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이 새벽잠도 포기하고 몰두하는 게 ‘만화’?

입력 2017.09.0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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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잠을 포기해가며 3~4시까지 연필을 움직이고, 텃밭에 나가서도 하얀 종이를 꺼내 든다. 큰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나 취업준비생 이야기가 아니다. 평균 연령 70세, 만화와 사랑에 빠진 할머니들 이야기다.


이들은 매주 금요일마다 경기도 부천의 아지트에 모여 바쁘게 펜을 움직인다. 조용히 만화만 그리는 모임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영원히 늙지 않는 누나가 되라는 의미의 '누나쓰'라는 이름처럼, 이들의 모임은 갓 청춘이 된 20대들 모임같이 시끌벅적하다. 할머니들이 새벽잠도 잊고 매주 모여 만화에 빠져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만화는 다시 그 시간을 살게 해주는 것"

누나쓰 모임과 함께 시작됐던 '내 인생의 자서전 그리기' 수업. 만화가 어색했던 할머니들도 이 순간만큼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지난 시절의 일화를 쏟아낸다.


김경자(63) 씨는 과거 항공사에서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고서도 지금까지 출근하는 꿈을 꿀 정도로 그 시절이 행복했다고 회상한다. 서영희(69) 씨는 고된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머니가 해주던 겉절이를 최고의 보양식으로 여겼다고 말한다. 지나온 세월의 희로애락을 도화지에 옮기는 할머니들의 얼굴엔 미소가 완연하다.

파킨슨병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


소녀처럼 행복해 보이는 그들에게도 인생의 굴곡은 있다. 누나쓰의 초창기 멤버인 서영희 씨는 2011년 파킨슨병을 진단받았다. 그녀는 진단 초기, 식구들에게도 검진 결과를 알리지 않으며 홀로 우울증에 빠지기도 했고, 2년 동안 약을 먹지 않은 채 병을 방치하기도 했었다.


증상은 오른손부터 드러나 떨림이 계속됐다. 그러던 어느 날, 난타와 만화를 접한 뒤로 오른손의 상당 부분이 제 기능을 되찾게 됐다. 악화될지언정 호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이 희귀병에 난타와 만화가 어떤 영향을 미친 걸까?

할머니들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미국의 심리학자 엘런 랭어는 1979년 '시간과 젊음'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그는 한적한 시골 마을의 한 집을 20년 전인 1959년으로 꾸며놓아 당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곳에서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의 노인들을 초대해 일주일을 생활하게 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노인들은 시력, 청력, 기억력 등 신체 전반의 기능이 향상됐다. 말 그대로 신체 나이가 젊어진 것이다. 파킨슨병이 호전됐던 서영희 씨나 얼굴에 행복한 표정이 가득한 누나쓰 할머니들의 모습이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아닐까?


칠순을 바라보는 고령의 나이에도 만화와 사랑에 빠진 그녀들의 특별한 일상은 KBS 1TV '사람과 사람들-할매들의 순정만화'(6일 오후 7시 35분)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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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05 10: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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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잠을 포기해가며 3~4시까지 연필을 움직이고, 텃밭에 나가서도 하얀 종이를 꺼내 든다. 큰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나 취업준비생 이야기가 아니다. 평균 연령 70세, 만화와 사랑에 빠진 할머니들 이야기다.


이들은 매주 금요일마다 경기도 부천의 아지트에 모여 바쁘게 펜을 움직인다. 조용히 만화만 그리는 모임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영원히 늙지 않는 누나가 되라는 의미의 '누나쓰'라는 이름처럼, 이들의 모임은 갓 청춘이 된 20대들 모임같이 시끌벅적하다. 할머니들이 새벽잠도 잊고 매주 모여 만화에 빠져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만화는 다시 그 시간을 살게 해주는 것"

누나쓰 모임과 함께 시작됐던 '내 인생의 자서전 그리기' 수업. 만화가 어색했던 할머니들도 이 순간만큼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지난 시절의 일화를 쏟아낸다.


김경자(63) 씨는 과거 항공사에서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고서도 지금까지 출근하는 꿈을 꿀 정도로 그 시절이 행복했다고 회상한다. 서영희(69) 씨는 고된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머니가 해주던 겉절이를 최고의 보양식으로 여겼다고 말한다. 지나온 세월의 희로애락을 도화지에 옮기는 할머니들의 얼굴엔 미소가 완연하다.

파킨슨병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


소녀처럼 행복해 보이는 그들에게도 인생의 굴곡은 있다. 누나쓰의 초창기 멤버인 서영희 씨는 2011년 파킨슨병을 진단받았다. 그녀는 진단 초기, 식구들에게도 검진 결과를 알리지 않으며 홀로 우울증에 빠지기도 했고, 2년 동안 약을 먹지 않은 채 병을 방치하기도 했었다.


증상은 오른손부터 드러나 떨림이 계속됐다. 그러던 어느 날, 난타와 만화를 접한 뒤로 오른손의 상당 부분이 제 기능을 되찾게 됐다. 악화될지언정 호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이 희귀병에 난타와 만화가 어떤 영향을 미친 걸까?

할머니들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미국의 심리학자 엘런 랭어는 1979년 '시간과 젊음'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그는 한적한 시골 마을의 한 집을 20년 전인 1959년으로 꾸며놓아 당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곳에서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의 노인들을 초대해 일주일을 생활하게 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노인들은 시력, 청력, 기억력 등 신체 전반의 기능이 향상됐다. 말 그대로 신체 나이가 젊어진 것이다. 파킨슨병이 호전됐던 서영희 씨나 얼굴에 행복한 표정이 가득한 누나쓰 할머니들의 모습이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아닐까?


칠순을 바라보는 고령의 나이에도 만화와 사랑에 빠진 그녀들의 특별한 일상은 KBS 1TV '사람과 사람들-할매들의 순정만화'(6일 오후 7시 35분)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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