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 구조현장서 울려퍼지는 “노래해요, 울지말고”

입력 2017.09.21 (17:20) 수정 2017.09.2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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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야∼야∼, 노래해요, 울지 말고"

열흘여 만에 2번째 강진에 강타당한 멕시코시티 거리에 울려 퍼지는 멕시코 국민 민요 '시엘리토 린도'의 후렴구다. '사랑스러운 연인'쯤으로 해석되는 사랑가이지만, 구조대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폐허 속에서 구조·복구 활동을 하면서 때때로 '떼창'하는 모습이 사회 매체들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재난에 무너지지 않고 힘을 합쳐 재기하려는 의지의 상징이다.

이미 2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수십 채 건물이 무너진 멕시코시티의 주민들 사이에서 보기 드문 사회적 유대 의식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멕시코시티는 "사분오열된" 사회로 유명했다는 것이다.

지난 2일에 이어 2번째 강진이 멕시코시티를 덮친 날은 공교롭게도 32년 전 멕시코 대지진이 일어난 날이었다. 이번 지진은 주민들에게 수천 명이 사망했던 그때의 공포를 다시 불러일으켰지만 "또한 그때 대지진을 극복해냈던 것과 똑같은 유대감을 되살렸다"고 온라인 매체 콰르츠는 21일 전했다.

"온갖 사회적 분열로 갈가리 찢겨 있던 멕시코 시티에서, 주민들이 한몸이 돼 인간 사슬을 만들어 구조현장에서 잔해들을 치우고 구조 연장과 의약품과 식품 등 구호품들을 전달하는 감동을 자아내는 유대가 펼쳐지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도 묘사했다.

"건물 밖으로 뛰쳐나와 보니 사람들이 달려가고 있었다. 대피 행렬인 줄 알았으나 나중에 보니 거리 모퉁이 붕괴한 건물로 구조 손길을 보태러 뛰어간 것이었다"고 현지의 자유기고가는 미국 CNN 방송에 보낸 글에서 설명하면서 "이 유대감이야말로 멕시코를 버티게 하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5층짜리 아파트 건물이 폭삭 주저앉은 자리에서 구조 활동을 돕던 한 민간 기술자는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냥 일반 시민"이라고 말했다. 1985년 대지진 때도 전문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대거 현장에 뛰어들어 구조 활동에 나섰었다. 일반 시민들도 인간 사슬을 만들어 무너진 건물 잔해들을 하나하나 옮기고 있었다. 한 구조대원은 "저 아래 5명이 살아있다. 중장비가 들어오면 죽을지도 몰라서 손으로 하고 있다.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진동이 멈추자마자 구조구호에 나선 이웃 주민들은 콘크리트 잔해를 치우고 거리 교통정리에 나서는 등의 활동을 통해 24시간도 채 안 돼 광대한 복구활동 망을 형성함으로써 정부 행정력의 빈틈을 메꿨다고 콰르츠는 설명했다. 1985년 전과 다른 점은 기술과 사회 매체 덕분에 자발적인 민간 구조구호망의 역량이 몇 배나 커졌다는 것이다.

콰르츠는 32년 전·후의 재난 현장 구조구호 활동 장면을 찍은 사진 가운데 유사한 장면들을 모아 비교해 보이기도 했다. 무너진 건물 아래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생명을 구하려는 구조대원들이 주먹 쥔 손을 높이 들면 주위의 소란이 일순 멈춘다. 잔해 더미 아래에서 살아있다는 신호가 있는지 귀를 쫑긋 세울 때이다.

2017년엔 사회관계망서비스가 가족, 친지, 친구의 안위와 행방을 묻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32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손으로 쓴 쪽지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콰르츠는 "주민들이 서로에게 무관심한 것으로 정평이 난 멕시코시티에서 이례적으로 동지애가 발현되고 있다"며 "1985년 지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이런 자발적 협력 정신이 지진 복구 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1985년 대지진을 계기로 형성됐던 유대감이 이후 시민단체 조직과 정치참여 활성화로 이어져 결국 지난 2000년 멕시코의 70년 1당 체제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1주일 전 우리는 85년 대지진이 부패 문제에 대한 멕시코 국민의 각성 계기가 됐던 것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는데 그때의 유대감이 오늘날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한 트윗 내용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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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멕시코시티 구조현장서 울려퍼지는 “노래해요, 울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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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7-09-21 17:27:21
    국제
"야∼야∼야∼야∼, 노래해요, 울지 말고"

