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한 톨도 나눠 먹어라…한 동네 8남매 이야기

입력 2017.10.1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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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영광군 군서면 마읍리에는 대가족이 산다. 어머니 이영임(90) 씨와 그의 자녀 7남 1녀가 그 주인공이다.

첫째 김종진(69) 씨, 둘째 김택진(64) 씨, 셋째 김호진(62) 씨, 넷째 김남진(60) 씨, 다섯째 김성진(57) 씨, 여섯째 김해진(54) 씨, 일곱째 김옥진(52) 씨, 여덟째 김옥순(50) 씨가 모두 한동네에 산다.

어머니 이영임 씨의 집을 중심으로 8남매는 15분 거리에 모여 산다. 이 씨는 "형제들끼리 쌀 한 톨이라도 나눠 먹으며 모여 살기"를 바랐다. 어머니의 마음이 통했는지 자식들 역시 나이가 들면서 "각자 잘 살기보다 더불어 행복하기"가 낫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다 보니 8남매가 같은 동네에 살게 됐다.

이 씨가 "나 병원 간다"라고 말하면 8남매 중 시간이 되는 자식들이 어머니를 병원으로 모신다. 용돈도 그때그때 돌아가면서 드린다.

자식들은 이 씨와 같이 살고 싶어하지만, 이 씨는 "혼자 사는 것이 편하다"며 한사코 마다한다. 결국 자식들은 어머니를 자주 뵙는 것을 택했다.

아흔 살 어머니의 모정(母情)


이영임 씨는 18살에 시집을 왔다.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대가족 종부 역할을 하며 시동생을 거두었다. 선비 같은 남편을 모시며 생선 장사부터 비단 장사까지 안 해본 일도 없다.

한평생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이제는 자식들이 걱정이다. 매년 8남매를 위해 김장을 담그고 텃밭에서 키우는 호박이나 고추도 틈나는대로 챙긴다.

든든한 8남매


이 씨네 8남매는 "내 고향과 내 형제들만 있으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라고 말한다. 여섯째 김해진(54) 씨와 일곱째 김옥진(52) 씨는 외지로 나가 고생이 많았다. 두 사람은 서울에 살면서 사업 때문에 큰 위기도 겪었다. 살면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어머니와 형제들뿐이었다.

8남매의 우애는 전남 영광에서도 소문이 자자할 정도다. 한 달에 한 번씩 가족회의를 여는 것은 기본.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8남매가 모두 모여 머리를 맞댄다. 한 번은 추석을 맞아 벌초에 나섰던 옥진 씨가 벌에 쏘였다. 형제들은 벌초를 대신했다.

대가족의 추석 맞이


추석이 되자 어머니 이영임 씨와 자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8남매부터 손자와 손녀 그리고 증손자까지 모이니 집안엔 발 디딜 틈이 없다.

지난 추석, 이 씨네 가족은 유난히 더 바빴다. 음식 준비와 성묘뿐만 아니라 새로 가훈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자식들은 어머니 이 씨의 가르침대로 "모두 어울려 살아라"로 정했다. 온 식구가 모여 함께 하는 모습에 이 씨는 마음이 든든하다.

이 씨네 8남매는 "화기애애하며 오순도순 사는 가족만큼 더 좋은 공동체가 없다"라고 말한다. 아흔 살 어머니와 8남매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겨 본다.

전남 영광 이영임 씨네 8남매 이야기는 KBS '사람과 사람들'(11일 저녁 7시 35분, 1TV)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문경림 kbs.petit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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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쌀 한 톨도 나눠 먹어라…한 동네 8남매 이야기
    • 입력 2017-10-10 17:46:18
    방송·연예
전라남도 영광군 군서면 마읍리에는 대가족이 산다. 어머니 이영임(90) 씨와 그의 자녀 7남 1녀가 그 주인공이다.

첫째 김종진(69) 씨, 둘째 김택진(64) 씨, 셋째 김호진(62) 씨, 넷째 김남진(60) 씨, 다섯째 김성진(57) 씨, 여섯째 김해진(54) 씨, 일곱째 김옥진(52) 씨, 여덟째 김옥순(50) 씨가 모두 한동네에 산다.

어머니 이영임 씨의 집을 중심으로 8남매는 15분 거리에 모여 산다. 이 씨는 "형제들끼리 쌀 한 톨이라도 나눠 먹으며 모여 살기"를 바랐다. 어머니의 마음이 통했는지 자식들 역시 나이가 들면서 "각자 잘 살기보다 더불어 행복하기"가 낫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다 보니 8남매가 같은 동네에 살게 됐다.

이 씨가 "나 병원 간다"라고 말하면 8남매 중 시간이 되는 자식들이 어머니를 병원으로 모신다. 용돈도 그때그때 돌아가면서 드린다.

자식들은 이 씨와 같이 살고 싶어하지만, 이 씨는 "혼자 사는 것이 편하다"며 한사코 마다한다. 결국 자식들은 어머니를 자주 뵙는 것을 택했다.

아흔 살 어머니의 모정(母情)


이영임 씨는 18살에 시집을 왔다.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대가족 종부 역할을 하며 시동생을 거두었다. 선비 같은 남편을 모시며 생선 장사부터 비단 장사까지 안 해본 일도 없다.

한평생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이제는 자식들이 걱정이다. 매년 8남매를 위해 김장을 담그고 텃밭에서 키우는 호박이나 고추도 틈나는대로 챙긴다.

든든한 8남매


이 씨네 8남매는 "내 고향과 내 형제들만 있으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라고 말한다. 여섯째 김해진(54) 씨와 일곱째 김옥진(52) 씨는 외지로 나가 고생이 많았다. 두 사람은 서울에 살면서 사업 때문에 큰 위기도 겪었다. 살면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어머니와 형제들뿐이었다.

8남매의 우애는 전남 영광에서도 소문이 자자할 정도다. 한 달에 한 번씩 가족회의를 여는 것은 기본.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8남매가 모두 모여 머리를 맞댄다. 한 번은 추석을 맞아 벌초에 나섰던 옥진 씨가 벌에 쏘였다. 형제들은 벌초를 대신했다.

대가족의 추석 맞이


추석이 되자 어머니 이영임 씨와 자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8남매부터 손자와 손녀 그리고 증손자까지 모이니 집안엔 발 디딜 틈이 없다.

지난 추석, 이 씨네 가족은 유난히 더 바빴다. 음식 준비와 성묘뿐만 아니라 새로 가훈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자식들은 어머니 이 씨의 가르침대로 "모두 어울려 살아라"로 정했다. 온 식구가 모여 함께 하는 모습에 이 씨는 마음이 든든하다.

이 씨네 8남매는 "화기애애하며 오순도순 사는 가족만큼 더 좋은 공동체가 없다"라고 말한다. 아흔 살 어머니와 8남매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겨 본다.

전남 영광 이영임 씨네 8남매 이야기는 KBS '사람과 사람들'(11일 저녁 7시 35분, 1TV)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문경림 kbs.petit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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