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개국 떠돌던 여행 청년, 게스트하우스 차린 까닭은?

입력 2017.09.19 (15:22) 수정 2017.09.1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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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 골목'으로 알려진 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 이곳에는 외국인 전용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한 남자가 있다. 김현석(39) 씨가 그 주인공이다.

현석 씨는 과거 여행을 좋아해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는 이제 외국을 떠돌아다니는 대신 자신의 방 한 칸을 내주며 동네에서 여행하기로 했다.

현석 씨는 유명한 관광지도 아닌 곳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과연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KBS '사람과 사람들'(20일 저녁 7시 35분, 1TV)은 여행이 좋아 동네에서 여행하기로 했다는 김현석 씨의 일상을 따라가 본다.

세계를 떠돌던 청년, 광주로 돌아오다


광주 서구 쌍촌동 낙지 골목에는 많은 음식점이 있다. 그 가운데 김현석 씨의 게스트하우스가 자리 잡고 있다. 그의 게스트하우스 1층에는 이국적인 인테리어를 한 카페가 있다. 현석 씨는 이 공간을 여행하며 모은 기념품들로 가득 채웠다.

현석 씨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 지 4년이 됐다. 그는 가정집에서 1호점을 시작해 얼마 되지 않아 2호점을 냈다. 그의 게스트하우스는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입소문이 나 독일에서부터 튀니지까지 여러 나라에서 여행긱들이 찾아올 만큼 알려졌다.

현석 씨가 맛집 외에 특별할 것 없는 낙지 골목에 게스트하우스를 차린 이유는 하나다. 그가 30년 동안 살았던 동네라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는 여행객들에게 동네 사람들만 알고 있는 비밀장소는 물론, 식당도 알려준다.

모자(母子)의 동상이몽


현석 씨는 처음부터 게스트하우스를 하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20대 시절 10년 동안 뚜렷한 직장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활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보며 왜 그렇게 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현석 씨의 유일한 꿈은 여행이었다. 그는 30살이 되던 해 여행을 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아둔 돈으로 비행기 표를 끊었다. 그는 인도를 시작으로 45개 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현석 씨는 여행하던 중 친한 친구의 결혼식 때문에 한국에 입국했다가 어머니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그는 고향인 광주에 돌아와서도 여행을 그리워했다.

현석 씨의 어머니는 여행이 좋아 밖으로만 다니는 아들을 보며 한 곳에 정착하기를 원했다. 반면, 아버지는 아들을 응원해줬다. 좁혀지지 않는 어머니와 아들의 갈등에서 얻은 타협점은 게스트하우스 운영이었다.

현석 씨의 어머니는 "외국을 떠돌아다니지 말고 여행자를 우리 집으로 불러오는 건 어떠냐?"는 제안했다. 현석 씨는 결국 자신이 살던 집 2층을 고쳐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석 씨가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게스트하우스 1호점을 준비할 때는 침대를 구매할 돈이 없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처음 숙박업을 운영하다 보니 미숙한 것도 한 둘이 아니었다. 현석 씨는 과거 여행을 다녔던 경험과 여행 커뮤니티에서 쌓인 정보를 바탕으로 어려움들을 이겨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아직 아들이 탐탁지 않다. 불혹을 앞둔 노총각 아들이 더 늦기 전에 결혼해 자식을 낳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하지만 현석 씨는 어머니의 바람과는 달리 평생 여행을 하면서 사는 것이 꿈이다. 어머니와 아들의 갈등은 점점 깊어져만 간다.

오늘도 나는 여행한다


현석 씨의 게스트하우스 옥상은 많은 사람들을 붐빈다. 여행객들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들을 초대해 옥상에서 다 함께 영화를 보는 날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비용은 무료다.

현석 씨는 이 이벤트를 위해 의자부터 빔프로젝터까지 준비했다. 여행객들에게 현지인의 삶을, 현지인에겐 여행의 느낌을 주고 싶어서다.

현석 씨는 1년에 한 번 자신의 나이만큼의 날들을 여행지에서 머물다 온다고 한다. 올겨울, 그는 40일 동안 시베리아 여행을 갈 계획이다. 여행을 즐겼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순간이 즐겁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여행객들을 만나는 일상 자체가 여행하는 기분을 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는 오늘도 집에서 여행한다.

