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속속 드러나는 ‘계획 범죄’ 전모…시카고 마라톤도 ‘초비상’
입력 2017.10.04 (16:44)
수정 2017.10.1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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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드러나는 ‘계획 범죄’ 전모…시카고 마라톤도 ‘초비상’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참사는 애초부터 대량살육을 목적으로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라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사상자를 낸 데는 총격범 스티븐 패독(64)의 철저한 계산 때문이었다는 얘기다.

총격범은 범행 사흘 전인 지난달 28일 라스베이거스 만델레이 베이 호텔에 체크인했고, 범행 장소인 32층 호텔 방과 총격범의 자택에서는 모두 40여 정의 총기가 발견됐다.
군 복무 경험은 없지만, 60대 백인 '무기광'의 범행은 애초부터 대살육을 목적으로 짜여졌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자동 연사' 총기 개조부품 '범프스탁(bump-stock)'도 발견

무엇보다 인명피해를 키운 핵심 요인으로는 '자동연사'가 꼽힌다.
자동화기는 총기 보유가 자유로운 미국에서도 1986년 이후로는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패독의 호텔방에서 발견된 20여 정의 총기 가운데는 AK-47을 비롯해 소총도 10여 정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기관총으로 개조된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실제 참사 당시 총성은 연속적으로 이어졌다.
AP통신은 패독이 총기 개조부품인 '범프 스탁(bump-stock)' 2개를 갖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1발씩 발사되는 반자동 방식에 범프 스탁을 결합하면 1분당 400~800발의 완전자동 사격이 가능하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다만, 법률상으로는 합법적인 반자동 소총으로 분류된다.
호텔 방에서는 사격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조준경과 거치대도 발견됐다.
100미터 높이의 32층 호텔방에서 고공사격

평지가 아닌 100m 높이의 32층 호텔방에서 고공 사격한 것도 피해를 키웠다.
통상 평지에서 인근의 불특정 대중을 겨냥해 발포하는 총기 난사에서는 땅바닥에 엎드려 몸을 피할 수 있지만, 비가 오듯 총알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마땅히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 CNN 방송에 따르면 패독이 범행에 사용한 라스베이거스 만델레이 베이 호텔의 32층 스위트룸 안팎에는 감시카메라가 설치돼있고 스트립 지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을 갖췄다.
패독이 예약한 방은 32135호실. CNN은 지난해 이 방에 머물렀던 손님이 촬영한 영상을 입수해 공개했다.
CNN의 사법 분석가 아트 로딕은 "각각 전면과 코너의 창문이 깨진 것을 볼 수 있다"며 "이는 패독이 두 개의 다른 각도에서 총기를 난사할 수 있었다는 것으로 모든 게 계획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패독이 서로 다른 각도의 유리창 2개를 해머로 깨고는 '자동화기'를 난사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특히 패독은 경찰이 들이닥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 안팎에 감시용 카메라까지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 워싱턴포스트(WP)은 조지프 롬바도 라스베이거스 경찰 국장을 인용해 패덕이 스위트룸 밖 볶도에 놓인 푸드 서비스 카트와 방 안에 카메라를 설치해뒀다고 밝혔다.
롬바도 국장은 "몹시 치밀하게 미리 계획한 것"이라며 "그가 취한 모든 행동을 계산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총기 20여정 가지고 호텔서 나흘 숙박…허술한 보안 도마

총기난사범 스티븐 패독(64)이 총기 20여정을 소지한 채 호텔에 나흘이나 머문 것으로 확인되면서 허술한 보안 체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패덕은 지난달 28일 라스베이거스 만델레이 베이 호텔에 체크인했다. 그의 가방에는 개조된 기관총, AK-47와 같은 소총, 분당 수백 발을 발사할 수 있도록 하는 총기 개조부품 '범프 스탁(bump-stock)' 등이 들어있었지만, 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고 32층 스위트룸까지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었다.
전직 라스베이거스 경찰 랜디 서턴은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청소 담당 직원도 무기를 전혀 보지 못했을 정도로 잘 숨겨뒀다는 게 다소 놀랍다"면서 "철저하게 조사를 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호텔에도 엑스레이 탐지기 설치?..사생활 침해·수십억 달러 비용으로 무리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공항에 설치된 것과 같은 엑스레이 탐지기로 투숙객과 짐을 검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라스베이거스와 같은 곳에서 투숙객의 짐을 검사하려면 사생활 침해 문제는 물론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덴버 메트로폴리탄 주립대의 보안 전문가 제프리 프라이스는 "라스베이거스와 같은 곳에서는 사람들이 짐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므로 일일이 짐 검사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각 호텔은 더 많은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직원 교육을 늘리는 방식으로 보안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비존 핸슨 뉴욕대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많은 호텔이 감시 카메라와 큰 짐을 여러 개 가져오는 사람들에 대한 모니터를 늘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라스배이거스 참사로 시카고 마라톤대회 보안 초비상

