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김정은이 오지 교원들을 초청한 이유는?

입력 2017.09.23 (08:07) 수정 2017.09.23 (09:1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북한이지만 자본주의 국가인 한국 못지않게 교육 불평등이 문제인 모양입니다.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사교육 열풍이 불고 교원들에게 뇌물을 주는 일도 흔하다고 하는데요.

아무리 김정은이 직접 나서서 오지 교사들을 격려하는 행사까지 열어줘도 교권이 과거에 비해 형편없이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경제난 속에서 급격한 위상 변화를 겪고 있는 북한 교원들의 현실을 심층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김일성, 김정일의 동상이 있는 평양 만수대 언덕.

수많은 사람들이 김 부자 동상에 헌화하고 참배한다. 모두 북한 오지 마을에서 온 교원들이다.

<녹취> "산골 학교들에 자원 진출한 교원들이 다함 없는 경모의 정을 표시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섬마을과 최전방, 산골 등에서 자원 근무하고 있는 교원들을 평양으로 초청해 국가 표창을 수여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이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격려했다. 북한 TV는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녹취>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온 사회가 이들을 적극 내세워 주어야 하며 그들이 지닌 혁명가적인생관, 후대관을 따라 배워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유엔의 추가 대북 제재 국면에서 교원들을 치켜세운 김정은.

정권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동시에 교원들의 사상 무장을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평가된다.

북한에서는 교사와 교수를 통칭해 ‘교원’이라고 부른다.

대개 3년제 교원대학을 졸업하면 유치원과 우리의 초등학교인 소학교의 교원으로, 4년제 사범대를 나오면 중등학교 교원으로 배치된다.

북한 당국은 체제 유지와 사회 변혁의 수단으로 교원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김일성은 교원을‘직업적 혁명가’로, 김정일은 ‘나라의 미래를 키우는 원예사’라고 불렀다.

김정은 역시 집권 초 교원들에게 집을 선물했다고 선전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과시했다.

<녹취> "교원, 연구사들에게 새 집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자신의 마음을 꼭 전해달라고 하시면서 앞으로 가정방문을 하시겠다는 사랑의 약속을 해주셨습니다."

<인터뷰> 현인애(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前 북한 청진의대 교원) : "북한에서 교원은 사회적으로 원래는 존경받는 직업이죠. 북한식 표현에 의하면 교사들은 혁명의 후대로 키우는 그러나 후대들을 수령께 충성 다하도록 양성하는 아주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는 직업적 혁명가 이렇게 표현하고 있어요."

이 같은 교원의 역할과 위상은 북한 영화에도 반영되고 있다.

해방 직후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여성 교원이 학생들을 김일성의 충직한 '혁명전사'로 키워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녹취> 北 영화 ‘녀교원’ : "학생 동무들도 이 물을 마시며 항일혁명투사들의 고귀한 뜻을 받들어 아버지 김일성 원수님과 당의 충직한 아들딸이 됩시다. (예!)"

입시를 앞둔 학생을 위해 헌신하는 교원의 모습도 부각시켰다.

<녹취> 北 영화 ‘교육자의 모습’ : "오늘 복순 선생은 학생을 위해서 친어머니도 할 수 없는 일을 했소. 그래, 무슨 생각으로 그 운동장에 뛰어들었소? 그가 시험에서 낙제하면 저도 결국 교원으로서 낙제생이 된다는 그 한 가지 생각으로 달렸을 뿐이에요. 학생들의 미래이자 나라의 미래가 아니겠어요?"

교원은 권한도 크다. 북한에선 우리의 생활기록부에 해당하는 '평정서'가 입시와 군입대, 직장 배치까지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이 모든 평가의 결정권을 교원이 가지고 있다.

<인터뷰> 최영숙(前 북한 소학교 교원/2016년 탈북) : "그 학생의 평정서가 평생 따라다녀요. 그러니까 평정서를 하는데도 담임의 역할이 높기 때문에 부모님들은 그 담임한테 정말 잘 보이자고 뇌물도 많이 고이고 하기 때문에 담임의 역할이 높고 위세가 좀 높아요. 기본교육은 선생님이 펜대를 어떻게 놀려서 하는 거에 따라서 그 학생이 정말 발전하고 발전 못하고 하는 게 많이 담겨 있어요."

