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매의 계절이 담긴 ‘자연 밥상’

입력 2017.10.23 (16:11) 수정 2017.10.2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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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보은군 내북면의 한 시골 마을. 야트막한 산에 둘러싸인 마을의 끝자락에 집 한 채가 있다. 삼남매 통나무집이다.


이곳에 가장 먼저 터를 잡은 사람은 첫째인 장미란(46) 씨다. 20년 전, 그녀는 아버지 병간호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 청주로 돌아왔다. 그 후 꽃차를 만들면서 전통주 매력에 빠졌고, 자신만의 술을 빚고 싶다는 생각에 보은으로 내려 왔다. 막내 석근(42)씨도 그런 누나를 돕기 위해 삽십대 초반에 아예 제약회사 연구원 자리를 박차고 귀농했다.

3년 전에는 둘째 영란(44) 씨까지 합세했다. '직접 가꾼 건강한 재료로 계절이 담긴 자연 밥상을 만들어보자'는 미란 씨 아이디어를 손끝 야무진 영란 씨가 받아들인 것이다. 이후 테이블 다섯 개짜리 식당을 열었다.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

봄부터 12월까지, 삼남매 밭에선 쉴 틈 없이 채소가 자란다. 참깨와 들깨는 기본이고, 상추 종류만 해도 네다섯 가지는 된다. 거기에 바질, 로즈메리 등 허브, 배초향(방아), 땅콩, 인디언 시금치, 식용 꽃도 기른다.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탓에 삼남매는 매일 풀과 씨름한다. 힘들더라도 재료가 건강해야 밥상이 건강해진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처음 보은에 왔을 때, 미란 씨는 집에 술 창고까지 만들었다. 우리 술을 음식에 녹여내고 싶어서이다. 쌀 씻기에도 정성을 들여 백번 가량 씻고, 한 달간 숙성시켜 술을 완성한다. 그 술로 특제 소스를 만든다.


영란 씨는 정갈한 밥상을 차린다. 채소를 곱게 채 썰어 탑 쌓듯 만드는 전통 잡채, 복분자주에 재운 뒤 특제 소스로 맛을 낸 닭가슴살 샐러드, 보은 특산품인 대추로 만든 대추초, 들깨를 넣어 만든 열무 물김치까지. 예술품 같은 밥상이 차려진다.

어머니의 위대한 유산

삼남매에게는 늘 울타리가 되어 주는 어머니가 있다. 올해 칠순인 김병화 씨다.


어머니는 시골에서 작은 가게를 하며 나물과 생선을 팔아 자식을 키웠다. 어머니는 20여 년 전 나이 오십에 혼자가 됐다. 삼남매가 있다고 해도 그 인생이 어찌 허전하지 않았으랴. 처음 김 씨는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시골에 들어간다는 자식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삼남매가 함께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며 말한다.


김 씨는 주말마다 청주와 보은을 오가며 삼남매를 살뜰히 챙긴다. 할 일도 많다. 눈에 보이는 게 일거리다. 자식을 위해 살아온 어머니의 칠순. 삼남매는 직접 잔칫상을 차리고, 십여 년 만에 가족 여행을 떠났다.

삼남매, 가을을 차리다

삼남매가 의기투합한 지도 어느덧 3년째다. 삼남매는 얼마 후 충북 제천에서 열리는 요리 대회에 출사표를 던졌다. 귀한 야생 버섯부터 고운 색의 호박꽃까지 준비한 자매는 연습에 돌입한다. 이들이 밤마다 연습하는 동안 석근 씨는 짐꾼 노릇을 하느라 바쁘다. 드디어 대회 날, 음식 재료에 그릇까지 잔뜩 챙기고 대회 장소로 향한다. 삼남매는 과연 제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음식에 대한 고집스러운 정성으로 똘똘 뭉친 삼남매와 든든한 어머니. 풍성한 가을, 삼남매가 차려내는 정성스런 가을 밥상은 KBS '인간극장'(23일~27일 오전 7시 50분, 1TV)에서 만날 수 있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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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남매의 계절이 담긴 ‘자연 밥상’
    • 입력 2017-10-23 16:11:12
    • 수정2017-10-23 16: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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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보은군 내북면의 한 시골 마을. 야트막한 산에 둘러싸인 마을의 끝자락에 집 한 채가 있다. 삼남매 통나무집이다.