라스베이거스 참사 일주일 만인 오는 8일(이하 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최대 규모 시카고 국제 마라톤대회도 보안에 초비상이 걸렸다.
3일 시카고 언론은 라스베이거스 번화가의 대형 야외콘서트장이 무차별 총격 현장으로 변한 사건의 여파로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시카고 국제 마라톤 대회 보안에 대한 관심이 급고조됐다고 전했다.
세계 육상인들의 축제이자 미국 3대 마라톤 대회로 손꼽히는 시카고 마라톤 대회에는 전세계 100여 개국에서 4만 명이 넘는 마라토너가 참여하고, 응원단과 관중을 포함하면 참여 인원은 100만 명이 넘는다.
시카고 응급관리국(OEMC) 테이트 네이도 국장은 "라스베이거스 사건을 계기로 마라톤 구간 내 고층 빌딩에서 공격이 가해질 상황에 대비한 비상 대응 계획을 재검토했다"고 밝혔다.
시카고 당국도 경찰력을 추가 배치하고 도로 폐쇄 등 경계를 강화했다. 또 대회 참가자들은 지정된 게이트에서 보안검색을 받아야 출발점으로 들어갈 수 있고, 대회 조직위원회가 제작·지급한 투명 재질의 가방만 소지 가능하다.
이매뉴얼 시장은 "현행 총격범(active shooter) 대응 훈련을 실시하는 등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췄다"며 주민들에게 "혹시라도 미심쩍은 상황이 눈에 띄면 즉각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시카고 마라톤 조직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 지, 시카고 경찰 당국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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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파원 리포트] 속속 드러나는 ‘계획 범죄’ 전모…시카고 마라톤도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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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10-04 16:44:30
- 수정2017-10-11 09:01:55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참사는 애초부터 대량살육을 목적으로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라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사상자를 낸 데는 총격범 스티븐 패독(64)의 철저한 계산 때문이었다는 얘기다.

총격범은 범행 사흘 전인 지난달 28일 라스베이거스 만델레이 베이 호텔에 체크인했고, 범행 장소인 32층 호텔 방과 총격범의 자택에서는 모두 40여 정의 총기가 발견됐다.
군 복무 경험은 없지만, 60대 백인 '무기광'의 범행은 애초부터 대살육을 목적으로 짜여졌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자동 연사' 총기 개조부품 '범프스탁(bump-stock)'도 발견

무엇보다 인명피해를 키운 핵심 요인으로는 '자동연사'가 꼽힌다.
자동화기는 총기 보유가 자유로운 미국에서도 1986년 이후로는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패독의 호텔방에서 발견된 20여 정의 총기 가운데는 AK-47을 비롯해 소총도 10여 정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기관총으로 개조된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실제 참사 당시 총성은 연속적으로 이어졌다.
AP통신은 패독이 총기 개조부품인 '범프 스탁(bump-stock)' 2개를 갖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1발씩 발사되는 반자동 방식에 범프 스탁을 결합하면 1분당 400~800발의 완전자동 사격이 가능하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다만, 법률상으로는 합법적인 반자동 소총으로 분류된다.
호텔 방에서는 사격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조준경과 거치대도 발견됐다.
100미터 높이의 32층 호텔방에서 고공사격

