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황석영 “교묘하게 억압, 세월호 참사 뒤 집중 감시”

입력 2017.09.25 (16:46) 수정 2017.09.2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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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황석영(74)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 나와 피해 조사 신청을 하며 "두 차례 보수 정권으로부터 교묘한 방법으로 억압하고 관리를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른바 'MB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황석영은 방송인 김미화(53)와 함께 25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사무실에 조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황석영은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런 이야기를 앞에 나와서 하는 것이 굉장히 쑥스러운데 젊은 문화인들이 지난 겨울 촛불시위 때 텐트를 치고 과거 여러 가지 억압에 대해 항의하는 모습을 보고, 제가 겪은 일들을 나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나의 역할이 진상조사위에 힘이 되길 바란다"며 말문을 열었다.

황석영은 이 자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피해를 본 데 이어, "2014년 '세월호 참사 문학인 시국선언'에 참여한 이후 집중적으로 감시와 배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황석영은 "2007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결국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다"고 설명한 뒤 "남북관계 전환을 위해 2008년 재야 동료들과 의논 끝에 '유라시아 알타이 문화경제연대'의 정책 건의안을 청와대에 제출했고, 2009년 이명박 대통령과 유라시아 순방에도 동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정상회담까지 예상되었던 그해 말, 남북 외교안보 상황이 바뀌었고, 2010년 2월에 나는 청와대로부터 몽골에서 열리기로 한 '알타이 경제문화 포럼'에 참여하기로 했던 북한 측을 배제하라고 통보받았다. 나는 대의명분을 잃었다고 보고, 모임에서 스스로 탈퇴한 뒤 한겨레 신문에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인터뷰와 함께 기고를 했다"고 말했다.

황석영은 이어 "3월 말에 천안함이 침몰하면서 남북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악화하였고, 그런 일이 있고 나서 2010년 가을 무렵에 나는 우연히 광화문 거리에서 문화부서를 출입하던 국정원 직원을 만났다"고 밝혔다.

황석영은 "그는 나에게 충고를 겸한 주의를 주었다"며 "이제부터 정부 비판을 하면 개인적으로 큰 망신을 주거나 폭로하는 식으로 나가게 될 테니 자중하라는 내용이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2011년 희망 버스 동참과 대선 기간을 정점으로 나에 대한 모함과 공격이 인터넷과 SNS를 통해 이어졌다. 대선에서 재야의 야권 단일화 운동에 나서고,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 연대의 공동 대표를 맡은 뒤에 온라인을 통한 공격은 더욱 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박근혜 정부에서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문학인 시국선언' 성명서 발표에 대표로 나간 이후 정부의 집중 감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황석영은 "시국선언 후 문화외교 사업에서 배제됐고, 2014년부터 해마다 국민은행 동대문 지점에서 검찰이 수사 목적에 의한 요청으로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내게 통보됐다"고 밝혔다.

황석영은 또 "내가 쓴 광주항쟁 기록은 북한 책을 베낀 것, 내가 제작한 '임을 위한 행진곡'은 김일성의 지령을 받아 공작금을 받고 영화와 함께 만든 것" 등의 공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정권 당시 청와대로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 개작 요청을 받았다고도 했다.

이날 함께 피해 조사를 신청한 김미화는 "사실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기 전까지는 그렇게 화가 나진 않았다.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국정원에서 작성한 저에 관한 굉장히 많은 서류를 보면서 국가가 거대한 권력을 위해 개인을 사찰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매우 불쾌하고 화가 났다"며 "국정원의 (MB 블랙리스트) 발표가 있기 전부터 사실이 밝혀졌지만 발표 이후로도 오늘까지 엄청나게 고통을 받고 있다"는 심경을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지난 7월 말 출범 당시 박근혜 정부 때 발생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진상조사를 목표로 삼았으나, 유사한 일이 이명박 정부 때부터 있었다는 사실이 최근 국정원 자료를 통해 확인되면서 'MB 블랙리스트'도 조사 대상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진상조사위는 황석영, 김미화 두 사람의 증언이 문화예술인들이 진상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K스타 정혜정 kbs.sprin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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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리스트’ 황석영 “교묘하게 억압, 세월호 참사 뒤 집중 감시”
    • 입력 2017-09-25 16:46:34
    • 수정2017-09-25 17:12:31
    사회
소설가 황석영(74)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 나와 피해 조사 신청을 하며 "두 차례 보수 정권으로부터 교묘한 방법으로 억압하고 관리를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른바 'MB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황석영은 방송인 김미화(53)와 함께 25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사무실에 조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황석영은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런 이야기를 앞에 나와서 하는 것이 굉장히 쑥스러운데 젊은 문화인들이 지난 겨울 촛불시위 때 텐트를 치고 과거 여러 가지 억압에 대해 항의하는 모습을 보고, 제가 겪은 일들을 나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나의 역할이 진상조사위에 힘이 되길 바란다"며 말문을 열었다.

