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연극으로 고발하는 풍계리의 아픔

입력 2017.10.14 (08:20) 수정 2017.10.1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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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으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는데요,

그 핵실험으로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남북한 출신 배우들이 이런 문제를 지적하며 연극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시죠? 정은지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느즈막이 아침 식사를 준비하며 여유롭게 휴일을 여는 김봄희 씨.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배우 지망생입니다.

그녀는 한국에 온지 올해로 9년째인 탈북민인데요.

어린 시절, 북한에서도 무대에 섰지만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봄희(배우 지망생/탈북민) : "완전히 100% 프로파간다적인 거기 때문에. 그래서 무대에서 노래 부르고 춤추고 악기 다루고 이러면서 선전하는 거죠.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도 않고, 굉장히 죄책감을 많이 느껴요. 어린 시절에 뭣 모르고 그런 거를 했다는 거에 대해서."

한국에 온 뒤 무대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게 되었다는데요. 대학에 입학한 뒤 2015년 친구들과 연극을 만들어 통일부 장관상까지 받았습니다.

<인터뷰> 김봄희(배우 지망생/탈북민) : "좀 더 배우고 싶었어요. 진짜 예술이라는 게 뭔지. 되게 힘들었는데 배우고 나니까 너무 좋아요. 저는 연극이라는 장르를 전공을 하면서 제가 겪었던 모든 상처들을 다 치유한 것 같아요."

이곳은 봄희 씨가 동료들과 함께 연극 연습을 하는 연습실입니다.

열흘 뒤로 다가온 공연을 위해 매일 이곳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요.

그 연습 현장을 저와 함께 해보실까요?

연극의 제목은 <풍계리 진달래>.

풍계리는 북한의 핵실험장이 있는 곳입니다.

연극에는 북한 출신 배우 세 명과 남한 출신 다섯 명이 출연하는데요.

한 마디로 ‘통일 연극’인 셈입니다.

이번 연극은 한 북한인권 NGO가 준비했습니다.

<인터뷰> 신미녀((사)새조위 대표) : "이분들이 어떻게 탈북을 하게 됐는지 그 이유와 또 남북 간의 사회문화 차이 그거를 통해서 우리 탈북민들을 긍정적으로 좀 인식전환을 시켜보고자 하는 그런 의도였습니다."

생업 때문에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지만 기쁜 마음으로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는 배우들.

그 이유는 뭘까요?

<인터뷰> 오진하(진달래 남편 역/탈북민) : "남한 출신의 배우들과 북한 출신 배우들이 같이 하는 거예요. 이건 대단히 중대한 사건에요, 이게 작은 무대에서 통일이 이루어진다는 느낌을 제가 알고 아, 이런 데 참여해야 되겠다..."

이 연극에서 봄희 씨는 풍계리에 살다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자식의 병을 고치려고 탈북을 결심하는 어머니 진달래 역을 맡았습니다.

<녹취> "보시오. 이 게 내 가진 돈 전부입니다. 이 돈이면 중국 갈 수 있는 것 맞죠?"

탈북 과정에서 원치 않은 결혼을 하고, 살기 위해 마약 배달과 같은 범죄도 저지르게 되는 주인공 진달래.

봄희 씨는 탈북과 정착의 과정에 깊이 공감하며 연기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봄희(진달래 역/탈북민) : "대본 중에 두만강을 건널 때 살갗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고 하는데 그런 부분도 좀 있는 것 같고요. 그리고 한국에 와서 굉장히 편견을 가진 배려 속에서 되게 힘들었던 부분들 그런 건 좀 많이 비슷해요."

<녹취> "(풍계리에도 지금쯤 꽃이 만발 하지 않았겠습니까?) 진달래가 많이 피었겠지. 못 지켜줘서 미안해."

이 연극의 하이라이트는 암에 걸린 남편과 우여곡절 끝에 재회하는 장면인데요.

<인터뷰> 오진하(진달래 남편 역/탈북민) : "방사능에 피폭이 된 걸 본인 자체도 모르고 살아왔다가 어떻게 탈북을 해서 한국에 와서야 검진을 받고 그것이 피폭이 돼는 자신이 병자가 됐다는 걸 알고 난 뒤에서 늦었죠."

10월 20일 서울 대학로에서 막을 올리는 통일 연극, <풍계리 진달래>.

