용산 화상 경마도박장을 둘러싸고 햇수로 5년 동안 이어졌던 갈등은 "골리앗 마사회를 상대로 한 다윗 용산주민들의 승리"로 비유되고 있다. 정방 비상대책위 대표는 "5년 동안 도박장 추방 운동에 함께해 준 분들이 떠오르고 기뻐서 폐쇄 소식이 실감이 나지 않을 지경"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학교 근처 화상 경마도박장을 반대하는 플래카드학교 근처 화상 경마도박장을 반대하는 플래카드

용산 화상 경마도박장은 지난 2013년 지상 18층, 지하 7층짜리 건물로 성심여중·여고에서 215m 떨어진 곳에 들어섰다. 마사회는 건물을 신축하면서 사용승인을 받은 뒤 인수를 받는 조건으로 건설사에 시행과 시공을 모두 맡겨 주민들은 신축이 완료된 뒤 해당 건물이 "도박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용산주민과 학부모, 교사, 성직자는 2013년 5월 곧바로 대책위를 꾸렸다. 투쟁의 시작이었다.

용산 화상 경마도박장, 주민 동의 없이 지난 2013년 신축 완료

주민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도박장이 지어진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교육 환경이 훼손된다는 것이었다. 학교보건법에 학교로부터 200m 이내는 화상경마장을 설치하지 못하게 돼 있으나, 용산 화상경마장에서 제일 가장 가까운 성심여고까지의 거리가 215m라며 마사회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대책위는 도박장에서 화상 경마로 돈을 잃고 술에 취한 주민이 학교 후문에서 난동을 부리다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지는 등 아이들의 교육상 정서상 좋지 않으며 화상경마장의 유해 범위는 200m를 넘는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결국 2014년 임시개장에 이어 2015년 5월 용산 화상 경마장은 정식으로 개장하게 된다.

이 사이 마사회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주민 22명을 고소·고발했고, 경비원들을 동원해 대책위가 주최한 집회를 방해하고 '경마장 입점 찬성 집회'에 참여하도록 했으며 경비원으로 채용할 수 없는 전과자를 경비원으로 채용해 경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마사회가 주민들과의 갈등 완화 차원에서 마련한 키즈카페 조성 계획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기도 했다. 해당 건물 1~7층을 주민들을 위한 ‘청소년 놀이시설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키즈카페를 만들기로 했지만, 주민들은 도박장이라는 공간을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한 데 이용하게 될 경우 문제가 해결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금까지 용산 도박장을 둘러싸고 감사원 감사청구 2회, 형사고발 3회, 행정신고 5번 등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규제 법안이 11건이나 발의됐고 서울시, 서울시교육청 학생 인권위 등이 개장 반대 의견을 냈으며 소관 상임위인 국회 농림위 차원에서도 외곽 이전이 권고됐다는 게 대책위의 설명이다.

"화상 도박장 입점-이전 시 주민 의견 반영해야"

학교 앞에 도박장이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과 도박으로부터 우리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신념으로 이뤄낸 도박장 폐쇄. 대책위는 용산 경마장 폐쇄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화상 도박장 입점이나 이전 시 지역주민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며 도박장에 대해서 지자체 감독 권한이 없다는 점, 입점 승인을 받은 뒤에는 사후평가 절차가 없어 영구히 운영될 수 있다는 점 등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논의하고 개선해야 하는 더 큰 물음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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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사건건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천막 농성장
지난 24일은 용산 주민대책위가 화상 경마도박장 반대운동을 한 지 1,576일, 천막 농성을 시작한 지 1,311일이다. 1,500일 넘는 갈등 끝에 용산 주민대책위와 마사회는 내일(27일) 협약식을 맺기로 했다. 청와대에서 열린 대책위·을지로위원회·한국마사회 간담회에서 오는 12월 말까지 용산 화상경마장을 폐쇄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용산 화상 경마도박장을 둘러싸고 햇수로 5년 동안 이어졌던 갈등은 "골리앗 마사회를 상대로 한 다윗 용산주민들의 승리"로 비유되고 있다. 정방 비상대책위 대표는 "5년 동안 도박장 추방 운동에 함께해 준 분들이 떠오르고 기뻐서 폐쇄 소식이 실감이 나지 않을 지경"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학교 근처 화상 경마도박장을 반대하는 플래카드
용산 화상 경마도박장은 지난 2013년 지상 18층, 지하 7층짜리 건물로 성심여중·여고에서 215m 떨어진 곳에 들어섰다. 마사회는 건물을 신축하면서 사용승인을 받은 뒤 인수를 받는 조건으로 건설사에 시행과 시공을 모두 맡겨 주민들은 신축이 완료된 뒤 해당 건물이 "도박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용산주민과 학부모, 교사, 성직자는 2013년 5월 곧바로 대책위를 꾸렸다. 투쟁의 시작이었다.

용산 화상 경마도박장, 주민 동의 없이 지난 2013년 신축 완료

주민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도박장이 지어진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교육 환경이 훼손된다는 것이었다. 학교보건법에 학교로부터 200m 이내는 화상경마장을 설치하지 못하게 돼 있으나, 용산 화상경마장에서 제일 가장 가까운 성심여고까지의 거리가 215m라며 마사회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대책위는 도박장에서 화상 경마로 돈을 잃고 술에 취한 주민이 학교 후문에서 난동을 부리다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지는 등 아이들의 교육상 정서상 좋지 않으며 화상경마장의 유해 범위는 200m를 넘는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결국 2014년 임시개장에 이어 2015년 5월 용산 화상 경마장은 정식으로 개장하게 된다.

이 사이 마사회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주민 22명을 고소·고발했고, 경비원들을 동원해 대책위가 주최한 집회를 방해하고 '경마장 입점 찬성 집회'에 참여하도록 했으며 경비원으로 채용할 수 없는 전과자를 경비원으로 채용해 경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마사회가 주민들과의 갈등 완화 차원에서 마련한 키즈카페 조성 계획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기도 했다. 해당 건물 1~7층을 주민들을 위한 ‘청소년 놀이시설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키즈카페를 만들기로 했지만, 주민들은 도박장이라는 공간을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한 데 이용하게 될 경우 문제가 해결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금까지 용산 도박장을 둘러싸고 감사원 감사청구 2회, 형사고발 3회, 행정신고 5번 등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규제 법안이 11건이나 발의됐고 서울시, 서울시교육청 학생 인권위 등이 개장 반대 의견을 냈으며 소관 상임위인 국회 농림위 차원에서도 외곽 이전이 권고됐다는 게 대책위의 설명이다.

"화상 도박장 입점-이전 시 주민 의견 반영해야"

학교 앞에 도박장이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과 도박으로부터 우리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신념으로 이뤄낸 도박장 폐쇄. 대책위는 용산 경마장 폐쇄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화상 도박장 입점이나 이전 시 지역주민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며 도박장에 대해서 지자체 감독 권한이 없다는 점, 입점 승인을 받은 뒤에는 사후평가 절차가 없어 영구히 운영될 수 있다는 점 등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논의하고 개선해야 하는 더 큰 물음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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