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 보자는 김정은…핵 질주 마지막 단계?

입력 2017.09.13 (18:00) 수정 2017.09.1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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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장 보자는 김정은…핵 질주 마지막 단계?

끝장 보자는 김정은…핵 질주 마지막 단계?

"끝을 볼 때까지 더 빨리 가겠다”

북한이 6차 핵실험에 대한 새 대북제재 결의 2375호 채택 하루 만에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외무성 성명이나 담화가 아닌 외무성 보도 형식이다. 북한의 반응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안보리 결의 2375호에 대해 "준열히 단죄 규탄하며 전면 배격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끝을 볼 때까지 이 길을 변함없이 더 빨리 가야 하겠다는 의지를 더욱 굳게 가다듬게 하는 계기로 되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끝장을 보겠다는 것이다.

지난 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안보리 결의 2270호가 3월 2일 채택됐을 때도 북한은 “강력히 규탄하고 전면 배격한다” 며 반발했다. 안보리는 결의하고 북한은 강력 반발하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형국이다. 하지만 지난 2006년(1차) 1718호, 2009년(2차) 1974호, 2013년(3차) 2094호, 2016년(4차) 2270호, 2016년(5차) 2321호, 이번 2017년(6차) 2375호를 거치며 제재 충격은 더욱 누적되어가고 있다.


촘촘하고 강력해지는 대북 제재

안보리 결의 2270호는 채택 당시 유엔 70년 역사상 비군사적 조치로는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 결의안라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을 드나드는 화물에 대한 검색을 처음으로 의무화했으며 석탄과 철광 등 북한의 광물 수출도 막았다.

5차 핵실험으로 유엔은 2270호를 보완하는 성격이 강한 2321호를 82일만에 채택했다. 북한의 석탄 수출을 제한할 뿐 아니라 은과 구리, 니켈, 아연 등이 광물 수출금지 품목에 추가됐다. 핵실험이 거듭될수록 대북 제재안은 이처럼 더 촘촘하고 강력해졌다. 이번에도 6차 핵실험에 대한 미국이 마련한 초안은 역대 최강이라던 결의안 2270호를 뛰어 넘어 거의 북한을 마비시킬 수 있는 수준이었다.

초안에서 많이 후퇴했다지만 결의안 2375호가 제대로 이행만 된다면 북한 권력층과 경제에 주는 타격은 이전 결의안들보다 심각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은 하루라도 빨리 핵미사일을 실전배치해 이를 무기로 핵보유국으로 등장해 제재와 압박의 고리를 끊어내고 싶을 것이다. 3대 세습독재 체재를 유지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핵미사일이 역으로 목을 조이는 형국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추방명령을 받은 김형일 멕시코주재 북한 대사(좌)와 김할철 페루주재 북한대사(우)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추방명령을 받은 김형일 멕시코주재 북한 대사(좌)와 김할철 페루주재 북한대사(우)

심화되는 외교적 고립

북한의 외교적 고립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필리핀은 북한과의 교역을 중단했고 멕시코는 북한 대사를 추방했다. 필리핀은 중국, 인도에 이어 북한의 3대 교역 상대국이다. 멕시코는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강력히 비난한 뒤 김형길 북한 대사를 추방했다.

그동안 이모저모, 물심양면으로 북한을 비호해온 중국과의 관계도 점점 악화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 본토 타격능력을 갖춰가는 북한의 도발이 거듭될수록 위기의식을 느낀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말에 그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압박이 미흡하다며 미국이 혹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라도 한다면 중국에는 이보다 더한 악몽이 없다.


미국의 압박에 벌어지는 혈맹

두 달 여 전인 지난 6월 2일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에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안 2356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을 때는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악랄한 적대행위”라며 중국까지 비난했다. 북한 외무성은 유엔 결의 2356호에 대해 "미국이 중국과 오랫동안 협의해 만들어냈다고 한다"면서 "두 개 나라가 뒷골 방에서 제멋대로 꾸며낸 제재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서 강압적으로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중국도 발끈했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6월 9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북제재결의안 2356호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입장“이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다음 날 북한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조선인민은 성명한다'라는 제목의 1만4천자 분량의 정론에서 중국을 더 강력하게 비난했다. 북한은 "도대체 원수는 누구이고 벗은 누구인가"라며 ‘주변의 한 국가가 고비사막에서 원자탄을 만들자고 할 때 열렬히 격려하고 옹호했다”며 중국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북·중관계, 핵과 맞바꾸지 않는다”

