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日 독거남들 화재 참사…방재 선진국의 ‘이면’

입력 2017.08.2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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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日 독거남들 화재 참사…방재 선진국의 ‘이면’

[특파원리포트] 日 독거남들 화재 참사…방재 선진국의 ‘이면’

지난 22일 일본 아키타 현 요코테 시의 아파트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2층 짜리 낡은 목조 건물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됐다. 화재 직후 연락이 끊긴 입주민 5명은 모두 참혹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10명은 골절상 등 중상을 입었다.

낡은 목조 아파트 화재...혼자 사는 남자들의 죽음

희생자들은 58세에서 78세까지 중년·노령층의 독거 남성들. 이런저런 사연으로 불가피하게 혼자 살던 서민들이었다. 모두 2층에서 살던 입주민들이었다.


목격자들은 건물 남쪽에서 불길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불이 난 것을 알았을때는 이미 2층 전체가 맹렬한 화염으로 가득찼다고 증언했다. 관리인 등이 화재 사실을 알리며 입주민들을 대피시켰지만, 이미 불길이 번진 2층 주민 상당수는 대피할 시간을 놓친 상태였다.

불이 난 아파트는 식사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경영했다. 입주자들에게는 아침과 저녁 식사를 제공하면서 한 달에 약 5만2천 엔(약 53만 원)의 임대료를 받고 있었다.


건물은 30년 전에 지어졌다. 2층의 오래된 공동주택으로 복도를 사이에 두고 일본식 다다미 방이 늘어선 구조였다. 현관 근처의 복도 중간에 계단이 있었고, 건물 양쪽 끝에도 비상 계단이 있었다. 1층에는 13개의 방에 거실과 식당, 욕실, 화장실 등이 있었고, 2층에는 15개의 객실이 있었다.


소방시설·대피훈련도 막지 못한 참사

일본은 소방법에 따라 각 층마다 20m마다 1개의 소화기를 설치하는 것이 의무화 돼 있었다. 회사 측은 복도와 식당 등에 따라 10개의 소화기를 비치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5년 전 실시한 안전 검사에서 화재 경보기와 소화기에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화재에 취약한 목조 건물임에도 스프링클러는 설치되지 않았다. 의무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스프링클러는 아파트 등 공동 주택의 경우 11층 이상의 경우에만 설치가 의무화 돼 있다.

50명 이상이 거주하는 공동주택에서는 대피훈련이 의무화돼 있다. 이 아파트의 경우 의무 대상은 아니었지만, 연 4회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회사가 운영하는 다른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에 대피훈련 참여와 건물 내 금연을 호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취약 계층의 마지막 비상구였지만...

건물에는 60대 관리인 1명 등 25명이 거주했다. 30대에서 70대까지 거주자는 모두 남성이었다.

아파트에서 2km 떨어진 곳에는 정신과 구급지정을 받은 병원이 자리잡고 있다. 아파트 입주자 중 17명은 이 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고 있었다. 또 최소한 12명은 생활보호 수급 대상자였다. 전형적인 취약계층의 집단 거주 시설이었던 셈이다. 사회 복귀와 적응을 바라는 사람들의 주거시설로 알려지면서, 정신질환자 또는 생활보호 대상자들이 많이 살게 됐다.

운영회사 대표는 "정신 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함께 살 때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아서 입주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방화 대책을 갖췄는데 화재사고사 나서 유감이며,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현장 정밀 감식에 착수해 화재 원인을 찾고 있지만, 건물이 전소된 상태이기 때문에 원인 규명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방재 선진국 일본의 고민...반복되는 참사

일본에서 '아파트'라고 불리는 공동주택은 보통 서민들의 주거 공간이다. 건물 규모나 형태를 보면 한국의 연립주택에 가깝다. 그 중에는 화재에 취약한 목조 건물이 적지 않다. (중산층 이상이 거주하는 한국식 개념의 아파트는 보통 맨션이라고 부른다.) 법정 기준에 맞춰 소방 시설을 갖춰도 현대식 맨션에 비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 쉽다.


낡은 목조주택이나 공동 주거시설 등은 전형적인 화재 취약시설이다. 법정 기준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많다. 대형 인명 피해를 내는 화재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방재 선진국이라 불리는 일본 사회의 고민이다.


