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채영길 교수(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240번 버스 논란, 언론사 간 클릭 전쟁과 시청률 경쟁이 구조적인 문제” ②

입력 2017.09.1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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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17년 9월 15일(금요일)
□ 출연자 : 채영길 교수(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240번 버스 논란, 언론사 간 클릭 전쟁과 시청률 경쟁이 구조적인 문제”

[윤준호] 저희가 앞서 1부 빅데이터 시간에도 잠깐 살펴봤듯이 요 며칠 뜨겁게 떠오른 키워드가 있죠. 240번 버스. 이 버스에 얽힌 사연은 당시 버스에 탑승했다고 주장하는 한 누리꾼이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발단이 됐는데요. 그런데 이 사건이 마녀사냥식 여론몰이, 언론보도가 문제였다는 쪽으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무슨 사정일까요?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채영길 교수와 살펴보겠습니다. 채영길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채영길] 네, 안녕하세요?

[윤준호] 우리가 240번 버스 사건이라고 이야기한 건데요. 이게 앞서 제가 전말을 간단하게는 이야기를 했는데, 처음에 게시들이 시작된 건데, 게시글 내용은 처음에 어떻게 됐었습니까?

[채영길] 이미 언론에서 수차례 보도됐고요. 그리고 SNS를 통해서도 많이 접해서 내용은 충분히 아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지난 월요일이죠. 첫 글이 6시 20분에서 30분 정도 사이에 올라왔습니다. 그때 올라왔을 때 글의 주요 내용을 보면, 먼저 버스 내부 상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매우 붐비는 상황이었고 출퇴근 상황으로 굉장히 혼잡한 상황으로 묘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다음에 거기에 나와 있는 표현을 그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5살도 안 돼 보이는 어린 아이가 내리고 바로 여성분이 내리려던 찰나 뒷문이 닫혔고 아기만 내리고’ 이렇게 돼 있고요. 그리고 이어서 ‘아주머니가 울부짖으며 아기가 내리고 본인이 못 내렸다고 문 열어달라고 하는데 무시하고 그냥 건대입구역으로 가더군요.’ 이렇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내용만 이렇게 보면 누가 잘못했고 누가 피해자인지 너무 명확하기 때문에 많은 여론 비난의 화살들이 버스 기사에서 향하고 있습니다.

[윤준호] 그리고 난 다음에 서울시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버스 내부 CCTV 분석을 했고 그렇게 한 결과 그 버스가 16초 동안 서 있었다는 것 아닙니까? 정차. 그렇게 하고 또 당시에 차선으로 들어간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고 버스 기사의 과실은 없었다 이렇게 되고 또 버스 기사의 딸이라고 하시는 분이 글을 올리고 이렇게 되면서 또 이게 최초 제보자와 아이 엄마 쪽으로 비난의 화살이 확 돌아가는 상황이 일어났어요. 그 상황은 어떻게 된 거죠?

