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잡이로 인생 2막 시작했죠”

입력 2017.09.15 (08:0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오전 6시 30분, 밤샘 조업을 마친 갈치잡이 배가 제주 한림항으로 돌아온다. 갑판에는 밤새 잡은 갈치가 가득하다. 오랜만에 찾아온 만선에 항구는 활기가 넘친다.


올 초부터 제주도 부근에 멸치 등 먹잇감이 늘면서 제주 앞바다에 갈치떼가 몰리고 있다. 갈치 조업이 본격화한 80년대 후반 이래로 최대 규모 풍어다.

덕분에 선원 살림살이도 조금 나아졌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꿈도 다시 꿀 수 있게 됐다. 갈치를 잡으며 인생 2막을 여는 제주 갈치잡이 배 선원의 일상을 KBS '다큐 공감'이 따라가 봤다.



"갈치잡이만큼 일한 대로 보상받는 것도 없죠"


'은빛 보물' 갈치가 산란기를 앞두고 살이 올랐다. 물때가 좋으면 1m가 넘는 대물이 걸리기도 한다. 야행성 어종인 갈치는 바다에 어둠이 깔리면 강한 빛을 내는 집어등을 켜 물고기를 모는 방식으로 잡는다.


가까운 바다를 나가는 갈치 배는 '채낚기' 방식으로 갈치를 잡는다. 낚싯바늘에 꽁치를 달아 먼바다로 힘차게 미끼를 던지는데, 기술이 없으면 제대로 바늘을 던지지 못해 줄이 꼬이기 일쑤다. 손이 많이 가는 까다로운 방법이지만, 상처 없이 은갈치를 잡아 올릴 수 있는 게 채낚기의 장점이다. 선원들에게 갈치잡이는 노력한 만큼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정직한 노동이다.

갈치와 함께 제2의 인생을 시작하다

매일 저녁, 제주 앞바다는 갈치를 잡으러 나가는 배로 붐빈다. 강명규 선장을 비롯한 선원 4명을 실은 제2 은성호도 그런 갈치배 중 하나이다.


최고 낚시 솜씨를 자랑하는 갑판장, 부엌을 담당하는 도모장(주방장), 노익장을 과시하는 76세 어르신, 인도네시아에서 온 젊은 청년, 선장이라는 권위를 내려놓고 선원을 동생처럼 보살피고, 형님처럼 모시는 강명규 씨 까지. 어떤 배도 부럽지 않은 최고 드림팀이다.


경상남도 사천시 삼천포에서 태어난 강명규 씨는 철공소를 하다가 접고 갈치 배를 타기 시작했다. 제주 앞바다가 제2의 인생을 열어준 셈이다. 바다 사업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조황이 좋지 않았고, 사업마저 실패해 한때 다른 마음을 먹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엄청난 갈치 대풍이 일면서 재기를 꿈꾸게 됐다.

강 선장은 24시간 배와 갈치만 생각하다 보니 정작 가정에는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한다. 아빠 없이 큰 아이와 아내에게 미안해금세 눈시울이 붉어진다.

21세기 '노인과 바다'…76세 선원이 들려주는 갈치와 인생

올해 76세인 장홍지 씨는 갈치배 선원 중 최고령이다. 은퇴하고 집에서 쉴 만도 한데 궂은일도 마다치 않는다.


배를 탄 경험은 오래됐지만, 장 씨는 기력도 달리고 갈치잡이가 익숙지 않아 늘 수확량이 다른 선원에 미치지 못한다. 그는 선장에게 미안한 마음에 더 악착같이 일에 매달리고, 강 선장은 그런 장 씨를 아버지처럼 극진히 대한다. 그 덕분에 남들만큼은 아니지만 부끄럽지 않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나이가 든 몸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아도 그가 매일 배에 타는 데엔 이유가 있다. 어린 시절 가족과 헤어져 산 세월이 가슴에 사무친 장 씨는 가족을 향한 애착이 누구보다 크다. 여전히 자식을 위해 돈을 벌고 싶고, 늦었지만 그동안 고생한 아내에게 남편 노릇을 하고 싶다.