올 2월 18일 미국의 압박에 중국 상무부가 석탄수입을 중단을 발표하자 2월 23일 중국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명색이 대국이라고 자처하는 나라가 줏대도 없이 미국의 장단에 춤을 춘다"며 대놓고 비난했다. 4월 미중 정상회담으로 두 나라간 협력이 강화되자 조선중앙통신은 “그 누구의 장단에 춤을 계속 추면 우리와의 관계에 파국적 후과도 각오해야할 것”이라며 관계 파탄도 위협했다.

이에 대해 환구시보는 급기야 “6차 핵실험을 하면 원유공급을 대폭 축소할 것”, “미국의 북한 핵시설 타격에 대해 군사적 개입 불필요” 등을 보도하자 북한은 5월 “중국이 붉은 선 넘어”, “조중관계 기둥을 찍는 무모한 망동” “배신” 등 원색적 단어를 써가며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목숨과 같은 핵과 맞바꾸면서까지 (북중 친선을)구걸할 우리가 아니다“며 맞섰다.

 
“핵 질주의 마지막 직선주로에 들어섰다”

국제사회 대북제재의 목적은 북한 체제 붕괴가 아니라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국제사회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행위들을 징벌하고 도발을 멈추게 하는 데 있다. 북한이 도발을 멈추면 간단하지만 3대 세습독재를 지켜내야 하는 김정은은 그럴 수 없다. 호랑이 등에서 내리면 물려 죽기 때문이다. 속도를 줄여서도 안 된다.

이 때문에 김정은은 끝장을 보겠다고 더욱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지난 해 12월 "김정은이 핵 개발 완성 시간표까지 정해 놓고 위험천만한 핵 질주의 마지막 직선주로에 들어섰다"고 경고했다.

정권수립 70주년은 핵강국으로...