그러나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라 불리는 최악의 경제난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교원들이 각종 부정부패 사건에 연루되고 권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배급이 끊어지고 교과서나 교복 등 기본적인 물품조차 지급되지 않자, 교원들은 학부모들에게 손을 벌리는 처지가 됐다.

<인터뷰> 현인애(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前 북한 청진의대 교원) : "이전에는 국가예산에 의해서 모든 교구설비며 비품이며 학교운영에 필요한 게 다 내려왔는데 지금은 거의 0이다시피 하고 그걸 다 학교 자체로 학부모들을 동원시켜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교사는 학생들 배워주는 게 더 문제인 게 아니라 학교에서 떨어진 그 과제를 하느라고 학부모들한테 가서 사정을 해야 되고 아이들한테 강압적으로 나누기해서 얼마씩 가져오라."

<인터뷰> 최영숙(前 북한 소학교 교원/2016년 탈북) : "교원들도 살아야 먹고 살아야 교단에 설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이제는 그때로부터 교원들도 학부형들한테 뇌물을 그저 받기 시작하고 좀 이거 좀 부탁도 하고 이렇게 하면서리 시작이 된 거예요. 그게 요새는 유행화 돼서 북한에서 유행화 돼서 응당 저는 부모들도 뇌물을 고해야 된다고 하고 교원들도 응당 내가 뇌물 받아야 된다, 하는 걸 이제는 완전 고질화 됐어요."

거기다 이 시기 특정 분야의 인재 양성을 목표로 교육 정책을 바꾼 것도 변화를 부채질했다.

북한 당국은 과학과 외국어, 예술 분야의 영재학교를 일제히 세웠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학교는 우리의 과학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제 1 중학교'.

각 도와 특별시에 모두 12개의 제 1 중학교가 있는데, 그 인기는 북한 영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녹취> 北 영화 ‘산촌에 피는 노을’ : "철웅이 어머니 철웅이, 자 받아요. 평양 1중학교 입학통지서에요. 자, 동무들! 다시 한 번 철웅 학생을 축하해주자요!"

평등을 표방하는 북한에서도 좋은 학벌로 성공을 보장 받으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인터뷰> 강나라(2014년 탈북) : "저희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막 1중학교 그 다음에 김일성 종합대학 김채공업종합대학 그 쪽에 가려고 엄청 준비를 하고 있거든요. 북한도 이제 막 대학교나 이런 데 갈 때 학교를 어디 나왔냐? 그리고 또 이제 어릴 때 친구들 속에서도 학교를 어디 다니느냐? 이런 게 좀 되게 중요해요. 스펙 같은 게.. 그러니까 이제 학교도 조금 부모들이 돈을 넣어서 없어도 돈이 없어도 진짜 열심히 시켜서 막 소학교도 조금 좋은데 시내학교로 보내려고 하고 중학교 같은 것도 이제 막 도에 하나씩 있는 막 1중학교 막 외국어학원 예술학교 이런 데 보내려고 하거든요. 나중에는 대학교 갈 때는 되게 큰 도움이 되니까 그러는 것 같아요."

결국 사교육 열풍까지 일어났고 현직 교원들이 입시 과외로 돈벌이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인터뷰> 최영숙(前 북한 소학교 교원/2016년 탈북) : "교원들이 자기 수업은 하고 저녁시간에.. 저녁시간에 과외경의 하는 거는 비법이 된다고 돈을 받는 게 비법이 된다고 걸리기만 해임되거나 이렇게 하기 때문에 일체 부모하고 선생 사이에 딱 비밀을 붙이고 부모는 선생님한테 가만히 가만히 한 달에 한 번씩 중국 돈 100원, 150원 준다는 소리에요."

<녹취> 北 드라마 '교정의 윤리' : "사실은 선생님들이 채점을 하시느라 얼마나 수고 많습니까? 그래서 뭘 좀 마련하느라고..."

