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추가 피해 조사해 달라”

입력 2017.09.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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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추가 피해 조사해 달라”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추가 피해 조사해 달라”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차별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피해 문화예술인들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검찰에 고소했다. 국정원 문화계 블랙리스트 책임자 처벌을 위한 고소 대리인단은 2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고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MB정권 문화계블랙리스트 고소 대리인단MB정권 문화계블랙리스트 고소 대리인단

고소에는 배우 문성근·김규리씨, 개그우먼 김미화씨, 영화감독 민병훈씨와 가수 1명 등 총 5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두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남재준·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국정원 간부·직원 등 총 8명을 국가정보원법 위반, 강요,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 대리인으로 참여한 김진형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는 국정원을 통해 80여명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해당 인사를 퇴출시키기 위해 특정 연예인의 프로그램 배제나 프로그램 폐지, 소속사 세무조사 지시 등을 통해 치밀하고 전방위적으로 퇴출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대리인 측은 고소 대상에 박근혜 정부 관련자까지 포함한 이유에 대해선 "이명박 정부에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 때문에 박근혜 정부까지 지속해서 피해를 입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정원이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음에도 추가 고소를 하는 이유는 "문건 외에도 관제 데모, 악성 댓글로 인한 인신공격 등 피해자들만 알 수 있는 다른 피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면서 "고소인은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국정원은 원세훈 전 원장 시기인 2009년 7월 김주성 당시 기조실장 주도로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해 정부 비판 성향의 연예인이 특정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도록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이후 국정원은 청와대와 교감 아래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명단에 오른 인사를 상대로 방송 출연 중단, 소속사 세무조사, 비판 여론 조성 등 전방위로 퇴출 압박 활동을 해온 것으로 내부조사에서 드러났다.

원세훈 원장 시절 국정원 TF가 관리했던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은 ▲이외수 조정래 진중권 등 문화계 6명 ▲문성근 명계남 김민선 등 배우 8명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등 영화감독 52명 ▲김미화 김구라 김제동 등 방송인 8명 ▲윤도현 신해철 김장훈 등 가수 8명 등 총82명이다.


이들 가운데 김미화는 2010년 자신의 트위터에 방송사 내부에 자신의 출연을 금지하는 문건이 존재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고, 이 글로 인해 해당 방송사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김제동은 김미화에 앞서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 통보를 받아 그의 출연을 놓고 외압이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故) 문익환 목사의 아들인 문성근은 2002년 대통령 선거 때 일찌감치 노무현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명계남과 함께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를 조직했다. 명계남은 최근 한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MB 정권이) 제가 얼마나 미웠겠느냐. 그동안 TV 출연을 못 했다. 방송국 사람이 (저의 출연을) 곤란하다고 하고, '위에서 안된다'고 하더라. 영화도 투자자들이 거부하고 …" 라고 말했다.

여균동 감독 역시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를 지원했으며,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문성근과 함께 '국민의 명령'이라는 시민운동을 했다. 이창동 감독은 참여정부 시절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냈고,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은 정의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에서 활동했었다. 배우 문소리 역시 민노당 당원이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영화계 인사 중 나머지는 대부분 2006년 5월 지방선거 앞두고 민노당 지지선언을 한 감독들이다.


현재 팔로워가 240만명인 '파워 트위터리안'인 작가 이외수는 트위터에 "외계인은 지구에 있는 모든 쥐를 데려가 줘"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 대놓고 풍자했다. 2008년 그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이 1년 만에 폐지돼 외압설이 일었다.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는 2010년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모든 정권은 임기가 끝나면 역사의 심판을 받게 돼 있는데 이 정부가 가장 심판받을 수 있는 부분이 4대강"이라며 이명박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당시 조 작가의 소설 '아리랑'은 TV 드라마로 만들기로 제작사와 계약까지 돼 있었으나 무산됐다.

안치환, 윤도현, 김장훈은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광화문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 참여해 공연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신해철은 안치환, 윤도현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한 대표적인 가요계 인사다. 신해철은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의 TV 찬조 연설을 하고, 유세장에 함께 다니며 지지를 호소했다. 안치환은 2009년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는 600여 명 음악인 시국선언에도 동참했다.


한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소설가 황석영과 방송인 김미화가 어제(25일) 오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 나와 피해 조사신청을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작성된 이른바 'MB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진상조사위에 조사신청을 한 것은 두 사람이 처음이다.

황석영은 서울 광화문 KT빌딩의 진상조사위 사무실에 조사신청을 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일찌감치 극우 세력에게 블랙리스트조차 필요없는 불온한 작가로 찍힌 채 살아온 터라 새삼스럽게 피해를 언급하는 게 쑥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최근 문제를 보면서 개인의 일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조사신청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김미화는 "국정원의 (MB 블랙리스트) 발표가 있기 전부터 사실이 밝혀졌지만 발표 이후로도 오늘까지 엄청나게 고통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실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기 전까지는 그렇게 화가 나진 않았다"며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국정원에서 작성한 저에 관한 굉장히 많은 서류를 보면서 국가가 거대한 권력을 동원해 개인을 사찰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매우 불쾌하고 화가 났다"고 소회를 밝혔다.


