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스님 “개인 의혹 풀고, 종단 개혁 나서겠다”

입력 2017.10.1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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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2일) 제35대 조계종 신임 총무원장에 당선된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스님의 임기는 오는 18일로 예정된 조계종원로회의 인준을 거치면 이달 31일부터 시작된다.

한국 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 행정을 총괄하는 총무원장은 전국사찰 3천100여 곳에 대한 주지 임명권과 1만3천여 명에 이르는 스님 인사권을 비롯해 연간 530억 원이 넘는 예산 집행권, 종단 소속 사찰의 재산 감독 및 처분 승인권을 갖는다.

총무원장 당선증 받는 설정 스님(오른쪽)총무원장 당선증 받는 설정 스님(오른쪽)

이같은 막강한 권한을 4년 간 행사할 수는 총무원장 선거시기 때마다 조계종단은 후보자간 도를 넘는 비방과 비리의혹 폭로 등으로 홍역을 앓아왔다. 이번 선거 때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총무원장으로 당선된 설정스님에게 제기된 의혹이 아직 깔끔하게 풀리지 않은 상태여서 설정스님으로서는 원활한 종단 운영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

12일 오후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당선된 설정 스님(앞줄 오른쪽 세번째)이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12일 오후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당선된 설정 스님(앞줄 오른쪽 세번째)이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설정스님은 총무원장 당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선거기간 제기된 의혹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사부대중께서 가졌던 의혹들과 지적하신 여러 문제들을 그냥 두고 종단 운영을 할 수는 없다. 어떤 방법으로든 깔끔하게 소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선거기간 설정스님에게 제기된 의혹은 크게 세가지로 서울대 학력, 은닉 재산 그리고 숨겨 놓은 자식과 관련한 것이다. 이 가운데 선거 초반에 제기된 서울대 학력 문제에 대해서는 스님이 '서울대 부설 방송통신대를 나온 것이 서울대를 졸업한 것으로 잘못 알려졌다.'고 시인함으로써 사실로 확인됐다.


하지만 교계 언론이 제기한 은닉재산과 숨겨 놓은 자식 문제는 풀리지 않은 상태다. 한 교계 언론과 설정스님의 총무원장 당선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교계 시민단체가 설정스님의 숨겨 놓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재산은 설정스님의 속가 형인 전흥수 대목장이 설립한 한국고건축 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전흥수 대목장이 1990년대 후반 고건축전통을 발전시키겠다며 충남 예산군 대동리 2만 제곱미터 토지에 건물 13개 동을 지어 조성했다. 그런데 외환위기 때 건축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 가압류를 당한 뒤 2009년 8월 강제 매매에 들어갔다. 이후 이 건물과 토지는 2014년 설정 스님의 속가 이름인 전덕수 명의로 가등기 되었는데 이를 두고 교계언론과 시민단체가 '설정스님 소유'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설정 스님 측은 가족들이 자금난을 해결하려고 한서대나 기독교재단에 넘기려던 것을 막는 대신, 수덕사로 이전하려고 우선 개인 명의로 가등기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쌍방간에 추가 폭로와 해명이 이어졌다. 설정 스님 측은 은닉재산 의혹을 폭로한 교계 언론과 시민단체 대표 등을 고발했다.

설정 스님측은 또 설정 스님이 출가후 낳은 딸을 속가 가족의 호적에 올려 놓았다고 보도한 교계 언론에 대해서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1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간선제에 반대하는 한 스님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2017.10.12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간선제에 반대하는 한 스님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2017.10.12

설정 스님은 이번 선거에서 조계종내 거대 여권으로 불리는 자승 스님이 이끄는 현 총무원 체제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는 것이 불교계의 중론이다. 따라서 선거기간에 제기된 개인비리 의혹을 해소하는 것에 못지 않게 현 체제를 비판하고 설정 스님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한 이른바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의 주장을 어느 선에서 수용하고 화합할 것인지가 종단의 원활한 운영에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우선 자승 총무원장 체제에서 도마에 오른 용주사 주지 은처자 의혹과 이를 비판한 스님들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는 주장, 그리고 이를 보도한 언론을 통제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해법을 제시할 것이 필요하다. 선거기간 동안에도 반대 시위가 이어졌던 현재의 총무원장 간선제 대신 직선제를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한다.

12일 오후 대한불교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당선된 설정 스님(오른쪽)이 자승 총무원장(오른쪽 두번째)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12일 오후 대한불교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당선된 설정 스님(오른쪽)이 자승 총무원장(오른쪽 두번째)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설정 스님은 한 달 전 총무원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향후 총무원장으로서 추진할 종단 운영 10대 기조를 종책으로 발표했다. 연이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는 " 60여 년을 승단에 와서 살았다. 춥고 배고프고 힘들 때 선배들이 정화를 시작했다. 정화라는 지고지순한 정신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며 살았던 세대다. 그런데 근자에 와서 정화정신이 흐릿해지고 말살되고 있다. 청정가풍이 승가에 없어지고 승가 본연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며 현재의 승풍을 개탄하며 승풍 진작을 위해 몸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설정 스님은 당선 기자회견에서도 " 스님이 스님다워지고, 진실하고 청정하면 사부대중이 따를 것이라며 " 공심으로 화합 종단을 이끌어 불교다운 불교, 존경받는 불교를 만들어 가겠다."고 승풍진작을 통한 종단개혁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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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정 스님 “개인 의혹 풀고, 종단 개혁 나서겠다”
    • 입력 2017-10-13 16:03:28
    취재K
어제(12일) 제35대 조계종 신임 총무원장에 당선된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스님의 임기는 오는 18일로 예정된 조계종원로회의 인준을 거치면 이달 31일부터 시작된다.

