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김정은 도발’ 뒤에서 웃는 아베…내친 김에 정권재창출 노려

입력 2017.09.2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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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김정은 도발’ 뒤에서 웃는 아베…내친 김에 정권재창출 노려

[특파원리포트] ‘김정은 도발’ 뒤에서 웃는 아베…내친 김에 정권재창출 노려

최근 일본에서 우스갯소리처럼 회자하는 말이 있다.

"북한이랑 아베 총리랑 뒤에서 뭔가 거래하고 있는 거 아냐?"

무슨 말일까? 지지율 하락에 허덕이던 아베 총리가 북한 사태로 지지율 회복 기미를 보이는 걸 빗대어 하는 말이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세간의 쑥덕거림이지만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핵 실험을 할 때마다 비장한 얼굴로 언론 앞에 서는 아베 총리가 돌아서서는 웃으며 퇴장한다는 말들도 한다.


글자 그대로 기사회생이다.

사학 스캔들 등 연이은 권력형 의혹에 각료와 소속 의원들의 설화까지 겹치면서 지난 7월 최저 지지율 26%(마이니치 신문)를 기록할 때만 해도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포스트 아베'를 논하며 아베 정권의 운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도쿄 도의회 선거 참패까지 겹치면서 아베 총리를 중심으로 한 자민당 내 구심력도 무너지는 듯해 보였다.

하지만 불과 2달여 만에 아베 내각 지지율은 50%대를 회복하는 등 다시 살아난 모양새다. 그 사이 내각 인사를 단행하는 등 여러 조치를 취했지만, 역시 이처럼 지지율이 단기간 내에 회복된 데에는 북한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북한이 2차례 일본 상공 위를 통과하는 미사일 발사를 실시해 일본 국민들의 위기감이 한껏 증폭된 데다 핵실험까지 진행하면서 안보에 대한 관심을 그 어느 때보다도 높여놓았다.

분위기가 우호적으로 바뀌자 곧바로 아베 총리가 꺼내 든 것이 중의원 해산 카드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총리가 국회 해산권, 즉 선거를 다시 치러 국회를 구성할 시기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국회 해산권은 늘 여당에 가장 유리한 시기에 선거에 승리할 수 있는 타이밍을 노리는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돼 왔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이번 국회 해산의 가장 큰 이유로 '안보 이슈', '북한 문제'를 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뉴욕 유엔 총회 참석 후 돌아온 뒤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들에게 국회 해산의 이유를 밝히고 지지를 호소할 예정인데 북한 문제를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위중한 시기에 국민의 지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해 신임을 얻은 뒤 국내 정치 불안전성을 제거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제 사회와 연대해 북한 문제에 대처해나가겠다는 논리다.

야당에서는 각종 스캔들 등을 덮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하지만, 북한 이슈가 워낙 큰 만큼 그 목소리가 큰 울림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여기에 현재 일본 야권의 구조도 아베 총리가 국회 해산을 밀어붙이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제일 야당인 민진당은 새로운 대표를 선출했지만, 여전히 10% 미만의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고 있고,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도 새 대표 체제에 기대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기대한다는 쪽을 크게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고이케 도쿄 지사 중심의 가칭 '일본 퍼스트회'에 참여하기 위해 탈당하는 인사까지 나오고 있어 이래저래 내우외환에 빠진 상황이다. 또 그동안 민진-공산-사민 등이 야권 연대를 이뤄 선거에 임하던 것에 대해서도 마에하라 새 대표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야권 후보 단일화도 험난할 것으로 보이는 부분도 자민당에 나쁘지 않은 선거 환경일 수 있다.

고이케 지사를 중심으로 한 그룹도 신당 창당을 서두르고 있지만 당장 다음 달 말로 예정된 선거에 어느 정도 진용을 갖춰 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90% 가까이 선거구별 후보가 결정돼 있는 자민당이 유리한 국면에서 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의미다.