평지가 아닌 100m 높이의 32층 호텔방에서 고공 사격한 것도 피해를 키웠다.
통상 평지에서 인근의 불특정 대중을 겨냥해 발포하는 총기 난사에서는 땅바닥에 엎드려 몸을 피할 수 있지만, 비가 오듯 총알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마땅히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 CNN 방송에 따르면 패독이 범행에 사용한 라스베이거스 만델레이 베이 호텔의 32층 스위트룸 안팎에는 감시카메라가 설치돼있고 스트립 지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을 갖췄다.
패독이 예약한 방은 32135호실. CNN은 지난해 이 방에 머물렀던 손님이 촬영한 영상을 입수해 공개했다.
CNN의 사법 분석가 아트 로딕은 "각각 전면과 코너의 창문이 깨진 것을 볼 수 있다"며 "이는 패독이 두 개의 다른 각도에서 총기를 난사할 수 있었다는 것으로 모든 게 계획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패독이 서로 다른 각도의 유리창 2개를 해머로 깨고는 '자동화기'를 난사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특히 패독은 경찰이 들이닥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 안팎에 감시용 카메라까지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 워싱턴포스트(WP)은 조지프 롬바도 라스베이거스 경찰 국장을 인용해 패덕이 스위트룸 밖 볶도에 놓인 푸드 서비스 카트와 방 안에 카메라를 설치해뒀다고 밝혔다.
롬바도 국장은 "몹시 치밀하게 미리 계획한 것"이라며 "그가 취한 모든 행동을 계산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총기 20여정 가지고 호텔서 나흘 숙박…허술한 보안 도마

총기난사범 스티븐 패독(64)이 총기 20여정을 소지한 채 호텔에 나흘이나 머문 것으로 확인되면서 허술한 보안 체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패덕은 지난달 28일 라스베이거스 만델레이 베이 호텔에 체크인했다. 그의 가방에는 개조된 기관총, AK-47와 같은 소총, 분당 수백 발을 발사할 수 있도록 하는 총기 개조부품 '범프 스탁(bump-stock)' 등이 들어있었지만, 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고 32층 스위트룸까지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었다.
전직 라스베이거스 경찰 랜디 서턴은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청소 담당 직원도 무기를 전혀 보지 못했을 정도로 잘 숨겨뒀다는 게 다소 놀랍다"면서 "철저하게 조사를 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호텔에도 엑스레이 탐지기 설치?..사생활 침해·수십억 달러 비용으로 무리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공항에 설치된 것과 같은 엑스레이 탐지기로 투숙객과 짐을 검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라스베이거스와 같은 곳에서 투숙객의 짐을 검사하려면 사생활 침해 문제는 물론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덴버 메트로폴리탄 주립대의 보안 전문가 제프리 프라이스는 "라스베이거스와 같은 곳에서는 사람들이 짐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므로 일일이 짐 검사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각 호텔은 더 많은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직원 교육을 늘리는 방식으로 보안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비존 핸슨 뉴욕대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많은 호텔이 감시 카메라와 큰 짐을 여러 개 가져오는 사람들에 대한 모니터를 늘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라스배이거스 참사로 시카고 마라톤대회 보안 초비상

라스베이거스 참사 일주일 만인 오는 8일(이하 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최대 규모 시카고 국제 마라톤대회도 보안에 초비상이 걸렸다.
3일 시카고 언론은 라스베이거스 번화가의 대형 야외콘서트장이 무차별 총격 현장으로 변한 사건의 여파로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시카고 국제 마라톤 대회 보안에 대한 관심이 급고조됐다고 전했다.
세계 육상인들의 축제이자 미국 3대 마라톤 대회로 손꼽히는 시카고 마라톤 대회에는 전세계 100여 개국에서 4만 명이 넘는 마라토너가 참여하고, 응원단과 관중을 포함하면 참여 인원은 100만 명이 넘는다.
시카고 응급관리국(OEMC) 테이트 네이도 국장은 "라스베이거스 사건을 계기로 마라톤 구간 내 고층 빌딩에서 공격이 가해질 상황에 대비한 비상 대응 계획을 재검토했다"고 밝혔다.
시카고 당국도 경찰력을 추가 배치하고 도로 폐쇄 등 경계를 강화했다. 또 대회 참가자들은 지정된 게이트에서 보안검색을 받아야 출발점으로 들어갈 수 있고, 대회 조직위원회가 제작·지급한 투명 재질의 가방만 소지 가능하다.
이매뉴얼 시장은 "현행 총격범(active shooter) 대응 훈련을 실시하는 등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췄다"며 주민들에게 "혹시라도 미심쩍은 상황이 눈에 띄면 즉각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시카고 마라톤 조직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 지, 시카고 경찰 당국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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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우 기자 cw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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