황석영은 이 자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피해를 본 데 이어, "2014년 '세월호 참사 문학인 시국선언'에 참여한 이후 집중적으로 감시와 배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황석영은 "2007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결국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다"고 설명한 뒤 "남북관계 전환을 위해 2008년 재야 동료들과 의논 끝에 '유라시아 알타이 문화경제연대'의 정책 건의안을 청와대에 제출했고, 2009년 이명박 대통령과 유라시아 순방에도 동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정상회담까지 예상되었던 그해 말, 남북 외교안보 상황이 바뀌었고, 2010년 2월에 나는 청와대로부터 몽골에서 열리기로 한 '알타이 경제문화 포럼'에 참여하기로 했던 북한 측을 배제하라고 통보받았다. 나는 대의명분을 잃었다고 보고, 모임에서 스스로 탈퇴한 뒤 한겨레 신문에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인터뷰와 함께 기고를 했다"고 말했다.

황석영은 이어 "3월 말에 천안함이 침몰하면서 남북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악화하였고, 그런 일이 있고 나서 2010년 가을 무렵에 나는 우연히 광화문 거리에서 문화부서를 출입하던 국정원 직원을 만났다"고 밝혔다.

황석영은 "그는 나에게 충고를 겸한 주의를 주었다"며 "이제부터 정부 비판을 하면 개인적으로 큰 망신을 주거나 폭로하는 식으로 나가게 될 테니 자중하라는 내용이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2011년 희망 버스 동참과 대선 기간을 정점으로 나에 대한 모함과 공격이 인터넷과 SNS를 통해 이어졌다. 대선에서 재야의 야권 단일화 운동에 나서고,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 연대의 공동 대표를 맡은 뒤에 온라인을 통한 공격은 더욱 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박근혜 정부에서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문학인 시국선언' 성명서 발표에 대표로 나간 이후 정부의 집중 감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황석영은 "시국선언 후 문화외교 사업에서 배제됐고, 2014년부터 해마다 국민은행 동대문 지점에서 검찰이 수사 목적에 의한 요청으로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내게 통보됐다"고 밝혔다.

황석영은 또 "내가 쓴 광주항쟁 기록은 북한 책을 베낀 것, 내가 제작한 '임을 위한 행진곡'은 김일성의 지령을 받아 공작금을 받고 영화와 함께 만든 것" 등의 공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정권 당시 청와대로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 개작 요청을 받았다고도 했다.

이날 함께 피해 조사를 신청한 김미화는 "사실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기 전까지는 그렇게 화가 나진 않았다.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국정원에서 작성한 저에 관한 굉장히 많은 서류를 보면서 국가가 거대한 권력을 위해 개인을 사찰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매우 불쾌하고 화가 났다"며 "국정원의 (MB 블랙리스트) 발표가 있기 전부터 사실이 밝혀졌지만 발표 이후로도 오늘까지 엄청나게 고통을 받고 있다"는 심경을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지난 7월 말 출범 당시 박근혜 정부 때 발생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진상조사를 목표로 삼았으나, 유사한 일이 이명박 정부 때부터 있었다는 사실이 최근 국정원 자료를 통해 확인되면서 'MB 블랙리스트'도 조사 대상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진상조사위는 황석영, 김미화 두 사람의 증언이 문화예술인들이 진상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K스타 정혜정 kbs.sprin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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