북한 핵실험의 또다른 피해자인 북한 주민들을 조명할 예정인데요. 탈북과 정착 과정의 아픔과 고민도 함께 나누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6차례 핵실험을 모두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강행했습니다.

이 때문에 풍계리와 인근 주민들이 방사능에 노출되었다는 의혹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인터뷰> 이지환(연출 겸 배우) : "본인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렇게 앓게 되는 병들이 있는 사람들이 여기 넘어와서 조사 과정 중에 알게 되는 경우들이 좀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북한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중국과 밀거래를 하며 장마당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다 석 달 전 한국에 온 김지영 씨.

<인터뷰> 김지영((가명)/탈북민) : "전쟁이 일어나도 핵을 가지고 싸우면 사람 다 죽겠는데 그걸 해서 뭘 하냐. 10%만, 백성들에, 인민들에다 돌리면 인민들이 먹고 살 근심이 없겠는데. 북한사람들 솔직히 먹는 걸 요구해요, 먹는 걸. 먹는 걸. 배불리 먹는 걸."

정작 주민들은 방사능 피폭 등의 구체적인 위험성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인터뷰> 김지영((가명)/탈북민) : "방사성 물질을 받으니까 다 허약하고 일하기 힘들어하고 다 그저 그래요. 거기 사람들은 ‘지진이 일어나나?’ 이런 형태로 그저 생각하지, ‘아, 이거 우리 조선에서 뭐 핵실험 해서 이러는구나’ 하는 그런 생각은, 머릿속엔 있어도 옆에 사람들한테 표현을 못해요."

배우들은 그래서 이번 통일 연극이 더욱 의미가 있다고 힘주어 말하는데요.

<인터뷰> 이지환(연출 겸 배우) : "북한의 위, 상류층들이 계획하고 핵실험하고 이런 것들이 이들하고는 전혀 상관없이 피해 받는 모습들 그게 현실로 지금 나타나서 고통 받고 있는 북한이탈주민들, 그런 모습들을 좀 이렇게 알리는..."

험난한 한국 정착 과정과 자신도 모르게 방사능에 노출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풍계리 진달래>.

지금 우리의 큰 걱정거리인 북한 핵문제, 그리고 북한 주민들과의 공존과 협력을 고민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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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연극으로 고발하는 풍계리의 아픔
    • 입력 2017-10-14 08:15:20
    • 수정2017-10-14 08:34:36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으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는데요,

그 핵실험으로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남북한 출신 배우들이 이런 문제를 지적하며 연극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시죠? 정은지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느즈막이 아침 식사를 준비하며 여유롭게 휴일을 여는 김봄희 씨.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배우 지망생입니다.

그녀는 한국에 온지 올해로 9년째인 탈북민인데요.

어린 시절, 북한에서도 무대에 섰지만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봄희(배우 지망생/탈북민) : "완전히 100% 프로파간다적인 거기 때문에. 그래서 무대에서 노래 부르고 춤추고 악기 다루고 이러면서 선전하는 거죠.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도 않고, 굉장히 죄책감을 많이 느껴요. 어린 시절에 뭣 모르고 그런 거를 했다는 거에 대해서."

한국에 온 뒤 무대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게 되었다는데요. 대학에 입학한 뒤 2015년 친구들과 연극을 만들어 통일부 장관상까지 받았습니다.

<인터뷰> 김봄희(배우 지망생/탈북민) : "좀 더 배우고 싶었어요. 진짜 예술이라는 게 뭔지. 되게 힘들었는데 배우고 나니까 너무 좋아요. 저는 연극이라는 장르를 전공을 하면서 제가 겪었던 모든 상처들을 다 치유한 것 같아요."

이곳은 봄희 씨가 동료들과 함께 연극 연습을 하는 연습실입니다.

열흘 뒤로 다가온 공연을 위해 매일 이곳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요.

그 연습 현장을 저와 함께 해보실까요?

연극의 제목은 <풍계리 진달래>.

풍계리는 북한의 핵실험장이 있는 곳입니다.

연극에는 북한 출신 배우 세 명과 남한 출신 다섯 명이 출연하는데요.

한 마디로 ‘통일 연극’인 셈입니다.

이번 연극은 한 북한인권 NGO가 준비했습니다.

<인터뷰> 신미녀((사)새조위 대표) : "이분들이 어떻게 탈북을 하게 됐는지 그 이유와 또 남북 간의 사회문화 차이 그거를 통해서 우리 탈북민들을 긍정적으로 좀 인식전환을 시켜보고자 하는 그런 의도였습니다."