북한 명문대 교수와 학생의 이야기를 다룬 북한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녹취> 北 드라마 '교정의 윤리' : "아버지 의리를 봐서도 그래, 어머니 성의를 봐서도 그래. 허 선생이 좀 감안 해준다고 해서 우리 강좌에서 누가 탓할 사람이 없습니다."

집안이 좋은 학생의 성적을 임의로 올려주거나, 더 높은 성적을 받기 위해 교수에게 뇌물을 주는 등 북한 교육의 어두운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같은 현실 속에서도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당국은 오지마을로 자원하는 교원들을 유난히 부각시키고 있다.

<녹취> 홍광천(北 교원) : "저는 있는 지혜와 정열을 다 바쳐 조국의 미래를 키우는 밑뿌리가 되고 밑거름이 되어서 우리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제일로 사랑하시고 관심하시는 섬마을 학교 학생들을 당의 참된 아들, 딸들로 억세게 키워나가겠습니다."

특별 TV 프로그램까지 제작해 섬 분교에 대한 김정은의 관심을 선전하고 섬마을 분교에서 혼자 근무하는 젊은 여교원의 사연을 미담으로 방영한다.

<녹취> 김은혜(北 교원) : "학생들의 맑은 눈동자를 마주 볼 때마다 이 어린 작은 가슴마다에 당의 따뜻한 사랑을 가슴 한가득 안겨주고 싶고, 매일 어김없이 수업 종소리를 울려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조국의 미래를 가꿔 간다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이 같은 선전물들은 오지마을 근무를 꺼리는 현실을 반증하는 동시에 교원들의 오지 전출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인터뷰> 현인애(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前 북한 청진의대 교원) : "북한의 교육격차가 아주 심각한 수준이에요. 그러니까 이렇게 섬마을 분교나 산골마을에 교사를 장려한다는 거는 거기에 가 있는 선생이 없다는 뜻이죠. 김일성 시대나 김정일 시대에 그런 사람들만 특별히 모아 가지고 이렇게 만나준 적이 없었어요. 방법으로 말하자면 사회적 평가 그 다음에 무슨 사회적인 어떤 여론조성 뭐 이런 걸 해서 거기에 자각적으로 진출할 때 이런 걸 장려하기 위한 거죠."

열악한 근무 지역을 기피하는 현실, 여기에 교원들의 부정행위가 만연하면서 교원들에 대한 학생들의 존경심마저 사라졌다고 한다.

<인터뷰> 강나라(2014년 탈북) : "존경심 같은 거는 없었어요. 저희는.. 그냥 선생님들도 다 한 모습이기 때문에 그냥 그 다 받아먹는 그 재미에 가는 거기 때문에 그래서 그분도 뭔가 잊.. 잊지 않을까? 이익이 있으니까 가는 거겠지 이익이 없이는 요즘은 북한도 되게 그런 게 없어요. 선생님들이 되게 진짜 그 우리를 가르치려는 목적이 아니라 진짜 빼먹으려는 목적을 갖고 있는 선생님들이 되게 많아요. 안 그런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30년간 북한에서 교원 생활을 했던 탈북민은 부정부패로 얼룩진 북한 교육계의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인터뷰> 최영숙(前 북한 소학교 교원/2016년 탈북) : "정말 실제 아까운 진짜 천성적인 가진 인재를 키우자면 그런 사람들 뽑아서 키워야 되겠는데 나라가 바로 안 잡히니까 돈 있는 놈이 들어가서 공부하고 있으니까 그게 바로 안 잡히잖아요. 그렇게 됐어요. 그저.. 때문에 그저 북한이라는 나라가 바로 잡히기 전에는 절대로 그렇게 될 수 없다고 봐요. 저는.. 그게 너무 안타까운 거예요."

각종 매체를 동원해 교원들에 대한 김정은의 관심과 위상 제고를 강조하고 있는 북한.

그러나 현실은 그와 반대로 가고 있다는게 전문가와 탈북민들의 설명이다.

