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한반도] 시진핑 ‘대관식’·트럼프 방한…북핵 해법은?

입력 2017.10.21 (07:49) 수정 2017.10.2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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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은 23년 전, 북한과 미국이 제네바 합의를 통해 1차 북핵 위기를 봉합했던 날입니다.

우리는 협상에서 소외되고 비용까지 부담해야했지만, 이후 평화는커녕 북한은 핵무기 개발의 최종 단계에 이른 게 오늘의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진행 중인 중국 공산당 대회 이후 시진핑 주석의 한반도 정책, 그리고 다음 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서 내놓을 대북 메시지가 무엇일지 주목됩니다.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한반도에 출동한 미군 전략무기가 북한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이고 중국의 새로운 권력 지형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다솔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미 해군의 주력 전투기 슈퍼호넷이 굉음을 내며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떠다니는 군사기지, 로널드 레이건 항모 전단이 지난 한주 한반도 인근 해상에서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했습니다.

<녹취> 도넬리(로널드 레이건함 함장) : "한국 해군과 연합 대특수전부대작전 훈련을 수행하기 위해 여기에 왔습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과 해상 침투 등에 대비한 훈련입니다.

미군 항모 강습단에는 유사시 적 지휘부 참수작전에 투입하는 특수전 부대원들도 참여했습니다.

바다는 물론 서울 인근 상공에도 미군 핵심 전력이 출동했습니다.

갑자기 수직으로 솟구치더니, 급하강과 급선회를 반복하는 전투기.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입니다.

적 군사시설의 정밀 타격이 가능한 F-35A 스텔스 전투기와 북한이 늘 민감하게 반응하는 전략폭격기, B-1B도 함께 공개됐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긴장 수위가 높아진 한반도에 미군의 대표 전략무기들이 이례적으로 총출동해 위용을 과시한 것입니다.

개막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첨단무기 개발을 통한 대북 억지력 강화를 주문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 "강하고 독자적인 항공우주산업과 방위산업의 역량 확보가 절실합니다. 북한의 안보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지켜낼 수 있는 우수한 성능의 첨단 무기 체계를 조속히 전력화해야 합니다."

이처럼 미군의 강력한 전략무기들이 한반도에 전개된 가운데 중국에서는 가장 중요한 정치 행사이자 향후 권력 구도를 짜는 공산당 대회가 개막했습니다.

미군 전략무기의 전개는 중국 공산당 대회 기간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북한의 도발을 견제하는 의미도 있는데요.

더불어 향후 중국 새 지도부의 대 한반도 정책의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서도 이번 공산당 대회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을 선두로 장쩌민 전 공산당 총서기와, 후진타오 전 주석이 박수를 받으며 입장합니다.

시진핑 집권 2기의 시작을 알리는 제19차 공산당대회가 시작된 겁니다.

황제의 색, 자주색 넥타이를 매고 연단에 선 시 주석은, 지난 5년의 성과와 새로운 국정 방향을 밝혔습니다.

<녹취> 시진핑(中 국가주석) : "이번 19차 당대회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새 시대의 결정적 시기에 진입할 때 열리는 매우 중요한 대회입니다."

대관식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시진핑 1인 중심 체제를 과시했지만, 도심 곳곳에는 계엄령을 방불케 하는 삼엄한 경계 태세가 이어졌습니다.

더욱이 지난 달 중국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 등 중국의 중요 일정 때 북한이 핵실험 등 도발을 한 전례 때문에 주변국들도 긴장 속에 지켜봤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크게 보도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내부 언론 통제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대북 수위 조절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인터뷰> 김흥규(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김정은 정부 들어서면서 북한은 결코 중국의 어떤 의지와 영향력에 종속되지 않겠다, 라는 의지를 표명해 왔고 북 핵실험이나 미사일실험은 중국의 이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상태에서 해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하는 레버리지를 쓰면 쓸수록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점점 더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으로서는 상당히 조심스런 상황이고요."

냉랭한 북중 관계 기류는 북한이 중국에 보낸 축전에도 드러났습니다.

