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없다’…세계에 도전하는 장애인 스키 선수

입력 2017.11.0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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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애인 스키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는 남자가 있다.

올해 2월, '2017 리비프 파라노르딕 스키 월드컵'에서 크로스컨트리 5㎞ 남자 좌식 부문과 크로스컨트리 15㎞ 부문에서 금메달 2관왕을 차지한 신의현(38)이다. 장애인 노르딕 스키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딴 건 그가 처음이다. 한국 장애인 노르딕 스키 간판인 신의현은 한국 동계 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 후보다.


'다큐 공감(4일 저녁 7시 10분, KBS 1TV)'은 장애를 극복하고 세계에 도전하는 장애인 노르딕 스키 국가대표 선수 신의현을 만난다. 스물여덟, 눈부신 나이에 두 다리를 잃은 청년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흘린 땀과 눈물의 기록이다.



불의의 사고..다시 달리기까지

2006년 2월, 대학 졸업식 전날에 일어난 끔찍한 사고가 모든 걸 바꿨다. 차를 몰고 귀가하다 마주 오던 차와 정면으로 충돌했고, 구조대원들은 형편없이 구겨진 운전석에서 가까스로 신의현의 몸을 꺼냈다. 어머니는 가망 없다는 의사에게 매달려 '수술만이라도 해달라'고 빌었다. 신의현은 7시간이 넘는 대수술 끝에 양쪽 무릎 아래쪽을 내주고 가까스로 생을 되찾았다.

매일 죽음을 기도하며 살아있음을, 자신을 살려낸 가족과 의료진을 원망했던 신의현은 3년이 지나서야 마지못해 삶을 받아들였다. 굳어가는 몸을 깨우기 위해 휠체어 농구를 시작하고, 장애인이 즐길 수 있도록 아이스하키를 변형한 '슬래지 아이스하키', 손으로 바퀴를 굴리는 '핸드 사이클', '휠체어 스키'를 차례로 섭렵했다.


신의현은 특히 스키에 재능을 보였다.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은메달을 따고 2년 만에 세계기록에 근접했다. 허벅지 부위를 의자에 줄로 맨 채 스키 두 개가 달린 썰매를 오로지 팔심으로 나아가야 하는 '좌식 스키'는 지구를 매달고 가는 것만큼이나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 핀란드, 뉴질랜드의 전지훈련에서도 눈 한 번 팔지 않고 소처럼 훈련에 매달린 그는 장애인 노르딕 스키 국가대표가 됐다.


메달 꿈꾸는 장애인 스키 국가대표팀

장애인 노르딕 스키 국가대표팀은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처음으로 구성된 팀이다. 이들은 배짱 좋게 첫 올림픽 출전에 메달권을 목표로 한다. 신의현이 있기 때문이다. 2017년 3월, 평창 패럴림픽 리허설 격인 테스트 이벤트에서 신의현은 노르딕 스키의 마라톤이라고 불리는 '크로스컨트리' 그리고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이 결합된 '바이애슬론' 종목에서 금메달, 은메달을 하나씩 땄다. 36세의 늦은 나이지만 평창 패럴림픽에서 메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유망주다.


지금의 신의현을 만들어준 아내

신의현은 사고를 당한 지 6개월 만에 부모의 허락도 없이 국제결혼을 감행했다. 베트남인인 아내 김희선(30) 씨는 열아홉 나이에 한국에 와 사고 후유증으로 예민한 남편 때문에 많이 울었다. "남편이 운동으로 활력을 찾고 나서 비로소 한국에 정착할 마음을 굳혔다"는 희선 씨는 시어머니 밤 농사 도우랴 남매 키우랴 바쁜 와중에 한·중 요리사 자격증까지 땄다. 훈련에 지친 남편에게 보양식을 직접 차리는 희선 씨는 집안의 복덩어리다.

사고를 당한 것도 모자라 삶을 포기하려고까지 했던 신의현 씨와 남편을 묵묵히 내조하며 국가대표로 키워낸 희선 씨. 서먹한 결혼 끝에 이제야 연애한다는 부부의 마지막 꿈은 2018 평창 패럴림픽 금메달이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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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는 없다’…세계에 도전하는 장애인 스키 선수
    • 입력 2017-11-03 08:02:32
    사회
한국 장애인 스키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는 남자가 있다.