북한 교권의 추락은 북한 정권이 강조하는 사상교육의 한계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가 되고 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클로즈업 북한] 김정은이 오지 교원들을 초청한 이유는?
    • 입력 2017-09-23 08:42:00
    • 수정2017-09-23 09:18:21
    남북의 창
<앵커 멘트>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북한이지만 자본주의 국가인 한국 못지않게 교육 불평등이 문제인 모양입니다.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사교육 열풍이 불고 교원들에게 뇌물을 주는 일도 흔하다고 하는데요.

아무리 김정은이 직접 나서서 오지 교사들을 격려하는 행사까지 열어줘도 교권이 과거에 비해 형편없이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경제난 속에서 급격한 위상 변화를 겪고 있는 북한 교원들의 현실을 심층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김일성, 김정일의 동상이 있는 평양 만수대 언덕.

수많은 사람들이 김 부자 동상에 헌화하고 참배한다. 모두 북한 오지 마을에서 온 교원들이다.

<녹취> "산골 학교들에 자원 진출한 교원들이 다함 없는 경모의 정을 표시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섬마을과 최전방, 산골 등에서 자원 근무하고 있는 교원들을 평양으로 초청해 국가 표창을 수여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이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격려했다. 북한 TV는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녹취>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온 사회가 이들을 적극 내세워 주어야 하며 그들이 지닌 혁명가적인생관, 후대관을 따라 배워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유엔의 추가 대북 제재 국면에서 교원들을 치켜세운 김정은.

정권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동시에 교원들의 사상 무장을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평가된다.

북한에서는 교사와 교수를 통칭해 ‘교원’이라고 부른다.

대개 3년제 교원대학을 졸업하면 유치원과 우리의 초등학교인 소학교의 교원으로, 4년제 사범대를 나오면 중등학교 교원으로 배치된다.

북한 당국은 체제 유지와 사회 변혁의 수단으로 교원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김일성은 교원을‘직업적 혁명가’로, 김정일은 ‘나라의 미래를 키우는 원예사’라고 불렀다.

김정은 역시 집권 초 교원들에게 집을 선물했다고 선전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과시했다.

<녹취> "교원, 연구사들에게 새 집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자신의 마음을 꼭 전해달라고 하시면서 앞으로 가정방문을 하시겠다는 사랑의 약속을 해주셨습니다."

<인터뷰> 현인애(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前 북한 청진의대 교원) : "북한에서 교원은 사회적으로 원래는 존경받는 직업이죠. 북한식 표현에 의하면 교사들은 혁명의 후대로 키우는 그러나 후대들을 수령께 충성 다하도록 양성하는 아주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는 직업적 혁명가 이렇게 표현하고 있어요."

이 같은 교원의 역할과 위상은 북한 영화에도 반영되고 있다.

해방 직후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여성 교원이 학생들을 김일성의 충직한 '혁명전사'로 키워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녹취> 北 영화 ‘녀교원’ : "학생 동무들도 이 물을 마시며 항일혁명투사들의 고귀한 뜻을 받들어 아버지 김일성 원수님과 당의 충직한 아들딸이 됩시다. (예!)"

입시를 앞둔 학생을 위해 헌신하는 교원의 모습도 부각시켰다.

<녹취> 北 영화 ‘교육자의 모습’ : "오늘 복순 선생은 학생을 위해서 친어머니도 할 수 없는 일을 했소. 그래, 무슨 생각으로 그 운동장에 뛰어들었소? 그가 시험에서 낙제하면 저도 결국 교원으로서 낙제생이 된다는 그 한 가지 생각으로 달렸을 뿐이에요. 학생들의 미래이자 나라의 미래가 아니겠어요?"

교원은 권한도 크다. 북한에선 우리의 생활기록부에 해당하는 '평정서'가 입시와 군입대, 직장 배치까지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이 모든 평가의 결정권을 교원이 가지고 있다.

<인터뷰> 최영숙(前 북한 소학교 교원/2016년 탈북) : "그 학생의 평정서가 평생 따라다녀요. 그러니까 평정서를 하는데도 담임의 역할이 높기 때문에 부모님들은 그 담임한테 정말 잘 보이자고 뇌물도 많이 고이고 하기 때문에 담임의 역할이 높고 위세가 좀 높아요. 기본교육은 선생님이 펜대를 어떻게 놀려서 하는 거에 따라서 그 학생이 정말 발전하고 발전 못하고 하는 게 많이 담겨 있어요."