열흘여 만에 2번째 강진에 강타당한 멕시코시티 거리에 울려 퍼지는 멕시코 국민 민요 '시엘리토 린도'의 후렴구다. '사랑스러운 연인'쯤으로 해석되는 사랑가이지만, 구조대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폐허 속에서 구조·복구 활동을 하면서 때때로 '떼창'하는 모습이 사회 매체들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재난에 무너지지 않고 힘을 합쳐 재기하려는 의지의 상징이다.

이미 2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수십 채 건물이 무너진 멕시코시티의 주민들 사이에서 보기 드문 사회적 유대 의식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멕시코시티는 "사분오열된" 사회로 유명했다는 것이다.

지난 2일에 이어 2번째 강진이 멕시코시티를 덮친 날은 공교롭게도 32년 전 멕시코 대지진이 일어난 날이었다. 이번 지진은 주민들에게 수천 명이 사망했던 그때의 공포를 다시 불러일으켰지만 "또한 그때 대지진을 극복해냈던 것과 똑같은 유대감을 되살렸다"고 온라인 매체 콰르츠는 21일 전했다.

"온갖 사회적 분열로 갈가리 찢겨 있던 멕시코 시티에서, 주민들이 한몸이 돼 인간 사슬을 만들어 구조현장에서 잔해들을 치우고 구조 연장과 의약품과 식품 등 구호품들을 전달하는 감동을 자아내는 유대가 펼쳐지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도 묘사했다.

"건물 밖으로 뛰쳐나와 보니 사람들이 달려가고 있었다. 대피 행렬인 줄 알았으나 나중에 보니 거리 모퉁이 붕괴한 건물로 구조 손길을 보태러 뛰어간 것이었다"고 현지의 자유기고가는 미국 CNN 방송에 보낸 글에서 설명하면서 "이 유대감이야말로 멕시코를 버티게 하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5층짜리 아파트 건물이 폭삭 주저앉은 자리에서 구조 활동을 돕던 한 민간 기술자는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냥 일반 시민"이라고 말했다. 1985년 대지진 때도 전문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대거 현장에 뛰어들어 구조 활동에 나섰었다. 일반 시민들도 인간 사슬을 만들어 무너진 건물 잔해들을 하나하나 옮기고 있었다. 한 구조대원은 "저 아래 5명이 살아있다. 중장비가 들어오면 죽을지도 몰라서 손으로 하고 있다.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진동이 멈추자마자 구조구호에 나선 이웃 주민들은 콘크리트 잔해를 치우고 거리 교통정리에 나서는 등의 활동을 통해 24시간도 채 안 돼 광대한 복구활동 망을 형성함으로써 정부 행정력의 빈틈을 메꿨다고 콰르츠는 설명했다. 1985년 전과 다른 점은 기술과 사회 매체 덕분에 자발적인 민간 구조구호망의 역량이 몇 배나 커졌다는 것이다.

콰르츠는 32년 전·후의 재난 현장 구조구호 활동 장면을 찍은 사진 가운데 유사한 장면들을 모아 비교해 보이기도 했다. 무너진 건물 아래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생명을 구하려는 구조대원들이 주먹 쥔 손을 높이 들면 주위의 소란이 일순 멈춘다. 잔해 더미 아래에서 살아있다는 신호가 있는지 귀를 쫑긋 세울 때이다.

2017년엔 사회관계망서비스가 가족, 친지, 친구의 안위와 행방을 묻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32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손으로 쓴 쪽지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콰르츠는 "주민들이 서로에게 무관심한 것으로 정평이 난 멕시코시티에서 이례적으로 동지애가 발현되고 있다"며 "1985년 지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이런 자발적 협력 정신이 지진 복구 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1985년 대지진을 계기로 형성됐던 유대감이 이후 시민단체 조직과 정치참여 활성화로 이어져 결국 지난 2000년 멕시코의 70년 1당 체제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1주일 전 우리는 85년 대지진이 부패 문제에 대한 멕시코 국민의 각성 계기가 됐던 것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는데 그때의 유대감이 오늘날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한 트윗 내용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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