이곳에 가장 먼저 터를 잡은 사람은 첫째인 장미란(46) 씨다. 20년 전, 그녀는 아버지 병간호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 청주로 돌아왔다. 그 후 꽃차를 만들면서 전통주 매력에 빠졌고, 자신만의 술을 빚고 싶다는 생각에 보은으로 내려 왔다. 막내 석근(42)씨도 그런 누나를 돕기 위해 삽십대 초반에 아예 제약회사 연구원 자리를 박차고 귀농했다.

3년 전에는 둘째 영란(44) 씨까지 합세했다. '직접 가꾼 건강한 재료로 계절이 담긴 자연 밥상을 만들어보자'는 미란 씨 아이디어를 손끝 야무진 영란 씨가 받아들인 것이다. 이후 테이블 다섯 개짜리 식당을 열었다.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

봄부터 12월까지, 삼남매 밭에선 쉴 틈 없이 채소가 자란다. 참깨와 들깨는 기본이고, 상추 종류만 해도 네다섯 가지는 된다. 거기에 바질, 로즈메리 등 허브, 배초향(방아), 땅콩, 인디언 시금치, 식용 꽃도 기른다.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탓에 삼남매는 매일 풀과 씨름한다. 힘들더라도 재료가 건강해야 밥상이 건강해진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처음 보은에 왔을 때, 미란 씨는 집에 술 창고까지 만들었다. 우리 술을 음식에 녹여내고 싶어서이다. 쌀 씻기에도 정성을 들여 백번 가량 씻고, 한 달간 숙성시켜 술을 완성한다. 그 술로 특제 소스를 만든다.


영란 씨는 정갈한 밥상을 차린다. 채소를 곱게 채 썰어 탑 쌓듯 만드는 전통 잡채, 복분자주에 재운 뒤 특제 소스로 맛을 낸 닭가슴살 샐러드, 보은 특산품인 대추로 만든 대추초, 들깨를 넣어 만든 열무 물김치까지. 예술품 같은 밥상이 차려진다.

어머니의 위대한 유산

삼남매에게는 늘 울타리가 되어 주는 어머니가 있다. 올해 칠순인 김병화 씨다.


어머니는 시골에서 작은 가게를 하며 나물과 생선을 팔아 자식을 키웠다. 어머니는 20여 년 전 나이 오십에 혼자가 됐다. 삼남매가 있다고 해도 그 인생이 어찌 허전하지 않았으랴. 처음 김 씨는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시골에 들어간다는 자식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삼남매가 함께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며 말한다.


김 씨는 주말마다 청주와 보은을 오가며 삼남매를 살뜰히 챙긴다. 할 일도 많다. 눈에 보이는 게 일거리다. 자식을 위해 살아온 어머니의 칠순. 삼남매는 직접 잔칫상을 차리고, 십여 년 만에 가족 여행을 떠났다.

삼남매, 가을을 차리다

삼남매가 의기투합한 지도 어느덧 3년째다. 삼남매는 얼마 후 충북 제천에서 열리는 요리 대회에 출사표를 던졌다. 귀한 야생 버섯부터 고운 색의 호박꽃까지 준비한 자매는 연습에 돌입한다. 이들이 밤마다 연습하는 동안 석근 씨는 짐꾼 노릇을 하느라 바쁘다. 드디어 대회 날, 음식 재료에 그릇까지 잔뜩 챙기고 대회 장소로 향한다. 삼남매는 과연 제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음식에 대한 고집스러운 정성으로 똘똘 뭉친 삼남매와 든든한 어머니. 풍성한 가을, 삼남매가 차려내는 정성스런 가을 밥상은 KBS '인간극장'(23일~27일 오전 7시 50분, 1TV)에서 만날 수 있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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