앞서 지난 2010년에는 삿포로의 치매노인 주거시설이 전소돼 7명이 숨졌고, 2012년 히로시마에서는 호텔 화재로 7명이 숨졌다. 2013년 후쿠오카의 병원 화재로 10명이, 2015년에는 가와사키의 간이 숙박시설이 전소돼 11명이 희생됐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2월 도치기에서 점포 주택이 전소돼 5명이 숨졌고, 5월에는 기타규슈의 아파트가 전소돼 6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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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日 독거남들 화재 참사…방재 선진국의 ‘이면’
    • 입력 2017-08-26 16:31:39
    특파원 리포트
지난 22일 일본 아키타 현 요코테 시의 아파트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2층 짜리 낡은 목조 건물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됐다. 화재 직후 연락이 끊긴 입주민 5명은 모두 참혹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10명은 골절상 등 중상을 입었다.

낡은 목조 아파트 화재...혼자 사는 남자들의 죽음

희생자들은 58세에서 78세까지 중년·노령층의 독거 남성들. 이런저런 사연으로 불가피하게 혼자 살던 서민들이었다. 모두 2층에서 살던 입주민들이었다.


목격자들은 건물 남쪽에서 불길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불이 난 것을 알았을때는 이미 2층 전체가 맹렬한 화염으로 가득찼다고 증언했다. 관리인 등이 화재 사실을 알리며 입주민들을 대피시켰지만, 이미 불길이 번진 2층 주민 상당수는 대피할 시간을 놓친 상태였다.

불이 난 아파트는 식사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경영했다. 입주자들에게는 아침과 저녁 식사를 제공하면서 한 달에 약 5만2천 엔(약 53만 원)의 임대료를 받고 있었다.


건물은 30년 전에 지어졌다. 2층의 오래된 공동주택으로 복도를 사이에 두고 일본식 다다미 방이 늘어선 구조였다. 현관 근처의 복도 중간에 계단이 있었고, 건물 양쪽 끝에도 비상 계단이 있었다. 1층에는 13개의 방에 거실과 식당, 욕실, 화장실 등이 있었고, 2층에는 15개의 객실이 있었다.


소방시설·대피훈련도 막지 못한 참사

일본은 소방법에 따라 각 층마다 20m마다 1개의 소화기를 설치하는 것이 의무화 돼 있었다. 회사 측은 복도와 식당 등에 따라 10개의 소화기를 비치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5년 전 실시한 안전 검사에서 화재 경보기와 소화기에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화재에 취약한 목조 건물임에도 스프링클러는 설치되지 않았다. 의무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스프링클러는 아파트 등 공동 주택의 경우 11층 이상의 경우에만 설치가 의무화 돼 있다.

50명 이상이 거주하는 공동주택에서는 대피훈련이 의무화돼 있다. 이 아파트의 경우 의무 대상은 아니었지만, 연 4회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회사가 운영하는 다른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에 대피훈련 참여와 건물 내 금연을 호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취약 계층의 마지막 비상구였지만...

건물에는 60대 관리인 1명 등 25명이 거주했다. 30대에서 70대까지 거주자는 모두 남성이었다.

아파트에서 2km 떨어진 곳에는 정신과 구급지정을 받은 병원이 자리잡고 있다. 아파트 입주자 중 17명은 이 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고 있었다. 또 최소한 12명은 생활보호 수급 대상자였다. 전형적인 취약계층의 집단 거주 시설이었던 셈이다. 사회 복귀와 적응을 바라는 사람들의 주거시설로 알려지면서, 정신질환자 또는 생활보호 대상자들이 많이 살게 됐다.

운영회사 대표는 "정신 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함께 살 때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아서 입주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방화 대책을 갖췄는데 화재사고사 나서 유감이며,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현장 정밀 감식에 착수해 화재 원인을 찾고 있지만, 건물이 전소된 상태이기 때문에 원인 규명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방재 선진국 일본의 고민...반복되는 참사

일본에서 '아파트'라고 불리는 공동주택은 보통 서민들의 주거 공간이다. 건물 규모나 형태를 보면 한국의 연립주택에 가깝다. 그 중에는 화재에 취약한 목조 건물이 적지 않다. (중산층 이상이 거주하는 한국식 개념의 아파트는 보통 맨션이라고 부른다.) 법정 기준에 맞춰 소방 시설을 갖춰도 현대식 맨션에 비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 쉽다.


낡은 목조주택이나 공동 주거시설 등은 전형적인 화재 취약시설이다. 법정 기준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많다. 대형 인명 피해를 내는 화재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방재 선진국이라 불리는 일본 사회의 고민이다.


앞서 지난 2010년에는 삿포로의 치매노인 주거시설이 전소돼 7명이 숨졌고, 2012년 히로시마에서는 호텔 화재로 7명이 숨졌다. 2013년 후쿠오카의 병원 화재로 10명이, 2015년에는 가와사키의 간이 숙박시설이 전소돼 11명이 희생됐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2월 도치기에서 점포 주택이 전소돼 5명이 숨졌고, 5월에는 기타규슈의 아파트가 전소돼 6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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