북한이 이번 중국 공산당 대회에 보낸 축전은 200자 남짓한 단 세 문장.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8일) :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는 중국공산당 제19차 대회를 열렬히 축하하며 귀 당의 전체 당원들과 중국 인민에게 따뜻한 인사를 보냅니다."

이보다 3배 이상 길었고 북중 친선을 강조했던, 5년 전 같은 행사 때 보낸 북한의 축전과 확연히 비교됩니다.

<녹취> 조선중앙TV(2012년 11월) : "전통적인 조중 친선을 수호하고 대를 이어 변함없이 강화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우리 당의 확고부동한 입장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산당 대회 이후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시진핑 주석이 당 대회를 통해 강화된 권력을 바탕으로 대외 정책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이번 당대회 업무보고에서 시주석은 어떤 국가도 외딴섬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등의 보호주의적 경향을 지적한 것일 수도 있지만, 제재를 자초하며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이 특히 귀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인터뷰> 김흥규(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중국은 이제 강대국으로서 한반도에서 그리고 동북아시아에서 더 주도적이고 더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정책으로 나올 겁니다. 그렇게 됐을 때는 북중 관계에 있어서도 제가 보기에는 북한이 계속 핵미사일개발을 강화하는 한 상당한 그 압박을 가할 것이고요.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시에 이 한반도 문제를 풀어나갈 해법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려고 시진핑이 노력할 겁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자 자력자강을 유난히 강조하며 주민 분발을 적극 독려하고 있습니다.

사기를 북돋우기 위한 노래도 선전했습니다.

<녹취> "자력갱생 제힘이 제일이야 믿을 힘도 떨칠 힘도 그밖에 우린 몰라."

동시에 국제사회를 향해 대북 제재와 비핵화 대화는 병행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27일) : "동족을 적대시하는 제재정책에 동조하면서 대화와 협력, 신뢰 회복은 있을 수 없다."

실제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화와 제재의 병행을 부정하는 북한의 주장을 무시만 해서는 안 된다는 제안도 있습니다.

과거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북한 비자금을 동결했다가 북한과의 대화 국면 유지를 위해 결국 이를 해제했던 사례가 거론됩니다.

<녹취> 백학순(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북한이) 9.19 공동성명을 방코델타아시아 제재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이행을 안 하겠다 이렇게 나와 버리니까 나중에는 방법이 없어서 다 해제해주고 그랬잖아요. 그런 경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대화와 제재는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간단히 들으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해요."

하지만 이후 북한이 6차례나 핵실험을 강행했고 핵탄두를 미 본토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도 완성 직전이라는 차이점이 지적됩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이번 주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그런 만큼 우선 북한이 핵 도발 중단을 명확히 하는 것이 비핵화 대화의 조건이고, 그 이전에는 강도 높은 대북 압박을 하며 대화 가능성을 찾아 간다는 것이 현재 정부와 국제 사회의 입장입니다.

<녹취> 임성남(외교부 1차관) : "3국이 긴밀한 공조 하에 제재와 대화를 포함한 가능한 모든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인터뷰> 최강(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 "따라서 가능하다면 한미중 3국 공조도 동시에 추진해야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중국을 엮어내고 일본의 협조를 구하면서 나가는 모습을 가지고 갈 때 이러한 우리가 걱정하는 미국과 중국 간의 빅딜이라든가 미국과 북한간의 직접적인 협상의 가능성은 훨씬 낮추면서 우리의 입장과 이익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오바마 대통령 시기에 맺은 이란과의 핵협정을 인증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미국의 대북 전략과 관련해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핵을 가지려는 국가와는 어설프게 협상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대북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다음 달 초 한국을 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2015년 이란과 서방 6개국은 이란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서방은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협정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 지속적으로 핵협정을 위반하고 탄도 미사일을 확산시키며 테러 세력을 지원했다며 협정 파기 수순을 밟기 시작한 것입니다.

