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新중국의 막후 권력 투쟁…시진핑 집권 2기와 후계 구도

입력 2017.10.19 (15:52) 수정 2017.10.19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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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시진핑·후진타오·장쩌민의 동상이몽(同床異夢)

[특파원리포트] 시진핑·후진타오·장쩌민의 동상이몽(同床異夢)

19차 공산당 대회 첫날 시진핑과 나란히 앉아 있는 장쩌민, 후진타오19차 공산당 대회 첫날 시진핑과 나란히 앉아 있는 장쩌민, 후진타오

"19차 당대회에 시진핑 뒤로 장쩌민과 후진타오가 나란히 섰다"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앉아있던 공산당 대표자들과 취재진들이 일제히 일어섰다.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 뒤로 장쩌민과 후진타오 총 서기가 따라 들어왔다. 사실상 시진핑 1인을 위한 대관식에 상하이방의 장쩌민과 공청단의 후진타오가 참석했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시진핑이 신중국의 전통 '집단지도체제'를 무너뜨리고 1인 지배체제로 갈 것이란 우려를 어느정도 불식시켰다는 의미와 함께 91세의 장쩌민과 74세의 후진타오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당 대회를 앞두고 지난 여름 열렸던 공산당 막후 비밀회의 '베이다이허' 회의에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불참했던 그들이었기에 이번 회의 참석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시진핑 후계 문제가 원만하게 조율이 된걸까?

하품하는 장쩌민, 웃으며 대화하는 후진타오하품하는 장쩌민, 웃으며 대화하는 후진타오

"시진핑 3시간 반 연설...장쩌민과 후진타오 표정은 미묘한 차이"

기자들도 놀랐다. 무려 3시간 반, 전례를 감안해 한 시간 여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고, 듣고 앉아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장쩌민과 후진타오, 두 원로들의 표정은 미묘하게 엇갈렸다. 장쩌민은 지루해 하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고, 하품까지 한 반면, 후진타오는 내내 진지하게 듣는 분위기였다.

연설을 마치고 돌아온 시진핑에게 후진타오는 웃으며 말을 걸었다. 장쩌민은 아마도 자신이 당과 군부에 심어놓은 상하이방 계열의 쑨정차이, 보시라이, 저우융캉, 쉬차이허우 등을 모두 숙청해버린 시진핑이 자화자찬하는 것이 듣기 싫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후진타오는?

집권 내내 장쩌민의 상왕 정치에 시달린 피해자 후진타오집권 내내 장쩌민의 상왕 정치에 시달린 피해자 후진타오

"장쩌민은 가해자-후진타오는 피해자-시진핑은 수혜자"

신중국의 막후 권력투쟁을 이해하기 위해선 연원을 알아야 한다. 상왕정치! 장쩌민은 덩샤오핑의 영향력 아래 있었고, 후진타오는 장쩌민의 위세에 눌려 권력자 행세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다. 그러나 힘없는 얼굴마담 처지였던 후진타오는 막판에 자신의 후계자 지정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장쩌민과 강하게 대립했다. 공청단의 후진타오와 상하이방 장쩌민은 결국 타협안을 찾았고, 그게 바로 시진핑이었다.

태자당 출신으로 튀지 않는 원만하고 온화한 성격으로 알려진 시진핑은 하나의 선물을 더 받았다. 후진타오가 공산당 총서기직과 함께 중앙군사위 주석직까지 모든 권력을 일거에 넘겨주며 이른바 중국식 상왕정치의 종식을 선언한 것이다. 외신들은 이를 장쩌민을 껴안은 후진타오의 자폭이라고까지 평가했고, 시진핑은 시작부터 온전히 권력을 물려받아 최대 수혜자가 됐다.

후춘화 광둥성 서기/천민얼 충칭시 서기후춘화 광둥성 서기/천민얼 충칭시 서기

"권력을 넘긴다면 누구에게 넘길까?"

전임자가 현재 집권자의 후계자를 정하는 격대지정(隔代指定)의 원칙으로 보나 상왕정치를 종식시키고 온전히 권력을 넘겨준 인연으로 보나 후진타오가 후계자를 지정하는게 순리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리틀 후진타오라 불리는 후춘화 광둥성 서기가 주목받고 있다. 후진타오가 역임한 공청단 중앙서기처 제1서기 출신 엘리트다. 홍콩계 매체들이 주로 후춘화가 낙점받을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다.

하지만 취재력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일본 기자들은 시진핑의 핵심 측근 천민얼 충칭시 서기쪽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포스트 시진핑으로 불렸던 쑨정차이를 날린 시진핑이 그 자리에 대신 임명한게 바로 천민얼이다. 퇴임 이후를 생각해 보면 시진핑 입장에선 아무래도 천민얼이다. 하지만 후춘화나 천민얼 모두 시진핑 후계자가 되기엔 정치적 무게감이 부족하다는 평도 있다.

2016년 4월 11일 발간 美 타임지 표지 사진2016년 4월 11일 발간 美 타임지 표지 사진

"시진핑 장기집권 플랜"

시진핑이 덩샤오핑 이래 지켜진 10년 집권 원칙을 깨고 아예 장기집권으로 갈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이번 당 대회에서 만약 공산당 주석직이 부활한다면 시진핑은 총서기, 핵심동지를 넘어 마오저뚱 반열에 오르게 된다.