한국 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 행정을 총괄하는 총무원장은 전국사찰 3천100여 곳에 대한 주지 임명권과 1만3천여 명에 이르는 스님 인사권을 비롯해 연간 530억 원이 넘는 예산 집행권, 종단 소속 사찰의 재산 감독 및 처분 승인권을 갖는다.

총무원장 당선증 받는 설정 스님(오른쪽)
이같은 막강한 권한을 4년 간 행사할 수는 총무원장 선거시기 때마다 조계종단은 후보자간 도를 넘는 비방과 비리의혹 폭로 등으로 홍역을 앓아왔다. 이번 선거 때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총무원장으로 당선된 설정스님에게 제기된 의혹이 아직 깔끔하게 풀리지 않은 상태여서 설정스님으로서는 원활한 종단 운영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

12일 오후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당선된 설정 스님(앞줄 오른쪽 세번째)이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설정스님은 총무원장 당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선거기간 제기된 의혹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사부대중께서 가졌던 의혹들과 지적하신 여러 문제들을 그냥 두고 종단 운영을 할 수는 없다. 어떤 방법으로든 깔끔하게 소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선거기간 설정스님에게 제기된 의혹은 크게 세가지로 서울대 학력, 은닉 재산 그리고 숨겨 놓은 자식과 관련한 것이다. 이 가운데 선거 초반에 제기된 서울대 학력 문제에 대해서는 스님이 '서울대 부설 방송통신대를 나온 것이 서울대를 졸업한 것으로 잘못 알려졌다.'고 시인함으로써 사실로 확인됐다.


하지만 교계 언론이 제기한 은닉재산과 숨겨 놓은 자식 문제는 풀리지 않은 상태다. 한 교계 언론과 설정스님의 총무원장 당선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교계 시민단체가 설정스님의 숨겨 놓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재산은 설정스님의 속가 형인 전흥수 대목장이 설립한 한국고건축 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전흥수 대목장이 1990년대 후반 고건축전통을 발전시키겠다며 충남 예산군 대동리 2만 제곱미터 토지에 건물 13개 동을 지어 조성했다. 그런데 외환위기 때 건축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 가압류를 당한 뒤 2009년 8월 강제 매매에 들어갔다. 이후 이 건물과 토지는 2014년 설정 스님의 속가 이름인 전덕수 명의로 가등기 되었는데 이를 두고 교계언론과 시민단체가 '설정스님 소유'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설정 스님 측은 가족들이 자금난을 해결하려고 한서대나 기독교재단에 넘기려던 것을 막는 대신, 수덕사로 이전하려고 우선 개인 명의로 가등기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쌍방간에 추가 폭로와 해명이 이어졌다. 설정 스님 측은 은닉재산 의혹을 폭로한 교계 언론과 시민단체 대표 등을 고발했다.

설정 스님측은 또 설정 스님이 출가후 낳은 딸을 속가 가족의 호적에 올려 놓았다고 보도한 교계 언론에 대해서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1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간선제에 반대하는 한 스님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2017.10.12
설정 스님은 이번 선거에서 조계종내 거대 여권으로 불리는 자승 스님이 이끄는 현 총무원 체제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는 것이 불교계의 중론이다. 따라서 선거기간에 제기된 개인비리 의혹을 해소하는 것에 못지 않게 현 체제를 비판하고 설정 스님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한 이른바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의 주장을 어느 선에서 수용하고 화합할 것인지가 종단의 원활한 운영에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우선 자승 총무원장 체제에서 도마에 오른 용주사 주지 은처자 의혹과 이를 비판한 스님들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는 주장, 그리고 이를 보도한 언론을 통제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해법을 제시할 것이 필요하다. 선거기간 동안에도 반대 시위가 이어졌던 현재의 총무원장 간선제 대신 직선제를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한다.

12일 오후 대한불교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당선된 설정 스님(오른쪽)이 자승 총무원장(오른쪽 두번째)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설정 스님은 한 달 전 총무원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향후 총무원장으로서 추진할 종단 운영 10대 기조를 종책으로 발표했다. 연이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는 " 60여 년을 승단에 와서 살았다. 춥고 배고프고 힘들 때 선배들이 정화를 시작했다. 정화라는 지고지순한 정신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며 살았던 세대다. 그런데 근자에 와서 정화정신이 흐릿해지고 말살되고 있다. 청정가풍이 승가에 없어지고 승가 본연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며 현재의 승풍을 개탄하며 승풍 진작을 위해 몸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설정 스님은 당선 기자회견에서도 " 스님이 스님다워지고, 진실하고 청정하면 사부대중이 따를 것이라며 " 공심으로 화합 종단을 이끌어 불교다운 불교, 존경받는 불교를 만들어 가겠다."고 승풍진작을 통한 종단개혁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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