<녹취> 트럼프(美 대통령/지난 13일) "내가 가진 사실 기록에 기초해 나는 오늘 이것(이란의 협정 준수)을 인증할 수 없고 하지 않을 것을 선언합니다."

또 북한을 불량국가로 다시 한 번 지목하며 북한과 이란의 거래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녹취> 트럼프(美 대통령/지난 13일) : "우리는 이란부터 북한까지 불량 정권과 맞서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이 국민을 위한 정치적, 종교적 자유를 회복할 때까지 억압적인 정권들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입니다."

<인터뷰> 최강(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 "미국은 사실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핵을 다른 나라에 이전하는 그 확산의 문제 확산의 가능성에 대해서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북한이 지금 이란과 협력해서 공동전선을 형성하자, 라고 하는 것은 미국이 가장 걱정을 하고 있고 적극 반대하는 확산 쪽으로 가겠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그걸 굉장히 강력히 반발하고 거기에 대해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미국의 이란 정책은 다음 달 초 한국 등 동아시아 순방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인식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중일 정상과 만나는데, 특히 우리 국회 연설에서 어떤 대북 메시지를 전할지도 관심입니다.

특히 북한이 이 시기를 무력 과시의 계기로 삼아 도발할 경우, 북미 간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이는 미국의 대북정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터뷰> 최강(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 "그렇게 됐을 경우에는 미국 정부로서는 강력한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에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이라든가 일본 방문 이후에 아니면 그 사이에 북한이 도발을 했을 경우에는 굉장히 지금보다 더 강력한 입장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고 군사적인 옵션에 대한 강조가 더 강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녹취> KBS 뉴스9(1993년 3월 12일) : "북한이 핵 문제를 갖고 드디어 모험을 시작했습니다. 북한은 오늘 돌연 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습니다."

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계기로 불거진 1차 북핵 위기. 북미간 제네바 합의를 통해 이를 진정시킨 날이 23년 전 바로 오늘입니다.

비록 위기는 봉합했지만 지속되지 못했고, 무엇보다 협상 과정에서 소외된 채 우리는 비용만 지불했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치밀하고 적극적인 외교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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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1 08:09:26
    • 수정2017-10-21 08: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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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은 23년 전, 북한과 미국이 제네바 합의를 통해 1차 북핵 위기를 봉합했던 날입니다.

우리는 협상에서 소외되고 비용까지 부담해야했지만, 이후 평화는커녕 북한은 핵무기 개발의 최종 단계에 이른 게 오늘의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진행 중인 중국 공산당 대회 이후 시진핑 주석의 한반도 정책, 그리고 다음 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서 내놓을 대북 메시지가 무엇일지 주목됩니다.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한반도에 출동한 미군 전략무기가 북한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이고 중국의 새로운 권력 지형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다솔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미 해군의 주력 전투기 슈퍼호넷이 굉음을 내며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떠다니는 군사기지, 로널드 레이건 항모 전단이 지난 한주 한반도 인근 해상에서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했습니다.

<녹취> 도넬리(로널드 레이건함 함장) : "한국 해군과 연합 대특수전부대작전 훈련을 수행하기 위해 여기에 왔습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과 해상 침투 등에 대비한 훈련입니다.

미군 항모 강습단에는 유사시 적 지휘부 참수작전에 투입하는 특수전 부대원들도 참여했습니다.

바다는 물론 서울 인근 상공에도 미군 핵심 전력이 출동했습니다.

갑자기 수직으로 솟구치더니, 급하강과 급선회를 반복하는 전투기.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입니다.

적 군사시설의 정밀 타격이 가능한 F-35A 스텔스 전투기와 북한이 늘 민감하게 반응하는 전략폭격기, B-1B도 함께 공개됐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긴장 수위가 높아진 한반도에 미군의 대표 전략무기들이 이례적으로 총출동해 위용을 과시한 것입니다.

개막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첨단무기 개발을 통한 대북 억지력 강화를 주문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 "강하고 독자적인 항공우주산업과 방위산업의 역량 확보가 절실합니다. 북한의 안보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지켜낼 수 있는 우수한 성능의 첨단 무기 체계를 조속히 전력화해야 합니다."

