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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 꼬리가 길면 밟힌다…자매한테 딱 걸린 ‘손목치기’
입력 2017.08.31 (09:01) | 수정 2017.08.31 (23:04) 사사건건
[사사건건] 꼬리가 길면 밟힌다…자매한테 딱 걸린  ‘손목치기’

[연관 기사] [뉴스9] 여성 노린 ‘손목치기’…같은 피해 당한 자매 신고로 적발

골목길에서 만난 쿨한 남자

지난해 가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사는 주부 A 씨는 동네 일방통행길로 차를 몰고 가던 중 이상한 일을 경험했다. 좁은 길에 보행자도 많은 일방통행이다 보니 제대로 속도를 내기도 어려웠다.

조심조심 속도를 줄여 골목길을 지나가던 중 갑자기 툭 하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가 차에 부딪힌 것이다. 창밖을 보니 흰색 점퍼를 입은 남성 한 명이 팔을 쓰다듬고 있었다. 그렇게 조심을 했건만 사람을 치었다 싶어서 가슴이 철렁했다. 급히 차에서 내려 괜찮으냐고 물었다. 하지만 팔을 쓰다듬던 이 남성은 괜찮다고 했다. 께름칙해서 그래도 병원에 가보시고 문제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전화번호를 건넜다.

한사코 괜찮다고 하는 남성. 그런데 갑자기 "어, 핸드폰 액정이 깨졌네?" 하면서 병원까지 길일은 아닌데 액정이 깨졌으니 수리는 해야 되겠다고 한다. 다쳤다고 하면 병원비라도 물어줘야겠다 마음먹고 있던 A 씨는 액정 수리비는 당연히 물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에 연락처를 주고 송금할 은행계좌번호도 받았다. 참 다행이다 생각하고 곧바로 핸드폰 수리비 15만 원을 송금해 줬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큰일 날 뻔 했다"는 언니……. 알고보니 그 남자


그리고 한 달 정도가 지났을까? 근처에 사는 언니가 집을 찾아왔다. 언니는 하마터면 큰일 날뻔했다며 자신의 얘기를 털어놨다. 언니의 얘기를 듣는 순간 A 씨는 한 달 전 자신의 상황과 너무나 똑같다는 점을 발견했다.

사고지점도 100m 정도 차이가 날까. 같은 골목길이었다. A 씨는 언니에게 그 사람 전화번호 있느냐고 물었다. 같은 번호였다. 카톡으로 사진을 확인해 봤다. 같은 사람이었다. 쿨하게 보였던 그 남자. 고의로 사고를 내고는 합의금을 뜯어내는 이른바 '손목치기' 상습범이었다.

의심스러운 9백건....액수만 1억원


경찰은 A 씨 자매의 신고를 받고 조사에 착수했다. A 씨 자매가 사고를 당했다는 당시 골목길의 CCTV 화면을 확인했다. 화면에는 A 씨 자매가 기억하고 있는 똑같은 인물이 비슷한 행동을 하는 장면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경찰은 자매로부터 이 남성이 건넨 계좌번호를 추적했다. 그런데 계좌주인은 다른 사람이었다.

확인해 보니 추적을 피하려고 동생의 계좌를 이용한 것이었다. 경찰은 입출금 내역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15만 원, 20만 원, 30만 원, 서로 다른 인물들이 송금한 흔적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언뜻 보기에도 손목치기 수법으로 챙긴 돈이란 걸 직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확인된 입금된 것이 2015년부터 무려 9백 건이 넘었다. 입금된 액수를 합해보니 1억 원이 넘었다.

경찰은 피해자를 확인하기 위해 송금자들을 접촉했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의외였다. "바쁘다. 오래전 일이라 잊어버렸다. 경찰 조사 받고 하는 것이 귀찮아서 문제 삼고 싶지 않다." 대다수 피해자는 번거롭다는 이유로 조사에 응하지를 않았다.

그렇게 8달 동안의 추적 끝에 경찰은 피해자 200명을 특정할 수 있었다. 피해규모는 2천 4백만 원.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 22일 이 남성을 사기죄 혐의로 구속했다. 피해자 가운데 78%(156명)는 여성이었다.

주로 여성 운전자만을 상대로 범행한 것이다. 완벽한 연기에 많은 여성이 속아 넘어가자 이 남성은 하루에도 2~3차례씩 같은 범행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여성에 "커피 한잔 하자"…. 6개월 교제까지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고의사고 과정에서 만난 피해자에게 접근해 실제로 교제한 사실도 드러났다. 마음에 드는 여성일 경우 범행 뒤 목적지나 A/S 센터까지 태워달라거나 커피 한잔 하자며 접근했다.

경찰이 이 남성을 체포할 때 교제 중이던 여성도 그렇게 만난 여성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남성의 실체를 알게 된 그 여성은 곧바로 관계를 끊었다.

