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힘들어요”…선생님들의 SOS

입력 2017.09.20 (08:00) 수정 2017.09.2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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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으로 교육 전환기를 맞이한 지금, 교사들이 성장통을 겪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교실 풍경을 바꿔놓았다. '좋은 성적은 인생의 성공'이라는 방정식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 미래학자들은 기술의 발달로 지금 형태의 교사는 불필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 지난해부터 중학교에 시험 대신 토론ㆍ실습수업이나 진로교육을 하는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됐다. 시험이 사라진 교실에서 학생은 주체적인 학습을, 교사는 새로운 혁신 교수법을 요구받는다.

변화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낯설다. 특히 자유학기제를 이끌어야 할 교사는 몹시 혼란스럽다.


학생 앞에선 늘 어른이었던 선생님이지만, 이들도 수업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다. 100여 명의 교사가 모여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자괴감마저 든다고 고백하며 용기를 내 편지를 썼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선생님이 보낸 SOS, 100통의 편지(22일(금) 저녁 7시 35분, KBS 1TV)'는 교사들이 보내온 100통의 편지 안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본다.

"수업이 힘들어요"..'수업 포기자'가 된 교사

'거침없는 학생들의 언행에 위축되는 자신을 봅니다. 어떨 땐 교사가 필요 없어지는 것이 아닌지 두려움도 생깁니다..' -힐링캠프 참가 교사의 편지 중-

예전과 달리 교사를 존중하는 분위기는 사라졌다. 수업에 귀 기울이는 학생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교사의 자존감은 나날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 7월, 방학을 맞아 자존감 회복이 필요한 교사를 위한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다. 교사 100여 명이 '힐링캠프'로 모여 서로 고민을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보냈다.


교사들은 학생과 수업으로 소통하지 못하는 현실에 좌절하고 있었다. 추선영 교사는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을 보는 게 힘들다고 털어놨다. "아이도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교사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교사도 감정노동자라고 저희는 말해요. 여러 가지 병이 막 생겨요."

교직 경력 8년의 강원도 원주 육민관고등학교 허경은 교사는 보람 있는 직업, 안정된 삶을 찾아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치열한 임용 경쟁을 뚫고 교단에 섰지만 허 교사는 최근 수업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고민이 커졌다.

'꽤 잘 가르치는 교사라 자만했는데 그게 아닌 걸 깨닫는 순간 자신감,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아이들 눈치까지 보는 나를 발견하게 됐어.'
-허경은 교사의 편지 중-

교육 전환시대, 교사의 역할은?

수업 방식의 변화를 꾀하고자 교사 50여 명이 한곳에 모였다. 방학도 반납하고 1박 2일 캠프에 참가해 어떻게 새로운 수업을 만들어 나갈지 함께 고심하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캠프에서 만난 최명숙 교사는 내년 8월 정년을 앞둔 일명 '다된 샘'이다. 최 교사는 교직 생활 30여 년 동안 상처가 많았다. '기술 가정은 쓸모없는 과목'이라며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최 교사는 수업 방식을 바꿨다. 수업 시간을 '강의'가 아닌 '활동'으로 채웠다. 다양한 활동을 체험할 수 있도록 수업을 바꾸자 아이들의 눈빛과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는데 이 수업 방식을 알게 된 거죠. 그 이후로 완전히 바뀌었어요. 수업을 바꾸니 아이들과의 관계도 달라지고 제 삶 자체가 많이 바뀌게 되었어요."


최 교사는 자신이 경험한 변화를 캠프에 참여한 교사들과 공유했다. 교사들은 일일 학생이 되어 최 교사의 수업에 참여했다. 교사들은 새로운 수업을 하기 위해 다양한 교수법을 익히며 노력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교육 전환기를 맞이한 지금, 교사들이 수업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교사의 노력으로 진정한 교육이 살아날 수 있을지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해 본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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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0 08:00:14
    • 수정2017-09-22 17:43:07
    사회
4차 산업혁명으로 교육 전환기를 맞이한 지금, 교사들이 성장통을 겪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교실 풍경을 바꿔놓았다. '좋은 성적은 인생의 성공'이라는 방정식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 미래학자들은 기술의 발달로 지금 형태의 교사는 불필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 지난해부터 중학교에 시험 대신 토론ㆍ실습수업이나 진로교육을 하는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됐다. 시험이 사라진 교실에서 학생은 주체적인 학습을, 교사는 새로운 혁신 교수법을 요구받는다.

변화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낯설다. 특히 자유학기제를 이끌어야 할 교사는 몹시 혼란스럽다.


학생 앞에선 늘 어른이었던 선생님이지만, 이들도 수업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다. 100여 명의 교사가 모여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자괴감마저 든다고 고백하며 용기를 내 편지를 썼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선생님이 보낸 SOS, 100통의 편지(22일(금) 저녁 7시 35분, KBS 1TV)'는 교사들이 보내온 100통의 편지 안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본다.

"수업이 힘들어요"..'수업 포기자'가 된 교사

'거침없는 학생들의 언행에 위축되는 자신을 봅니다. 어떨 땐 교사가 필요 없어지는 것이 아닌지 두려움도 생깁니다..' -힐링캠프 참가 교사의 편지 중-

예전과 달리 교사를 존중하는 분위기는 사라졌다. 수업에 귀 기울이는 학생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교사의 자존감은 나날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 7월, 방학을 맞아 자존감 회복이 필요한 교사를 위한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다. 교사 100여 명이 '힐링캠프'로 모여 서로 고민을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보냈다.


교사들은 학생과 수업으로 소통하지 못하는 현실에 좌절하고 있었다. 추선영 교사는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을 보는 게 힘들다고 털어놨다. "아이도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교사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교사도 감정노동자라고 저희는 말해요. 여러 가지 병이 막 생겨요."

교직 경력 8년의 강원도 원주 육민관고등학교 허경은 교사는 보람 있는 직업, 안정된 삶을 찾아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치열한 임용 경쟁을 뚫고 교단에 섰지만 허 교사는 최근 수업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고민이 커졌다.

'꽤 잘 가르치는 교사라 자만했는데 그게 아닌 걸 깨닫는 순간 자신감,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아이들 눈치까지 보는 나를 발견하게 됐어.'
-허경은 교사의 편지 중-

교육 전환시대, 교사의 역할은?

수업 방식의 변화를 꾀하고자 교사 50여 명이 한곳에 모였다. 방학도 반납하고 1박 2일 캠프에 참가해 어떻게 새로운 수업을 만들어 나갈지 함께 고심하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캠프에서 만난 최명숙 교사는 내년 8월 정년을 앞둔 일명 '다된 샘'이다. 최 교사는 교직 생활 30여 년 동안 상처가 많았다. '기술 가정은 쓸모없는 과목'이라며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최 교사는 수업 방식을 바꿨다. 수업 시간을 '강의'가 아닌 '활동'으로 채웠다. 다양한 활동을 체험할 수 있도록 수업을 바꾸자 아이들의 눈빛과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는데 이 수업 방식을 알게 된 거죠. 그 이후로 완전히 바뀌었어요. 수업을 바꾸니 아이들과의 관계도 달라지고 제 삶 자체가 많이 바뀌게 되었어요."


최 교사는 자신이 경험한 변화를 캠프에 참여한 교사들과 공유했다. 교사들은 일일 학생이 되어 최 교사의 수업에 참여했다. 교사들은 새로운 수업을 하기 위해 다양한 교수법을 익히며 노력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교육 전환기를 맞이한 지금, 교사들이 수업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교사의 노력으로 진정한 교육이 살아날 수 있을지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해 본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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