이처럼 미군의 강력한 전략무기들이 한반도에 전개된 가운데 중국에서는 가장 중요한 정치 행사이자 향후 권력 구도를 짜는 공산당 대회가 개막했습니다.

미군 전략무기의 전개는 중국 공산당 대회 기간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북한의 도발을 견제하는 의미도 있는데요.

더불어 향후 중국 새 지도부의 대 한반도 정책의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서도 이번 공산당 대회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을 선두로 장쩌민 전 공산당 총서기와, 후진타오 전 주석이 박수를 받으며 입장합니다.

시진핑 집권 2기의 시작을 알리는 제19차 공산당대회가 시작된 겁니다.

황제의 색, 자주색 넥타이를 매고 연단에 선 시 주석은, 지난 5년의 성과와 새로운 국정 방향을 밝혔습니다.

<녹취> 시진핑(中 국가주석) : "이번 19차 당대회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새 시대의 결정적 시기에 진입할 때 열리는 매우 중요한 대회입니다."

대관식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시진핑 1인 중심 체제를 과시했지만, 도심 곳곳에는 계엄령을 방불케 하는 삼엄한 경계 태세가 이어졌습니다.

더욱이 지난 달 중국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 등 중국의 중요 일정 때 북한이 핵실험 등 도발을 한 전례 때문에 주변국들도 긴장 속에 지켜봤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크게 보도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내부 언론 통제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대북 수위 조절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인터뷰> 김흥규(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김정은 정부 들어서면서 북한은 결코 중국의 어떤 의지와 영향력에 종속되지 않겠다, 라는 의지를 표명해 왔고 북 핵실험이나 미사일실험은 중국의 이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상태에서 해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하는 레버리지를 쓰면 쓸수록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점점 더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으로서는 상당히 조심스런 상황이고요."

냉랭한 북중 관계 기류는 북한이 중국에 보낸 축전에도 드러났습니다.

북한이 이번 중국 공산당 대회에 보낸 축전은 200자 남짓한 단 세 문장.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8일) :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는 중국공산당 제19차 대회를 열렬히 축하하며 귀 당의 전체 당원들과 중국 인민에게 따뜻한 인사를 보냅니다."

이보다 3배 이상 길었고 북중 친선을 강조했던, 5년 전 같은 행사 때 보낸 북한의 축전과 확연히 비교됩니다.

<녹취> 조선중앙TV(2012년 11월) : "전통적인 조중 친선을 수호하고 대를 이어 변함없이 강화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우리 당의 확고부동한 입장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산당 대회 이후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시진핑 주석이 당 대회를 통해 강화된 권력을 바탕으로 대외 정책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이번 당대회 업무보고에서 시주석은 어떤 국가도 외딴섬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등의 보호주의적 경향을 지적한 것일 수도 있지만, 제재를 자초하며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이 특히 귀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인터뷰> 김흥규(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중국은 이제 강대국으로서 한반도에서 그리고 동북아시아에서 더 주도적이고 더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정책으로 나올 겁니다. 그렇게 됐을 때는 북중 관계에 있어서도 제가 보기에는 북한이 계속 핵미사일개발을 강화하는 한 상당한 그 압박을 가할 것이고요.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시에 이 한반도 문제를 풀어나갈 해법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려고 시진핑이 노력할 겁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자 자력자강을 유난히 강조하며 주민 분발을 적극 독려하고 있습니다.

사기를 북돋우기 위한 노래도 선전했습니다.

<녹취> "자력갱생 제힘이 제일이야 믿을 힘도 떨칠 힘도 그밖에 우린 몰라."

동시에 국제사회를 향해 대북 제재와 비핵화 대화는 병행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27일) : "동족을 적대시하는 제재정책에 동조하면서 대화와 협력, 신뢰 회복은 있을 수 없다."

실제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화와 제재의 병행을 부정하는 북한의 주장을 무시만 해서는 안 된다는 제안도 있습니다.

