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cc의 기적’…중장년층이 ‘헌혈’해야 하는 이유

입력 2017.10.24 (08:01) 수정 2017.10.2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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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은 사람이 만드는 기적이다. 1회 400cc의 헌혈로 세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적십자의 발표에 따르면, 2초마다 전 세계 누군가에게 수혈이 필요하다. 불시에 닥치는 사고와 질병으로부터 생명을 살리기 위해선 혈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헌혈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펼친 결과 지난해 한국의 국민헌혈률은 5.64%를 기록하며 호주(5.65%), 네덜란드(4.27%), 미국(3.88%) 등의 선진국보다 높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헌혈을 젊은 층에 의존하고 있어 중장년층의 헌혈 참여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KBS 특집다큐 '400cc의 기적(24일(화) 밤 11시 35분, KBS 1TV)'은 국내 헌혈 실태를 진단하고 외국의 헌혈 문화를 살펴본다.

대체 불가능한 물질, 혈액


지난해 4,200여 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교통사고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생사를 오가는 중증외상 환자를 살리는 데 가장 필요한 건 혈액이다. 하루가 다르게 의학이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혈액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은 없다.

지난 여름, 정명진(57) 씨는 사고로 고관절이 부러지면서 동맥이 파열돼 큰 출혈을 겪었다. 생과 사를 오가던 그때, 명진 씨의 목숨을 살린 건 수혈이었다. 명진 씨의 가족 김윤이 씨는 "엄청난 출혈로 죽어가던 한 생명을 수혈로 살렸다"며 헌혈하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배우 김승현, "15년 넘게 헌혈했어요"

지난 4월, 이종민(15) 군은 손꼽아 기다리던 수학여행을 앞두고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한창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을 나이지만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론 또래 아이들과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다. 치료기간 동안 받은 수혈만 십여 차례. 투병 중인 종민 군에게 수혈은 생명을 이어주는 끈이다.

'국민 싱글대디'로 불리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배우 김승현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두 달에 한 번씩 '헌혈의 집'에 들른다. 군 복무 시절부터 헌혈을 시작한 김승현은 지금까지 15년 넘게 꾸준히 헌혈을 해오고 있다. 기사로 종민 군의 소식을 접한 김승현은 종민 군을 찾아갔다. 종민 군을 위해 헌혈을 하기 위해서였다. 김승현은 "종민이도 조만간 건강해져서 다른 사람한테 혈액도 기증할 수 있는 좋은 일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며 종민 군의 완쾌를 빌었다.


"헌혈은 동포애"…30년간 헌혈한 타이완 지도자들

타이완에서는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을 비롯해 리덩후이(李登輝), 천수이볜(陳水扁) 등 국가지도자가 먼저 나서서 헌혈한다. 국민들의 헌혈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특히 타이베이 시장 시절부터 헌혈을 장려했던 마잉주 전 총통은 30년 동안 200회 가까이 헌혈했다. 올해 나이 67세인 마잉주 전 총통은 "헌혈을 허용하는 70세까지 멈추지 않고 이어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타이완은 헌혈률 11%로 세계 최고 헌혈률을 기록하고 있다. 30~40대의 헌혈률도 약 50%에 이른다. 국가 지도자는 물론 중장년층까지 높은 헌혈률을 보이는 타이완의 저력은 무엇일까? 마잉주 전 총통은 타이완 국민의 헌혈을 '동포애'로 설명한다. "길거리를 거니는 누군가가 내 피를 수혈받았을 수 있다. 그 사람과 나는 어떤 혈연관계도 아니지만, 그 사람의 몸에는 내 피가 흐른다. 혈육, 동포라는 말은 같은 피가 흐른다는 말이며 그 점에서 헌혈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헌혈 절벽'.. 중장년층이 헌혈해야 하는 이유

한국의 헌혈 실태는 어떨까? 혈액을 자급자족 학기 위해서는 매년 300만 명의 헌혈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2016년 한국의 헌혈인구는 약 286만 명에 그쳤다. 또한 헌혈의 73% 가량을 10~20대에 의존하고 있어 40대 이상 중장년층 헌혈 비중은 10% 이하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저출산으로 젊은 층이 감소하면서 헌혈도 계속 줄고 있다는 점이다. 꾸준히 100만 명 이상을 유지하던 10대 헌혈자 수도 처음으로 92만 명대로 줄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젊은 층 인구 감소로 헌혈 인구가 줄고 있다. 중장년층의 헌혈률을 높이지 않으면, 10여 년 뒤에는 '헌혈 절벽'에 직면해 혈액을 수입할 수밖에 없다. 회사원 이신혜 씨는 중장년층의 헌혈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헌혈하면 연차 한 번 더 쓸 수 있다든지 연말정산이나 아파트 주택 청약할 때 혜택을 주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30~40대가 헌혈의 새로운 주인공이 돼야 하는 지금, '400cc의 기적'은 한국이 나이별 헌혈 참여율을 고르게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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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4 08:01:18
    • 수정2017-10-24 11:42:01
    사회
헌혈은 사람이 만드는 기적이다. 1회 400cc의 헌혈로 세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적십자의 발표에 따르면, 2초마다 전 세계 누군가에게 수혈이 필요하다. 불시에 닥치는 사고와 질병으로부터 생명을 살리기 위해선 혈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헌혈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펼친 결과 지난해 한국의 국민헌혈률은 5.64%를 기록하며 호주(5.65%), 네덜란드(4.27%), 미국(3.88%) 등의 선진국보다 높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헌혈을 젊은 층에 의존하고 있어 중장년층의 헌혈 참여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KBS 특집다큐 '400cc의 기적(24일(화) 밤 11시 35분, KBS 1TV)'은 국내 헌혈 실태를 진단하고 외국의 헌혈 문화를 살펴본다.

