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소 탓?…“사업 중단” vs “억측” 논란 확산

입력 2017.11.23 (11:55) 수정 2017.11.2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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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소 탓?…“사업 중단” vs “억측” 논란 확산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소 탓?…“사업 중단” vs “억측” 논란 확산

정부가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 원인과 연관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지열발전소를 정밀 진단할 예정인 가운데 포항지진의 촉발원인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진한 고려대 지질학과 교수가 지난 15일 한 방송에 출연해 포항지진의 원인을 지열발전소로 지목한데 이어 최근 2년간 포항 지열발전소 주변에서 63차례나 지진이 발생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이런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포항지진 촉발 원인 지열발전소 탓일까?

현재 포항지열발전소는 최근 지진 발생 진앙지에서 약 2km 떨어진 포항시 흥해읍 남송리 야산의 땅속 약 4000m에 주입정을 설치하고 지열을 이용한 막바지 전기 생산시설을 하고 있지만 현재는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지열발전소는 물을 땅속 깊이 내려보내 지열로 만들어진 수증기로 터빈을 돌리는데, 이를 위해 땅속 깊이 들어가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물을 주입하고 빼는 작업을 반복한다.

[연관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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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주입 때마다 지진 발생…사업 중단해야"

그런데 이 과정에서 수리자극 실험으로 규모 2.0 이상의 미소 진동을 최근 2년간 약 63차례 발생시켰다는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영일 의원(국민의당)은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기상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월29일부터 지난 15일 규모 5.4 포항지진 발생 직전까지 포항지열발전소에서 고압의 물을 시추공에 주입했으며, 물을 주입할 때마다 바로 다음날 포항 내륙에서 지진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이 기간 포항지열발전소는 지열을 이용한 전기 발생 실험을 위해 물 주입 73회, 물 배출 370회 등 총 443회에 걸쳐 물 주입 및 배출을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2016년 41회(규모 2.0 이상 8회), 2017년 22회(규모 2.0 이상 2회) 등 총 63차례(규모 2.0이상 10회) 소규모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이러한 점을 근거로 들며 "포항지열발전소가 이번 포항 강진과 관련 있으니 사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식경제부와 포항시가 지난 2012년 9월 포항시 흥해읍 남송리 야산에서 착공한 지열발전소. 당초 총사업비 473억원이 투입돼 2015년에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아직 전기 생산 단계까지는 가지 못한 상태다.지식경제부와 포항시가 지난 2012년 9월 포항시 흥해읍 남송리 야산에서 착공한 지열발전소. 당초 총사업비 473억원이 투입돼 2015년에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아직 전기 생산 단계까지는 가지 못한 상태다.

건설사 "물 주입량 적고, 발전소 탓 돌리는 건 억측"

이에 대해 포항지열발전소 건설사업을 주관하는 (주)넥스지오는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넥스지오 관계자는 "포항지진의 원인을 지열발전소로 추정하는 근거는 셰일가스 채굴기술인 수압파쇄 때문인데 포항지열발전소는 '수리자극' 기술을 활용한다. 수압파쇄는 암반에 틈을 깨는 방식이고, 수리자극은 원래 있던 암반의 틈을 벌려 인공의 저류층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미국에서는 수압파쇄할 때 수백만t의 물을 주입하지만 2년간 포항지열발전소에서 땅속에 주입한 물의 양은 5천800t에 불과하다. 비교 가능한 대상이 아닌데 해외 사례를 예로 들어 포항강진의 원인을 지열발전소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추공 2개가 5.0 이상 지진발생? 설득력 약해"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도 지열발전소와 포항지진과의 연관성에 대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유 교수는 "시추공에 고압수를 주입하면 미세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단 두 개의 시추공이 규모 5.0 이상의 지진 발생의 원인이 된다는 데에는 의구심이 든다. 기상청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연계성을 조사해서 정확한 결과를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열발전이 활성화한 유럽에서도 지열발전소가 유발하는 지진에 대해 엇갈리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0년 전 지열발전소 건설 공사가 진행됐던 스위스 바젤에서 연속 지진이 일어났는데 스위 검찰에서는 지열발전소 건설을 지진 발생과 연관지어 수사한 적이 있다.

[연관기사] 스위스 바젤, 한달만에 또 지진 발생

정부 "포항 지열발전 정밀진단…건설 공사는 중단"

한편, 일부 포항시민들이 지열발전과 지진과의 연관성을 밝혀달라며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내외 지질·지진 전문가로 조사단을 구성해 조만간 포항 지열발전에 대한 정밀진단을 벌일 계획이다.