아베 총리로서는 자민당이 과반수만 확보해도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현 단계에서 상당히 높아 보인다. 아베 총리가 전후 최장수 총리가 될 수 있는 밑거름은 북한이 제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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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김정은 도발’ 뒤에서 웃는 아베…내친 김에 정권재창출 노려
    • 입력 2017-09-20 11:09:16
    특파원 리포트
최근 일본에서 우스갯소리처럼 회자하는 말이 있다.

"북한이랑 아베 총리랑 뒤에서 뭔가 거래하고 있는 거 아냐?"

무슨 말일까? 지지율 하락에 허덕이던 아베 총리가 북한 사태로 지지율 회복 기미를 보이는 걸 빗대어 하는 말이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세간의 쑥덕거림이지만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핵 실험을 할 때마다 비장한 얼굴로 언론 앞에 서는 아베 총리가 돌아서서는 웃으며 퇴장한다는 말들도 한다.


글자 그대로 기사회생이다.

사학 스캔들 등 연이은 권력형 의혹에 각료와 소속 의원들의 설화까지 겹치면서 지난 7월 최저 지지율 26%(마이니치 신문)를 기록할 때만 해도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포스트 아베'를 논하며 아베 정권의 운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도쿄 도의회 선거 참패까지 겹치면서 아베 총리를 중심으로 한 자민당 내 구심력도 무너지는 듯해 보였다.

하지만 불과 2달여 만에 아베 내각 지지율은 50%대를 회복하는 등 다시 살아난 모양새다. 그 사이 내각 인사를 단행하는 등 여러 조치를 취했지만, 역시 이처럼 지지율이 단기간 내에 회복된 데에는 북한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북한이 2차례 일본 상공 위를 통과하는 미사일 발사를 실시해 일본 국민들의 위기감이 한껏 증폭된 데다 핵실험까지 진행하면서 안보에 대한 관심을 그 어느 때보다도 높여놓았다.

분위기가 우호적으로 바뀌자 곧바로 아베 총리가 꺼내 든 것이 중의원 해산 카드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총리가 국회 해산권, 즉 선거를 다시 치러 국회를 구성할 시기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국회 해산권은 늘 여당에 가장 유리한 시기에 선거에 승리할 수 있는 타이밍을 노리는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돼 왔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이번 국회 해산의 가장 큰 이유로 '안보 이슈', '북한 문제'를 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뉴욕 유엔 총회 참석 후 돌아온 뒤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들에게 국회 해산의 이유를 밝히고 지지를 호소할 예정인데 북한 문제를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위중한 시기에 국민의 지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해 신임을 얻은 뒤 국내 정치 불안전성을 제거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제 사회와 연대해 북한 문제에 대처해나가겠다는 논리다.

야당에서는 각종 스캔들 등을 덮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하지만, 북한 이슈가 워낙 큰 만큼 그 목소리가 큰 울림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여기에 현재 일본 야권의 구조도 아베 총리가 국회 해산을 밀어붙이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제일 야당인 민진당은 새로운 대표를 선출했지만, 여전히 10% 미만의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고 있고,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도 새 대표 체제에 기대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기대한다는 쪽을 크게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고이케 도쿄 지사 중심의 가칭 '일본 퍼스트회'에 참여하기 위해 탈당하는 인사까지 나오고 있어 이래저래 내우외환에 빠진 상황이다. 또 그동안 민진-공산-사민 등이 야권 연대를 이뤄 선거에 임하던 것에 대해서도 마에하라 새 대표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야권 후보 단일화도 험난할 것으로 보이는 부분도 자민당에 나쁘지 않은 선거 환경일 수 있다.

고이케 지사를 중심으로 한 그룹도 신당 창당을 서두르고 있지만 당장 다음 달 말로 예정된 선거에 어느 정도 진용을 갖춰 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90% 가까이 선거구별 후보가 결정돼 있는 자민당이 유리한 국면에서 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의미다.

아베 총리로서는 자민당이 과반수만 확보해도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현 단계에서 상당히 높아 보인다. 아베 총리가 전후 최장수 총리가 될 수 있는 밑거름은 북한이 제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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