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만 내려 놓고 떠난 240번 버스…기사 처벌 논란 확산

입력 2017.09.12 (15:08) 수정 2017.09.1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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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만 내려 놓고 떠난 버스…기사 처벌 논란 확산

어린 아이만 내려 놓고 떠난 버스…기사 처벌 논란 확산

서울의 한 시내버스 기사가 어린아이만 내려놓고 미처 하차하지 못한 엄마를 태운 채 그대로 출발한 사건이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아이와 엄마는 곧장 만난 것으로 확인됐으나 서울시가 진상 조사에 착수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 게시판에는 서울 강남구 신사역에서 중랑구 중랑공영차고지로 향하는 240번 시내버스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민원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 따르면 중랑공영차고지 방향으로 향하던 240번 버스는 혼잡한 시간대인 오후 6시 20분쯤 건대역 버스정류장에서 정차했다. 다소 붐비는 상황에서 어린 여자아이가 먼저 하차했고, 뒤이어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이 내리려던 순간 버스 뒷문이 닫혔다.


아이만 내리고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은 내리지 못한 채 버스는 다음 정류장인 건대입구역을 향해 출발했다. 여성과 다른 승객이 운전기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으나 기사는 다음 역에 도착해서야 문을 열었다.

민원인은 당시 상황 설명과 함께 버스 번호와 차량 번호, 사건이 발생한 시각 등을 명시해 글을 올렸고, 해당 내용은 SNS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했다.

온라인에는 "아이를 찾았나요?", "어린 아기가 얼마나 놀랐을까요ㅠ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굴렀을 어머니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진다"는 글과 함께 "문을 열어달라고 했음에도 버스 기사가 무시한 게 사실이냐?", "저러다 아이를 잃어버리면 어쩌려고...", "승객이 내리지 못했는데 왜 그렇게 급하게 문을 닫는 거예요?" 등 해당 버스 기사를 비난하는 글이 잇따랐다.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서울시가 진상 조사에 나섰다. 서울시는 민원 글을 토대로 해당 버스 기사를 불러 경위서를 받았고, 버스 내부에 설치된 CCTV 영상을 입수해 자체 분석했다.

시의 CCTV 분석과 버스 기사가 제출한 경위서 내용을 종합하면, 이 버스는 문제의 정류장에서 출입문을 연 뒤 16초 뒤 문을 닫고 출발했다. 그리고 10m 정도 지나 2차로로 진입했고, 20초 정도 지난 뒤 다음 정류장에 정차했다.

시 관계자는 "당시 버스가 매우 혼잡했고, 여자아이는 문이 닫히기 직전에 내렸다. CCTV에 소리가 녹음되지 않지만 표정 등으로 미뤄 봤을 때 버스 운전기사는 출발한 지 10초쯤 지난 뒤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버스 기사는 이미 2차로로 진입한 이후이기 때문에 다음 정류장에서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을 하차시키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제 막 조사에 착수한 단계로, 시간을 두고 사안을 꼼꼼히 따져 안전에 문제는 없었는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건대입구역 부근 자양1파출소 관계자는 12일 KBS에 "어제 오후 7시 30분쯤 어머니가 작은 아들과 함께 파출소를 방문했다. 큰 딸은 찾았지만 버스 기사에 대한 처벌이 가능한지 여부 등을 문의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경찰이 조치하기 어려운 건이니 서울시와 상담을 해보시는 게 어떤지 등을 조언했다"며 "혼자 하차했던 여자아이는 7살이다. 당시 아이가 당황하지 않고 곧장 엄마에게 연락해 엄마를 만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아이를 찾았다는 소식에 누리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해당 버스 기사를 처벌하는 것이 타당한가' 등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K스타 정혜정 kbs.sprin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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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2 15:08:39
    • 수정2017-09-12 15:34:57
    사회
서울의 한 시내버스 기사가 어린아이만 내려놓고 미처 하차하지 못한 엄마를 태운 채 그대로 출발한 사건이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아이와 엄마는 곧장 만난 것으로 확인됐으나 서울시가 진상 조사에 착수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 게시판에는 서울 강남구 신사역에서 중랑구 중랑공영차고지로 향하는 240번 시내버스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민원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 따르면 중랑공영차고지 방향으로 향하던 240번 버스는 혼잡한 시간대인 오후 6시 20분쯤 건대역 버스정류장에서 정차했다. 다소 붐비는 상황에서 어린 여자아이가 먼저 하차했고, 뒤이어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이 내리려던 순간 버스 뒷문이 닫혔다.


아이만 내리고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은 내리지 못한 채 버스는 다음 정류장인 건대입구역을 향해 출발했다. 여성과 다른 승객이 운전기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으나 기사는 다음 역에 도착해서야 문을 열었다.

민원인은 당시 상황 설명과 함께 버스 번호와 차량 번호, 사건이 발생한 시각 등을 명시해 글을 올렸고, 해당 내용은 SNS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했다.

온라인에는 "아이를 찾았나요?", "어린 아기가 얼마나 놀랐을까요ㅠ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굴렀을 어머니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진다"는 글과 함께 "문을 열어달라고 했음에도 버스 기사가 무시한 게 사실이냐?", "저러다 아이를 잃어버리면 어쩌려고...", "승객이 내리지 못했는데 왜 그렇게 급하게 문을 닫는 거예요?" 등 해당 버스 기사를 비난하는 글이 잇따랐다.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서울시가 진상 조사에 나섰다. 서울시는 민원 글을 토대로 해당 버스 기사를 불러 경위서를 받았고, 버스 내부에 설치된 CCTV 영상을 입수해 자체 분석했다.

시의 CCTV 분석과 버스 기사가 제출한 경위서 내용을 종합하면, 이 버스는 문제의 정류장에서 출입문을 연 뒤 16초 뒤 문을 닫고 출발했다. 그리고 10m 정도 지나 2차로로 진입했고, 20초 정도 지난 뒤 다음 정류장에 정차했다.

시 관계자는 "당시 버스가 매우 혼잡했고, 여자아이는 문이 닫히기 직전에 내렸다. CCTV에 소리가 녹음되지 않지만 표정 등으로 미뤄 봤을 때 버스 운전기사는 출발한 지 10초쯤 지난 뒤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버스 기사는 이미 2차로로 진입한 이후이기 때문에 다음 정류장에서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을 하차시키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제 막 조사에 착수한 단계로, 시간을 두고 사안을 꼼꼼히 따져 안전에 문제는 없었는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건대입구역 부근 자양1파출소 관계자는 12일 KBS에 "어제 오후 7시 30분쯤 어머니가 작은 아들과 함께 파출소를 방문했다. 큰 딸은 찾았지만 버스 기사에 대한 처벌이 가능한지 여부 등을 문의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경찰이 조치하기 어려운 건이니 서울시와 상담을 해보시는 게 어떤지 등을 조언했다"며 "혼자 하차했던 여자아이는 7살이다. 당시 아이가 당황하지 않고 곧장 엄마에게 연락해 엄마를 만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아이를 찾았다는 소식에 누리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해당 버스 기사를 처벌하는 것이 타당한가' 등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K스타 정혜정 kbs.sprin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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