산업부는 "현재 지열발전소 공사는 중단됐으며 정밀진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공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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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소 탓?…“사업 중단” vs “억측” 논란 확산
    • 입력 2017-11-23 11: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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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K
정부가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 원인과 연관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지열발전소를 정밀 진단할 예정인 가운데 포항지진의 촉발원인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진한 고려대 지질학과 교수가 지난 15일 한 방송에 출연해 포항지진의 원인을 지열발전소로 지목한데 이어 최근 2년간 포항 지열발전소 주변에서 63차례나 지진이 발생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이런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포항지진 촉발 원인 지열발전소 탓일까? 현재 포항지열발전소는 최근 지진 발생 진앙지에서 약 2km 떨어진 포항시 흥해읍 남송리 야산의 땅속 약 4000m에 주입정을 설치하고 지열을 이용한 막바지 전기 생산시설을 하고 있지만 현재는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지열발전소는 물을 땅속 깊이 내려보내 지열로 만들어진 수증기로 터빈을 돌리는데, 이를 위해 땅속 깊이 들어가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물을 주입하고 빼는 작업을 반복한다. [연관기사] 국내 최초 ‘지열발전’ 상용화 눈앞 경북 포항, 대규모 ‘지열발전소’ 건립 "물 주입 때마다 지진 발생…사업 중단해야" 그런데 이 과정에서 수리자극 실험으로 규모 2.0 이상의 미소 진동을 최근 2년간 약 63차례 발생시켰다는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영일 의원(국민의당)은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기상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월29일부터 지난 15일 규모 5.4 포항지진 발생 직전까지 포항지열발전소에서 고압의 물을 시추공에 주입했으며, 물을 주입할 때마다 바로 다음날 포항 내륙에서 지진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이 기간 포항지열발전소는 지열을 이용한 전기 발생 실험을 위해 물 주입 73회, 물 배출 370회 등 총 443회에 걸쳐 물 주입 및 배출을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2016년 41회(규모 2.0 이상 8회), 2017년 22회(규모 2.0 이상 2회) 등 총 63차례(규모 2.0이상 10회) 소규모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이러한 점을 근거로 들며 "포항지열발전소가 이번 포항 강진과 관련 있으니 사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식경제부와 포항시가 지난 2012년 9월 포항시 흥해읍 남송리 야산에서 착공한 지열발전소. 당초 총사업비 473억원이 투입돼 2015년에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아직 전기 생산 단계까지는 가지 못한 상태다. 건설사 "물 주입량 적고, 발전소 탓 돌리는 건 억측" 이에 대해 포항지열발전소 건설사업을 주관하는 (주)넥스지오는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넥스지오 관계자는 "포항지진의 원인을 지열발전소로 추정하는 근거는 셰일가스 채굴기술인 수압파쇄 때문인데 포항지열발전소는 '수리자극' 기술을 활용한다. 수압파쇄는 암반에 틈을 깨는 방식이고, 수리자극은 원래 있던 암반의 틈을 벌려 인공의 저류층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미국에서는 수압파쇄할 때 수백만t의 물을 주입하지만 2년간 포항지열발전소에서 땅속에 주입한 물의 양은 5천800t에 불과하다. 비교 가능한 대상이 아닌데 해외 사례를 예로 들어 포항강진의 원인을 지열발전소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추공 2개가 5.0 이상 지진발생? 설득력 약해"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도 지열발전소와 포항지진과의 연관성에 대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유 교수는 "시추공에 고압수를 주입하면 미세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단 두 개의 시추공이 규모 5.0 이상의 지진 발생의 원인이 된다는 데에는 의구심이 든다. 기상청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연계성을 조사해서 정확한 결과를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열발전이 활성화한 유럽에서도 지열발전소가 유발하는 지진에 대해 엇갈리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0년 전 지열발전소 건설 공사가 진행됐던 스위스 바젤에서 연속 지진이 일어났는데 스위 검찰에서는 지열발전소 건설을 지진 발생과 연관지어 수사한 적이 있다. [연관기사] 스위스 바젤, 한달만에 또 지진 발생 정부 "포항 지열발전 정밀진단…건설 공사는 중단" 한편, 일부 포항시민들이 지열발전과 지진과의 연관성을 밝혀달라며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내외 지질·지진 전문가로 조사단을 구성해 조만간 포항 지열발전에 대한 정밀진단을 벌일 계획이다. 산업부는 "현재 지열발전소 공사는 중단됐으며 정밀진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공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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