공산당 당장에 시진핑 사상이 명기되는지 여부도 장기집권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이다. 중국내 시진핑 우상화는 이미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부패와의 전쟁 명목으로 정치적 경쟁자들을 대거 숙청해 모두를 숨죽이게 만든 시진핑의 위세는 지금 대단하다. 한때 우직하고 순진해 보였고, 상하이방과 공청단파간 타협의 산물이었던 시진핑은 이미 눈빛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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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9 15:52:58
    • 수정2017-10-19 19:17:08
    특파원 리포트
19차 공산당 대회 첫날 시진핑과 나란히 앉아 있는 장쩌민, 후진타오
"19차 당대회에 시진핑 뒤로 장쩌민과 후진타오가 나란히 섰다"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앉아있던 공산당 대표자들과 취재진들이 일제히 일어섰다.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 뒤로 장쩌민과 후진타오 총 서기가 따라 들어왔다. 사실상 시진핑 1인을 위한 대관식에 상하이방의 장쩌민과 공청단의 후진타오가 참석했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시진핑이 신중국의 전통 '집단지도체제'를 무너뜨리고 1인 지배체제로 갈 것이란 우려를 어느정도 불식시켰다는 의미와 함께 91세의 장쩌민과 74세의 후진타오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당 대회를 앞두고 지난 여름 열렸던 공산당 막후 비밀회의 '베이다이허' 회의에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불참했던 그들이었기에 이번 회의 참석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시진핑 후계 문제가 원만하게 조율이 된걸까?

하품하는 장쩌민, 웃으며 대화하는 후진타오
"시진핑 3시간 반 연설...장쩌민과 후진타오 표정은 미묘한 차이"

기자들도 놀랐다. 무려 3시간 반, 전례를 감안해 한 시간 여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고, 듣고 앉아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장쩌민과 후진타오, 두 원로들의 표정은 미묘하게 엇갈렸다. 장쩌민은 지루해 하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고, 하품까지 한 반면, 후진타오는 내내 진지하게 듣는 분위기였다.

연설을 마치고 돌아온 시진핑에게 후진타오는 웃으며 말을 걸었다. 장쩌민은 아마도 자신이 당과 군부에 심어놓은 상하이방 계열의 쑨정차이, 보시라이, 저우융캉, 쉬차이허우 등을 모두 숙청해버린 시진핑이 자화자찬하는 것이 듣기 싫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후진타오는?

집권 내내 장쩌민의 상왕 정치에 시달린 피해자 후진타오
"장쩌민은 가해자-후진타오는 피해자-시진핑은 수혜자"

신중국의 막후 권력투쟁을 이해하기 위해선 연원을 알아야 한다. 상왕정치! 장쩌민은 덩샤오핑의 영향력 아래 있었고, 후진타오는 장쩌민의 위세에 눌려 권력자 행세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다. 그러나 힘없는 얼굴마담 처지였던 후진타오는 막판에 자신의 후계자 지정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장쩌민과 강하게 대립했다. 공청단의 후진타오와 상하이방 장쩌민은 결국 타협안을 찾았고, 그게 바로 시진핑이었다.

태자당 출신으로 튀지 않는 원만하고 온화한 성격으로 알려진 시진핑은 하나의 선물을 더 받았다. 후진타오가 공산당 총서기직과 함께 중앙군사위 주석직까지 모든 권력을 일거에 넘겨주며 이른바 중국식 상왕정치의 종식을 선언한 것이다. 외신들은 이를 장쩌민을 껴안은 후진타오의 자폭이라고까지 평가했고, 시진핑은 시작부터 온전히 권력을 물려받아 최대 수혜자가 됐다.

후춘화 광둥성 서기/천민얼 충칭시 서기
"권력을 넘긴다면 누구에게 넘길까?"

전임자가 현재 집권자의 후계자를 정하는 격대지정(隔代指定)의 원칙으로 보나 상왕정치를 종식시키고 온전히 권력을 넘겨준 인연으로 보나 후진타오가 후계자를 지정하는게 순리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리틀 후진타오라 불리는 후춘화 광둥성 서기가 주목받고 있다. 후진타오가 역임한 공청단 중앙서기처 제1서기 출신 엘리트다. 홍콩계 매체들이 주로 후춘화가 낙점받을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다.

하지만 취재력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일본 기자들은 시진핑의 핵심 측근 천민얼 충칭시 서기쪽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포스트 시진핑으로 불렸던 쑨정차이를 날린 시진핑이 그 자리에 대신 임명한게 바로 천민얼이다. 퇴임 이후를 생각해 보면 시진핑 입장에선 아무래도 천민얼이다. 하지만 후춘화나 천민얼 모두 시진핑 후계자가 되기엔 정치적 무게감이 부족하다는 평도 있다.

2016년 4월 11일 발간 美 타임지 표지 사진
"시진핑 장기집권 플랜"

시진핑이 덩샤오핑 이래 지켜진 10년 집권 원칙을 깨고 아예 장기집권으로 갈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이번 당 대회에서 만약 공산당 주석직이 부활한다면 시진핑은 총서기, 핵심동지를 넘어 마오저뚱 반열에 오르게 된다.

공산당 당장에 시진핑 사상이 명기되는지 여부도 장기집권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이다. 중국내 시진핑 우상화는 이미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부패와의 전쟁 명목으로 정치적 경쟁자들을 대거 숙청해 모두를 숨죽이게 만든 시진핑의 위세는 지금 대단하다. 한때 우직하고 순진해 보였고, 상하이방과 공청단파간 타협의 산물이었던 시진핑은 이미 눈빛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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