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뇌물 고리 ‘피로 맺은 약속’…부패와의 전쟁 ‘Lava Jato(고압 분사기)’

입력 2017.09.10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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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뇌물 고리 ‘피로 맺은 약속’…부패와의 전쟁 ‘Lava Jato(고압 분사기)’

[특파원리포트] 뇌물 고리 ‘피로 맺은 약속’…부패와의 전쟁 ‘Lava Jato(고압 분사기)’

남미 브라질에서 매일 아침 현지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뉴스는 전날 밤 벌어진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시의 강도 사건외에 정치권의 부패 뉴스다. 이른바 '라바 자투(Lava Jato)', 세차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압용 세차분사기'를 뜻하는 이 단어는 정치권의 부패를 청산하겠다는 브라질 검찰의 의지가 담겨 있다. 2014년 시작된 '라바 자투' 수사로 전,현직 대통령이 기소되고 2016년 치러진 리우 올림픽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의 리우로 개최지를 선정하도록 IOC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들의 표 매수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영화 “POLICIA FEDERAL: A LEI E PARA TODOS, 연방경찰 : 모두를 위한 법”


브라질 정치권의 부패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정부 관리들의 탐욕과 부패를 다룬 'POLICIA FEDERAL: A LEI E PARA TODOS, 연방경찰 : 모두를 위한 법'이 현지 7일 브라질 전국에서 개봉했다. 개봉전 브라질 전국 1,000개 극장에 상영이 예약돼 평소보다 많은 상영관을 확보했다고 제작진은 밝혔다.

이 영화는 국영 석유대기업 '페트로브라스'를 둘러싼 뇌물과 비리 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작전인 '라바 자투'에 관한 정치 스릴러 영화다. 회사 최고 경영진은 여러해 동안 건설회사들과 짜고 건축공사 계약을 맺으며 공사비를 부풀리고 국세를 축내 정부관리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주고 매수한다는 내용이다.

최근의 브라질 전,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권의 부패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민 파멜라(22세)는 "영화보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브라질 정치권의 부패 의혹들이 더 흥미롭다"고 말한다. 흥미롭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중대한 문제라는 것이다.


■ 뇌물 고리 ‘Pacto Sangue 피로 맺은 약속’…전·현직 대통령 부패 혐의 기소

이른바 '라바 자투' 수사로 브라질 좌파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과 지우마 호세프 전 여성 대통령이 부패혐의로 기소됐다. 룰라 전 대통령은 이미 지난 7월 건설업체 OAS로부터 해변가 고급 아파트와 수리 비용으로 370만 헤알(약 13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1심 법원으로부터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또 기소된 것이다. 이번 기소 혐의는 범죄단체 구성과 뇌물수수. 호드리구 자노 연방검찰총장은 이들이 '페트로브라스'의 공금유용 부분 가운데 14억8천500만 헤알(약 5천389억원)의 뇌물을 받은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또 호세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권력형 부패수사 대상이던 룰라 전 대통령을 수석장관에 임명하려 했다는 것이 기소 사유다. 이른바 '특무장관'에 임명되면 면책특권이 주어져 수사를 피하려 했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 룰라 전 대통령 재임시절 재무장관을 지냈던 안토니우 팔로씨(페트로브라스 관련 부패 혐의로 12년 형 선고)는 룰라 전 대통령과 건설업체 '오데브레시'간에 이른바 'Pacto Sangue 피로 맺은 약속'이 존재한다고 증언했다. '오데브레시'가 각종 특혜를 받는 조건으로 룰라의 노동자당에 뇌물을 건네기로 했다는 주장이다. 룰라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팔로씨가 형량을 낮추기 위해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고 사실관계를 부인했다.

연방검찰은 전직 대통령과는 별도로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을 두번째로 기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월 세계 최대 육류 가공회사 JBS로부터 세금과 대출 혜택 대가로 뇌물 15만 2천달러(약 1억7천만 원)을 챙기고, 이후 천150만 달러를 더 받으려고 조율한 혐의로 기소한데 이어, 이번에는 JBS가 전 하원 의장에게 뇌물을 계속 주도록 해 부패수사를 방해하려 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연방하원은 최근 테메르 대통령에 대한 재판에 동의하는지를 묻는 안건을 표결에 부쳐 부결시킨 바 있다.