[채영길] 11일날 봤을 때 일부 언론에서도 나왔지만 ‘소름 돋는 240번 버스 기사’ 그리고 ‘아이만 내려주고 출발한 버스 기사’ 이런 헤드라인에서 갑자기 상황이 반전이 발생했습니다. ‘알고 봤더니‘ 이런 표현을 썼거든요. ‘240번 버스 기사 심경’, ‘진실보다 갈등으로 내달린 240번 버스 기사’ 등 이런 쪽으로 하루 만에 완전한 반전들이 발생했는데요. 이 과정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것이, 네티즌들과 기자들의 취재가 어떻게 보면 서로 유사한 부분, 그러니까 상호 협조적인 부분이 있다고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이런 사건들이 발생하면 네티즌 수사대가 일명 신상 털기가 발생합니다. 그걸 도대체 누가 처음 올렸을까. 최초로 유포자를 찾는데요. 그리고 누가 어디다가 올렸는지도 찾게 됩니다. 이런 것들이 네티즌들이 찾아서 글을 올리면 취재 과정에서 기자들이 이를 참조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들이 밝힌 것을 참조해서 댓글과 SNS 글을 기사화시키는데요. 최근 며칠 동안 이런 것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어떤 카페에 남혐이 많은 그런 글들이 많이 올라오는 것이다.’ 그리고 어머님이 ’맘충‘이라는 표현도 씁니다. 이런 글들이 있어서 기사화가 됐고요. 혐오 표현이 많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CCTV를 공개하는 것을 거부한다’, 이렇게 기사가 나오니까 ‘어떠한 대가를 바라는 것이 아니냐’ 하는 네티즌들의 글들이 나오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각종 의혹이 제기됩니다. 그래서 이게 굉장히 짧은 며칠 동안 상황들이 너무 롤러코스터처럼 많은 반전들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변화를 예측하기 힘들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윤준호] 이번 사건을 보면서 가장 크게, 방금 여러 가지로 정리도 해 주셨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상황이 하루가 지나면서 계속 롤러코스터처럼 급전직하하는 상황들, 사실이 금방 뒤바뀌는 상황인데, 가장 문제는 무엇보다도 첫 게시글만으로 이미 모든 상황과 사실관계는 완전히 그걸로 굳어져버리는, 그래서 이런 어떤 SNS 포털의 문제점으로 등장하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죠, 이게?

[채영길] 네. 말씀하셨듯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고요. 가깝게는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 때 가해자 1명이 경찰 고위 간부의 딸이었다고 하는 잘못된 정보도 만들어졌었고 5년 정도 전에 모 식당에서 임산부가 불친절한 서비스에 항의하자 종업원으로부터 위해를 당했다는 제보를 올렸다가 이것도 CCTV가 나오고 나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었고요. 그리고 그해 국물녀 사건. 아이에게 국물을 쏟았다가 아주머니가 사라졌다고 한 제보가 있었는데 사실 확인을 해 보니까 또 그렇지 않았다는 것들이 있습니다.

[윤준호] 이게 보면 지난 미국 대선에서 맹위를 떨쳤던 가짜 뉴스도 그렇고요. SNS에 어떤 글이 올라오거나 그러면 사람들은 그걸 쉽게 사실로 믿어버리잖아요. 이번도 그랬고요. 그건 왜 그럴까요?

[채영길] 사실 이런 문화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SNS나 인터넷 문화를 비판하는 것도 사실 오래된 것들 같은데, 이것이 그런데 저는 한쪽 미디어 문화에 문제점이 있다고 보기보다는 우리가 문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번 사건도 그렇지만 하나의 패턴이 있습니다.

[윤준호] 어떤 패턴이죠?

[채영길] 일단 가해자, 피해자 스토리가 뚜렷하고요. 제보가 올라오고 그 글이 가해자를 비난하게 됩니다. 네티즌 수사대나 기자들이 취재에 들어가고요. 그리고 해당 기관이나 경찰 조사가 나옵니다. 재미있는 것은, CCTV가 나오고 당사자 반박이 나오면 가해자, 피해자가 뒤바뀌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는 가해자가 가해자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기도 하고요. 그렇게 되면 어떤 것들이 나오냐면, 지금과 같이 유포자를 비난하거나 인터넷 문화를 비난하고 또는, 어제부터 나오는 이야기들인데, 언론을 비난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아마 다음 주 정도는 이 사건이 유야무야되겠죠. 이것이 패턴입니다. 그런데 변하는 것들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는데요. 우리가 SNS를 바라볼 때 두 가지 반대되는 입장도 있다는 걸 알아둬야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인터넷을 이야기할 때, SNS가 특히 그런데요. 집단지성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찾아서 보여주는 정보들을 통해서 어떤 사실이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게 도와준다는 뜻인데요. 이와 전혀 반대되는 것이 신상 털기를 하는 곳이다, 마녀사냥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표현을 씁니다. 굉장히 극단적 입장에 있다는 거죠. 이것이 사실 우리가 인터넷 문화를 바라볼 때 편향되거나 극단적인 것으로 폄훼하면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윤준호] 그런데 방금 말씀해 주신 그 두 측면, SNS상에서의 집단지성 쪽으로 긍정적인 측면이 있고 반대로 마녀사냥, 신상 털기의 부정적 측면이 있는데, 이번에는 집단지성이라는 긍정적 측면보다는 부정적 측면이 훨씬 더 돋보이지 않았습니까? 드러난 부분이고 특히나 이게 이러한 부분에서 방금 말씀해 주신 잘못된 내용들을 걸러내고 또한 보다 그 스토리의 팩트 여부를 확인하는 게 언론의 역할일 텐데, 이번에 보니까 SNS가 더 확대되고 이런 과정에서 언론이 그러한 역할을 못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갈수록 이런 부분에 대한 언론의 역할은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을까요, 이제는?