자세한 내용은 KBS '다큐 공감'(16일 저녁 7시 10분 방송, 1TV)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갈치잡이로 인생 2막 시작했죠”
    • 입력 2017-09-15 08:03:20
    방송·연예
오전 6시 30분, 밤샘 조업을 마친 갈치잡이 배가 제주 한림항으로 돌아온다. 갑판에는 밤새 잡은 갈치가 가득하다. 오랜만에 찾아온 만선에 항구는 활기가 넘친다.


올 초부터 제주도 부근에 멸치 등 먹잇감이 늘면서 제주 앞바다에 갈치떼가 몰리고 있다. 갈치 조업이 본격화한 80년대 후반 이래로 최대 규모 풍어다.

덕분에 선원 살림살이도 조금 나아졌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꿈도 다시 꿀 수 있게 됐다. 갈치를 잡으며 인생 2막을 여는 제주 갈치잡이 배 선원의 일상을 KBS '다큐 공감'이 따라가 봤다.



"갈치잡이만큼 일한 대로 보상받는 것도 없죠"


'은빛 보물' 갈치가 산란기를 앞두고 살이 올랐다. 물때가 좋으면 1m가 넘는 대물이 걸리기도 한다. 야행성 어종인 갈치는 바다에 어둠이 깔리면 강한 빛을 내는 집어등을 켜 물고기를 모는 방식으로 잡는다.


가까운 바다를 나가는 갈치 배는 '채낚기' 방식으로 갈치를 잡는다. 낚싯바늘에 꽁치를 달아 먼바다로 힘차게 미끼를 던지는데, 기술이 없으면 제대로 바늘을 던지지 못해 줄이 꼬이기 일쑤다. 손이 많이 가는 까다로운 방법이지만, 상처 없이 은갈치를 잡아 올릴 수 있는 게 채낚기의 장점이다. 선원들에게 갈치잡이는 노력한 만큼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정직한 노동이다.

갈치와 함께 제2의 인생을 시작하다

매일 저녁, 제주 앞바다는 갈치를 잡으러 나가는 배로 붐빈다. 강명규 선장을 비롯한 선원 4명을 실은 제2 은성호도 그런 갈치배 중 하나이다.


최고 낚시 솜씨를 자랑하는 갑판장, 부엌을 담당하는 도모장(주방장), 노익장을 과시하는 76세 어르신, 인도네시아에서 온 젊은 청년, 선장이라는 권위를 내려놓고 선원을 동생처럼 보살피고, 형님처럼 모시는 강명규 씨 까지. 어떤 배도 부럽지 않은 최고 드림팀이다.


경상남도 사천시 삼천포에서 태어난 강명규 씨는 철공소를 하다가 접고 갈치 배를 타기 시작했다. 제주 앞바다가 제2의 인생을 열어준 셈이다. 바다 사업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조황이 좋지 않았고, 사업마저 실패해 한때 다른 마음을 먹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엄청난 갈치 대풍이 일면서 재기를 꿈꾸게 됐다.

강 선장은 24시간 배와 갈치만 생각하다 보니 정작 가정에는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한다. 아빠 없이 큰 아이와 아내에게 미안해금세 눈시울이 붉어진다.

21세기 '노인과 바다'…76세 선원이 들려주는 갈치와 인생

올해 76세인 장홍지 씨는 갈치배 선원 중 최고령이다. 은퇴하고 집에서 쉴 만도 한데 궂은일도 마다치 않는다.


배를 탄 경험은 오래됐지만, 장 씨는 기력도 달리고 갈치잡이가 익숙지 않아 늘 수확량이 다른 선원에 미치지 못한다. 그는 선장에게 미안한 마음에 더 악착같이 일에 매달리고, 강 선장은 그런 장 씨를 아버지처럼 극진히 대한다. 그 덕분에 남들만큼은 아니지만 부끄럽지 않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나이가 든 몸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아도 그가 매일 배에 타는 데엔 이유가 있다. 어린 시절 가족과 헤어져 산 세월이 가슴에 사무친 장 씨는 가족을 향한 애착이 누구보다 크다. 여전히 자식을 위해 돈을 벌고 싶고, 늦었지만 그동안 고생한 아내에게 남편 노릇을 하고 싶다.

자세한 내용은 KBS '다큐 공감'(16일 저녁 7시 10분 방송, 1TV)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