[프로덕션2] 문경림 kbs.petit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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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 골목'으로 알려진 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 이곳에는 외국인 전용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한 남자가 있다. 김현석(39) 씨가 그 주인공이다.

현석 씨는 과거 여행을 좋아해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는 이제 외국을 떠돌아다니는 대신 자신의 방 한 칸을 내주며 동네에서 여행하기로 했다.

현석 씨는 유명한 관광지도 아닌 곳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과연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KBS '사람과 사람들'(20일 저녁 7시 35분, 1TV)은 여행이 좋아 동네에서 여행하기로 했다는 김현석 씨의 일상을 따라가 본다.

세계를 떠돌던 청년, 광주로 돌아오다


광주 서구 쌍촌동 낙지 골목에는 많은 음식점이 있다. 그 가운데 김현석 씨의 게스트하우스가 자리 잡고 있다. 그의 게스트하우스 1층에는 이국적인 인테리어를 한 카페가 있다. 현석 씨는 이 공간을 여행하며 모은 기념품들로 가득 채웠다.

현석 씨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 지 4년이 됐다. 그는 가정집에서 1호점을 시작해 얼마 되지 않아 2호점을 냈다. 그의 게스트하우스는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입소문이 나 독일에서부터 튀니지까지 여러 나라에서 여행긱들이 찾아올 만큼 알려졌다.

현석 씨가 맛집 외에 특별할 것 없는 낙지 골목에 게스트하우스를 차린 이유는 하나다. 그가 30년 동안 살았던 동네라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는 여행객들에게 동네 사람들만 알고 있는 비밀장소는 물론, 식당도 알려준다.

모자(母子)의 동상이몽


현석 씨는 처음부터 게스트하우스를 하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20대 시절 10년 동안 뚜렷한 직장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활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보며 왜 그렇게 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현석 씨의 유일한 꿈은 여행이었다. 그는 30살이 되던 해 여행을 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아둔 돈으로 비행기 표를 끊었다. 그는 인도를 시작으로 45개 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현석 씨는 여행하던 중 친한 친구의 결혼식 때문에 한국에 입국했다가 어머니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그는 고향인 광주에 돌아와서도 여행을 그리워했다.

현석 씨의 어머니는 여행이 좋아 밖으로만 다니는 아들을 보며 한 곳에 정착하기를 원했다. 반면, 아버지는 아들을 응원해줬다. 좁혀지지 않는 어머니와 아들의 갈등에서 얻은 타협점은 게스트하우스 운영이었다.

현석 씨의 어머니는 "외국을 떠돌아다니지 말고 여행자를 우리 집으로 불러오는 건 어떠냐?"는 제안했다. 현석 씨는 결국 자신이 살던 집 2층을 고쳐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석 씨가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게스트하우스 1호점을 준비할 때는 침대를 구매할 돈이 없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처음 숙박업을 운영하다 보니 미숙한 것도 한 둘이 아니었다. 현석 씨는 과거 여행을 다녔던 경험과 여행 커뮤니티에서 쌓인 정보를 바탕으로 어려움들을 이겨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아직 아들이 탐탁지 않다. 불혹을 앞둔 노총각 아들이 더 늦기 전에 결혼해 자식을 낳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하지만 현석 씨는 어머니의 바람과는 달리 평생 여행을 하면서 사는 것이 꿈이다. 어머니와 아들의 갈등은 점점 깊어져만 간다.

오늘도 나는 여행한다


현석 씨의 게스트하우스 옥상은 많은 사람들을 붐빈다. 여행객들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들을 초대해 옥상에서 다 함께 영화를 보는 날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비용은 무료다.

현석 씨는 이 이벤트를 위해 의자부터 빔프로젝터까지 준비했다. 여행객들에게 현지인의 삶을, 현지인에겐 여행의 느낌을 주고 싶어서다.

현석 씨는 1년에 한 번 자신의 나이만큼의 날들을 여행지에서 머물다 온다고 한다. 올겨울, 그는 40일 동안 시베리아 여행을 갈 계획이다. 여행을 즐겼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순간이 즐겁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여행객들을 만나는 일상 자체가 여행하는 기분을 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는 오늘도 집에서 여행한다.

[프로덕션2] 문경림 kbs.petit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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