■ 전 장관 집에 181억 현금 돈다발

브라질 경찰은 현지시각 6일, 테메르 정부의 장관을 지낸 비에이라 리마의 집에서 현금 다발을 발견했다. 10여개 트렁크와 종이상자 등에는 100헤알 (약3만5천원)짜리와 50헤알(약 만7천원)짜리 현금 뭉치가 가득했다. 경찰은 대략 5천백만 헤알(약 181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브라질 압수수색 역사상 가장 많은 돈다발이라고 현지 언론들이 대서특필했다.

경찰은 이 돈이 어떤 돈인지 수사하고 있다. 비에이라 리마는 자금 출처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명하고 있다. 비에이라 리마는 이미 7월 정부 은행에 대한 검찰의 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체포됐고 현재 가택 연금중이다. 이번 수사로 테메르 현 대통령은 다시 한번 정치적 위기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 2016년 리우올림픽 개최지 선정 과정…표 매수 수사

권력형 부패수사 '라바 자투'의 칼날은 이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과정으로 향하고 있다. 브라질 연방경찰은 브라질올림픽위원회와 카를루스 누스만 위원장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누스만 위원장이 올림픽 개최도시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위원들을 매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다. 누스만 위원장은 출국금지 조처가 내려졌다.


■ 개선되는 경제지표에 ‘찬물’?

우리나라 고액 자산가들에서 브라질 채권의 인기가 높다. 올해 투자 유망자산으로 떠오르며 3조4,000억원 이상 팔렸다. 사실 브라질 경제지표는 나아지고 있다. 올해 1∼7월 브라질의 무역수지는 425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무역수지가 공식으로 집계되기 시작한 1989년 이래 거의 30년 만에 가장 좋은 실적을 냈다.

브라질의 고질병인 물가상승률도 안정세다.브라질 국립통계원(IBGE)에 따르면 8월 물가상승률은 0.19%로 지난 2010년 8월의 0.04%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1∼8월 누적 물가상승률은 1.62%로 '하이퍼 인플레' 극복을 위해 1994년에 헤알 플랜(Real Plan)을 도입한 이후 최저치다. 경제 성장률도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마이너스에서 올해와 내년에는 0.3%와 1.3%로 상승할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망했다.

다만,정치적 불확실성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IMF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부패 스캔들을 우려한 평가를 내린 것이다. 테메르 현 대통령에 대한 두번째 기소 가능성,그리고 측근들의 부패 의혹 수사가 브라질 화폐 헤알화 가치와 증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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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뇌물 고리 ‘피로 맺은 약속’…부패와의 전쟁 ‘Lava Jato(고압 분사기)’
    • 입력 2017-09-10 07:04:27
    특파원 리포트
남미 브라질에서 매일 아침 현지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뉴스는 전날 밤 벌어진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시의 강도 사건외에 정치권의 부패 뉴스다. 이른바 '라바 자투(Lava Jato)', 세차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압용 세차분사기'를 뜻하는 이 단어는 정치권의 부패를 청산하겠다는 브라질 검찰의 의지가 담겨 있다. 2014년 시작된 '라바 자투' 수사로 전,현직 대통령이 기소되고 2016년 치러진 리우 올림픽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의 리우로 개최지를 선정하도록 IOC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들의 표 매수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영화 “POLICIA FEDERAL: A LEI E PARA TODOS, 연방경찰 : 모두를 위한 법”


브라질 정치권의 부패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정부 관리들의 탐욕과 부패를 다룬 'POLICIA FEDERAL: A LEI E PARA TODOS, 연방경찰 : 모두를 위한 법'이 현지 7일 브라질 전국에서 개봉했다. 개봉전 브라질 전국 1,000개 극장에 상영이 예약돼 평소보다 많은 상영관을 확보했다고 제작진은 밝혔다.

이 영화는 국영 석유대기업 '페트로브라스'를 둘러싼 뇌물과 비리 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작전인 '라바 자투'에 관한 정치 스릴러 영화다. 회사 최고 경영진은 여러해 동안 건설회사들과 짜고 건축공사 계약을 맺으며 공사비를 부풀리고 국세를 축내 정부관리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주고 매수한다는 내용이다.

최근의 브라질 전,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권의 부패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민 파멜라(22세)는 "영화보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브라질 정치권의 부패 의혹들이 더 흥미롭다"고 말한다. 흥미롭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중대한 문제라는 것이다.


