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지원’ 발표 하루 만에 北 도발…화해 손짓 또 ‘외면’

입력 2017.09.15 (10:44) 수정 2017.09.1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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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지원’ 발표 하루 만에 北 도발…화해 손짓 또 ‘외면’

‘대북 지원’ 발표 하루 만에 北 도발…화해 손짓 또 ‘외면’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800만 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지원을 검토한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북한이 비행거리 3천700㎞에 달하는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우리의 화해 손짓을 또다시 외면한 셈이 됐다.


통일부, "북한 모자 보건 사업 800만 달러 지원 검토..21일 결정"

정부는 어제(14일)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모자 보건 사업에 8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21일 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지원 여부가 결정된다고 발표했다.

'대북 인도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추진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라지만 북한에 화해의 메시지를 전해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다음 달 4일이 10·4 정상선언 10주년이라는 점도 정부가 인도지원 검토 발표 시점을 택하는 데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전날 인도지원 검토 발표 배경을 설명하면서 '북한이 대화에 나오게끔 하겠다는 판단도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 상황이나 남북관계에 있어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인도적 지원 발표 하루 만에 도발..화해 손짓 또 '외면'

물론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우리 정부의 대북 인도지원 검토에 대한 직접적인 '응답'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자체적인 핵·미사일 개발 일정과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제재 결의 2375호에 대한 반발이 반영된 도발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도발로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고민하는 우리 정부의 움직임에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시에 '대북 인도지원 카드'로는 꽉 막힌 남북관계에 변화를 가져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북한의 도발로 인한 엄중한 상황에서 부담을 무릅쓰고 북한에 화해의 손짓을 했지만 사실상 외면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로 국제사회를 뒤흔든 지 이틀 만인 7월 6일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담은 '베를린 구상'을 발표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이후 정부는 같은 달 17일 북한에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을 공식 제의했지만, 북한은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다가 7월 28일 화성-14형을 심야에 기습 발사하는 대형 도발을 감행했다.

곤혹스런 정부..국내외 여론 추이 살필 듯

정부는 일단 이날(15일) 발표한 '정부 성명'에서 "북한이 최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이어, 또다시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는 물론 국제 평화와 안전에 대한 매우 심대하고 엄중한 도전으로서,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청와대는 북한이 IRBM(중거리탄도미사일) 급 도발을 또다시 감행했지만, 대북 인도적 지원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도 인도지원 검토 방침을 밝힌 정부로서는 이번 미사일 발사로 상당히 곤혹스럽게 됐다.

여야, 北 도발에 한목소리로 규탄...대북정책엔 온도차

정치권도 북한의 추가 미사일 도발에 대해 여야가 한목소리로 규탄했지만, 대북 정책에 대해선 온도 차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정부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반복되는 도발이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완전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도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은 북한 도발 빈도를 볼 때 이제 '적당한 제재'로는 제어할 수 없다는 게 분명해지고 있다고 논평했다.

특히 문제는 우리 정부라면서, 일본은 즉각 주민들에게 대피 안내를 하는데, 우리 정부는 '800만 달러 지원' 얘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또 문 대통령이 CNN 인터뷰에서 전술핵 반대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핵은 핵으로 억지할 수밖에 없다면서 '안보 포기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우리가 인도적 대북지원을 얘기할 때 북한은 미사일로 화답했다며 더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비핵화를 전제로 했던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한계점에 다다랐다면서 더는 희망과 현실을 혼동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바른정당도 문 대통령의 '전술핵 반대', 통일부의 뜬금없는 '인도적 지원'이 하루 만에 비웃음거리가 됐다며 문 대통령과 정부는 안보 현실을 직시하고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오는 21일 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고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지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그전까지 국내외 여론의 추이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가 나온 지 이틀 만에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지원 검토 방침을 밝히고, 이어 하루 만에 북한이 미사일 도발에 다시 나서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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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5 10:44:07
    • 수정2017-09-15 10:56:23
    취재K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800만 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지원을 검토한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북한이 비행거리 3천700㎞에 달하는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우리의 화해 손짓을 또다시 외면한 셈이 됐다.


통일부, "북한 모자 보건 사업 800만 달러 지원 검토..21일 결정"

정부는 어제(14일)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모자 보건 사업에 8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21일 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지원 여부가 결정된다고 발표했다.

'대북 인도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추진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라지만 북한에 화해의 메시지를 전해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다음 달 4일이 10·4 정상선언 10주년이라는 점도 정부가 인도지원 검토 발표 시점을 택하는 데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전날 인도지원 검토 발표 배경을 설명하면서 '북한이 대화에 나오게끔 하겠다는 판단도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 상황이나 남북관계에 있어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인도적 지원 발표 하루 만에 도발..화해 손짓 또 '외면'

물론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우리 정부의 대북 인도지원 검토에 대한 직접적인 '응답'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자체적인 핵·미사일 개발 일정과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제재 결의 2375호에 대한 반발이 반영된 도발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도발로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고민하는 우리 정부의 움직임에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시에 '대북 인도지원 카드'로는 꽉 막힌 남북관계에 변화를 가져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북한의 도발로 인한 엄중한 상황에서 부담을 무릅쓰고 북한에 화해의 손짓을 했지만 사실상 외면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로 국제사회를 뒤흔든 지 이틀 만인 7월 6일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담은 '베를린 구상'을 발표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이후 정부는 같은 달 17일 북한에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을 공식 제의했지만, 북한은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다가 7월 28일 화성-14형을 심야에 기습 발사하는 대형 도발을 감행했다.

곤혹스런 정부..국내외 여론 추이 살필 듯

정부는 일단 이날(15일) 발표한 '정부 성명'에서 "북한이 최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이어, 또다시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는 물론 국제 평화와 안전에 대한 매우 심대하고 엄중한 도전으로서,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청와대는 북한이 IRBM(중거리탄도미사일) 급 도발을 또다시 감행했지만, 대북 인도적 지원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도 인도지원 검토 방침을 밝힌 정부로서는 이번 미사일 발사로 상당히 곤혹스럽게 됐다.

여야, 北 도발에 한목소리로 규탄...대북정책엔 온도차

정치권도 북한의 추가 미사일 도발에 대해 여야가 한목소리로 규탄했지만, 대북 정책에 대해선 온도 차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정부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반복되는 도발이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완전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도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은 북한 도발 빈도를 볼 때 이제 '적당한 제재'로는 제어할 수 없다는 게 분명해지고 있다고 논평했다.

특히 문제는 우리 정부라면서, 일본은 즉각 주민들에게 대피 안내를 하는데, 우리 정부는 '800만 달러 지원' 얘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또 문 대통령이 CNN 인터뷰에서 전술핵 반대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핵은 핵으로 억지할 수밖에 없다면서 '안보 포기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우리가 인도적 대북지원을 얘기할 때 북한은 미사일로 화답했다며 더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비핵화를 전제로 했던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한계점에 다다랐다면서 더는 희망과 현실을 혼동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바른정당도 문 대통령의 '전술핵 반대', 통일부의 뜬금없는 '인도적 지원'이 하루 만에 비웃음거리가 됐다며 문 대통령과 정부는 안보 현실을 직시하고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오는 21일 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고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지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그전까지 국내외 여론의 추이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가 나온 지 이틀 만에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지원 검토 방침을 밝히고, 이어 하루 만에 북한이 미사일 도발에 다시 나서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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