[채영길] 아까 정확한 예를 들어주셨는데요. 미국의 가짜 뉴스가 그 문제점이 얼마나 크냐면, 지금 많은 미국인들 70% 이상이 자기가 뽑은 현 대통령을 그렇게 선출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을 하고 있는데요. 그 배경에는 언론들의 가짜 뉴스 역할이 많이 컸습니다. 사실 스토리가 선정적이 거나 흥미가 있으면 그것을 취재하고 기사화시키지 않을 언론은 없습니다. 특히 이번 같은 경우 스토리 구조가 매우 단순하면서 흥미 있는 소재거리 같은 경우에는 사실 누가 먼저 올리느냐가 언론사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하게 되는 거죠. 특히 요즘같이 미디어가 다양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나오기 때문에 더 중요하죠. 우리가 사실 팩트 체크는 언론사의 기본 책무이자 취재 시 가장 큰 원칙이지 않습니까? 이것들을 기자분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어제부터 사설이나 칼럼을 통해서도 언론의 팩트 체크, 사실 확인이 중요하다, 가짜 뉴스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대처가 필요하다,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다만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클릭수를 늘려야 하는 언론사들의 클릭 전쟁에 임하는 문제점들 그리고 종편과 지상파 간의 시청률 전쟁 등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언론 입장에서는 승자는 흥미 있는 기사를 누가 먼저 만들고 기사화시키는지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이나 진실에 접근하는 언론의 모습보다 이것이 더 언론의 성공을 결정하는 상황이 조금 더 근본적인 문제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윤준호] 그것도 근본적인 또 하나의 문제이고 또 다른 것은, 팩트 체크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는 SNS 유포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도 문제죠. 그리고 또 하나가 성인보다는 10대들 그리고 20대 초반이 SNS의 주 활용자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들은 성인보다는 정보를 따져보는 분별력이 약할 수밖에 없고 자신의 주관에 따라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특성이 더 강하잖아요. 이런 부분에서 이러한 젊은 층들이 거짓 정보에 속지 않고 여론몰이에 휩쓸리지 않게 도와줄 수 있는 방법 없을까요? 마지막으로 질문 드릴게요.

[채영길] 네. 말씀하신 것처럼 10대들이 인터넷 문화를 많이 주도하는 층입니다. 그래서 많은 성인들이나 어른들께서 많이 걱정하시고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십니다. 실제 미디어학 분야에서 디지털 미디어 교육 같은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지금 논의되고 있습니다. 저희 학회에서도 위원회를 만들어서 실제적인 교육 정책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실 중장기적인 해법이라고 표현하게 됩니다. 그런데 당장 급한 건 소수자를 포함한 사회적 혐오 표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규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정말로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차원에서 시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고 장기적으로는 사회가 혐오 문화 그리고 온라인을 통해서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그러한 관계 맺기의 방식, 어떠한 정보를 만들어야 하고 그 정보를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는지 이런 교육들, 정기 교육 커리큘럼에 이러한 것들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입시 위주 교육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거나 과외 활동에서 선택적으로 하게 돼 있는데 이번 사회적인 문제 이런 것들을 보더라도 우리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를 고려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윤준호] 아무래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앞으로 인터넷 문화가 훨씬 더 많이 파급될 수밖에 없으니까 비판적 해독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그러한 커리큘럼이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채영길] 네, 감사합니다.

