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오바마 두 전직 대통령의 호소…“분열의 정치 그만두라”

입력 2017.10.20 (14:45) 수정 2017.10.2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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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조지 W.부시 두 전직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모처럼 대중 연설 자리에 등장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따끔한 메시지를 던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 주(州) 뉴어크에서 열린 필 머피(민주) 주지사 후보 지지연설에서 "수 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분열의 낡은 정치를 거부하라"고 말했다.

퇴임 후 참석한 첫 선거유세이기도 한 이날 행사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우리가 잠재웠다고 생각한 똑같은 (분열의) 정치를 지금 다시 보고 있다"며 "지금은 19세기가 아니라 21세기다"라고 강조했다. '분열의 정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어 버지니아 주 리치먼드에서 열린 랠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 후보의 지지유세에도 참석해 "단기적인 이득을 보고자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악마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며 "때때로 좌절감마저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얼마 전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일어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시위가 인종주의 등 미국 내 '적폐 청산' 논쟁까지 촉발한 것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우리가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상처를 주거나 분열시키는 방법이 아닌, 치유를 하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며 "단지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우리 역사의 가장 아픈 부분을 이용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 1월 퇴임 이후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는 역대 미 대통령들의 전통을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면 충돌을 삼가던 와중에 내놓은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뉴욕에서 열린 토론회 연설을 통해 미국의 가장 기본적인 이상들이 도전을 받는 상황에 맞서 "우리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의 정체성은 지리나 인종, '피와 땅'(나치 슬로건) 등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고 언급, 백인우월주의를 사실상 두둔하고 반(反)이민 정책을 펴는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 비판했다. 또 "이는 편협함과 백인우월주의는, 어떤 형태이든, 미국적 신념에 반하는 신성모독임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보호주의에는 분쟁과 불안정, 빈곤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잊은 채 우리는 자유시장과 국제무역의 가치가 희미해지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노골적인 미국 우선주의도 비판했다.

미 언론들은 이날 연설에 대해 민주, 공화 출신 두 전직 대통령 모두 비판의 대상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누가 봐도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날카로운 비판이자 간절한 호소로 들렸다면서 오랜만에 '대통령다운' 연설이 대중에게 울림을 던졌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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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7-10-20 21:24:30
    국제
버락 오바마, 조지 W.부시 두 전직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모처럼 대중 연설 자리에 등장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따끔한 메시지를 던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 주(州) 뉴어크에서 열린 필 머피(민주) 주지사 후보 지지연설에서 "수 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분열의 낡은 정치를 거부하라"고 말했다.

퇴임 후 참석한 첫 선거유세이기도 한 이날 행사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우리가 잠재웠다고 생각한 똑같은 (분열의) 정치를 지금 다시 보고 있다"며 "지금은 19세기가 아니라 21세기다"라고 강조했다. '분열의 정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어 버지니아 주 리치먼드에서 열린 랠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 후보의 지지유세에도 참석해 "단기적인 이득을 보고자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악마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며 "때때로 좌절감마저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얼마 전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일어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시위가 인종주의 등 미국 내 '적폐 청산' 논쟁까지 촉발한 것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우리가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상처를 주거나 분열시키는 방법이 아닌, 치유를 하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며 "단지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우리 역사의 가장 아픈 부분을 이용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 1월 퇴임 이후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는 역대 미 대통령들의 전통을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면 충돌을 삼가던 와중에 내놓은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뉴욕에서 열린 토론회 연설을 통해 미국의 가장 기본적인 이상들이 도전을 받는 상황에 맞서 "우리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의 정체성은 지리나 인종, '피와 땅'(나치 슬로건) 등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고 언급, 백인우월주의를 사실상 두둔하고 반(反)이민 정책을 펴는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 비판했다. 또 "이는 편협함과 백인우월주의는, 어떤 형태이든, 미국적 신념에 반하는 신성모독임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보호주의에는 분쟁과 불안정, 빈곤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잊은 채 우리는 자유시장과 국제무역의 가치가 희미해지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노골적인 미국 우선주의도 비판했다.

미 언론들은 이날 연설에 대해 민주, 공화 출신 두 전직 대통령 모두 비판의 대상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누가 봐도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날카로운 비판이자 간절한 호소로 들렸다면서 오랜만에 '대통령다운' 연설이 대중에게 울림을 던졌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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