과거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북한 비자금을 동결했다가 북한과의 대화 국면 유지를 위해 결국 이를 해제했던 사례가 거론됩니다.

<녹취> 백학순(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북한이) 9.19 공동성명을 방코델타아시아 제재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이행을 안 하겠다 이렇게 나와 버리니까 나중에는 방법이 없어서 다 해제해주고 그랬잖아요. 그런 경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대화와 제재는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간단히 들으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해요."

하지만 이후 북한이 6차례나 핵실험을 강행했고 핵탄두를 미 본토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도 완성 직전이라는 차이점이 지적됩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이번 주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그런 만큼 우선 북한이 핵 도발 중단을 명확히 하는 것이 비핵화 대화의 조건이고, 그 이전에는 강도 높은 대북 압박을 하며 대화 가능성을 찾아 간다는 것이 현재 정부와 국제 사회의 입장입니다.

<녹취> 임성남(외교부 1차관) : "3국이 긴밀한 공조 하에 제재와 대화를 포함한 가능한 모든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인터뷰> 최강(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 "따라서 가능하다면 한미중 3국 공조도 동시에 추진해야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중국을 엮어내고 일본의 협조를 구하면서 나가는 모습을 가지고 갈 때 이러한 우리가 걱정하는 미국과 중국 간의 빅딜이라든가 미국과 북한간의 직접적인 협상의 가능성은 훨씬 낮추면서 우리의 입장과 이익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오바마 대통령 시기에 맺은 이란과의 핵협정을 인증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미국의 대북 전략과 관련해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핵을 가지려는 국가와는 어설프게 협상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대북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다음 달 초 한국을 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2015년 이란과 서방 6개국은 이란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서방은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협정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 지속적으로 핵협정을 위반하고 탄도 미사일을 확산시키며 테러 세력을 지원했다며 협정 파기 수순을 밟기 시작한 것입니다.

<녹취> 트럼프(美 대통령/지난 13일) "내가 가진 사실 기록에 기초해 나는 오늘 이것(이란의 협정 준수)을 인증할 수 없고 하지 않을 것을 선언합니다."

또 북한을 불량국가로 다시 한 번 지목하며 북한과 이란의 거래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녹취> 트럼프(美 대통령/지난 13일) : "우리는 이란부터 북한까지 불량 정권과 맞서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이 국민을 위한 정치적, 종교적 자유를 회복할 때까지 억압적인 정권들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입니다."

<인터뷰> 최강(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 "미국은 사실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핵을 다른 나라에 이전하는 그 확산의 문제 확산의 가능성에 대해서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북한이 지금 이란과 협력해서 공동전선을 형성하자, 라고 하는 것은 미국이 가장 걱정을 하고 있고 적극 반대하는 확산 쪽으로 가겠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그걸 굉장히 강력히 반발하고 거기에 대해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미국의 이란 정책은 다음 달 초 한국 등 동아시아 순방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인식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중일 정상과 만나는데, 특히 우리 국회 연설에서 어떤 대북 메시지를 전할지도 관심입니다.

특히 북한이 이 시기를 무력 과시의 계기로 삼아 도발할 경우, 북미 간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이는 미국의 대북정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터뷰> 최강(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 "그렇게 됐을 경우에는 미국 정부로서는 강력한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에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이라든가 일본 방문 이후에 아니면 그 사이에 북한이 도발을 했을 경우에는 굉장히 지금보다 더 강력한 입장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고 군사적인 옵션에 대한 강조가 더 강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녹취> KBS 뉴스9(1993년 3월 12일) : "북한이 핵 문제를 갖고 드디어 모험을 시작했습니다. 북한은 오늘 돌연 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습니다."

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계기로 불거진 1차 북핵 위기. 북미간 제네바 합의를 통해 이를 진정시킨 날이 23년 전 바로 오늘입니다.

비록 위기는 봉합했지만 지속되지 못했고, 무엇보다 협상 과정에서 소외된 채 우리는 비용만 지불했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치밀하고 적극적인 외교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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