그러나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라 불리는 최악의 경제난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교원들이 각종 부정부패 사건에 연루되고 권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배급이 끊어지고 교과서나 교복 등 기본적인 물품조차 지급되지 않자, 교원들은 학부모들에게 손을 벌리는 처지가 됐다.

<인터뷰> 현인애(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前 북한 청진의대 교원) : "이전에는 국가예산에 의해서 모든 교구설비며 비품이며 학교운영에 필요한 게 다 내려왔는데 지금은 거의 0이다시피 하고 그걸 다 학교 자체로 학부모들을 동원시켜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교사는 학생들 배워주는 게 더 문제인 게 아니라 학교에서 떨어진 그 과제를 하느라고 학부모들한테 가서 사정을 해야 되고 아이들한테 강압적으로 나누기해서 얼마씩 가져오라."

<인터뷰> 최영숙(前 북한 소학교 교원/2016년 탈북) : "교원들도 살아야 먹고 살아야 교단에 설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이제는 그때로부터 교원들도 학부형들한테 뇌물을 그저 받기 시작하고 좀 이거 좀 부탁도 하고 이렇게 하면서리 시작이 된 거예요. 그게 요새는 유행화 돼서 북한에서 유행화 돼서 응당 저는 부모들도 뇌물을 고해야 된다고 하고 교원들도 응당 내가 뇌물 받아야 된다, 하는 걸 이제는 완전 고질화 됐어요."

거기다 이 시기 특정 분야의 인재 양성을 목표로 교육 정책을 바꾼 것도 변화를 부채질했다.

북한 당국은 과학과 외국어, 예술 분야의 영재학교를 일제히 세웠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학교는 우리의 과학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제 1 중학교'.

각 도와 특별시에 모두 12개의 제 1 중학교가 있는데, 그 인기는 북한 영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녹취> 北 영화 ‘산촌에 피는 노을’ : "철웅이 어머니 철웅이, 자 받아요. 평양 1중학교 입학통지서에요. 자, 동무들! 다시 한 번 철웅 학생을 축하해주자요!"

평등을 표방하는 북한에서도 좋은 학벌로 성공을 보장 받으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인터뷰> 강나라(2014년 탈북) : "저희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막 1중학교 그 다음에 김일성 종합대학 김채공업종합대학 그 쪽에 가려고 엄청 준비를 하고 있거든요. 북한도 이제 막 대학교나 이런 데 갈 때 학교를 어디 나왔냐? 그리고 또 이제 어릴 때 친구들 속에서도 학교를 어디 다니느냐? 이런 게 좀 되게 중요해요. 스펙 같은 게.. 그러니까 이제 학교도 조금 부모들이 돈을 넣어서 없어도 돈이 없어도 진짜 열심히 시켜서 막 소학교도 조금 좋은데 시내학교로 보내려고 하고 중학교 같은 것도 이제 막 도에 하나씩 있는 막 1중학교 막 외국어학원 예술학교 이런 데 보내려고 하거든요. 나중에는 대학교 갈 때는 되게 큰 도움이 되니까 그러는 것 같아요."

결국 사교육 열풍까지 일어났고 현직 교원들이 입시 과외로 돈벌이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인터뷰> 최영숙(前 북한 소학교 교원/2016년 탈북) : "교원들이 자기 수업은 하고 저녁시간에.. 저녁시간에 과외경의 하는 거는 비법이 된다고 돈을 받는 게 비법이 된다고 걸리기만 해임되거나 이렇게 하기 때문에 일체 부모하고 선생 사이에 딱 비밀을 붙이고 부모는 선생님한테 가만히 가만히 한 달에 한 번씩 중국 돈 100원, 150원 준다는 소리에요."

<녹취> 北 드라마 '교정의 윤리' : "사실은 선생님들이 채점을 하시느라 얼마나 수고 많습니까? 그래서 뭘 좀 마련하느라고..."