생업 때문에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지만 기쁜 마음으로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는 배우들.

그 이유는 뭘까요?

<인터뷰> 오진하(진달래 남편 역/탈북민) : "남한 출신의 배우들과 북한 출신 배우들이 같이 하는 거예요. 이건 대단히 중대한 사건에요, 이게 작은 무대에서 통일이 이루어진다는 느낌을 제가 알고 아, 이런 데 참여해야 되겠다..."

이 연극에서 봄희 씨는 풍계리에 살다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자식의 병을 고치려고 탈북을 결심하는 어머니 진달래 역을 맡았습니다.

<녹취> "보시오. 이 게 내 가진 돈 전부입니다. 이 돈이면 중국 갈 수 있는 것 맞죠?"

탈북 과정에서 원치 않은 결혼을 하고, 살기 위해 마약 배달과 같은 범죄도 저지르게 되는 주인공 진달래.

봄희 씨는 탈북과 정착의 과정에 깊이 공감하며 연기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봄희(진달래 역/탈북민) : "대본 중에 두만강을 건널 때 살갗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고 하는데 그런 부분도 좀 있는 것 같고요. 그리고 한국에 와서 굉장히 편견을 가진 배려 속에서 되게 힘들었던 부분들 그런 건 좀 많이 비슷해요."

<녹취> "(풍계리에도 지금쯤 꽃이 만발 하지 않았겠습니까?) 진달래가 많이 피었겠지. 못 지켜줘서 미안해."

이 연극의 하이라이트는 암에 걸린 남편과 우여곡절 끝에 재회하는 장면인데요.

<인터뷰> 오진하(진달래 남편 역/탈북민) : "방사능에 피폭이 된 걸 본인 자체도 모르고 살아왔다가 어떻게 탈북을 해서 한국에 와서야 검진을 받고 그것이 피폭이 돼는 자신이 병자가 됐다는 걸 알고 난 뒤에서 늦었죠."

10월 20일 서울 대학로에서 막을 올리는 통일 연극, <풍계리 진달래>.

북한 핵실험의 또다른 피해자인 북한 주민들을 조명할 예정인데요. 탈북과 정착 과정의 아픔과 고민도 함께 나누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6차례 핵실험을 모두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강행했습니다.

이 때문에 풍계리와 인근 주민들이 방사능에 노출되었다는 의혹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인터뷰> 이지환(연출 겸 배우) : "본인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렇게 앓게 되는 병들이 있는 사람들이 여기 넘어와서 조사 과정 중에 알게 되는 경우들이 좀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북한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중국과 밀거래를 하며 장마당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다 석 달 전 한국에 온 김지영 씨.

<인터뷰> 김지영((가명)/탈북민) : "전쟁이 일어나도 핵을 가지고 싸우면 사람 다 죽겠는데 그걸 해서 뭘 하냐. 10%만, 백성들에, 인민들에다 돌리면 인민들이 먹고 살 근심이 없겠는데. 북한사람들 솔직히 먹는 걸 요구해요, 먹는 걸. 먹는 걸. 배불리 먹는 걸."

정작 주민들은 방사능 피폭 등의 구체적인 위험성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인터뷰> 김지영((가명)/탈북민) : "방사성 물질을 받으니까 다 허약하고 일하기 힘들어하고 다 그저 그래요. 거기 사람들은 ‘지진이 일어나나?’ 이런 형태로 그저 생각하지, ‘아, 이거 우리 조선에서 뭐 핵실험 해서 이러는구나’ 하는 그런 생각은, 머릿속엔 있어도 옆에 사람들한테 표현을 못해요."

배우들은 그래서 이번 통일 연극이 더욱 의미가 있다고 힘주어 말하는데요.

<인터뷰> 이지환(연출 겸 배우) : "북한의 위, 상류층들이 계획하고 핵실험하고 이런 것들이 이들하고는 전혀 상관없이 피해 받는 모습들 그게 현실로 지금 나타나서 고통 받고 있는 북한이탈주민들, 그런 모습들을 좀 이렇게 알리는..."

험난한 한국 정착 과정과 자신도 모르게 방사능에 노출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풍계리 진달래>.

지금 우리의 큰 걱정거리인 북한 핵문제, 그리고 북한 주민들과의 공존과 협력을 고민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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