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성 장애 청년이 그린 ‘세상의 모습’은?

입력 2017.09.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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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성 장애'를 앓는 청년이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2016년, 부산광역시 금정구 장애인 복지관에선 영화 '용상 씨의 외출'이 발표됐다. 5분 남짓한 영화는 자폐성 장애를 앓는 청년과 엄마의 외출을 그렸다.


몸을 주체하지 못해 이리저리 흔드는 청년의 모습에 지하철 안에 있던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자리를 피한다. 이 청년이 노약자석에 앉자, 나무라는 노인도 등장한다. 이에 분노한 청년의 엄마가 "그럼 우린 아무 데도 다니지 말란 것이냐"며 맞서자 노인은 "장애가 있으면 집에나 있지 왜 돌아다니느냐"라고 따져 묻는다.



이 작품은 영화에 등장하는 김용상(30) 씨와 엄마 박순천(53) 씨가 함께 제작한 장애인 인권 영화다. 용상 씨는 실제 자폐성 장애를 앓고 있다. 어릴 때부터 지하철을 좋아했던 용상 씨는 영화 배경을 자연스레 지하철로 정했다.


용상 씨에게는 자신과 같은 장애를 가진 동생 용복(28) 씨가 있다. 엄마 순천 씨는 두 형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동생을 챙기느라 바쁜 엄마를 대신해 용상 씨는 밥을 차리고 스스로 일도 해낸다. 엄마는 그런 용상 씨가 마냥 대견하다.

올해도 용상 씨는 다른 장애인들과 함께 장애인 인권 영화를 만들고 있다. 영화로 장애인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휠체어 타고 떠나는 '무장애 여행'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동해로 여행을 떠났다.

장애인에게 여행은 쉽지 않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경사로나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된 건물이 드문 데다, 곳곳에 '물리적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관광지를 '열린 관광지'로 선정했다. 앞으로 5년 동안 모두 100개의 '열린 관광지'를 추가한다는 목표다.

휠체어를 탄 여행작가 전윤선(51) 씨가 '열린 관광지' 관광에 나섰다. 서른 즈음 장애 판정을 받은 윤선 씨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여행하며 '익숙한 풍경, 낯선 이야기'라는 '휠체어 여행 에세이'를 펴냈다. 장애가 있어도 갈 수 있는 국내외 여행지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윤선 씨가 택한 여행지는 동해다. 휠체어를 타고 '무장애(無障礙·barrier free) 여행'을 떠났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동해의 명소 '묵호 등대'와 '논골담길'이다. 묵호 등대 앞 소공원은 동해를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로 동해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각종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지가 된 곳이기도 하다. 등대 옆 논골담길 담벼락에는 묵호항 사람들의 이야기가 벽화로 그려져 있다. 오랜 세월 이곳에 살아온 마을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다.

동해의 명물, 묵호항 수산시장에는 동해안의 각종 해산물이 가득하다. 이날 밤 윤선 씨의 숙소에서는 시장에서 산 신선한 홍게로 '홍게 파티'가 벌어졌다.


둘째 날, 윤선 씨는 해돋이 명소 '정동진'으로 향했다. 새벽 기차를 타고 도착한 정동진에는 일출을 보기 위해 모여든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정동진에 있는 '모래시계 공원'은 장애인, 어르신, 영·유아 동반가족 등 누구든지 제약없이 즐길 수 있어 '열린 관광지'로 선정됐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판과 편히 이동할 수 있도록 설치된 나무 도보 길까지,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준비돼 있다.

강원도 전통 오일장인 '북평오일장(이하, '북평장')'도 찾았다. 1796년부터 이어져 내려온 동해 북평장은 국내 3대 장터로, 대형 마트조차 장이 서는 날엔 꼼짝 못 할 정도다. 이곳에선 이색적인 물건들을 비롯해 '북평장'만의 개성 있는 풍경들을 감상할 수 있다.


시끌벅적한 장터를 구경한 윤선 씨는 '약천 문화마을'과 '망상해수욕장'을 방문해 고즈넉한 가을 풍경을 즐겼다. 윤선 씨는 휠체어를 타고도 여행의 휴식을 만끽할 수 있다는 걸 몸소 증명해 보였다.