경찰은 은행계좌로 입금한 피해자 외에도 현장에서 현금으로 합의금을 건넨 사람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사고신고는 전화로도 접수가 가능하다면서 가벼운 사고라도 현장에서 직접 합의하지 말고 보험사에 알리거나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 [사사건건] 꼬리가 길면 밟힌다…자매한테 딱 걸린 ‘손목치기’
    • 입력 2017.08.31 (09:01)
    • 수정 2017.08.3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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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 꼬리가 길면 밟힌다…자매한테 딱 걸린  ‘손목치기’

[연관 기사] [뉴스9] 여성 노린 ‘손목치기’…같은 피해 당한 자매 신고로 적발

골목길에서 만난 쿨한 남자

지난해 가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사는 주부 A 씨는 동네 일방통행길로 차를 몰고 가던 중 이상한 일을 경험했다. 좁은 길에 보행자도 많은 일방통행이다 보니 제대로 속도를 내기도 어려웠다.

조심조심 속도를 줄여 골목길을 지나가던 중 갑자기 툭 하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가 차에 부딪힌 것이다. 창밖을 보니 흰색 점퍼를 입은 남성 한 명이 팔을 쓰다듬고 있었다. 그렇게 조심을 했건만 사람을 치었다 싶어서 가슴이 철렁했다. 급히 차에서 내려 괜찮으냐고 물었다. 하지만 팔을 쓰다듬던 이 남성은 괜찮다고 했다. 께름칙해서 그래도 병원에 가보시고 문제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전화번호를 건넜다.

한사코 괜찮다고 하는 남성. 그런데 갑자기 "어, 핸드폰 액정이 깨졌네?" 하면서 병원까지 길일은 아닌데 액정이 깨졌으니 수리는 해야 되겠다고 한다. 다쳤다고 하면 병원비라도 물어줘야겠다 마음먹고 있던 A 씨는 액정 수리비는 당연히 물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에 연락처를 주고 송금할 은행계좌번호도 받았다. 참 다행이다 생각하고 곧바로 핸드폰 수리비 15만 원을 송금해 줬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큰일 날 뻔 했다"는 언니……. 알고보니 그 남자


그리고 한 달 정도가 지났을까? 근처에 사는 언니가 집을 찾아왔다. 언니는 하마터면 큰일 날뻔했다며 자신의 얘기를 털어놨다. 언니의 얘기를 듣는 순간 A 씨는 한 달 전 자신의 상황과 너무나 똑같다는 점을 발견했다.

사고지점도 100m 정도 차이가 날까. 같은 골목길이었다. A 씨는 언니에게 그 사람 전화번호 있느냐고 물었다. 같은 번호였다. 카톡으로 사진을 확인해 봤다. 같은 사람이었다. 쿨하게 보였던 그 남자. 고의로 사고를 내고는 합의금을 뜯어내는 이른바 '손목치기' 상습범이었다.

의심스러운 9백건....액수만 1억원


경찰은 A 씨 자매의 신고를 받고 조사에 착수했다. A 씨 자매가 사고를 당했다는 당시 골목길의 CCTV 화면을 확인했다. 화면에는 A 씨 자매가 기억하고 있는 똑같은 인물이 비슷한 행동을 하는 장면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경찰은 자매로부터 이 남성이 건넨 계좌번호를 추적했다. 그런데 계좌주인은 다른 사람이었다.

확인해 보니 추적을 피하려고 동생의 계좌를 이용한 것이었다. 경찰은 입출금 내역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15만 원, 20만 원, 30만 원, 서로 다른 인물들이 송금한 흔적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언뜻 보기에도 손목치기 수법으로 챙긴 돈이란 걸 직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확인된 입금된 것이 2015년부터 무려 9백 건이 넘었다. 입금된 액수를 합해보니 1억 원이 넘었다.

경찰은 피해자를 확인하기 위해 송금자들을 접촉했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의외였다. "바쁘다. 오래전 일이라 잊어버렸다. 경찰 조사 받고 하는 것이 귀찮아서 문제 삼고 싶지 않다." 대다수 피해자는 번거롭다는 이유로 조사에 응하지를 않았다.

그렇게 8달 동안의 추적 끝에 경찰은 피해자 200명을 특정할 수 있었다. 피해규모는 2천 4백만 원.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 22일 이 남성을 사기죄 혐의로 구속했다. 피해자 가운데 78%(156명)는 여성이었다.

주로 여성 운전자만을 상대로 범행한 것이다. 완벽한 연기에 많은 여성이 속아 넘어가자 이 남성은 하루에도 2~3차례씩 같은 범행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여성에 "커피 한잔 하자"…. 6개월 교제까지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고의사고 과정에서 만난 피해자에게 접근해 실제로 교제한 사실도 드러났다. 마음에 드는 여성일 경우 범행 뒤 목적지나 A/S 센터까지 태워달라거나 커피 한잔 하자며 접근했다.

경찰이 이 남성을 체포할 때 교제 중이던 여성도 그렇게 만난 여성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남성의 실체를 알게 된 그 여성은 곧바로 관계를 끊었다.

경찰은 은행계좌로 입금한 피해자 외에도 현장에서 현금으로 합의금을 건넨 사람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사고신고는 전화로도 접수가 가능하다면서 가벼운 사고라도 현장에서 직접 합의하지 말고 보험사에 알리거나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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