[윤준호] 지금까지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채영길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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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채영길 교수(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240번 버스 논란, 언론사 간 클릭 전쟁과 시청률 경쟁이 구조적인 문제” ②
    • 입력 2017-09-15 10:43:53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
□ 방송일시 : 2017년 9월 15일(금요일)
□ 출연자 : 채영길 교수(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240번 버스 논란, 언론사 간 클릭 전쟁과 시청률 경쟁이 구조적인 문제”

[윤준호] 저희가 앞서 1부 빅데이터 시간에도 잠깐 살펴봤듯이 요 며칠 뜨겁게 떠오른 키워드가 있죠. 240번 버스. 이 버스에 얽힌 사연은 당시 버스에 탑승했다고 주장하는 한 누리꾼이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발단이 됐는데요. 그런데 이 사건이 마녀사냥식 여론몰이, 언론보도가 문제였다는 쪽으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무슨 사정일까요?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채영길 교수와 살펴보겠습니다. 채영길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채영길] 네, 안녕하세요?

[윤준호] 우리가 240번 버스 사건이라고 이야기한 건데요. 이게 앞서 제가 전말을 간단하게는 이야기를 했는데, 처음에 게시들이 시작된 건데, 게시글 내용은 처음에 어떻게 됐었습니까?

[채영길] 이미 언론에서 수차례 보도됐고요. 그리고 SNS를 통해서도 많이 접해서 내용은 충분히 아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지난 월요일이죠. 첫 글이 6시 20분에서 30분 정도 사이에 올라왔습니다. 그때 올라왔을 때 글의 주요 내용을 보면, 먼저 버스 내부 상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매우 붐비는 상황이었고 출퇴근 상황으로 굉장히 혼잡한 상황으로 묘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다음에 거기에 나와 있는 표현을 그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5살도 안 돼 보이는 어린 아이가 내리고 바로 여성분이 내리려던 찰나 뒷문이 닫혔고 아기만 내리고’ 이렇게 돼 있고요. 그리고 이어서 ‘아주머니가 울부짖으며 아기가 내리고 본인이 못 내렸다고 문 열어달라고 하는데 무시하고 그냥 건대입구역으로 가더군요.’ 이렇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내용만 이렇게 보면 누가 잘못했고 누가 피해자인지 너무 명확하기 때문에 많은 여론 비난의 화살들이 버스 기사에서 향하고 있습니다.

[윤준호] 그리고 난 다음에 서울시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버스 내부 CCTV 분석을 했고 그렇게 한 결과 그 버스가 16초 동안 서 있었다는 것 아닙니까? 정차. 그렇게 하고 또 당시에 차선으로 들어간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고 버스 기사의 과실은 없었다 이렇게 되고 또 버스 기사의 딸이라고 하시는 분이 글을 올리고 이렇게 되면서 또 이게 최초 제보자와 아이 엄마 쪽으로 비난의 화살이 확 돌아가는 상황이 일어났어요. 그 상황은 어떻게 된 거죠?