'사랑의 가족(21일(목) 오후 1시, KBS 1TV)'은 자폐성 장애를 앓고 있는 영화감독 용상 씨와 휠체어 여행작가인 윤선 씨를 만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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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1 08: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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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성 장애'를 앓는 청년이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2016년, 부산광역시 금정구 장애인 복지관에선 영화 '용상 씨의 외출'이 발표됐다. 5분 남짓한 영화는 자폐성 장애를 앓는 청년과 엄마의 외출을 그렸다.


몸을 주체하지 못해 이리저리 흔드는 청년의 모습에 지하철 안에 있던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자리를 피한다. 이 청년이 노약자석에 앉자, 나무라는 노인도 등장한다. 이에 분노한 청년의 엄마가 "그럼 우린 아무 데도 다니지 말란 것이냐"며 맞서자 노인은 "장애가 있으면 집에나 있지 왜 돌아다니느냐"라고 따져 묻는다.



이 작품은 영화에 등장하는 김용상(30) 씨와 엄마 박순천(53) 씨가 함께 제작한 장애인 인권 영화다. 용상 씨는 실제 자폐성 장애를 앓고 있다. 어릴 때부터 지하철을 좋아했던 용상 씨는 영화 배경을 자연스레 지하철로 정했다.


용상 씨에게는 자신과 같은 장애를 가진 동생 용복(28) 씨가 있다. 엄마 순천 씨는 두 형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동생을 챙기느라 바쁜 엄마를 대신해 용상 씨는 밥을 차리고 스스로 일도 해낸다. 엄마는 그런 용상 씨가 마냥 대견하다.

올해도 용상 씨는 다른 장애인들과 함께 장애인 인권 영화를 만들고 있다. 영화로 장애인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휠체어 타고 떠나는 '무장애 여행'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동해로 여행을 떠났다.

장애인에게 여행은 쉽지 않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경사로나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된 건물이 드문 데다, 곳곳에 '물리적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관광지를 '열린 관광지'로 선정했다. 앞으로 5년 동안 모두 100개의 '열린 관광지'를 추가한다는 목표다.

휠체어를 탄 여행작가 전윤선(51) 씨가 '열린 관광지' 관광에 나섰다. 서른 즈음 장애 판정을 받은 윤선 씨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여행하며 '익숙한 풍경, 낯선 이야기'라는 '휠체어 여행 에세이'를 펴냈다. 장애가 있어도 갈 수 있는 국내외 여행지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윤선 씨가 택한 여행지는 동해다. 휠체어를 타고 '무장애(無障礙·barrier free) 여행'을 떠났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동해의 명소 '묵호 등대'와 '논골담길'이다. 묵호 등대 앞 소공원은 동해를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로 동해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각종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지가 된 곳이기도 하다. 등대 옆 논골담길 담벼락에는 묵호항 사람들의 이야기가 벽화로 그려져 있다. 오랜 세월 이곳에 살아온 마을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다.

동해의 명물, 묵호항 수산시장에는 동해안의 각종 해산물이 가득하다. 이날 밤 윤선 씨의 숙소에서는 시장에서 산 신선한 홍게로 '홍게 파티'가 벌어졌다.


둘째 날, 윤선 씨는 해돋이 명소 '정동진'으로 향했다. 새벽 기차를 타고 도착한 정동진에는 일출을 보기 위해 모여든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정동진에 있는 '모래시계 공원'은 장애인, 어르신, 영·유아 동반가족 등 누구든지 제약없이 즐길 수 있어 '열린 관광지'로 선정됐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판과 편히 이동할 수 있도록 설치된 나무 도보 길까지,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준비돼 있다.

강원도 전통 오일장인 '북평오일장(이하, '북평장')'도 찾았다. 1796년부터 이어져 내려온 동해 북평장은 국내 3대 장터로, 대형 마트조차 장이 서는 날엔 꼼짝 못 할 정도다. 이곳에선 이색적인 물건들을 비롯해 '북평장'만의 개성 있는 풍경들을 감상할 수 있다.


시끌벅적한 장터를 구경한 윤선 씨는 '약천 문화마을'과 '망상해수욕장'을 방문해 고즈넉한 가을 풍경을 즐겼다. 윤선 씨는 휠체어를 타고도 여행의 휴식을 만끽할 수 있다는 걸 몸소 증명해 보였다.

'사랑의 가족(21일(목) 오후 1시, KBS 1TV)'은 자폐성 장애를 앓고 있는 영화감독 용상 씨와 휠체어 여행작가인 윤선 씨를 만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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