올해 2월, '2017 리비프 파라노르딕 스키 월드컵'에서 크로스컨트리 5㎞ 남자 좌식 부문과 크로스컨트리 15㎞ 부문에서 금메달 2관왕을 차지한 신의현(38)이다. 장애인 노르딕 스키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딴 건 그가 처음이다. 한국 장애인 노르딕 스키 간판인 신의현은 한국 동계 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 후보다.


'다큐 공감(4일 저녁 7시 10분, KBS 1TV)'은 장애를 극복하고 세계에 도전하는 장애인 노르딕 스키 국가대표 선수 신의현을 만난다. 스물여덟, 눈부신 나이에 두 다리를 잃은 청년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흘린 땀과 눈물의 기록이다.



불의의 사고..다시 달리기까지

2006년 2월, 대학 졸업식 전날에 일어난 끔찍한 사고가 모든 걸 바꿨다. 차를 몰고 귀가하다 마주 오던 차와 정면으로 충돌했고, 구조대원들은 형편없이 구겨진 운전석에서 가까스로 신의현의 몸을 꺼냈다. 어머니는 가망 없다는 의사에게 매달려 '수술만이라도 해달라'고 빌었다. 신의현은 7시간이 넘는 대수술 끝에 양쪽 무릎 아래쪽을 내주고 가까스로 생을 되찾았다.

매일 죽음을 기도하며 살아있음을, 자신을 살려낸 가족과 의료진을 원망했던 신의현은 3년이 지나서야 마지못해 삶을 받아들였다. 굳어가는 몸을 깨우기 위해 휠체어 농구를 시작하고, 장애인이 즐길 수 있도록 아이스하키를 변형한 '슬래지 아이스하키', 손으로 바퀴를 굴리는 '핸드 사이클', '휠체어 스키'를 차례로 섭렵했다.


신의현은 특히 스키에 재능을 보였다.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은메달을 따고 2년 만에 세계기록에 근접했다. 허벅지 부위를 의자에 줄로 맨 채 스키 두 개가 달린 썰매를 오로지 팔심으로 나아가야 하는 '좌식 스키'는 지구를 매달고 가는 것만큼이나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 핀란드, 뉴질랜드의 전지훈련에서도 눈 한 번 팔지 않고 소처럼 훈련에 매달린 그는 장애인 노르딕 스키 국가대표가 됐다.


메달 꿈꾸는 장애인 스키 국가대표팀

장애인 노르딕 스키 국가대표팀은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처음으로 구성된 팀이다. 이들은 배짱 좋게 첫 올림픽 출전에 메달권을 목표로 한다. 신의현이 있기 때문이다. 2017년 3월, 평창 패럴림픽 리허설 격인 테스트 이벤트에서 신의현은 노르딕 스키의 마라톤이라고 불리는 '크로스컨트리' 그리고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이 결합된 '바이애슬론' 종목에서 금메달, 은메달을 하나씩 땄다. 36세의 늦은 나이지만 평창 패럴림픽에서 메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유망주다.


지금의 신의현을 만들어준 아내

신의현은 사고를 당한 지 6개월 만에 부모의 허락도 없이 국제결혼을 감행했다. 베트남인인 아내 김희선(30) 씨는 열아홉 나이에 한국에 와 사고 후유증으로 예민한 남편 때문에 많이 울었다. "남편이 운동으로 활력을 찾고 나서 비로소 한국에 정착할 마음을 굳혔다"는 희선 씨는 시어머니 밤 농사 도우랴 남매 키우랴 바쁜 와중에 한·중 요리사 자격증까지 땄다. 훈련에 지친 남편에게 보양식을 직접 차리는 희선 씨는 집안의 복덩어리다.

사고를 당한 것도 모자라 삶을 포기하려고까지 했던 신의현 씨와 남편을 묵묵히 내조하며 국가대표로 키워낸 희선 씨. 서먹한 결혼 끝에 이제야 연애한다는 부부의 마지막 꿈은 2018 평창 패럴림픽 금메달이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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