설상가상 내년은 북한 정권이 수립된 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김정은은 김일성이 세우고 김정일이 물려준 사상 유례없는 세습독재의 완성을 핵강국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김정은의 핵 야망에 한반도에는 전쟁의 암운까지 드리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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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장 보자는 김정은…핵 질주 마지막 단계?
    • 입력 2017-09-13 18:00:55
    • 수정2017-09-14 14:15:22
    취재K
"끝을 볼 때까지 더 빨리 가겠다” 북한이 6차 핵실험에 대한 새 대북제재 결의 2375호 채택 하루 만에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외무성 성명이나 담화가 아닌 외무성 보도 형식이다. 북한의 반응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안보리 결의 2375호에 대해 "준열히 단죄 규탄하며 전면 배격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끝을 볼 때까지 이 길을 변함없이 더 빨리 가야 하겠다는 의지를 더욱 굳게 가다듬게 하는 계기로 되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끝장을 보겠다는 것이다. 지난 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안보리 결의 2270호가 3월 2일 채택됐을 때도 북한은 “강력히 규탄하고 전면 배격한다” 며 반발했다. 안보리는 결의하고 북한은 강력 반발하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형국이다. 하지만 지난 2006년(1차) 1718호, 2009년(2차) 1974호, 2013년(3차) 2094호, 2016년(4차) 2270호, 2016년(5차) 2321호, 이번 2017년(6차) 2375호를 거치며 제재 충격은 더욱 누적되어가고 있다. 촘촘하고 강력해지는 대북 제재 안보리 결의 2270호는 채택 당시 유엔 70년 역사상 비군사적 조치로는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 결의안라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을 드나드는 화물에 대한 검색을 처음으로 의무화했으며 석탄과 철광 등 북한의 광물 수출도 막았다. 5차 핵실험으로 유엔은 2270호를 보완하는 성격이 강한 2321호를 82일만에 채택했다. 북한의 석탄 수출을 제한할 뿐 아니라 은과 구리, 니켈, 아연 등이 광물 수출금지 품목에 추가됐다. 핵실험이 거듭될수록 대북 제재안은 이처럼 더 촘촘하고 강력해졌다. 이번에도 6차 핵실험에 대한 미국이 마련한 초안은 역대 최강이라던 결의안 2270호를 뛰어 넘어 거의 북한을 마비시킬 수 있는 수준이었다. 초안에서 많이 후퇴했다지만 결의안 2375호가 제대로 이행만 된다면 북한 권력층과 경제에 주는 타격은 이전 결의안들보다 심각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은 하루라도 빨리 핵미사일을 실전배치해 이를 무기로 핵보유국으로 등장해 제재와 압박의 고리를 끊어내고 싶을 것이다. 3대 세습독재 체재를 유지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핵미사일이 역으로 목을 조이는 형국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추방명령을 받은 김형일 멕시코주재 북한 대사(좌)와 김할철 페루주재 북한대사(우) 심화되는 외교적 고립 북한의 외교적 고립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필리핀은 북한과의 교역을 중단했고 멕시코는 북한 대사를 추방했다. 필리핀은 중국, 인도에 이어 북한의 3대 교역 상대국이다. 멕시코는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강력히 비난한 뒤 김형길 북한 대사를 추방했다. 그동안 이모저모, 물심양면으로 북한을 비호해온 중국과의 관계도 점점 악화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 본토 타격능력을 갖춰가는 북한의 도발이 거듭될수록 위기의식을 느낀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말에 그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압박이 미흡하다며 미국이 혹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라도 한다면 중국에는 이보다 더한 악몽이 없다. 미국의 압박에 벌어지는 혈맹 두 달 여 전인 지난 6월 2일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에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안 2356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을 때는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악랄한 적대행위”라며 중국까지 비난했다. 북한 외무성은 유엔 결의 2356호에 대해 "미국이 중국과 오랫동안 협의해 만들어냈다고 한다"면서 "두 개 나라가 뒷골 방에서 제멋대로 꾸며낸 제재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서 강압적으로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중국도 발끈했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6월 9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북제재결의안 2356호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입장“이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다음 날 북한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조선인민은 성명한다'라는 제목의 1만4천자 분량의 정론에서 중국을 더 강력하게 비난했다. 북한은 "도대체 원수는 누구이고 벗은 누구인가"라며 ‘주변의 한 국가가 고비사막에서 원자탄을 만들자고 할 때 열렬히 격려하고 옹호했다”며 중국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북·중관계, 핵과 맞바꾸지 않는다” 올 2월 18일 미국의 압박에 중국 상무부가 석탄수입을 중단을 발표하자 2월 23일 중국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명색이 대국이라고 자처하는 나라가 줏대도 없이 미국의 장단에 춤을 춘다"며 대놓고 비난했다. 4월 미중 정상회담으로 두 나라간 협력이 강화되자 조선중앙통신은 “그 누구의 장단에 춤을 계속 추면 우리와의 관계에 파국적 후과도 각오해야할 것”이라며 관계 파탄도 위협했다. 이에 대해 환구시보는 급기야 “6차 핵실험을 하면 원유공급을 대폭 축소할 것”, “미국의 북한 핵시설 타격에 대해 군사적 개입 불필요” 등을 보도하자 북한은 5월 “중국이 붉은 선 넘어”, “조중관계 기둥을 찍는 무모한 망동” “배신” 등 원색적 단어를 써가며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목숨과 같은 핵과 맞바꾸면서까지 (북중 친선을)구걸할 우리가 아니다“며 맞섰다.   “핵 질주의 마지막 직선주로에 들어섰다” 국제사회 대북제재의 목적은 북한 체제 붕괴가 아니라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국제사회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행위들을 징벌하고 도발을 멈추게 하는 데 있다. 북한이 도발을 멈추면 간단하지만 3대 세습독재를 지켜내야 하는 김정은은 그럴 수 없다. 호랑이 등에서 내리면 물려 죽기 때문이다. 속도를 줄여서도 안 된다. 이 때문에 김정은은 끝장을 보겠다고 더욱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지난 해 12월 "김정은이 핵 개발 완성 시간표까지 정해 놓고 위험천만한 핵 질주의 마지막 직선주로에 들어섰다"고 경고했다. 정권수립 70주년은 핵강국으로... 설상가상 내년은 북한 정권이 수립된 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김정은은 김일성이 세우고 김정일이 물려준 사상 유례없는 세습독재의 완성을 핵강국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김정은의 핵 야망에 한반도에는 전쟁의 암운까지 드리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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