황석영은 정부에 비판적 목소리를 꾸준히 제기한 문학계 원로로 2014년 '세월호 참사 문학인 시국선언'에 참여한 이후 집중적으로 감시와 배제를 받았으며, 이명박 대통령 시절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이날 두 사람의 증언이 문화예술인들이 진상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사조사위는 배우 문성근를 비롯해 권칠인, 변영주, 김조광수 감독 등 영화인들이 추가로 조사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예술인들이 결성한 '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문화예술대책위원회'도 오늘(26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유인촌 전 문체부 장관, 신재민 전 문체부 차관에 대한 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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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추가 피해 조사해 달라”
    • 입력 2017-09-26 07:00:29
    취재K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차별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피해 문화예술인들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검찰에 고소했다. 국정원 문화계 블랙리스트 책임자 처벌을 위한 고소 대리인단은 2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고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MB정권 문화계블랙리스트 고소 대리인단
고소에는 배우 문성근·김규리씨, 개그우먼 김미화씨, 영화감독 민병훈씨와 가수 1명 등 총 5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두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남재준·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국정원 간부·직원 등 총 8명을 국가정보원법 위반, 강요,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 대리인으로 참여한 김진형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는 국정원을 통해 80여명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해당 인사를 퇴출시키기 위해 특정 연예인의 프로그램 배제나 프로그램 폐지, 소속사 세무조사 지시 등을 통해 치밀하고 전방위적으로 퇴출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대리인 측은 고소 대상에 박근혜 정부 관련자까지 포함한 이유에 대해선 "이명박 정부에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 때문에 박근혜 정부까지 지속해서 피해를 입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정원이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음에도 추가 고소를 하는 이유는 "문건 외에도 관제 데모, 악성 댓글로 인한 인신공격 등 피해자들만 알 수 있는 다른 피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면서 "고소인은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국정원은 원세훈 전 원장 시기인 2009년 7월 김주성 당시 기조실장 주도로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해 정부 비판 성향의 연예인이 특정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도록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이후 국정원은 청와대와 교감 아래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명단에 오른 인사를 상대로 방송 출연 중단, 소속사 세무조사, 비판 여론 조성 등 전방위로 퇴출 압박 활동을 해온 것으로 내부조사에서 드러났다.

원세훈 원장 시절 국정원 TF가 관리했던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은 ▲이외수 조정래 진중권 등 문화계 6명 ▲문성근 명계남 김민선 등 배우 8명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등 영화감독 52명 ▲김미화 김구라 김제동 등 방송인 8명 ▲윤도현 신해철 김장훈 등 가수 8명 등 총82명이다.


이들 가운데 김미화는 2010년 자신의 트위터에 방송사 내부에 자신의 출연을 금지하는 문건이 존재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고, 이 글로 인해 해당 방송사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김제동은 김미화에 앞서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 통보를 받아 그의 출연을 놓고 외압이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故) 문익환 목사의 아들인 문성근은 2002년 대통령 선거 때 일찌감치 노무현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명계남과 함께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를 조직했다. 명계남은 최근 한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MB 정권이) 제가 얼마나 미웠겠느냐. 그동안 TV 출연을 못 했다. 방송국 사람이 (저의 출연을) 곤란하다고 하고, '위에서 안된다'고 하더라. 영화도 투자자들이 거부하고 …" 라고 말했다.

여균동 감독 역시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를 지원했으며,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문성근과 함께 '국민의 명령'이라는 시민운동을 했다. 이창동 감독은 참여정부 시절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냈고,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은 정의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에서 활동했었다. 배우 문소리 역시 민노당 당원이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영화계 인사 중 나머지는 대부분 2006년 5월 지방선거 앞두고 민노당 지지선언을 한 감독들이다.


현재 팔로워가 240만명인 '파워 트위터리안'인 작가 이외수는 트위터에 "외계인은 지구에 있는 모든 쥐를 데려가 줘"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 대놓고 풍자했다. 2008년 그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이 1년 만에 폐지돼 외압설이 일었다.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는 2010년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모든 정권은 임기가 끝나면 역사의 심판을 받게 돼 있는데 이 정부가 가장 심판받을 수 있는 부분이 4대강"이라며 이명박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당시 조 작가의 소설 '아리랑'은 TV 드라마로 만들기로 제작사와 계약까지 돼 있었으나 무산됐다.

안치환, 윤도현, 김장훈은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광화문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 참여해 공연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신해철은 안치환, 윤도현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한 대표적인 가요계 인사다. 신해철은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의 TV 찬조 연설을 하고, 유세장에 함께 다니며 지지를 호소했다. 안치환은 2009년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는 600여 명 음악인 시국선언에도 동참했다.


한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소설가 황석영과 방송인 김미화가 어제(25일) 오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 나와 피해 조사신청을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작성된 이른바 'MB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진상조사위에 조사신청을 한 것은 두 사람이 처음이다.

황석영은 서울 광화문 KT빌딩의 진상조사위 사무실에 조사신청을 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일찌감치 극우 세력에게 블랙리스트조차 필요없는 불온한 작가로 찍힌 채 살아온 터라 새삼스럽게 피해를 언급하는 게 쑥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최근 문제를 보면서 개인의 일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조사신청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김미화는 "국정원의 (MB 블랙리스트) 발표가 있기 전부터 사실이 밝혀졌지만 발표 이후로도 오늘까지 엄청나게 고통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실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기 전까지는 그렇게 화가 나진 않았다"며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국정원에서 작성한 저에 관한 굉장히 많은 서류를 보면서 국가가 거대한 권력을 동원해 개인을 사찰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매우 불쾌하고 화가 났다"고 소회를 밝혔다.


황석영은 정부에 비판적 목소리를 꾸준히 제기한 문학계 원로로 2014년 '세월호 참사 문학인 시국선언'에 참여한 이후 집중적으로 감시와 배제를 받았으며, 이명박 대통령 시절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이날 두 사람의 증언이 문화예술인들이 진상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사조사위는 배우 문성근를 비롯해 권칠인, 변영주, 김조광수 감독 등 영화인들이 추가로 조사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예술인들이 결성한 '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문화예술대책위원회'도 오늘(26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유인촌 전 문체부 장관, 신재민 전 문체부 차관에 대한 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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