대체 불가능한 물질, 혈액


지난해 4,200여 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교통사고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생사를 오가는 중증외상 환자를 살리는 데 가장 필요한 건 혈액이다. 하루가 다르게 의학이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혈액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은 없다.

지난 여름, 정명진(57) 씨는 사고로 고관절이 부러지면서 동맥이 파열돼 큰 출혈을 겪었다. 생과 사를 오가던 그때, 명진 씨의 목숨을 살린 건 수혈이었다. 명진 씨의 가족 김윤이 씨는 "엄청난 출혈로 죽어가던 한 생명을 수혈로 살렸다"며 헌혈하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배우 김승현, "15년 넘게 헌혈했어요"

지난 4월, 이종민(15) 군은 손꼽아 기다리던 수학여행을 앞두고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한창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을 나이지만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론 또래 아이들과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다. 치료기간 동안 받은 수혈만 십여 차례. 투병 중인 종민 군에게 수혈은 생명을 이어주는 끈이다.

'국민 싱글대디'로 불리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배우 김승현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두 달에 한 번씩 '헌혈의 집'에 들른다. 군 복무 시절부터 헌혈을 시작한 김승현은 지금까지 15년 넘게 꾸준히 헌혈을 해오고 있다. 기사로 종민 군의 소식을 접한 김승현은 종민 군을 찾아갔다. 종민 군을 위해 헌혈을 하기 위해서였다. 김승현은 "종민이도 조만간 건강해져서 다른 사람한테 혈액도 기증할 수 있는 좋은 일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며 종민 군의 완쾌를 빌었다.


"헌혈은 동포애"…30년간 헌혈한 타이완 지도자들

타이완에서는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을 비롯해 리덩후이(李登輝), 천수이볜(陳水扁) 등 국가지도자가 먼저 나서서 헌혈한다. 국민들의 헌혈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특히 타이베이 시장 시절부터 헌혈을 장려했던 마잉주 전 총통은 30년 동안 200회 가까이 헌혈했다. 올해 나이 67세인 마잉주 전 총통은 "헌혈을 허용하는 70세까지 멈추지 않고 이어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타이완은 헌혈률 11%로 세계 최고 헌혈률을 기록하고 있다. 30~40대의 헌혈률도 약 50%에 이른다. 국가 지도자는 물론 중장년층까지 높은 헌혈률을 보이는 타이완의 저력은 무엇일까? 마잉주 전 총통은 타이완 국민의 헌혈을 '동포애'로 설명한다. "길거리를 거니는 누군가가 내 피를 수혈받았을 수 있다. 그 사람과 나는 어떤 혈연관계도 아니지만, 그 사람의 몸에는 내 피가 흐른다. 혈육, 동포라는 말은 같은 피가 흐른다는 말이며 그 점에서 헌혈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헌혈 절벽'.. 중장년층이 헌혈해야 하는 이유

한국의 헌혈 실태는 어떨까? 혈액을 자급자족 학기 위해서는 매년 300만 명의 헌혈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2016년 한국의 헌혈인구는 약 286만 명에 그쳤다. 또한 헌혈의 73% 가량을 10~20대에 의존하고 있어 40대 이상 중장년층 헌혈 비중은 10% 이하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저출산으로 젊은 층이 감소하면서 헌혈도 계속 줄고 있다는 점이다. 꾸준히 100만 명 이상을 유지하던 10대 헌혈자 수도 처음으로 92만 명대로 줄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젊은 층 인구 감소로 헌혈 인구가 줄고 있다. 중장년층의 헌혈률을 높이지 않으면, 10여 년 뒤에는 '헌혈 절벽'에 직면해 혈액을 수입할 수밖에 없다. 회사원 이신혜 씨는 중장년층의 헌혈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헌혈하면 연차 한 번 더 쓸 수 있다든지 연말정산이나 아파트 주택 청약할 때 혜택을 주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30~40대가 헌혈의 새로운 주인공이 돼야 하는 지금, '400cc의 기적'은 한국이 나이별 헌혈 참여율을 고르게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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