[채영길] 11일날 봤을 때 일부 언론에서도 나왔지만 ‘소름 돋는 240번 버스 기사’ 그리고 ‘아이만 내려주고 출발한 버스 기사’ 이런 헤드라인에서 갑자기 상황이 반전이 발생했습니다. ‘알고 봤더니‘ 이런 표현을 썼거든요. ‘240번 버스 기사 심경’, ‘진실보다 갈등으로 내달린 240번 버스 기사’ 등 이런 쪽으로 하루 만에 완전한 반전들이 발생했는데요. 이 과정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것이, 네티즌들과 기자들의 취재가 어떻게 보면 서로 유사한 부분, 그러니까 상호 협조적인 부분이 있다고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이런 사건들이 발생하면 네티즌 수사대가 일명 신상 털기가 발생합니다. 그걸 도대체 누가 처음 올렸을까. 최초로 유포자를 찾는데요. 그리고 누가 어디다가 올렸는지도 찾게 됩니다. 이런 것들이 네티즌들이 찾아서 글을 올리면 취재 과정에서 기자들이 이를 참조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들이 밝힌 것을 참조해서 댓글과 SNS 글을 기사화시키는데요. 최근 며칠 동안 이런 것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어떤 카페에 남혐이 많은 그런 글들이 많이 올라오는 것이다.’ 그리고 어머님이 ’맘충‘이라는 표현도 씁니다. 이런 글들이 있어서 기사화가 됐고요. 혐오 표현이 많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CCTV를 공개하는 것을 거부한다’, 이렇게 기사가 나오니까 ‘어떠한 대가를 바라는 것이 아니냐’ 하는 네티즌들의 글들이 나오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각종 의혹이 제기됩니다. 그래서 이게 굉장히 짧은 며칠 동안 상황들이 너무 롤러코스터처럼 많은 반전들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변화를 예측하기 힘들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윤준호] 이번 사건을 보면서 가장 크게, 방금 여러 가지로 정리도 해 주셨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상황이 하루가 지나면서 계속 롤러코스터처럼 급전직하하는 상황들, 사실이 금방 뒤바뀌는 상황인데, 가장 문제는 무엇보다도 첫 게시글만으로 이미 모든 상황과 사실관계는 완전히 그걸로 굳어져버리는, 그래서 이런 어떤 SNS 포털의 문제점으로 등장하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죠, 이게?

[채영길] 네. 말씀하셨듯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고요. 가깝게는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 때 가해자 1명이 경찰 고위 간부의 딸이었다고 하는 잘못된 정보도 만들어졌었고 5년 정도 전에 모 식당에서 임산부가 불친절한 서비스에 항의하자 종업원으로부터 위해를 당했다는 제보를 올렸다가 이것도 CCTV가 나오고 나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었고요. 그리고 그해 국물녀 사건. 아이에게 국물을 쏟았다가 아주머니가 사라졌다고 한 제보가 있었는데 사실 확인을 해 보니까 또 그렇지 않았다는 것들이 있습니다.

[윤준호] 이게 보면 지난 미국 대선에서 맹위를 떨쳤던 가짜 뉴스도 그렇고요. SNS에 어떤 글이 올라오거나 그러면 사람들은 그걸 쉽게 사실로 믿어버리잖아요. 이번도 그랬고요. 그건 왜 그럴까요?

[채영길] 사실 이런 문화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SNS나 인터넷 문화를 비판하는 것도 사실 오래된 것들 같은데, 이것이 그런데 저는 한쪽 미디어 문화에 문제점이 있다고 보기보다는 우리가 문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번 사건도 그렇지만 하나의 패턴이 있습니다.

[윤준호] 어떤 패턴이죠?

[채영길] 일단 가해자, 피해자 스토리가 뚜렷하고요. 제보가 올라오고 그 글이 가해자를 비난하게 됩니다. 네티즌 수사대나 기자들이 취재에 들어가고요. 그리고 해당 기관이나 경찰 조사가 나옵니다. 재미있는 것은, CCTV가 나오고 당사자 반박이 나오면 가해자, 피해자가 뒤바뀌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는 가해자가 가해자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기도 하고요. 그렇게 되면 어떤 것들이 나오냐면, 지금과 같이 유포자를 비난하거나 인터넷 문화를 비난하고 또는, 어제부터 나오는 이야기들인데, 언론을 비난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아마 다음 주 정도는 이 사건이 유야무야되겠죠. 이것이 패턴입니다. 그런데 변하는 것들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는데요. 우리가 SNS를 바라볼 때 두 가지 반대되는 입장도 있다는 걸 알아둬야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인터넷을 이야기할 때, SNS가 특히 그런데요. 집단지성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찾아서 보여주는 정보들을 통해서 어떤 사실이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게 도와준다는 뜻인데요. 이와 전혀 반대되는 것이 신상 털기를 하는 곳이다, 마녀사냥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표현을 씁니다. 굉장히 극단적 입장에 있다는 거죠. 이것이 사실 우리가 인터넷 문화를 바라볼 때 편향되거나 극단적인 것으로 폄훼하면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윤준호] 그런데 방금 말씀해 주신 그 두 측면, SNS상에서의 집단지성 쪽으로 긍정적인 측면이 있고 반대로 마녀사냥, 신상 털기의 부정적 측면이 있는데, 이번에는 집단지성이라는 긍정적 측면보다는 부정적 측면이 훨씬 더 돋보이지 않았습니까? 드러난 부분이고 특히나 이게 이러한 부분에서 방금 말씀해 주신 잘못된 내용들을 걸러내고 또한 보다 그 스토리의 팩트 여부를 확인하는 게 언론의 역할일 텐데, 이번에 보니까 SNS가 더 확대되고 이런 과정에서 언론이 그러한 역할을 못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갈수록 이런 부분에 대한 언론의 역할은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을까요, 이제는?