북한 명문대 교수와 학생의 이야기를 다룬 북한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녹취> 北 드라마 '교정의 윤리' : "아버지 의리를 봐서도 그래, 어머니 성의를 봐서도 그래. 허 선생이 좀 감안 해준다고 해서 우리 강좌에서 누가 탓할 사람이 없습니다."

집안이 좋은 학생의 성적을 임의로 올려주거나, 더 높은 성적을 받기 위해 교수에게 뇌물을 주는 등 북한 교육의 어두운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같은 현실 속에서도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당국은 오지마을로 자원하는 교원들을 유난히 부각시키고 있다.

<녹취> 홍광천(北 교원) : "저는 있는 지혜와 정열을 다 바쳐 조국의 미래를 키우는 밑뿌리가 되고 밑거름이 되어서 우리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제일로 사랑하시고 관심하시는 섬마을 학교 학생들을 당의 참된 아들, 딸들로 억세게 키워나가겠습니다."

특별 TV 프로그램까지 제작해 섬 분교에 대한 김정은의 관심을 선전하고 섬마을 분교에서 혼자 근무하는 젊은 여교원의 사연을 미담으로 방영한다.

<녹취> 김은혜(北 교원) : "학생들의 맑은 눈동자를 마주 볼 때마다 이 어린 작은 가슴마다에 당의 따뜻한 사랑을 가슴 한가득 안겨주고 싶고, 매일 어김없이 수업 종소리를 울려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조국의 미래를 가꿔 간다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이 같은 선전물들은 오지마을 근무를 꺼리는 현실을 반증하는 동시에 교원들의 오지 전출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인터뷰> 현인애(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前 북한 청진의대 교원) : "북한의 교육격차가 아주 심각한 수준이에요. 그러니까 이렇게 섬마을 분교나 산골마을에 교사를 장려한다는 거는 거기에 가 있는 선생이 없다는 뜻이죠. 김일성 시대나 김정일 시대에 그런 사람들만 특별히 모아 가지고 이렇게 만나준 적이 없었어요. 방법으로 말하자면 사회적 평가 그 다음에 무슨 사회적인 어떤 여론조성 뭐 이런 걸 해서 거기에 자각적으로 진출할 때 이런 걸 장려하기 위한 거죠."

열악한 근무 지역을 기피하는 현실, 여기에 교원들의 부정행위가 만연하면서 교원들에 대한 학생들의 존경심마저 사라졌다고 한다.

<인터뷰> 강나라(2014년 탈북) : "존경심 같은 거는 없었어요. 저희는.. 그냥 선생님들도 다 한 모습이기 때문에 그냥 그 다 받아먹는 그 재미에 가는 거기 때문에 그래서 그분도 뭔가 잊.. 잊지 않을까? 이익이 있으니까 가는 거겠지 이익이 없이는 요즘은 북한도 되게 그런 게 없어요. 선생님들이 되게 진짜 그 우리를 가르치려는 목적이 아니라 진짜 빼먹으려는 목적을 갖고 있는 선생님들이 되게 많아요. 안 그런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30년간 북한에서 교원 생활을 했던 탈북민은 부정부패로 얼룩진 북한 교육계의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인터뷰> 최영숙(前 북한 소학교 교원/2016년 탈북) : "정말 실제 아까운 진짜 천성적인 가진 인재를 키우자면 그런 사람들 뽑아서 키워야 되겠는데 나라가 바로 안 잡히니까 돈 있는 놈이 들어가서 공부하고 있으니까 그게 바로 안 잡히잖아요. 그렇게 됐어요. 그저.. 때문에 그저 북한이라는 나라가 바로 잡히기 전에는 절대로 그렇게 될 수 없다고 봐요. 저는.. 그게 너무 안타까운 거예요."

각종 매체를 동원해 교원들에 대한 김정은의 관심과 위상 제고를 강조하고 있는 북한.

그러나 현실은 그와 반대로 가고 있다는게 전문가와 탈북민들의 설명이다.

북한 교권의 추락은 북한 정권이 강조하는 사상교육의 한계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가 되고 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