■ 뇌물 고리 ‘Pacto Sangue 피로 맺은 약속’…전·현직 대통령 부패 혐의 기소

이른바 '라바 자투' 수사로 브라질 좌파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과 지우마 호세프 전 여성 대통령이 부패혐의로 기소됐다. 룰라 전 대통령은 이미 지난 7월 건설업체 OAS로부터 해변가 고급 아파트와 수리 비용으로 370만 헤알(약 13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1심 법원으로부터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또 기소된 것이다. 이번 기소 혐의는 범죄단체 구성과 뇌물수수. 호드리구 자노 연방검찰총장은 이들이 '페트로브라스'의 공금유용 부분 가운데 14억8천500만 헤알(약 5천389억원)의 뇌물을 받은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또 호세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권력형 부패수사 대상이던 룰라 전 대통령을 수석장관에 임명하려 했다는 것이 기소 사유다. 이른바 '특무장관'에 임명되면 면책특권이 주어져 수사를 피하려 했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 룰라 전 대통령 재임시절 재무장관을 지냈던 안토니우 팔로씨(페트로브라스 관련 부패 혐의로 12년 형 선고)는 룰라 전 대통령과 건설업체 '오데브레시'간에 이른바 'Pacto Sangue 피로 맺은 약속'이 존재한다고 증언했다. '오데브레시'가 각종 특혜를 받는 조건으로 룰라의 노동자당에 뇌물을 건네기로 했다는 주장이다. 룰라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팔로씨가 형량을 낮추기 위해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고 사실관계를 부인했다.

연방검찰은 전직 대통령과는 별도로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을 두번째로 기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월 세계 최대 육류 가공회사 JBS로부터 세금과 대출 혜택 대가로 뇌물 15만 2천달러(약 1억7천만 원)을 챙기고, 이후 천150만 달러를 더 받으려고 조율한 혐의로 기소한데 이어, 이번에는 JBS가 전 하원 의장에게 뇌물을 계속 주도록 해 부패수사를 방해하려 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연방하원은 최근 테메르 대통령에 대한 재판에 동의하는지를 묻는 안건을 표결에 부쳐 부결시킨 바 있다.


■ 전 장관 집에 181억 현금 돈다발

브라질 경찰은 현지시각 6일, 테메르 정부의 장관을 지낸 비에이라 리마의 집에서 현금 다발을 발견했다. 10여개 트렁크와 종이상자 등에는 100헤알 (약3만5천원)짜리와 50헤알(약 만7천원)짜리 현금 뭉치가 가득했다. 경찰은 대략 5천백만 헤알(약 181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브라질 압수수색 역사상 가장 많은 돈다발이라고 현지 언론들이 대서특필했다.

경찰은 이 돈이 어떤 돈인지 수사하고 있다. 비에이라 리마는 자금 출처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명하고 있다. 비에이라 리마는 이미 7월 정부 은행에 대한 검찰의 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체포됐고 현재 가택 연금중이다. 이번 수사로 테메르 현 대통령은 다시 한번 정치적 위기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 2016년 리우올림픽 개최지 선정 과정…표 매수 수사

권력형 부패수사 '라바 자투'의 칼날은 이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과정으로 향하고 있다. 브라질 연방경찰은 브라질올림픽위원회와 카를루스 누스만 위원장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누스만 위원장이 올림픽 개최도시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위원들을 매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다. 누스만 위원장은 출국금지 조처가 내려졌다.


■ 개선되는 경제지표에 ‘찬물’?

우리나라 고액 자산가들에서 브라질 채권의 인기가 높다. 올해 투자 유망자산으로 떠오르며 3조4,000억원 이상 팔렸다. 사실 브라질 경제지표는 나아지고 있다. 올해 1∼7월 브라질의 무역수지는 425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무역수지가 공식으로 집계되기 시작한 1989년 이래 거의 30년 만에 가장 좋은 실적을 냈다.

브라질의 고질병인 물가상승률도 안정세다.브라질 국립통계원(IBGE)에 따르면 8월 물가상승률은 0.19%로 지난 2010년 8월의 0.04%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1∼8월 누적 물가상승률은 1.62%로 '하이퍼 인플레' 극복을 위해 1994년에 헤알 플랜(Real Plan)을 도입한 이후 최저치다. 경제 성장률도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마이너스에서 올해와 내년에는 0.3%와 1.3%로 상승할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망했다.

다만,정치적 불확실성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IMF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부패 스캔들을 우려한 평가를 내린 것이다. 테메르 현 대통령에 대한 두번째 기소 가능성,그리고 측근들의 부패 의혹 수사가 브라질 화폐 헤알화 가치와 증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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