[채영길] 아까 정확한 예를 들어주셨는데요. 미국의 가짜 뉴스가 그 문제점이 얼마나 크냐면, 지금 많은 미국인들 70% 이상이 자기가 뽑은 현 대통령을 그렇게 선출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을 하고 있는데요. 그 배경에는 언론들의 가짜 뉴스 역할이 많이 컸습니다. 사실 스토리가 선정적이 거나 흥미가 있으면 그것을 취재하고 기사화시키지 않을 언론은 없습니다. 특히 이번 같은 경우 스토리 구조가 매우 단순하면서 흥미 있는 소재거리 같은 경우에는 사실 누가 먼저 올리느냐가 언론사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하게 되는 거죠. 특히 요즘같이 미디어가 다양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나오기 때문에 더 중요하죠. 우리가 사실 팩트 체크는 언론사의 기본 책무이자 취재 시 가장 큰 원칙이지 않습니까? 이것들을 기자분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어제부터 사설이나 칼럼을 통해서도 언론의 팩트 체크, 사실 확인이 중요하다, 가짜 뉴스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대처가 필요하다,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다만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클릭수를 늘려야 하는 언론사들의 클릭 전쟁에 임하는 문제점들 그리고 종편과 지상파 간의 시청률 전쟁 등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언론 입장에서는 승자는 흥미 있는 기사를 누가 먼저 만들고 기사화시키는지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이나 진실에 접근하는 언론의 모습보다 이것이 더 언론의 성공을 결정하는 상황이 조금 더 근본적인 문제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윤준호] 그것도 근본적인 또 하나의 문제이고 또 다른 것은, 팩트 체크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는 SNS 유포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도 문제죠. 그리고 또 하나가 성인보다는 10대들 그리고 20대 초반이 SNS의 주 활용자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들은 성인보다는 정보를 따져보는 분별력이 약할 수밖에 없고 자신의 주관에 따라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특성이 더 강하잖아요. 이런 부분에서 이러한 젊은 층들이 거짓 정보에 속지 않고 여론몰이에 휩쓸리지 않게 도와줄 수 있는 방법 없을까요? 마지막으로 질문 드릴게요.

[채영길] 네. 말씀하신 것처럼 10대들이 인터넷 문화를 많이 주도하는 층입니다. 그래서 많은 성인들이나 어른들께서 많이 걱정하시고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십니다. 실제 미디어학 분야에서 디지털 미디어 교육 같은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지금 논의되고 있습니다. 저희 학회에서도 위원회를 만들어서 실제적인 교육 정책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실 중장기적인 해법이라고 표현하게 됩니다. 그런데 당장 급한 건 소수자를 포함한 사회적 혐오 표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규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정말로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차원에서 시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고 장기적으로는 사회가 혐오 문화 그리고 온라인을 통해서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그러한 관계 맺기의 방식, 어떠한 정보를 만들어야 하고 그 정보를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는지 이런 교육들, 정기 교육 커리큘럼에 이러한 것들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입시 위주 교육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거나 과외 활동에서 선택적으로 하게 돼 있는데 이번 사회적인 문제 이런 것들을 보더라도 우리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를 고려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윤준호] 아무래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앞으로 인터넷 문화가 훨씬 더 많이 파급될 수밖에 없으니까 비판적 해독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그러한 커리큘럼이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채영길] 네, 감사합니다.

[윤준호] 지금까지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채영길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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