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미국 수도원의 구상나무…한국과 특별한 인연은?

입력 2017.09.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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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미국 수도원의 구상나무…한국과 특별한 인연은?

[특파원 리포트] 미국 수도원의 구상나무…한국과 특별한 인연은?

한국 고유종 상록침엽수 '구상나무'...멸종 위기

상록침엽수인 구상나무는 한국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종이자 희귀종이다. 해발 500~2,000미터 습기가 많은 숲속에서 자생하며, 한라산이나 지리산, 덕유산 등 높은 산에서 자라고 있다.

겉으로 보면 일반 소나무, 전나무와 비슷하지만, 잎끝 가운데가 오목하게 파이고 잎 뒷면이 하얀색이며 솔방울이 하늘을 향해 곧게 서있는 것이 특징이다.


태양을 보고 전진하는 기상과 아름다운 자태 때문에, 88올림픽 때는 심벌나무로 지정되기도 했다. 또, 수형이 매우 아름다워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랑받고 있고 구상나무를 보기 위해 제주도 한라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고산지대에 기온이 높아져 구상나무가 말라죽어가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지난 2013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멸종위기의 구상나무...미국 애팔래치아 산맥에서 자란다

멸종위기에 있는 한국 토종 구상나무가 군락으로 자라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기자가 찾은 곳은 미국 뉴저지에 있는 세인트폴 수도원이다. 뉴욕 맨하탄에서 서쪽으로 100킬로미터 떨어진 곳인데, 침엽수가 무더기로 자라고 있었다.


전나무가 많았는데, 유독 눈에 띄는 침엽수가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솔방울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구상나무였다. 구상나무 5백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생명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었다. 2009년 수도원이 구입해 심은 구상나무 묘묙이 뿌리를 내렸다고 한다. 식물 애호가 백영현 씨는 비옥한 땅과 여유있는 수분, 그 두가지가 한국 토종의 구상나무가 먼 외지에서 자랄 수 있었던 핵심 인자라고 말했다.


구상나무 군락이 있는 수도원....한국과 특별한 인연

이 수도원은 특히, 6.25 전쟁 때 흥남철수의 주역 레너드 라루 선장이 수도사로 여생을 보냈던 곳으로 한국과 인연이 깊다. 라루 선장은 전쟁 후 이곳에서 평생을 수도사로 살다가 지난 2001년 10월 세상을 떠났다. 그 이후 재정난을 겪었던 이 수도원을 한국인 수도사들이 들어와 운영을 맡으면서 부흥을 이끌었다고 한다. 현재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수도사 12명 중 9명이 한국인이다.

수도원 측은 라루 선장의 묘 주변에 한국산 나무로 이뤄진 '한국 정원'을 조성 중에 있고, 라루 선장의 기념관 건립도 계획 중이다. 대통령 취임 이후 두번째 미국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도 맨해튼에서 열리는 동포간담회에서 세인트폴 수도원의 사무엘 김 주임신부를 비롯한 10여 명의 신부들을 만나 라루 선장에 대한 고마움을 전달할 계획이다.

수도원은 지구 온난화로 멸종위기에 놓인 구상나무가 애팔래치아 산맥에 더 많이 퍼져 한국 나무를 미국에 알리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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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미국 수도원의 구상나무…한국과 특별한 인연은?
    • 입력 2017-09-19 07:00:03
    특파원 리포트
한국 고유종 상록침엽수 '구상나무'...멸종 위기

상록침엽수인 구상나무는 한국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종이자 희귀종이다. 해발 500~2,000미터 습기가 많은 숲속에서 자생하며, 한라산이나 지리산, 덕유산 등 높은 산에서 자라고 있다.

겉으로 보면 일반 소나무, 전나무와 비슷하지만, 잎끝 가운데가 오목하게 파이고 잎 뒷면이 하얀색이며 솔방울이 하늘을 향해 곧게 서있는 것이 특징이다.


태양을 보고 전진하는 기상과 아름다운 자태 때문에, 88올림픽 때는 심벌나무로 지정되기도 했다. 또, 수형이 매우 아름다워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랑받고 있고 구상나무를 보기 위해 제주도 한라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고산지대에 기온이 높아져 구상나무가 말라죽어가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지난 2013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멸종위기의 구상나무...미국 애팔래치아 산맥에서 자란다

멸종위기에 있는 한국 토종 구상나무가 군락으로 자라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기자가 찾은 곳은 미국 뉴저지에 있는 세인트폴 수도원이다. 뉴욕 맨하탄에서 서쪽으로 100킬로미터 떨어진 곳인데, 침엽수가 무더기로 자라고 있었다.


전나무가 많았는데, 유독 눈에 띄는 침엽수가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솔방울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구상나무였다. 구상나무 5백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생명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었다. 2009년 수도원이 구입해 심은 구상나무 묘묙이 뿌리를 내렸다고 한다. 식물 애호가 백영현 씨는 비옥한 땅과 여유있는 수분, 그 두가지가 한국 토종의 구상나무가 먼 외지에서 자랄 수 있었던 핵심 인자라고 말했다.


구상나무 군락이 있는 수도원....한국과 특별한 인연

이 수도원은 특히, 6.25 전쟁 때 흥남철수의 주역 레너드 라루 선장이 수도사로 여생을 보냈던 곳으로 한국과 인연이 깊다. 라루 선장은 전쟁 후 이곳에서 평생을 수도사로 살다가 지난 2001년 10월 세상을 떠났다. 그 이후 재정난을 겪었던 이 수도원을 한국인 수도사들이 들어와 운영을 맡으면서 부흥을 이끌었다고 한다. 현재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수도사 12명 중 9명이 한국인이다.

수도원 측은 라루 선장의 묘 주변에 한국산 나무로 이뤄진 '한국 정원'을 조성 중에 있고, 라루 선장의 기념관 건립도 계획 중이다. 대통령 취임 이후 두번째 미국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도 맨해튼에서 열리는 동포간담회에서 세인트폴 수도원의 사무엘 김 주임신부를 비롯한 10여 명의 신부들을 만나 라루 선장에 대한 고마움을 전달할 계획이다.

수도원은 지구 온난화로 멸종위기에 놓인 구상나무가 애팔래치아 산맥에 더 많이 퍼져 한국 나무를 미국에 알리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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